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03
203화
“후우.”
작업실에서 빠져나와 숨을 폐 속까지 한껏 들이마신 순간이었다.
눈을 뜨자, 세상이 조금 다르게 보였다.
‘새벽이네.’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아침이었는데, 이제 새벽이었다.
가로등과 편의점 정도를 제외하고서는 불빛이 도무지 보이질 않고, 길을 걸어 다니는 사람도 드문 시각.
낮이 아니다.
말 그대로 새벽이었다.
20시간 동안 쉬지 않고 방송을 이어 나간 결과였다.
하루를 건너뛰고 이 시간이 되어서야 작업실에서 빠져나온 것.
“어이가 없네.”
작게 중얼거리려니 홍윤서가 작게 물었다.
“왜 임마.”
“아뇨, 이제 이런 시간대가 아니면 밖에 나오기도 좀 그래서요.”
“네가 무슨 어둠의 자식이냐.”
“그런 게 아니라.”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어디를 가든 알아보는 사람이 너무 많잖아요. 낮에 나가려면 모자 쓰고 마스크 쓰고 그러는데도 그게 역으로 더 튀고.”
사람들이 알아본다.
밥을 먹으러 가도 알아보고, 마트를 가도 알아본다.
하다못해 학교생활도 여의치 않다 보니까, 이번 학기에는 출석이 뜸했다.
‘자퇴해야 하나.’
너무 알아본다.
물론, 옛날 김한석 시절에도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때는 간신히 말을 붙이는 정도였다면, 이제 핸드폰 카메라부터 들이밀고 본다는 정도가 차이점일까.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그렇고.
“사생활이 없는 느낌이라서요.”
“배가 불렀네. 인기 조금 많아졌다고 벌써. 쯔쯔쯔. 감사한 줄 알아.”
“감사하죠. 이건 이것대로 나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편하게 돌아다니려면 최소한 국내에서는 어렵지 싶어요. 애초에 형도 그렇잖아요.”
내 말에 그는 골똘히 고민하듯 턱을 긁적이더니 말했다.
“흠, 그럼 해외로 나가야 하나?”
“그러게요. 외국 나가서라도 편하게 지내려면 지금보다는 덜 떠야겠네.”
“진짜로?”
“아뇨, 기왕 시작했으면 우주대스타까지는 찍어 봐야죠.”
“크, 일관적인 광기.”
홍윤서가 어색한 말장난과 함께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내 입만 대화를 나눌 뿐, 시선은 전혀 그에게 가 있지 않았다.
그보다는 뭐라고 해야 할까.
‘슬슬 여기쯤까지 왔으면 반응이 있을 법도 한데.’
주위를 살피기 바빴다.
“형, 조금만 더 걷다 들어가죠. 이제 잠이 좀 깨려고 하네.”
“옹야.”
혹시 또 모른다는 생각에 더 어두운 곳으로 걸어갔을 때였다.
딸그락.
저 멀리서 돌멩이 구르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곳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
‘나타났구나.’
저 멀리.
약 20m쯤 떨어진 곳에 기대했던 사람이 서 있었다.
검은 복면에 검은 마스크, 검은 옷에 검은 장갑까지 단정하게 빼입은 그런 사람이, 정확하게 이쪽을 바라보며 엉거주춤 서 있었다.
명실상부하게 수상한 거동이었다.
‘운이 좋군.’
* * *
김진산 사장을 만나고 돌아왔을 무렵부터 계속 생각했던 게 있었다.
‘내가 누군지는 알았을 텐데, 왜 그렇게 늦게 불렀을까.’
왜 그가 나를 불렀을까 하는 것이었다.
아마 요즘 들어 어지간히 요란하게 싸돌아다녔으니까 그랬겠지.
신곡이 김한영 당사자만 알 법한 곡이었던 것도 그랬고.
하지만 김진산 사장이 굳이 늦게 연락을 했다는 데서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도 슬슬 각을 잡고 있었겠지.’
전부 타이밍 문제라고.
그래서 생각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노리는 사람이 있다면, 노릴 타이밍을 만들어 주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그게 바로 이거였다.
‘이게 진짜로 되네.’
저쪽에 우두커니 서 있는 괴한을 보아라.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 정체 들키기 싫어요.’ 하고 주장하는 듯하지 않나.
좋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너무 유명해졌다.
차마 근처에서 사람이 떠날 틈이 없을 정도로.
평소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지내니까, 노릴 시간이 영 없었겠지.
옛날이라면 뺑소니 사고사로 덮고 빠져나갈 수 있었겠지만, 이제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이 고성능 AI가 탑재된 CCTV랑 다를 바가 없어졌으니까.
옛날이었다면 차라도 몰았겠지만, 이제 그럴 일도 없어졌다.
내가 차 운전을 안 할뿐더러, 차량 안전이 너무 좋아져서 고속도로만 안 나가면 죽을 일이 좀처럼 없어졌지.
즉, 나는 누가 덮치려고 한들 덮칠 틈이 안 보이는 인재였다.
