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4
194화
‘좋아, 우선은 성공이다.’
김한영의 등골로 식은땀이 흘렀다.
예전에 한번 무대에서 연출로 실패할 뻔한 적이 있기 때문일까, 큰 규모의 연출에 사소한 불안감이 있는 그였다.
하지만 당장은 괜찮다.
‘아직 몇 발 남았다.’
저 정도로는 아직 연출의 시작조차 아니라서 문제지.
정교하기 짝이 없는 연출을 준비해 두었다. 정교하다는 것 곧 실패 확률이 크다는 말과도 같았다.
드론 연출이 만능이 아니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 바로 무용지물이다. 비가 내리면 그보다도 못하다.
만에 하나 관객 중 누군가가 돌만 던져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드론이 저렴하지 않다.
무엇 하나 대당 백만 원을 호가하는 모델들이었다. 수백 대를 동원했으니, 순수 드론에만 몇억을 쏟아부은 셈.
실패한다고 해서 당장 망하지는 않겠지만 속이 적잖이 쓰리겠지.
물론, 돈보다는 무대를 제대로 못 살린 게 아쉬워서 말이다.
이런 갖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위험 부담을 감수할 가치가 있어.’
김한영의 머릿속 청사진은 이대로 강행하라고 외쳤다.
차분하게 심호흡을 다시고는 입을 열었다.
“이번 한영 아카데미 공연을 보러 전국에서 와 주신 모든 시청자분께 감사합니다. 이 벅찬 감정을 어떻게 보답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래서 말로 보답하기보다는, 무대로 돌려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의 신호와 함께 곧이어 드론 열 몇 대가 추가로 상공에 떠올랐다.
그 드론들에는 거대한 천이 달려 있었다.
마치 돼지껍데기처럼 넓적하고 넓은 천이었다.
수천 명의 관객이 한눈에 볼 수 있을 만큼 거대한 천.
제아무리 가벼운 천이라고는 해도, 워낙에 넓은 만큼 무겁다.
당연히 드론 몇 대로는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열 대 이상을 동원했다.
프로그래밍 단계에서 저거 하나가 자꾸 꼬여서, 연출 팀에서 굳이 이걸 해야 하냐며 매일 울었다지.
‘하지만 해냈다.’
드론 연출의 끝을 장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말이다.
곧 하늘에 넓은 스크린이 떠올랐고, 관객들의 웅성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얀색 천이네?”
“되게 크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다.
곧이어 그 천의 너머로 드론 한 대가 달달 거리며 날아갔고.
촥!
거기에 탑재된 프로젝터가 빛을 뿜었다.
빈 허공에 스크린과 프로젝터가 맞물렸다.
이어진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와.”
관객들 사이로 감탄의 목소리가 퍼져나갔다.
“별이 떨어지네.”
“진짜.”
“하늘 위에 하늘이 또 있다.”
스크린으로 또 하나의 하늘이 재생되는 것이었다.
물론, 빈 하늘에 프로젝터가 뜬 만큼 흔들림은 피할 수 없다.
‘그래서 흔들려도 되는 영상으로 구성했다.’
그게 저것이었다.
별똥별이 떨어지거나, 저녁 하늘에 태양이 떠 있다거나 하는 것들.
굳이 고화질로 선명하게 볼 필요가 없다면, 흔들리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구상으로는 설마 될까 했는데, 됐네.’
김한영은 마침내 안도하고는 말했다.
“멋지죠?”
짧은 세 글자.
그에 관객들이 고개를 숨 가쁘게 끄덕였다. 여전히 하늘에 떠 있는 스크린에 눈을 고정한 채로 말이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
김한영이 양팔을 널리 들어 올리며 선언했다.
“웰컴 투 강릉 올림…… 이 아니라, 한영 아카데미.”
* * *
[한영 아카데미] 공연 영상이 마침내 실시간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그리고 그 결과물은 모두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이건 단순 공연 영상을 넘어서서.
[페스티벌 아님?]하나의 페스티벌이었다.
밤하늘을 수놓은 드론의 무리가 그러했으며, 참가한 구성원들이 그러했다.
[역시 잘하기는 하네] [확실히 구성이 좋음] [6명에서 이 정도면 괜찮지] [정호영 저 사람 나중에 뜰 것 같은데? 곡도 좋고] [김소연도 잘한다. 최근 미튜브 구독자 20만 뚫을 기세던데 ㄷㄷ]원래 한영 아카데미의 최종 참가자였던 6명이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방송의 주인공일지언정, 공연의 주인공이라기에는 어느 정도 어폐가 있었다.
왜냐면.
[팅 공연이 훨씬 많네?]그들보다 김한영을 포함해 팅 식구들의 공연 분량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라이브 공연 시간 2시간 잡았다길래 딱 6명 나오고 끝나지는 않을 것 같기는 했는데] [ㄹㅇ로다가 다 나오네?]조은솔, 홍윤서, 정의선, 성민아를 포함해 팅 식구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 분량도 퀄리티도 결코 본선 참가자들에게 모자라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주인공인 것만 같았다.
