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6
186화
방송을 시작하고 언제나 느끼고 있는 게 있다.
바로, 우리 방송 시청자들은 충성도가 아주 끝내준다는 것.
네온 엔터 측에서 제공한 지표에 의하면, 같은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타 방송인들의 다섯 배를 넘게 나온다고 하였던가.
이번에도 같은 일이 일어난 듯했다.
“이틀 만에 누적 뷰 500만 돌파라…….”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물론, 이제 내가 조회 수 500만으로 놀랄 체급은 아니지.
하지만 저건 유료 플랫폼이거든.
미튜브는 계정이 없더라도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지만, 아이플러스는 월정액을 끊어야 볼 수 있거든.
그런 이유로 이번만큼은 나도 진심으로 감탄했다.
“구독자가 120만을 조금 넘는데, 어떻게 아이플러스 시청자가 500만이 넘냐.”
고희범이 놀라기도 지쳤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기타를 만지작거리다가 말했다.
“내 방송이니까 당연한 거 아닌가?”
“즈기요. 대표님, 이런 데서 나르시즘 과시하지 마시고요.”
“나르시즘이 아니라 나르시시즘.”
“잘 아네. 잘나가서 좋겠다.”
“내가 좀.”
어찌 됐든 청신호가 들어왔다.
아이플러스에서는 이미 샴페인을 땄다고 했지.
그쪽 김 부장한테 반쯤 술에 취해서 연락이 왔는데, 내 덕에 한 건 했다면서 꺼이꺼이 술주정이 있었다.
‘단기간 조회 수 증가로는 아이플러스 한국 지부에서 역대 1위였다고 했지.’
중요한 건, 단순 조회수만 높은 게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별점: 4.9/5] [김한영은 정말 전설이다.]평가야말로 기록해 둘 일이었다.
[안에 나오는 곡을 거의 다 자기 작사작곡으로 진행하네] [사실상 공짜 뮤직비디오 아님?] [ㄹㅇ 사실상 편당 1시간짜리 뮤직비디오잖아] [ 1화에서 바닷가 버스킹 난입 저거 애청자들한테 팬서비스한 거 아니냐] [임선우 등장하는 장면에서 광광 우럭따] [기만영 트로트도 할 줄 알았느냐]전체적인 평가가 좋았다.
[한영 아카데미]야말로 지금까지의 내 방송 중 최고의 컨텐츠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정도. [편집력 뭐냐고 ㅋㅋㅋㅋㅋ] [진짜 센스만 보면 어지간한 지상파 방송보다도 낫다고 본다] [그건 좀 오바] [내가 볼 땐 ㄹㅇ인데? 고희범 정도면 단순 재미만 보면 1티어 맞음]고희범이 그동안 차근차근 쌓아 두었던 편집 실력이 드디어 꽃을 피웠다.
무려 20명에 가까운 출연진을 전부 조명하는 데 성공해 버린 것.
[은솔이 리액션 ㄹㅇ 혜자네 ㅋㅋㅋㅋ] [민아 왜 꽁함?] [원래 타고난 얼굴이 꽁한 얼굴임] [↑ 너 어디 사냐] [의선이 두 사람 사이에 껴서 안절부절을 못 하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편집 실력도 계단식으로 성장한다고 하였던가.
네온 엔터에서도 이번 컨텐츠에 심혈을 기울인 만큼, 고희범에게 갖은 인력을 제공해 주었다고 한다.
어떤 관점에서 보자면 고희범에게는 기획자로서의 실력이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아직 모자라지만, 대신 이를 웃도는 기획 능력으로 땜빵하고도 남았다.
그 결과가 이것이었다.
[1화부터 3화까지 연속 시청률이 95%가 넘습니다.]김 부장의 말이었다.
단순 단기간에 뷰 상승치만 보자면 [한영 아카데미]보다 잘 나온 방송이 몇 개 존재한다.
하지만 연속 시청률을 보자면 전체 1위라는 게 그들의 평가였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내일 해외에도 오픈한다고 하더라. 그러니까 8시간 뒤부터.”
아직 해외가 넘었다.
새삼스럽지만 아이플러스 한국 지사는 멀티다.
본진은 북미로서, 당장 내일이면 한국과 일본 및 중국에 3개 국어 자막을 달고 서비스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한영아, 우리 이러다가 진짜 그래미나 빌보드도 가게 되는 거 아니야?”
조은솔이 헤실헤실 웃으며 말했다.
“넷플레이에서 뜨고 유명해진 한국인들 많다고 하잖아. 그 무슨 스님? 사찰 요리로 제임스 비어드 상 탔다는 분도 계시고.”
“제임스 비어드 상? 그게 뭔데?”