‘그렇다고 영영 가만히 있을 리가.’
저런 사람이 나타나기 좋게끔 일부러 틈을 만들어 주었다.
그게 바로 지금.
이른 새벽 인적이 드문 시간, 방송 중에 아예 나 밖에 나갔다가 온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했다.
‘저쪽도 시대 맞춤형 인재가 되려고 고생이겠네.’
잘 왔다.
설마 이 타이밍을 놓치면 어쩌나 걱정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내가 이 동네에 산다는 걸 안다는 거지?’
저쪽에서 내 주소를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연하지만, 평소 나는 내가 사는 동네의 주소를 최대한 감췄다.
[신상은 감추세요. 최대한.]주소 노출은 미튜버로서 거대한 금기 같은 거였으니까.
그럼에도 알아서 잘도 찾아 왔다는 건, 저쪽이 범상치 않은 코난이거나 아니면.
‘나랑 좀 알고 지내는 업계 사람인가 보네.’
지인이라는 것이었다.
과연 누구일까.
복면 한번 벗겨 보고 싶네.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으려니, 한발 뒤늦게 인기척을 눈치챈 홍윤서가 그쪽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고.
“아쎄이! 기열!”
“……!”
홍윤서의 쩌렁쩌렁한 고함이 폭탄처럼 터지며 골목길을 뚫고 나갔다.
‘아쎄이? 기열? 대체 어느 나라 말이지?’
저게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한 푼도 못 알아듣겠다.
어디 인터넷 게시판에서 대충 주워들은 건가.
두 다리를 넓게 벌리고 팔짱을 낀 것이 쓸데없이 강한 척하는 것 같은데.
‘게다가 이 기묘한 한심함은 뭐지?’
홍윤서가 원래 한심한 행동을 자주하긴 하지만, 이건 한층 더 각별하다.
이유 모를 감각에 둘러싸여 있는데, 아무래도 저쪽 사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복면을 쓴 괴한이 어깨를 들썩이더니 한숨을 내쉰 순간.
“아쎄이! 악기바리 실시!”
그 못 알아들을 말이 거듭 튀어나왔다.
괴한은 이어서, 저 뜻 모를 말에 대한 대답을 행동으로 대신했다.
바로.
“…….”
“…….”
점퍼 속에서 조심스럽게 장도리를 꺼내는 것이었다.
“……아쎄이?”
홍윤서가 눈을 깜빡이며 중얼거렸다.
볼륨은 작아졌고, 앞서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답은 없었다.
하지만 홍윤서는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말을 멈추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말대꾸가 없을 때 행복을 느끼는 사람에 속했다.
“허허, 나는 내 인생의 장르가 청춘 시트콤 아니면 음악 요소가 가미된 현대 판타지물인 줄 알았는데. 사실 추미스(추리/미스터리/스릴러의 약칭)였나?”
무기를 든 괴한이 눈앞에 있는데도 주저 없이 헛소리를 나불거리기 시작한 것이었다.
“한영아, 걱정하지 마라. 내가 누구냐. 나 홍윤서, 고류 택견의 본가 별거리 여덟 마당의 18대 후계자.”
“…….”
“웰컴 투디 호텔 캘리포니아. 닥터 스테인 메이크스 퍼니 크리쳐. 하티하티호. 알라 후 악기바리. 진정한 해병은 귀신 앞에서도 물러서지 않는다.”
그가 뭐라고 더 헛소리를 더 이어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오.’
저쪽에서 이쪽을 향해 본격적으로 발걸음을 내디뎠다.
하지만 여기까지도 예상해 두었던 바다.
“튀죠.”
잠깐의 여지도 없이 몸을 돌린 찰나였다.
“돔! 황! 챠!”
홍윤서도 괴성과 함께 기다렸다는 듯 뒤도 안 돌아보고 뛰기 시작했다.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능숙한 뜀박질로.
‘하지만 우선은 도망가는 게 장땡이다.’
비록 2대1이라고는 하나, 우리는 일개 일반인 수준에 불과했다.
무기를 든 사람한테 달려들어서 좋을 게 뭔가.
그런 건 영화 속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처음부터 안 싸우면 장땡이지.’
만에 하나 저쪽을 생포하는 데 성공하더라도, 장도리에 손모가지라도 찍히면 이쪽이 훨씬 더 큰 손해 아니겠는가.
하물며 내게는 전문가가 있었다.
바로.
“형! 이쪽으로.”
“오우.”
홍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과 함께 골목을 돈 찰나, 그 바로 앞에 편의점과 함께 고목처럼 서 있는 사람들이 있었다.
두껍게 옷을 차려입은 장정 세 명.
눈 한번 마주치고 바로 그들 뒤로 스쳐 지나간 순간이었다.
“……!”
우리 뒤를 이어서 골목을 빠져나온 괴한이 그들을 바라보고는 움찔 굳었다.
그리고.
“덮쳐!”
가슴팍에 캠이 달린 장정 셋이 괴한을 물량 공세로 찍어 눌렀다.
콰당탕!
“컥!”