‘방송은 방송이고, 서비스는 서비스지.’
공연이 2시간이다.
참가자 6명에게 40분을 할애하더라도 남는 시간이 1시간 20분이다.
이걸 서비스로 덧붙여서 나쁠 건 없지.
어차피 매체 특성상 상영 시간에 한계는 없다.
TV 방송이었다면 촘촘한 편성 탓에 불가능할 일이다만, 역으로 TV 방송이 아니라면 얼마든지 가능했다.
온라인 방송의 장점이었다.
“여름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겨울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벤티에 샷 두 개 추가.”
김한영의 노래가 강릉 하늘에 울려 퍼졌다.
원래 좋았던 실력이 날이 갈수록 숙련도가 올라가, 이제는 어느덧 경지에 다다랐다.
똑같은 멜로디를 내더라도 극한으로 디테일을 집어넣는 게 그가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
불과 음절 다섯 개에 10개 20개의 디테일이 들어갔다.
“두부가게 아저씨는 힘이 장사라네.”
첫음절 두는 가볍게 들어갔다.
잼 발성학원 장영민 원장의 조언이 적용되었다.
[소절을 부를 때 첫음절이 이후의 발성을 정합니다. 자동차의 기어를 떠올리세요. 첫음절에서 성대의 위치를 잡고 들어가는 겁니다. 첫음절을 가볍게 들어가면 그 소절 전체가 가벼울 겁니다. 첫음절을 묵직하게 들어가면 반대로 진하겠지요?]하지만 똑같은 음절을 찍는다고 끝이 아니다.
김한영의 음절은 똑같은 미- 라고 해도 그 안에서 여러 변화를 거쳤다.
약한 미.
강조한 미.
아주 살짝 플랫된 미.
귀에는 잘 들리지 않지만, 호흡으로 존재하는 미.
아주 조금만 어색하더라도 불안정한 발성처럼 들릴 수 있는 변화의 연속.
장영민 원장은 이에 대해 경고했었다.
[노래를 부를 때 우리는 선택해야 합니다. 무난하게 잘 뽑는 것과 적극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것. 일반적으로 대중 귀에 잘 부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전자입니다.]가수의 딜레마였다.
디테일을 넣는 건 들어가는 품에 비해 평가가 좋지 못하다.
1부터 10이 있다면, 9까지는 큰 디테일 없이 평탄하게 뽑는 것에 미치지 못할 때가 많았다.
10에 달한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디테일이 많은 가수는 대개 라이브에서 약했다. 스튜디오라면 모를까, 라이브에서는 신경 쓸 게 지나치게 많은 나머지 그 디테일을 온전히 살려 내지 못하는 것이었다.
[속사포 랩을 주 무기로 삼는 래퍼들이 라이브에서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학생은 타고난 음색이 좋으니 무난하게 뽑는 게 최선일 수 있습니다.]요리로 치면 복잡한 음식이 대개 단순한 음식을 못 이겨 내는 것과도 같다.
세상에는 같은 이치를 공유하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 가르침에 김한영은 물었다.
[그 디테일을 라이브에서도 폼이 떨어질 것 없이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면요?] [쉽지 않습니다.] [만약에 해낸다면요?] [안타깝지만 신인 때는 누구나 다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스튜디오 특화 가수라며 놀림을 받기를 십몇 년을 반복한 뒤 대개 생각을 고치지요.] [그래도 꼭 해야만 한다면요?] [……억지를 부린다면.]장영민 원장은 고민하다가 말했다.
[전설이 될 겁니다.]압도적인 디테일의 추구는 전설이 될 수 있다는 것.
그 뒤에 덧붙였다.
[대부분은 망하겠지만요.]그렇게 보낸 시간이었다.
디테일을 쌓는 건 원래부터 익숙했다.
한계까지 디테일을 넣고 또 넣으며 타협하지 않았다.
한 번 하기로 정했다면, 온전하게 소화해 낼 때까지 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을 반복해서 불렀다.
쌓인 디테일을 라이브에서도 그대로 소화하기 위한 발성에 시간을 투자했다.
이 모든 걸 기타를 치며 숨 쉬듯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게끔 체화했다.
끝내.
해냈다.
“참기름에 간장이 함께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네. 묵은지도 주세요.”
디테일.
들리지 않더라도 티끌이 쌓여 태산을 이루듯 끝내 차이를 인식할 수밖에 없는 디테일이 그의 노랫말 속에 존재했다.
‘노래를 저렇게 부를 수 있는 건 쟤밖에 없을 거야.’
한 발 떨어진 성민아가 작게 조소했다.
그녀이기에 알 수 있었다. 김한영의 행동이 얼마나 무모한 행동인지.
저건 편집증이었다.
