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04
204화
“…….”
임대경의 측근이라니.
순간적으로 정신이 아찔해지려고 하는데, 채팅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뭐 하는 사람인지는 모르겠는데 임대경 사진에 같이 나오는 사람이잖음] [그러고 보니까 맞네] [보디가드 아님?] [아니면 비서라든가?]비슷한 증언이 다발적으로 올라오는 걸 보니, 썩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인 모양.
단체로 만델라 효과에 사로잡힌 게 아닌 이상에야, 저게 맞겠지.
점차 의심이 확신으로 변해 가는 한편, 동시에 의구심이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노골적이지 않나?’
경쟁자를 처리하려고 습격했다는 거 자체는 그러려니 하자.
내 손모가지를 날리던가 해서, 아니, 손가락 하나라도 비틀어서 재기불능 상태로 만들면 꽤 달달했겠지.
하지만 설마 임대경 쪽에서 바로 나설 거라고는.
게다가 다른 누군가도 아닌, 신분이 겉으로 드러난 사람이 움직인다는 게 말이 될까 싶은 찰나였다.
“으윽……!”
바닥에 깔린 괴한이 몸이 한층 더 세게 꿈틀거렸고, 그사이 핸드폰을 꺼낸 홍윤서가 그의 얼굴에 들이대며 말했다.
“맞는데?”
맞았다.
임대경의 지인이.
핸드폰 액정 속 무뚝뚝한 얼굴로 임대경 뒤에 서 있는 남자가, 눈앞의 사람과 너무나도 닮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머리 아프네.’
나는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걸 느끼며 말했다.
“일단 경찰 부르죠.”
지인의 지인인 건 참고할 사항이지, 참작사유는 아니다.
일단은 법대로 가자.
* * *
약 나흘의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한국 가요계에 전례 없는 논란이 일어났다.
[YTG 경쟁사 뮤지션에게 살인 청부 시도 의혹]3대 엔터의 한 축이자, 한국 내수를 대표하는 엔터라고도 불렸던 YTG.
그곳에서 신인 뮤지션에게 테러를 저질렀다는 의혹이었다.
원래 YTG라고 하면 언론사와 끈끈한 관계를 맺어, 그 어떠한 논란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게 특징이었다.
하지만.
[임대경의 측근이 직접 행동] [대표가 지령을 내려? 사실무근] [수행원의 단독 범행이라고 밝혀. 이유로는 사적인 원한 거론]이번 논란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밀착 취재 – 임대경의 24시간] [YTG의 범행 시도는 이번이 처음인가?] [국민청원 역대 최다, 라디오 스타는 비디오 스타를 죽이려 했는가] [이번 사건은 새로운 물결에 대한 구권력의 억압으로 봐야 한다. 3대 엔터은 그들의 제국을 시체로 쌓아 올렸는가] [닫혀 버린 YTG 사옥 앞은 연예부 외에도 사회부 기자들로 문전성시] [전격 입수 – 임대경의 동창이 말하는 불건전한 학창시절]어느 언론을 쥐잡듯 찾아보아도 YTG를 저격하는 기사들이 쉴 새 없이 올라올 뿐.
평소였다면 기획사의 힘으로 눌렀겠지.
하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했다.
현장에서 진행했던 방송 자체가 그 증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ㅋㅋ 하나도 안 무섭네 오늘은 엄마 손 잡고 자야지] [윤서는 저 와중에도 입을 다물 줄을 모르네] [와 저기 우리 아파트 보이네. 바로 근방이었네;; 우리 집 창문도 보인다]김한영의 라이브 방송에서 실시간으로 기습 영상이 흘러나왔다.
제아무리 새벽 시간대였다고는 하지만, 이미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은 김한영이다.
저 영상을 실시간으로 본 사람만 최소 수만 명에서 많게는 십몇만 명.
그 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진 순간, 언론의 힘으로 누르기란 불가능했다.
[권리자 측의 요청으로 해당 동영상은 이용이 중단되었습니다.]영상은 내려갔다.
하지만 영상 하나 내려갔다고 끝날 리가 있나.
이미 수만, 수십만이 봤던 그 영상이 수백만 혹은 그 이상의 눈을 통해 세상으로 퍼져나갔다.
더 은밀하게.
입을 틀어막으려고 한들 역풍만 불 뿐이었다.