둔탁한 비명과 함께 괴한이 뒤로 고꾸라지더니, 한순간에 제압당한 채 두꺼비처럼 바닥에 납작 엎어졌다.
그 과정조차도 감히 인식하기 어려울 정도의 속도.
역시 전문가다운 솜씨였다.
‘이럴 때 보면 돈이 좋긴 해.’
최근 강도수 사장을 통해 비밀리에 고용한 경호원들이었다.
언제든 이쪽 골목 앞에서 대기하고 있어 달라고 사전에 요청했는데, 그에 따라 진을 치고 있었던 것.
‘일단 강도수 사장은 아니겠네.’
그였다면 경호원들도 믿을 사람이 못 되었으리라.
이건 순전히 도박이었다.
“후우.”
나는 거친 호흡을 고르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도리를 발로 차 멀리 떨어뜨렸다.
딸그랑!
그리고 몇 걸음 떨어져 충분히 안전이 확보된 걸 재차 확인하고서야 괴한의 앞으로 걸어갔다.
“누구세요?”
“……으읍, 읍!”
그는 제압당한 채로도 빠져나가려 몸부림치며 거친 호흡을 토해 내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본인이 말하지 않더라도, 그 정체가 어떻게 되는지는 곧 알게 될 테니까.
“와, 시이바, 존나 무서웠다.”
나보다 홍윤서가 먼저 나가서 그의 복면을 벗긴 순간이었다.
잠시 뒤.
그 안에서 드러난 사람은.
“…….”
“…….”
참으로 예상도 못 했던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누구지?”
말 그대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이었다.
노인은 아니고 중년을 조금 넘어선 정도 되어 보이는 얼굴.
그간 수없이 정리했던 용의 선상에서 한없이 벗어나는 얼굴에 내 정신까지도 잠시 흐릿해졌다.
숲 뮤직 쪽 사람이나, 지금까지 나한테 발린 사람 중 하나 정도 예상했는데.
이건 도저히 상상조차 못 한 얼굴 아닌가.
홍윤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한영아, 이 새끼 누군지 아냐?”
“아뇨.”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하지만 그냥 모른다고 넘기기보다는, 다른 말을 덧붙였다.
“하지만 저 말고 누구 아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죠.”
경찰에 바로 신고하고 천천히 알아볼까 고민도 된다만, 그건 좀 시기가 늦을뿐더러 어차피 천천히 해도 될 일이다.
사람 정체를 캐내는 방법이 그거 하나만 있던가.
내게는 집단 지성이 있다.
나는 옷 가슴팍에 연결된 캠을 꺼내 그의 얼굴을 비치고는, 그와 동시에 말했다.
“미하―― 김한영입니다.”
길거리 방송 시작이었다.
[?] [무슨 일임] [남자가…… 여섯 명?] [왜 한 명은 바닥에 누워 있냐?]누가 보면 오해하기 딱 좋은 장면이다.
하지만 내게는 소개할 이 사태를 해명할 방법이 있었다.
“본 방송을 진행하기에 앞서, 지금부터 보여 드리는 영상을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전후 사정을 설명하는 것.
그것도 영상으로 말이다.
‘과학 기술 발전 만세.’
남들이 고급 AI가 탑재된 CCTV가 될 수 있다는 건, 나는 최고급 AI가 탑재된 CCTV가 될 수 있다는 말과도 같았다.
그것도 수십만 명이 함께 시청하는 CCTV 말이다.
이번 일은 언젠가 일어나리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대비했다.
작업실에서 밖으로 나오기도 전부터.
아니, 김진산 사장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부터.
[아쎄이! 기열!]조금 전.
홍윤서가 헛소리를 하는 사이에도 나는 어두운 골목에서 몸을 비틀며 조심히 현장 증거를 남기는 데 집중했다.
예상치 못했던 바였지만 침착하게 카메라 각도를 쟀고, 결과적으로 확보했다.
[이거 실제 상황임?]그 끝에 다다른 방법이 바로 시청자들에게 물어보는 것이었다.
[김한영 습격당한 거 실화냐] [유명해지니까 별일이 다 있네 ㄷㄷ] [돈 달라고 저러는 거임?] [그러게 김한영 평소에 좀 착하게 살라니까] [이런 상황에는 드립 ㄴㄴ하셈] [경찰에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님?] [내가 이미 함]시청자들의 놀란 목소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만에 하나의 기대를 걸고 방송을 켰음에도, 내 시청자들마저 이 괴한의 얼굴을 잘 모르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
[저 사람 누구임?] [ㄹㅇ 처음 보는데?]그렇게 큰 수확 없이 채팅창이 끝없이 내려가는 와중이었다.
[이 사람 누군지 앎]새벽 방송이어도 시청자가 수만 명이니, 그중 단서를 짚은 사람이 한 명은 있었다.
윤서단 다이아몬드 회원이었다.
모두가 다음 한마디를 기다리며 침묵한 가운데, 그가 말을 이었다.
[임대경이랑 매일 붙어 다니는 사람 아님?]–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