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임대경이라.’
내 라이벌이라고 자처하던 사람이었지.
카페에서 돌아온 뒤, 나는 그 녀석이 어떻게 되었나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깨달았다.
[임대경 YTG엔터테인먼트 대표.]그가 생각보다 출세했다는 사실을.
“오.”
임대경은 가수 출신으로 훗날 YTG엔터테인먼트라는 이름의 기획사를 차리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이곳이 심상치 않았다.
현재 한국 연예계를 삼등분하는 3대 엔터 중 하나. 그중에서도 뮤지션적인 면모가 강한 곳이라고 하였다.
[음악 그 이상의 음악, YTG 엔터테인먼트.] [대체할 수 없는 신선한 음악, 그 가치를 YTG가 지켜나갑니다.]찾아보면 찾아볼수록 가관이다.
사실상 YTG를 빼놓고는 한국 연예계를 논하기가 어려운 수준.
설마 내 라이벌을 자처했던 사람이 이렇게까지 성공했다니.
어쩐지 희미한 웃음이 흘러나왔다.
‘짜식, 결국에는 해냈구나.’
임대경이라는 사람을 곰곰이 떠올려 보면, 그는 언제나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나와 다룰 줄 아는 악기와 장르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포지션이 겹치는 사람이었는데, 날 꺾기 위해서였을까.
그는 언제나 죽을 만큼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언제나 내게 한 걸음, 아니, 두 걸음 뒤처지면서도 기어코 넘어서겠다고 아득바득 이를 갈았던 그가 내 눈에는 그리 나쁘게 비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김한석 추모 앨범 ‘Tribute to GHS’.]그가 내 추모 앨범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나를 놀라게 했다.
‘나를 마냥 싫어하진 않았던 건가.’
이상한 기분이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내 추모 앨범에 참여해 노래를 불렀다니.
더욱이 내가 이걸 살아서 듣고 있다니.
“…….”
어쩐지 쑥스러워져서 노래를 꺼 버렸다.
됐다.
그다음으로 국단대학교를 검색했을 때 든 생각은 이러했다.
‘돈은 정말 많이 뿌렸구나.’
임대경은 그의 모교인 국단대학교에 어마어마한 돈을 뿌렸다.
실용음악과 설립자금을 댔을 뿐만 아니라 온갖 시설 설립에 손을 뻗었는데, 거기서 나온 인재를 YTG엔터로 대거 채용해가기도 하였다.
아예 국단대생을 대상으로 특채 전형이 따로 있기까지.
그 탓에 연예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국단대학교에 이런 별명을 붙여 주었다.
[YTG 사관학교.]그만큼 국단대학교는 임대경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진 곳이었다.
‘사실상 학과 하나를 먹여 살렸네.’
이번에 우리 팅과 교류회를 가질 국단대학교 기타 동아리, [트레몰로]도 그런 곳이었다.
트레몰로는 옛날에 임대경 본인이 소속되었던 동아리이기도 한데, 교내 실용음악과 탓에 준프로급 인재가 넘쳐난다나.
아니, 아예 프로로 진출한 실용음악과 학생도 다수 소속되어 있었다.
‘어쩐지 관객 수가 좀 많다더라니.’
프로들이 모교라고 열심히 공연하는데 안 보러 갈 리가 있나.
그건 그렇고, 이거 쉽지 않겠다.
교류회를 가진다고 했던가.
말이 교류회지 여차하면 썰려 나갈 판국이겠다.
“흐음.”
“왜 그래?”
핸드폰을 잡고 고민에 빠져 있으려니 성민아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
“이번 교류회가 좀 어렵겠다 싶어서.”
“어렵게 생각할 거 있어? 그냥 교류회잖아.”
“일단 그렇기는 한데, 실력 차이가 좀 있잖아. 자존심 싸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교류회에 자존심 싸움을?”
성민아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조은솔이 끼어들며 말했다.
“한영이 말이 맞아. 자존심 싸움이 없진 않지.”