[ㅋㅋㅋㅋㅋㅋ YTG 제버릇 개 못 주죠?] [증거영상 시즌 340259호 개같이 부활ㅋㅋㅋ] [막으려고 했죠? 실패했죠? 꼴받죠?] [성인 사이트에 올린 새끼는 뭐 하는 새끼냐 ㅋㅋㅋ]└[자꾸 지워 대니까 대한민국의 손이 닿지 않는 곳에 둔 거지 ㅋㅋㅋ 철통방어임. 서버 핀란드에 있대ㅋㅋ] [아 근데 미투브 또 내려갔네 아ㅏㅏ;;] [ㄱㅊㄱㅊ 다시 몇 개 치고 올라오는 중임] [응, 안 지워도 더 많아~] [우짤래미~ 저짤래미~ 응~ 하나도 안 통하쥬? 눈도 깜짝 안 하쥬?] [YTG가 임대경 테러 그룹의 줄임말이라는 게 ㄹㅇ임?] [임대경이 툭 치고 구라침 아님?] [ㄹㅇ예전부터 관상이 살인자 관상이었음] [이번만큼은 관상충 지지한다] [맞음. 성깔 드러워 보임. 가수 시절 때도 그래 보였더만ㅋㅋㅋ 부모님들이 왜 좋아했는지 모르겠음.]
물론, 임대경이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없다.
범행을 일으킨 당사자 ‘권종욱’ 수행원이 쭉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으니까.
이미 끝까지 간 상황에 인정해서 회사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만한 사람도 아니었고.
하지만.
굳이 증거가 있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애초에 연예 기획사 아닌가.
이미지가 문제다.
경쟁사 신인에게 테러를 시도했다는 것 이상의 건수가 있겠는가.
차라리 약을 했다거나, 음주운전을 했다면 모르겠다.
테러 논란을 뒤집어쓴 순간, 이미 법적제재 이상의 데미지가 들어갔다.
[YTG 주가 4일 만에 40% 폭락] [동학 개미들 줍줍 혹은 퉷퉷으로 의견 갈려] [검찰, 수사 착수]YTG의 반응이 한발 늦은 것도 있었다.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갔다.
실제 이유가 어찌 되었든, YTG는 회복하기 어려운 데미지를 입었다.
이어진 일은 그 누구라고 한들 쉬이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임대경, 사과문 게재] [대표 직위 사임 의사 밝혀]임대경의 표면적인 직위는 해체되었다.
그리고 그 아들, 임선우는.
[임선우도 당분간 자숙] [연예계를 호령하겠다던 두 부자의 꿈은 호접지몽이었는가]그 또한 연대책임을 지려는 것인지, 일시적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일부 팬들이 뒤늦게나마 그의 편을 들어 주었지만, 이미 지나도 한참 지난 이야기였을 뿐이었다.
[야 ㅋㅋㅋ 야 ㅋㅋㅋㅋ 너도 테러당한다 ㅋㅋㅋㅋㅋ]YTG가 주가에 금이 간 만큼, 다른 한쪽의 주가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바로 김한영이었다.
[김한영 3대 차트 일주일 연속 1위 차지] [미국 일류 주간지 데일리보글에서도 메인 기사 게재, 극찬] [데일리보글 헤드라인, “치명적인 테러란 월드스타의 증명과도 같은 것.”]여기에 뒤늦게 발표한 김한석과의 연결고리까지도.
[미발표곡은 사실 김한석의 미발표곡?] [후배가 보내는 무한한 존중] [죽은 자의 멜로디가 반세기를 넘어 다시 한번 차트를 호령하다]어느 순간부터였을까.
김한영이라는 이름은 YTG의 적수를 넘어, YTG를 삼킨 괴물이 된 듯했다.
그렇게 며칠 뒤.
논란이 아주 조금이나마 소강되고 임선우가 직접 제 발로 김한영을 찾아왔을 무렵.
임선우는 뭐라고 해야 할까.
“미안.”
오히려 홀가분하다는 눈치였다.
* * *
테러 사건이 터지고 약 보름의 시간이 흘렀다.
영상에서 기존 작업실의 위치가 여실히 노출된 탓일까.
우리는 급히 새로운 작업실을 찾아, 모든 짐을 옮기며 보금자리를 틀었다.
다소 급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는 썩 만족스러운 장소로 구했다고 자부한다.
[당분간은 이쪽에서 쓰시지요]바로, 네온 엔터 측에서 직접 구해 주었으니까.
사옥에 비치해 둔 개인 방송 스튜디오를 우리에게 온전히 넘겨 주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 임선우가 와서 따뜻한 물을 연신 호로록 들이켜고 있었다.
‘이건 또 난감하네.’
YTG 사건이 터진 뒤, 임선우와의 연락이 뚝 끊겼다.
