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야심만만하게 무대로 나왔던 건 좋지만, 나는 간단한 사회만 본 뒤 대기실로 돌아오게 됐다.
“지금은 헤어져야 할 시간. 우리 이따 다시 만나요.”
“우우우우.”
“인사만 하고 가냐!”
[김한영 관객들 놀리러 나온 수준] [이 미튜버, 인성이 대단하다!]특별히 관객들을 조련하려고 그랬던 건 아니고, 그냥 방송 진행 문제였다.
나보다 앞 순번이 한 명 있었기 때문.
“제가 많이 늦었죠?”
유리였다.
내 상대이자, 현 숲 뮤직의 간판이라고 볼 수 있는 가수.
‘많이 바쁜가 보네.’
그녀는 오죽 급하게 왔으면 얼굴 화장조차도 제대로 못 다듬은 눈치였다.
“잘못하면 제가 먼저 공연할 뻔했네요.”
“어머, 지금 눈치 주시는 거예요?”
“꼭 그런 건 아니고.”
“농담이에요. 늦어서 미안해요. 일찍 오려고 했는데 사정이 있어서.”
유리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오전에 만난 PD님이 밥 한 끼 하자면서 계속 붙잡아서요. 후후, 그만큼 제가 인기 연예인이라는 거겠죠?”
“축하드려요.”
“아 쪼옴, 왜 이렇게 리액션이 건성이에요. 성의를 더 보여 줘요.”
“축하드려요. 매우.”
“그런 거 말고, 한영 씨도 절 조금 더 존경해 달라고요.”
웃는 얼굴로 농담을 던지지만, 마냥 웃어넘길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바쁘다고 했지.
테슬라의 강도수 사장에게 들은 말인데, 숲 뮤직도 내부 사정이 어지간히 다사다난한 듯했다.
[그쪽은 기성 가수와 신인 가수로 나뉘어서 치열하게 정치가 돌아가고 있다고 하네요. 손 과장은 후자입니다. 유리도 후자이니, 상대적으로 맡을 일이 많겠지요.]정치 문제였다.
기획사라는 것은 자못 어느 사람이 어느 연예인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일감의 양과 질이 바뀔 때가 많았다.
‘무능한 소속사를 두면 커리어에 도움 안 되는 공연만 죽어라 뛰다가 잊히기도 하지.’
그러다가 몇 년 뒤에 보면 보통 빵 가게나 쇼핑몰을 차렸을 때가 많았다.
가끔은 인강 강사가 되기도 했고.
아무튼, 유리는 특히 고행이라도 하듯 일감이 많다고 알려졌다.
인기가 있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
하지만 아마 손 과장이 맡은 신인들 모두를 위해 희생하는 것도 있으리라.
그녀의 실적이 곧 나머지 신인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테니까.
[물론! 저희 채널 테슬라에는 그런 게 없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하시면 됩니다. 왜냐, 한영 씨는 저 강도수 대표와 직접 계약했기 때문입니다. 아시겠나요? 정치라는 것은 원래 정치를 해야만 위치를 보전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입니다. 그렇기에 전 네온 외에는 그 누구든 눈치를 볼 필요가 없지요. 이게 바로 과학입니다.]요즘 종종 생각하는데, 강도수 사장도 갈수록 말이 많아지는 것 같다.
좀 필사적인데.
재계약 기간이 슬슬 코앞이라서 그런가.
아무튼, 그런 이유로 유리는 급하게 달려와서는 제대로 호흡을 돌릴 여유도 없이 무대 위로 달려가야만 했다.
다만, 한마디는 던졌다.
“한영 씨, 그런 의미에서 끝나고 식사 어때요?”
“선약이 있어서요.”
“…….”
왜 맨날 밥 먹재.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
은솔이 누나는 왜 그런 눈으로 보세요.
* * *
같은 시각.
[이제 슬슬 클라이맥스네] [나 이거 보려고 찾아왔다]김한영 채널의 방송 시청자는 어느 한계를 돌파하고 있었다.
기존에도 큰 이벤트가 있다면 만 단위를 찍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유마온 때는 2~3만을 느긋하게 유지하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뭐라고 해야 할까.
[현재 시청자 수: 82,105]8만을 돌파했다.
주가가 한창 올라가고 있는 연예인의 힘이었다.