“진짜로요?”
다음 순간.
조은솔의 입에서 나온 말은 다소 놀라웠다.
“옛날부터 이 교류회라는 게 팅이 공개적으로 치욕을 당하는 행사에 가까웠거든.”
“…….”
이건 또 무슨 말씀이래.
* * *
이어진 조은솔의 이야기는 뭐라고 해야 할까.
마치 영토 침략으로 점철된 약소국의 역사를 보는 듯했다.
“팅 역사가 어느 정도게?”
“음.”
나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10년이요.”
“그건 너무 짧다.”
“그럼 20년.”
“조금 더 화끈하게 잡아 봐.”
“100년.”
“……그 정도는 아니고, 절반. 팅의 역사는 거의 반세기 정도 돼.”
오우.
생각보다 뼈대가 있는 동아리였군.
은근히 놀란 참인데 조은솔이 말을 이었다.
“옛날에는 [트레몰로]랑 [팅]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았거든? 오히려 두 동아리 회장들끼리 친구였다고도 하고.”
그러고 보면 두 동아리의 이름에는 은근히 닮은 구석이 있었다.
둘 다 ‘ㅌ’ 발음으로 시작한다는 게 그렇고, 기타 연주에서 이름을 따 왔다는 부분도 그러했다.
“사이도 꽤 좋았지. 서로 어느 정도 동등한 관계였어. 주거니 받거니가 가능했지.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격차가 확 벌어지더라고.”
“팅이 밀리기 시작했군요.”
“맞아, 그런데 그게 언제부터였게? 민아야, 한번 맞춰 봐.”
조은솔이 싱글벙글 웃으며 성민아를 바라봤다.
그녀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이상혁 때문에요?”
나름대로 합리적인 추측이었다.
그의 주도하에서 팅은 한때 헌팅 동아리로 바뀔 뻔했으니까.
그런데 조은솔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그것도 영향이 없진 않겠지. 하지만 그건 최근 몇 년 이야기야. 팅이 밀리기 시작했던 건 벌써 한참 전부터였거든. 이번에는 한영이가 한번 맞춰 볼래?”
나한테 표적이 돌아왔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나는 그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YTG 엔터 때문에 아니에요?”
“더 말해볼래?”
조은솔이 즐거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을 이었다.
“인터넷에서 본 건데, 거기서 국단대학교에 엄청난 투자를 퍼부었다고 하더라고요. 특히 실용음악과는 조금만 재능이 있어 보이면 전액 장학금을 주고서라도 데려온다고 하는데…… 그렇게 끌어들인 학생 중에 상당수가 트레몰로에 들어갔다고 치면 이상할 것도 없겠네요.”
이게 내 추측이었다.
국단대학교가 압도적인 인재풀로 몰아붙였다는 것.
애초에 우리 학교, 중경대학교에는 마땅히 음악 관련 학과라고 할 것이 없다.
승부가 되겠는가.
예비 프로 집단과 동호회의 싸움이다.
‘어린이와 성인이 링 위에서 싸우는 셈이야.’
더 볼 것도 없다.
그나마 치욕 수준에서 그친 게 다행으로 여겨질 정도.
“맞아, 한영이가 정확하게 맞췄어.”
조은솔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배시시 웃는 얼굴을 치우지 않으며 말했다.
“YTG 엔터의 원조로 국단대학교가 십몇 년 전에 실용음악과를 설립하고, 거기서 준프로급 인재가 쏟아지기 시작하면서 도저히 비벼 볼 구석을 찾기 어려워졌지.”
마치 자연의 이치를 보는 듯하다.
그런데 성민아는 그녀의 말이 이해가 안 된다는 듯 물었다.
“그렇게까지 차이가 나면 그냥 교류회를 안 하면 그만 아니에요?”
“그렇지? 민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굳이 스트레스받을 필요 없잖아요. 음악은 재밌으려고 하는 건데.”