“응, 요리계의 아카데미 상이라고 불리는 거 있어. 아, 진짜 너무 유명해지면 어쩌지? 그냥 대학원도 때려치울까?”
“조은솔, 김칫국을 아주 장독대째로 들이켰구나.”
“지금은 그래도 돼.”
“그래, 꿈꾸는 건 자유라잖아.”
홍윤서는 조은솔이 하는 말이 농담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형, 그거 꿈 아니에요.”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빌보드도 조만간 한 번 찍기는 해야죠.”
해외 진출은 언젠가 지나가야 할 과정일 뿐, 그렇게까지 의미를 둘 일은 아니라는 게 내 생각이었다.
그런데 홍윤서가 안면 근육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야, 진지하게 하는 말 맞지?”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럴 생각이었어요. 한국 1위는 금방 달성하고, 해외 진출한 다음 빌보드 1위까지는 가려고 했죠.”
한국 시장 1위는 분명 기념비적인 일이 맞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이미 달성해 본 일이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전생에 못 해 본 업적을 이룩한다면, 그건 해외 시장 공략이 맞았다.
“음, 한영아.”
내 말을 한참이나 들은 조은솔이 흐뭇하게 웃더니 말했다.
“지금 촬영 중이 아니라서 다행이다.”
“왜요?”
“방송에서 그 말 나왔으면 허언증이라고 기사 떴을 거야.”
자기도 빌보드 진출하고 싶어 하는 것 같더니 왜 이래.
“김한영, 드디어 돌아 버렸느냐.”
고희범은 원래 저랬고.
* * *
미튜브의 은밀한 장점이 하나 있다.
바로, 국내 해외로 지역 제한이 거의 없다는 것.
해외에서 성공한 영상은 한국에서도 바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반대로 한국에서 성공하더라도 이내 해외로 퍼질 수 있다.
요즘 세상에서 미튜브는 몹시도 훌륭한 K-POP의 광고판이 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와중, 최근 점점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뮤지션이 있었다.
“김한영 신곡 들어 봤어?”
김한영이었다.
머리를 길게 땋은 여성 한 명이 들뜬 목소리로 떠들기 바빴다.
“이번에 또 신곡 냈잖아. 그리고 또 방송도 만들었는데, 그게 아이플러스에 나왔대. 오늘부터 영어 자막 달고 서비스한다더라? 진짜 대박이야.”
그녀의 이름은 레베카.
최근 미국의 메이저 레이블을 통해 데뷔한 가수였다.
레베카는 데뷔하기도 전, 그러니까 고등학생 시절부터 한국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
그걸 온 사방에 드러내고 다니기도 했고.
“노래 들어 보면 딱 아는데, 듣자마자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니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너드 취급을 받았지만, 요즘 들어 해외에서 한국 음악의 위상이 올라가며 당당하게 취미를 밝힐 수 있게 되었다.
슬슬 한류를 접하며 자란 사람들이 현업에 진출하는 시기인 셈.
그래도 김한영은 아직 예외였다.
“김한영?”
그녀의 담당 프로듀서, 올리버 맥튼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돌?”
“아이돌은 아닌데.”
“그럼 굳이?”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
한국 음악을 듣는다면 아이돌이 주류다.
시장에서 확실하게 인정받고 있다고 말해도 좋았다.
하지만 그 외 장르는 특별한 주목을 못 받는 게 최근 한류의 현실.
그럼에도 레베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냥 다음 앨범에 김한영 스타일로 곡 하나 넣어 볼까 고민하는 중이야.”
“꽤 재밌는 농담이었어.”
“진심이야.”
“……레베카.”
심상치 않은 열기에 올리버가 그녀를 나무라듯 말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다음 앨범 작업에 더 집중하자. 응?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기잖아.”
걱정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한류에 너무 빠진 레베카의 모습이 올리버에게는 시름 거리였다.
그는 경험이 많은 프로듀서다.
신인들이 다른 가수의 영향을 너무나도 쉽게 빠르게 받는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자칫하면 레베카가 기껏 쌓아 올린 방향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
‘그러면 대중은 나한테 책임을 물을 테고.’
신인의 재능을 망쳤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런 올리버의 마음을 모르는 걸까. 레베카는 아랑곳하지 않고 주장을 이어나갔다.
“그래도 김한영은 진짜야. 조만간 빌보드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몰라.”
“레베카, 네가 그렇게 말한 한국인 가수가 좀 많은 거 알지? 네 말대로였으면 이미 빌보드 탑 100의 5분의 1은 한국인 가수가 차지했을걸?”
“그 안에서도 김한영은 더 진짜야.”
“아무렴.”