저쪽에서 미안해서 끊은 건지 아니면 회사 차원에서 선을 그은 건지.
뭐라고 소식을 전해 들을 여지도 없이, 사람이 하루아침에 신기루가 됐다는 것처럼 사라졌다.
하지만 오늘 연락 한 통 보내 놓더니.
[임선우: 작업실 가도 돼?]갑자기 찾아왔다.
“…….”
“…….”
저쪽도 이쪽도 말이 없다.
나야 배려심이 있는 사람이니까 말을 기다려 주고 있는 거고, 저쪽은 미안해서 고개만 숙이고 있는 모양새.
하지만 이런 대치, 즐겁지 않다.
‘설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찾아온 건가.’
슬슬 의심이 들 무렵.
입을 연 건 나도, 임선우도 아닌 제3자였다.
“할 이야기가 있으면 하지?”
성민아였다.
그녀가 짜증이 잔뜩 솟았다는 듯 팔짱을 낀 채로 중얼거렸다.
“나, 바빠.”
언제나 눈치라고는 쥐뿔도 없는 그녀다운 모습.
하지만 해가 반대편에서 뜨는 날도 있다고, 이번에는 그게 고맙게도 느껴졌다.
‘나이스 어시스트.’
결국, 임선우가 한숨을 내쉬더니 입을 연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예상을 한참이나 넘어서는 것이었다.
“이번 일이 처음이 아니었대.”
“…….”
말 그대로 예상치 못한 말 그 자체였다.
“처음이 아니었다고?”
“응.”
임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악성 기사 유포하거나, 연예인을 빼돌리거나, 저작권 이슈를 만들어서 회사를 흔들거나, 언론 쪽 사람을 매수해서 악성 루머를 조장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그가 입술을 잠시 물더니 말했다.
“사고를 일으키거나.”
“…….”
“지금까지 꽤 여러 번 있었던 모양이더라. 안 믿겠지만 나도 몰랐는데, 이번에 아버지한테 들었어.”
그렇구나.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처음 한 일이 아니었구나.
참 대단하다.
별일이 다 있다 싶은데 임선우가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직접 사람을 덮치기까지 한 건 흔치는 않았어서, 이번이 두 번째래.”
“처음 덮친 건?”
다음 순간.
그동안 품어 왔던 의혹 하나가 임선우의 입에서 너무나도 쉽게 튀어나왔다.
“김한석.”
“……후우.”
너무 담담하게 나온 말이었다.
날 사고로 위장해 살해했던 게 YTG다 그 말이지.
참으로 대단한 정보를 들었다.
“기가 차네.”
마땅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임선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알아, 김한석은 한영이 네가 좋아하던 사람이니까.”
그래, 좋아했지.
덕분에 나도 할 말이 없다.
“왜 그랬대?”
“우리 아버지가 계속 졌잖아. 라이벌이라고 하는데, 사실 라이벌은 아니었고.”
“김한석이 훨씬 위였지.”
“응, 그거 때문에 눈이 돌아갔던 게 아닐까 싶은데…… 김한석이 죽은 뒤로는 우리 아버지가 계속 1위였으니까…… 그런데 나도 잘 모르겠다.”
“임대경 씨 본인이 한 건가?”
“아니, 이번에 잡힌 사람. 종욱이 아저씨. 아버지도 김한석 일은 몰랐다더라.”
충성심에 눈이 멀어 사람을 밀었구나.
대단하다.
‘YTG가 힙합을 잘하는 이유가 있었네.’
갱스터랩이 멀리 있는 게 아니었구나.
역시 음악은 경험의 산물이 맞다.
약물, 폭력, 소송 같은 거.
그런 게 전부 남들과는 다른 그루브, 남들과는 다른 라임, 남들과는 다른 가사로 이어지는 거지.
전부 YTG 시그니쳐였구나.
이 개판 일보 직전인 상황에 뭐라고 반응해야 할지 말이 안 나온다.
괜한 헛웃음만 실실 흘러나왔다.
‘이런 상황에도 생각보다 멀쩡한 거 보니까 나도 제정신은 아니네.’
사람은 지나치게 큰 사건을 마주하면 흥분하기는커녕 되려 초연해진다고 하는데, 그게 딱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화를 내야 하나.’
합리적으로 대처하자면 화를 내는 게 맞겠지.
연락이 없었던 지난 며칠 동안 고민 많이 했다. 임선우를 만나면 뭐라고 해야 할까 하는 그런 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도 많이 굴려 봤다.