“재미도 중요하지. 그런데.”
조은솔이 피식 웃으며 설명을 이으려는 찰나였다.
“남한테 지고는 못 살죠.”
내가 입을 열었다.
“올해 발렸다고 내년에도 그러겠어요? 실력 있는 후배가 등장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같은 대학생들끼리 경쟁심이 생길 수밖에 없죠. 또 준프로한테 졌다면 그렇게까지 부끄러울 일도 아니고요. 오히려 실력 향상에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겠죠. 실력 향상에는 경쟁심만 한 게 없잖아요.”
이게 내 생각이었다.
이쪽에서도 얻는 게 있으니 굳이 수치 플레이를 감수하는 것.
스포츠만 해도 그렇다.
그쪽은 타 대학과의 교류전이 아주 일상인데, 강호가 있다고 해서 꼬리를 말고 도망가겠는가.
아니다.
내년 복수전을 기약하며 이를 가는 게 정석이었다.
‘임대경, 그 녀석이 나한테 유독 경쟁심을 불태웠던 것도 그런 이유였겠지.’
어떻게든 한번 이겨 보자.
비록 내가 그를 라이벌로 인정한 건 아니지만, 같은 음악인으로서 한 번쯤은 가져 볼 감정이었다.
승부욕은 생각보다 좋은 MSG였다.
“맞아.”
조은솔은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아무리 몇 년을 연속으로 밀리더라도, 언젠가는 결과를 뒤집을 수 있겠지. 그런 생각으로 지금까지 교류회를 계속 이어 왔던 거야.”
그다음 순간이었다.
그녀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올해 들어서 팅도 결실을 거뒀잖아.”
“결실요?”
“그래. 그것도 아주 건실한 결실.”
무슨 비밀병기라도 마련했나.
뭘까.
조은솔의 말에 흔치 않게 호기심이 생겨서 다음 한 마디를 기다리는데, 조은솔은 말없이 그저 우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확신과 자신감이 함께 담긴 시선.
그 시선에.
“…….”
“…….”
눈싸움이 시작되었다.
서로의 동공을 마주하는 상태에서 몇 번이고 상대방의 항복을 기다리며 버텼다.
잠시 뒤.
유감스럽게도 패배자는 나였다.
임대경이 누군지 알아보겠다고 핸드폰 화면만 한참을 바라봤던 탓에, 안구가 건조해진 탓이었다.
‘분하다. 다음에는 이긴다.’
아무튼, 조은솔은 눈을 깜빡거리며 말했다.
“으음, 아무튼 너희 둘이야.”
“저랑 한영이요?”
성민아가 놀란 표정으로 되묻자, 조은솔이 웃으며 답했다.
“아니면 누구겠니. 의선이?”
“걔는…… 아니겠죠.”
정의선은 배움에 대한 열의는 있지만, 아직 초보자 수준이다.
올해 신입생 중에서 존버의 결실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나나 성민아 외에는 없었다.
“내가 팅에 들어오고 벌써 3년이 지났어. 그동안 위로 선배만 세 기수가 지나갔고, 아래로도 세 기수가 들어왔어.”
“…….”
“너희는 그중에서도 가장 뛰어나. 한 명만 있어도 그런데, 무려 둘이나 들어왔잖아.”
어쩐지 그녀의 얼굴이 아까부터 줄곧 웃는 표정이었던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나와 성민아에게 기대감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줄곧 국단대학교에게 처참하게 밀려왔는데, 이번에는 되갚아 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것이겠지.
그것도 홈그라운드에서.
나는 그 감정이 어쩐지 이해가 되어서 그녀에게 말했다.
“저희요. 이번 교류회가 정확히 언제라고 했죠?”
“다음 달 말.”
이건 다행이다.
앞으로도 한 달 가까이 시간이 남았다.
‘5월 말이라.’
기말고사 직전이라는 기가 막힌 날짜 선정이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에 모자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쩐지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려니 우습기도 하였다.