“진짜래도.”
“누가 뭐랬니?”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 올리버의 모습에 레베카의 볼이 부풀었다.
이것 또한 한국 예능을 보면서 붙은 습관이었다.
“그러지 말고, 응? 오늘부터 한영 아카데미가 아이플러스에서 서비스한다고 하니까 꼭 봐 봐.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그럴 시간 없어.”
“그러면 나도 앨범 작업할 시간 없거든.”
“레베카, 너 꼭 애처럼.”
“나 좀 믿어 봐. 응? 대박 부탁이야.”
“…….”
어림없는 유행어에 애교까지 부리는 레베카의 모습에 올리버의 이마 주름이 한결 더 깊어졌다.
하지만 어찌 되든 레베카는 잘나가는 신인이 맞다.
어쩌면 그녀의 독특한 감성에 한류가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있기도 하고.
정작 올리버가 한류에 큰 관심이 없다는 게 문제일까.
그는 온갖 변명을 고려해 보기를 잠시, 어떤 가정을 해도 레베카의 억지를 넘어설 수 없으리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어디서 하는데?”
그 짧은 말에 레베카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아이플러스. 가입하면 1달 동안 무료야.”
“1편만 보고 오면 되지?”
“3편까지 다.”
“그건 너무 길어. 한 편만 본다.”
“나.”
“이 이상은 안 돼. 나도 바쁜 몸이야.”
“……어쩔 수 없지. 허락할게. 하지만 진짜로 봤나 하나하나 다 물어볼 거야.”
그날 새벽 1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간 올리버는 쓰러지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억누르며 TV를 켰다.
그리고 [한영 아카데미]를 시청하기 시작하고 잠시 뒤.
‘괜찮기는 하네.’
김한영의 실력이 그럭저럭 볼 만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크게 주목할 것까지는 없다는 게 그의 평가였다.
실력은 무난하다.
‘음악은 살짝 트랜드에서 벗어난 감이 있지만, 요즘 같은 뉴트로 붐에는 오히려 괜찮겠어. 잘만 포장하면 한국 가수라고 주목도 받을 수 있겠고.’
하지만 거기까지다.
미국 3대 레이블 중 하나에 소속된 올리버 맥튼의 입맛에 맞추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흔히 보이는 ‘재능 있는 신인’ 중 하나 정도일까.
‘솔직히 끄고 싶은데, 본 척하면 내일 레베카가 난리 칠 게 분명하고.’
그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금 화면에 눈을 돌렸다.
그리고 또 잠시.
‘……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한 편이 끝나 있었다.
분명 잠깐 본 것 같은데, 시계를 보니 어느새 40분이 흘러 있었다.
‘중간에 뭐였지?’
언제부터였지.
그러니까 처음에는 평범했는데, 보다 보니까 어느 순간 훅 몰입해 버렸다.
아마 김한영이 남의 라이브에 난입했을 때부터였나.
귀신에 홀린 것만 같은 기분에 올리버는 다시 한번 시계에 눈을 돌리고는 생각했다.
‘……켜 놓고 자야겠다.’
그는 김한영에 대한 평가를 재고하며 다시 리모콘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그가 잠든 시간은 새벽 5시.
[한영 아카데미] 3편을 전부 시청하고, 김한영이 여태껏 올린 영상 중 뮤비와 라이브 영상을 대거 시청한 뒤였다.* * *
이튿날.
한영 아카데미 4화 촬영을 본격적으로 개시하지도 않았을 무렵.
나는 좋은 소식을 하나 더 들을 수 있었다.
[한영 아카데미 미국 아이플러스 TOP 5 진입]한영 아카데미가 미국에서 점점 입소문을 타더니, 돌풍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TV쇼 순위 TOP 5에 진입했다는 소식이었다.
미국 본사도 놀랐다나.
이 모든 화제의 중심에는 레베카 로드리게즈라는 가수의 미칠듯한 SNS 홍보가 있었다고 했다.
[레베카 로드리게즈(V): 진짜 진짜 이거 꼭 봐! 모든 우주 팬들이 다 봤으면 좋겠어! 나 이거 1위 못 하면 은퇴할래!] [하비 콘(V): 나도]요즘 사람들은 은퇴를 참 좋아한다.
임선우도 그렇고.
이 사람은 대체 왜 이럴까.
“……이러다가 진짜로 빌보드도 찍겠네.”
조은솔은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에 할 말을 잃었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한영아, 너 설마 여기까지 예상했어?”
“흠.”
그걸 설명하자면.
아니요.
이거까진 몰랐는데.
어떻게 예상하나.
하지만 나는 저 하늘에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이기에 당당히 말했다.
“물론이죠.”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