‘너희 회사가 날 죽였다!’라고 따지는 건 어색하고, ‘너희 회사가 내 우상을 죽였다!’라고 하면 될까.
아니면 실패해서 꼴 좋다고 비웃으면 적당할까.
이상하다.
내 마음속 나침반은 완전히 다른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어느 쪽 선택지든 영 마음이 가질 않네.’
그저 빙빙 돌기만 할 뿐이었다.
어느 한쪽을 선택하지 못하고, 그저 빙빙 돌기만 했다.
이유가 뭘까.
나도 모르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거 아닐까.
임선우는 정말로 무고한 사람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믿고 있는 게 아닐까.
아니, 바라고 있는 게 아닐까.
예전의 나를 죽인 사람들에 대한 분노와 임선우에 대한 분노를 의식적으로 갈라서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닐까.
“…….”
나도 모르겠다.
생전 해 본 적 없는 자아 성찰에 빠져 우두커니 앉아만 있는 와중인데, 임선우가 말을 이었다.
“우리 아버지도 대강 감은 잡고 있었지만, 그 전부는 몰랐다고 하고. 특히 김한석 관련해서는 그랬는데.”
“내가 믿어도 되나?”
“못 믿겠지.”
고개를 끄덕이려니 그가 말을 이었다.
“김한석 일 포함해서, 전부 책임지고 조만간 다 밝히겠다고 하시더라.”
“언제?”
“엮인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작게 볼 수 있을 때. YTG가 작은 회사가 아니니까.”
“쉽지 않네, 쉽지 않아.”
나도 모르게 같은 말을 입으로 반복했다.
임선우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이 상황이 어렵다.
“미안, 내 입으로 직접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찾아왔어.”
임선우는 그렇게 말하더니, 한참이나 홀짝거리던 컵을 내려놓았다.
그러는 그의 어깨가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희미하게 흔들거리고 있었다.
“에휴.”
“쩝.”
소파를 둘러앉은 조은솔과 홍윤서도 평소 잘도 말을 던졌던 것과는 달리, 이번만큼은 말을 삼갔다.
한편, 내 머릿속은 유례없이 바쁘게 돌아갔다.
‘일단, 관계를 회복하긴 글렀네.’
YTG는 나락으로 가겠지.
가는 게 맞고.
임선우는 본인이 했든 안 했든, 팅과의 관계는 끊겼다고 봐야겠다.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렇다 한들 믿어 줄 사람은 없다. 나부터가 온전히 믿지는 못하겠는데.
설령 정말 이번 사건에서 무관하다고 한들, 그렇다고 해서 될 일인가.
갖은 범행의 수혜자인 이상, 대중들의 논리에선 임선우는 작게나마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맞았다.
매국노들의 자식이 죄를 조금이나마 짊어지어야 하는 것처럼.
이성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하지만.
‘…….’
괜히 찝찝했다.
인간관계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안다고 생각했다.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에 관해서도 조금은 안다고 생각했다.
언변이 좋지 못해 그것들을 바른 문장으로 또박또박 정리하지 못할지언정,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내게도 이번 상황은 벅찼다.
‘어렵다.’
사과를 받아서, 진실을 알아서 기쁜가를 묻는다면, 적어도 후련하지는 않다.
여기까지 왔을 때.
내가 찾을 사람은 역시 한 명밖에 없었다.
[김한영.]김진산 사장이었다.
그가 인간관계를 두고 한 말이 있었다.
[오늘 싸운 사람이랑 내일 안 볼 것 같지? 칼로 찌른 사람이랑도 몇 년 지나면 친구 될 수 있는 게 사람이다. 반대로 어제까지 좋다고 새우껍질 까 주던 사람도 내일이면 칼로 찌를 수도 있지. 사람을 만날 때는 10년 뒤 20년 뒤도 생각해라.]그래.
사람이 좋고 나쁘고를 버리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생각도 버리자.
곁다리를 다 쳐 내고 나자, 가장 본질적인 의문 하나만이 남았다.
‘나는 10년 뒤에 어떤 인간 관계를 가지고 싶은가.’
내가 추구했던 건 어떤 관계인가.
어떤 게 옳은가를 넘어, 나는 무엇을 가지고 싶은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
“…….”
앞으로는 임선우.
옆으로는 팅 식구들을 앉힌 채로 몇십 초의 시간이 달팽이같이 기어갔다.
그 끝에 마침내.
내 입보다 먼저 내 몸이 한 가지 답을 가르쳐 주었다.
꼬르륵.
조용한 작업실에 내 뱃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크흠.”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밥?”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