‘생각해 보면 기껏 해 봐야 대학생 동아리 수준인데 긴장하게 되네.’
이유라면 알 것도 같았다.
내게는 엄청난 약점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국단대학교 학생들은 물론, 같은 팅 멤버들 사이에서도 처절하게 밀리는 약점이.
하지만 약점은 극복하면 그만이다.
스륵.
나는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한영이 가게?”
“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오늘부터 할 일이 있거든요.”
한 번 더 말하겠지만, 약점은 극복하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동아리방을 나가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이번 교류회요, OB(졸업생)들도 오나요?”
프로가 많다고 했지.
그렇다면 졸업생들까지 끼면 깽판이다.
학살도 정도가 있지, 프로까지 끼면 그건 너무하지 않겠나.
혹시 하는 생각에 물어본 참인데 조은솔은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아니, 보러 오는 사람들은 많아도 행사 자체에 참여하는 경우는 잘 없어.”
“어째서죠?”
“기본적으로 바빠서 준비할 시간이 없는 것도 없는 거지만, 쪽팔리잖아.”
조은솔은 피식 웃더니 말했다.
“이미 업계 진출해서 프로씩이나 되는 사람들이 학부생들 행사에 끼어들어서 분탕을 치면, 얼마나 보기 꼴사납겠어. 저 인간들은 왜 저러나 싶겠지. 한참 옛날 사람들이 어린 애들 사이에서 나잇값도 못 하고 무슨 짓이야.”
“…….”
갑자기 말이 안 나왔다.
분명 남한테 하는 말인데 어째서인지 나한테 하는 말 같다.
유감이다.
“한영아, 왜 대답이 없어?”
“아뇨, 전적으로 누나 말에 동의해요.”
“그렇지?”
“네.”
* * *
누군가에게 음악을 배운다고 칠 때, 좋은 선생이란 과연 어떤 사람일까.
본인이 뛰어난 사람이 좋은 선생일까, 아니면 실력 있는 제자를 다수 배출한 사람이 좋은 선생일까.
내가 생각하기에는 이 둘 모두 정답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본인이 뛰어나다고 남을 잘 가르치리라는 법은 없지.’
당장 내가 그렇다.
정의선이 내게 기타를 가르쳐달라고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말이라고는 틈틈이 또 꾸준히 연습하라고 권유하는 정도다.
전자가 이렇다면 후자는 또 어떨까.
‘실력 있는 제자를 둔 선생이라, 원래부터 잘난 제자들만 받았을 가능성도 있지.’
음악계에서는 널리고 널린 일이었다.
실력을 수치로 입증할 수가 없으니, 그냥 유명하다는 이유로 뛰어난 제자를 다수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다면 진정 실력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아니, 그 어느 잣대 앞에서도 변하지 않는 가치를 지닌 선생은 누구일까.
이거 하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이론으로 무장한 사람.’
세상이 바뀌어도 이론은 바뀌지 않는다.
사람은 입에 침도 안 바르고 미사여구를 던질지언정, 이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삼십 년의 시간이 흘렀다.
‘음악 시장이 극적인 발전을 거둔 만큼, 그 사이 이론의 발전 또한 있었겠지.’
나는 그것을 배울 생각이었다.
“한 달이요?”
“네.”
“쉽지 않겠는데.”
내 앞에 앉은 사람.
세계에서 이론으로는 가히 최정점을 이뤘다는 보컬 트레이너 세스 로버츠.
……가 탄생시킨 현대 최고의 보컬 발성법 SR 발성법.
……을 시사한 한국 발성 학원 JEM의 원장.
……에게 고용된 성인 취미반 트레이너가 내게 말했다.
“그래도 한번 해 보죠.”
나는 그의 얼굴을 빤히 보다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잘 부탁드릴게요.”
트레이너의 어깨너머로 SR 공식 인증 강사 자격증이 눈에 들어왔다.
얻어갈 건 충분히 얻어갈 수 있으리라.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