[유리!!!!!!!!!!!!] [YOULIIIIIIIIIIIRIRIRIRILLILILILILI] [유리상 오늘의 옷도 초 멋있는] [귀엽다] [Fan from Thailand] [♥♥♥♥♥♥♥♥♥♥♥] [Anyone know about her name?] [CUUUUUUTECUTE]한국 팬만 있는 게 아니다.
해외 팬들까지 몰려와서 방송을 본다.
근래 한국 음악은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 해외 인기가 자연히 뒤따르는데, 유리 정도 되면 단순 머릿수로는 그쪽 팬들이 더 많을 때도 있었다.
지금 시청자들 또한 그러했다.
[83,697]심지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잘하면 오늘 10만을 넘길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 모든 해외 팬이 유리의 팬인 건 아니었다.
[김한영 멋있는]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상냥한 목소리에 어울리지 않는 무뚝뚝한 얼굴의 갭이 좋다] [음악에는 늘 진심인 편] [긴장하는 게 좋다] [여기는 다른 나라의 방송, 예의를 지키세요]지난 일본 여행에서 본의 아니게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덕분일까.
제대로 해외 시장 데뷔조차 안 한 주제에 그의 음악을 듣겠다고 찾아온 팬들이 꽤 다수였다.
[아 ㅋㅋㅋㅋ] [좀 치네~~~?] [우리도 질 수 없다고] [윤서단 집☆결] [우리 집에서 나가아아아아아아!] [김한영 방송에서 김한영 시청자가 나가면 어쩜;] [아니, 윤서단 나가라고] [?] [??]그렇게 기존 김한영 시청자와 유리 팬들의 화력이 뭉치자, 채팅창은 가히 읽기조차 어려울 지경.
지금 팬들 사이에서는 치열한 각축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었다.
정작 이 사태를 불러일으킨 당사자, 유리는 그저 피곤한 심정으로 무대 위에 섰다.
‘아, 정신 너무 없다.’
그동안 일이 너무 바빴다.
한국에서 이런저런 행사를 뛰는 것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소속사에서 슬슬 해외를 신경 쓰라며 일본 쪽 일감까지 넘겼다.
손 과장이 그나마 걸러 받아서 다행이지, 전부 받았다면 과로사로 죽었으리라.
‘매일 일만 하고 사는 것 같네.’
일감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너무 바쁜 거 아닌가.
음악은 즐겁다.
무대 위에 올라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고 있노라면, 그녀의 별명 따나 요정이 된 것만 같은 기분에 빠질 정도.
하지만 그 어느 뮤지션이라고 한들 모든 무대가 즐거울 수는 없는 법이다.
‘으, 다리 아파. 목도 아파. 머리도 아파.’
오늘만 해도 일정을 세 탕이나 뛰고 왔다.
이번 방송이 끝나도 하나 더 남았지.
실로 살인적인 스케줄이다.
휴식할 틈이라고는 이동하는 차 안에서 눈을 붙이는 정도일까.
아니, 그것조차도 힘들다.
조금이라도 깊게 자면 목이 잠기고, 목이 잠기면 노래를 부를 때 컨디션이 무너지기 마련.
그녀에게는 휴식조차도 업무의 일환이었다.
그런 그녀는 지금, 바스러지기 직전의 색종이 같은 상태였다.
‘이번 앨범 활동 끝나면 휴식기 좀 가지고 싶은데.’
아마 어렵겠지.
손 과장이 가진 패 중에서는 그나마 그녀가 가장 강력하니까.
나머지 신인들도 실력은 좋다.
하지만 탄탄한 기성 가수들과 비교하기에는 손색이 컸다.
그들이 제대로 자리를 잡기 전까지는, 그녀가 열심히 활동할 필요성이 있었다.
적어도 숲 뮤직이 공식적으로, 네온에 편입되고 손 과장이 더 높은 자리로 갈 때까지는.
‘……네온 가면 그럼 또 언제 쉬지.’
분명 일감이 늘어날 텐데.
“후우.”
본인도 모르게 짧게 한숨을 내쉬자, 관객들의 표정에 걱정이 어렸다.
뒤늦게 눈치챈 유리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우리 사람들 한숨 많이 쉬시죠? 근데 내쉬지만 말고 마시기도 하세요. 들숨, 날숨. 숨 많이 쉬면 건강에 좋대요.”
관객석에서 작게 웃음이 번졌다.
하지만 그게 와닿지 않았다.
데뷔하고 채 5년조차 안 지난 신인.
유리.
그녀는 차차 권태감을 느끼고 있었다.
남 탓을 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힘든 건 힘든 거다.