아무도 안 알아봐 줄 수도 있는 일이자 자기만족으로 끝날 확률이 높은 그런 일이었다.
대중은 생각보다 가창력에 무관심하니까.
타고난 음색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게 요즘 정론이니까.
‘그냥 쉽게 부르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어차피 음색도 좋으니까.’
하지만 동시에 또 알았다.
김한영의 방식이 얼마나 숭고한지.
‘해냈으니까 할 말이 없네.’
그녀가 해낼 순 없는 일이다. 그녀에게는 디테일을 저렇게 광적으로 파고들 생각이 없었다.
굳이 그래야 할 필요성도 못 느꼈고.
저게 가수로서 정답이 아닐 수도 있고.
그저, 다른 누군가가 해낸 일에 일말의 존경심을 느꼈을 뿐이다.
그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타협한 건 아니다.
‘……그래도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눈앞에 있으니, 따라잡기 위해 더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김한영이라는 자극제가 그녀의 앞에 놓였다.
눈을 돌릴 수 없는 결과물이 한 차례 타협하려 했던 그녀를 꾸짖었다.
‘지금은 네가 더 잘하지만, 5년, 1년 뒤에는 또 몰라.’
유리도 생각했다.
‘나도 다음 앨범은 저렇게 해 볼까?’
* * *
[한영 아카데미] 결산 콘서트.아니, 한영 페스티벌이라고 불러도 좋을 공연이 어느 지점에 다다랐다.
참가자 6명의 차례는 끝났다. 팅 식구들도 각자 한 곡씩을 불렀다.
유리도 게스트로 한 곡을 소화했으며 나도 세 곡쯤을 나와서 불렀다.
“즐기고 계십니까?”
“네!”
짧은 질문에 1만이 넘는 목소리가 밤하늘의 폭우처럼 쏟아졌다.
“김한영 최고다!”
“우와아아아아아――!!”
“사랑해요!”
폭발적인 호응이 느껴지는 한편, 이 순간은 어떤 의미에서는 정체기와도 같았다.
클라이맥스를 앞두고 한 차례 쉬어 가는 시간.
폭풍전야.
내가 알고 관객들이 알았다.
지금 숨을 고르며 쉬어 가는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지만, 난 이번 무대의 아직 필살기를 꺼내지 않았다.
‘이제 슬슬 타이밍도 무르익은 것 같은데.’
잠시 시선을 돌려 이번 방송의 실시간 화면을 확인해 보았다.
[현재 방송 시청자 수: 1,281,453명]실시간 100만을 넘어섰다.
무료 방송이라 수가 부풀었다는 걸 감안해도 썩 괜찮은 성과.
내 방송을 안 보는 사람이라도 일단 켜 놓고 있는 셈이었다.
여러모로 시류가 잘 맞아떨어졌다.
조작 사건도 결과적으로 이번 방송의 비료가 되어 주었지. 이래저래 화제성으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내일부터는 더할 예정이다.’
이번 방송을 빌보드에 진출할 교두보로 삼는다.
나는 그 정도의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직 한 발 남았죠?”
“…….”
“소개하겠습니다.”
모두의 침묵이 자리 잡은 찰나.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온 사방에서 들리는 것만 같은 지금, 이 순간.
온 세상을 검은 천막이 덮은 것만 같은 어둠 속에서, 나는 오직 나만을 바라보는 백만 명을 향해 말했다.
“월드 넘버원.”
그 순간 뒤에서 터지는 소리가 흘러나오며 하늘에 영상이 떠올랐다.
[World No.1]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길이길이 알려질 이름.”
[For centuries]또다시 스크린에 글자가 떠올랐다.
차례차례, 내 말에 따라 계속해서 스크린이 호응했다.
“데뷔 1년 차에 시장을 장악한 초신성.”
[Supernova]“이름 그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가수.”
[Celebrity]“믿고 들을 수 있는 아티스트.”
[Goosebumps Guaranteed]“바닥부터 시작해 정상에 오른 그 뮤지션.”
[Hunting high and low]“천상의 목소리.”
[Knockin’ on heaven’s door]그렇게 한창이나 말을 이어나가다가 슬쩍 채팅창 스크린을 봤을 때였다.
[신인 주제에 월드 넘버 원 ㅇㅈㄹ] [기만영 개같이 부활] [저 샛기 또 지자랑하네] [ㄹㅇ 안 저러면 뭐? 죽나?] [좀 얌전하다 싶더라니 언제 하나 기다렸다] [지 입으로 지 노래는 믿고 들을 수 있대 엌ㅋㅋㅋㅋ] [천 ㅋㅋㅋ 상의 ㅋㅋㅋㅋㅋ 목ㅋㅋㅋ소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새끼 이거 하려고 사람들 부른 거임 ㅋㅋㅋㅋㅋㅋ]뭐래냐.
“…….”
그래.
이래야 우리 시청자들이지.
나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레베카 로드리게즈.”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