그렇기에 김한영 쪽에 부러운 마음 또한 있었다.
적어도 그녀의 눈에 비친 팅은 꽤 자유로운 집단이었으니까.
‘스케줄 맘대로 잡고, 하고 싶은 음악 위주로 하는 데도 저렇게 빠르게 뜬단 말이지.’
처음 그들의 존재를 알았을 때만 해도 그 재능이 대단하기는 하나, 손 과장이 그들을 과대평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끝내 여기까지 온 판이다.
이제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나.
누군가는 그들을 저평가하기도 하지만, 그녀는 이미 김한영의 무대를 두 번이나 바로 옆에서 경험해 봤다.
확신한다.
천재는 저쪽이다.
‘부럽다.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게.’
눈망울을 깜빡이기를 잠시, 그녀는 보조개가 파이도록 웃음을 지으며 마음을 털어 냈다.
됐다.
하나하나 다 부러우려면 끝이 없다.
“꺄아아아악!”
“유리 최고다!”
그녀의 팬들이 바라보고 있지 않은가.
성원에 보답하자.
모든 게 의무라고 할지라도, 이 순간만큼은 진짜니까.
가까스로 무너지기 직전의 마음을 다잡은 순간 멀리서 사인이 보였다.
“그 누가 믿을까요.”
슬슬 시작하자.
* * *
‘원래 저랬나?’
유리의 무대를 바라보기를 잠시.
나는 예상치 못한 무대에 두 귀를 의심하고야 말았다.
“우와…….”
“유리는 유리가 맞네요.”
“야, 희범아, 무대 즐기는 것 좀 봐. 발걸음이 엄청 가볍다.”
“그냥 몸무게가 가벼운 거 아냐?”
“……우리 윤서, 입만 탈부착형이면 좋을 텐데.”
식구들은 감탄을 뱉는다.
하지만 내 귀에 들리는 감상은 정반대였다.
‘되게 별론데?’
유리의 무대는, 근본을 잃어버렸다.
평소 환하게 웃으며 무대를 즐기는 게 그녀의 무대였다면.
지금의 그녀는 뭐라고 해야 할까.
‘저거 억텐 아냐?’
흔히 말하는 찐텐과 억텐이었다.
찐텐, 진짜 텐션, 진심으로 신나서 텐션이 올라가는 것.
억텐, 억지 텐션, 억지로 텐션이 올라간 것처럼 행동하는 것.
유리는 지금 ‘유리’처럼 보이기 위해 행동하는 모양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꾸민 듯 안 꾸민 옷과 한 듯 안 한 듯 자연스러운 화장, 아닌 척하는 모든 게 전부 널 의식한 나라는 걸. 내 마음은 포르티시모, 네게 다가가는 속도는 피아니시모.]곡 자체는 참 유리다운 곡이다.
짝사랑을 상쾌한 감성으로 풀어냈는데, 마치 무대 위가 초록빛으로 물드는 것만 같았다.
‘확실히 실력은 좋아. 잘나가는 이유가 있기는 해.’
유리는 흔히 말하는 완성형 아티스트다.
외모부터 예능감, 음악, 춤 실력까지 모든 게 상한선에 다다라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많지.
유리를 진정으로 빛나게 해 주는 건 진심이었다.
그녀의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진심으로 무대를 즐기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더욱이 팬들마저 그 안으로 빨려들게 했다.
유리가 자아내는 짝사랑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그 짝사랑의 당사자가 된 것만 같이 말이다.
‘분명 그랬는데, 왜 저러지?’
지금의 유리는 약했다.
몰입도가 절반 이하로 뚝 사라졌다.
깊게 신경을 써야 알 수 있는 몹시 사소한 차이, 하지만 나라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왜냐.
그녀의 곡을 수백 번도 넘게 들으면서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까지 전부 분석했으니까.
‘첫 음을 찍을 때 톤이 흔들렸다. 목이 상했네.’
불과 1초 만에 위화감을 눈치챘다.
‘오늘 유독 늦게 왔던 것도 그렇고, 과로에 지친 건가.’
그렇다고는 해도 수준이 어디 가지는 않는다.
이미 훌륭한 무대다.
연출도 흠잡을 구석이 없이 화려하다.
아니, 유리 자체가 연출이 되었다.
그렇게 그녀의 무대를 주의 깊게 바라보고 있기를 한참.
나는 속으로 한 가지 결심을 내렸다.
‘곡 좀 만져야겠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