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11
211화
올리버 맥튼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떨렸다.
김한영과 같이 작업하냐고 묻고서는, 맞다면 작업현장에 보러 와도 되냐고 요청하다니.
당혹스럽다.
하지만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그의 천사 같은 딸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 귀여운 딸이 바란다면 못 해 줄 게 없지. 그런데 왜 하필 김한영이니?”
[……학교에서 친구들이 인터넷 보고 김한영이랑 인맥 있냐고 물어보길래. 진짜 아빠랑 아는 사이면 인증하라고 해서.]영 철딱서니 없는 이유였다.
자기 인맥을 통해 인기인을 만나고 싶다는 이유라니.
어지간한 사람이라면 일언반구로 거절했을 터.
하지만 그 상대가 그의 사랑스러운 딸, 에밀리 맥튼이라면 고민해 볼 일이었다.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 겁니까.’
프로 된 몸인데 업무에 사적인 관계까지 반영해야 한단 말인가.
누가 들으면 웃겠다.
자기 딸 하나 때문에 받아들이기 싫은 일을 받아들여야 한다니.
하지만 그의 격무를 두고 매번 아쉬움을 드러내던 딸이었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언제 또 가장의 멋진 모습을 보여 주겠나.
[아빠, 내일은 나랑 같이 디X니 랜드 갈 거지?] [물론이지, 우리 딸, 아빠 지금 일 하나만 마치고 금방 갈게.]약속을 어겨도 한참 어겼다.
한참 전에 조각난 가장의 신뢰를 회복한다면 기회는 바로 지금이었다.
‘자존심과 가족의 평화 중 어느 쪽이 우선인가.’
올리버 맥튼은 양립하기 어려운 난제 속에서 풍랑을 만난 한 대 조각배가 되어 주저하기를 한참.
입술을 질끈 물고는 입을 열었다.
“그러엄! 우리 딸이 바란다면 뭐든 해 줘야지!”
올리버 맥튼.
미국 음악계 유수의 프로듀서라고는 하나.
그 또한, 집에서는 일개 딸바보에 불과했다.
[진짜?]불과 대답 한마디에 수화기 너머 에밀리 맥튼의 목소리가 부쩍 밝아졌다.
그에 올리버 맥튼은 속물적이지만 메마른 마음이 조금이나마 치유 받는 기분마저 느끼며 말했다.
“그런데 아빠도 일이니까 이야기를 더 나눠 봐야 되거든? 나중에 얼굴 보고 밥이라도 먹으면서 이야기하자. 알았지?”
[응! 알았어. 아빠 고마워! 사랑해! 약속한 거야!]“아빠도 우리 딸 사랑해.”
뚝.
그렇게 잠시 뒤 전화가 끊겼다.
올리버 맥튼은 전화기를 쥐고 가쁜 숨을 토해 내기를 한참.
‘가장인 이상, 가족의 평화를 위해서라면 고개를 숙여야 한다는 건가.’
아니다.
그냥 팔불출 티를 덜 내면 그만일 뿐.
하지만 기왕 긍정적인 대답을 보인 이상,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
올리버 맥튼은 손에 핸드폰을 쥔 채, 소파에 앉아 멍하니 정원을 내다보았다.
‘정말 김한영 그놈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나.’
솔직히 말해 김한영의 역량은 인정한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이상, 인정하지 않으면 머리에 총 맞은 놈이겠지.
하지만 프로듀서로서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게 있었다.
‘내가 먼저 찾아가서 숙여야 하는가.’
쉽지 않다.
수십 년간 업계에서 잘나갔던 중년의 마지막 자존심이란 그러했다.
그렇게 이도 저도 못 하는 와중이었다.
띵동-
집 초인종이 울렸다.
그와 동시에 올리버 맥튼의 혈압 수치가 한층 더 상승했다.
‘휴일에 어떤 놈이 연락도 없이 대뜸 집에 찾아와서는.’
올리버 맥튼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생각했다.
이상한 놈이라면 화를 내겠다.
아까 전화를 받을 때 차마 폭발시키지 못했던 분노를 지금 털어놓겠다.
그렇게 바짝 독이 올라 인터폰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
인터폰 화면 건너, 그를 바라보고 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한 명은 레베카 로드리게즈였고.
나머지 한 명은.
‘쟤가 왜 저기에 있어?’
김한영이었다.
* * *
며칠 뒤.
“흠.”
결과적으로 일이 잘 풀렸다.
그러니까, 올리버 맥튼이 프로듀싱을 정식으로 받아들였다 그 말이다.
그것도 꽤 산뜻하게.
[좋습니다.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중간에 별 이상한 조건이 하나 붙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애교라고 볼 수 있을 정도이니 상관없고.
그보다는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기뻐 죽으려고 하는 눈치였다.
“후후, 후후후후.”
아까부터 헤실헤실 웃는데, 웃음이 그칠 줄을 몰랐다.
“한영 씨, 그거 봐요. 부부 싸움은 칼로 목 베기.”
“아니, 물 베기요.”
“네, 칼로 물 베기라고 했잖아요. 제가 말했죠? 올리버 맥튼은 저를 잘 알고 제 음악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좀 너무 신나신 것 같은데.
아무튼, 중간에 석연치 않은 과정 따위는 둘째 치고 간신히 도착한 스튜디오.
맥튼 스튜디오는 시설부터 돈을 팍팍 쓴 티가 나는 공간이었다.
‘최소 평당 억 단위로 발랐겠는데.’
스피커부터 그러했다.
한 조에 수백에서 천 단위를 호가할 스피커들이 벽에 수십 개씩 걸려 있었다.
악기도 마찬가지.
이 세상의 고급 악기란 악기는 전부 정렬해 둔 것만 같은 모양.
마우스도 수십 종류.
말이 스튜디오지, 박물관으로 굴리더라도 음향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한 번쯤 가 볼 만한 공간이었다.
‘룸 어쿠스틱(실내 음향 설계)도 범상치 않고.’
벽면 소재부터 패널, 디퓨저까지 범상치 않다.
사실, 이런 자잘한 건 스튜디오라면 당연한 거긴 하다만.
어찌 됐든 스튜디오로서는 이 이상을 바랄 게 없는 수준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이 공간 안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사람이라면 따로 있었다.
“…….”
그를 반짝거리는 눈길로 바라보고 있는 여자 사람 한 명이었다.
금방 머리에 큰 키까지 미국 하이스쿨 드라마에 나올 법한 교과서적인 히로인 외모라고나 할까.
미국 드라마가 그렇듯, 서양인이다 보니까 나이가 가늠이 안 된다.
하지만 한 가지는 알 수 있었다.
올리버 맥튼이 그의 딸을 앞에 두고 바짝 긴장하고 있다는 것 정도.
아니면 레베카 로드리게즈 때문이거나.
“저기, 맥튼 씨의 따님 맞죠?”
“네, 네.”
반응이 영 미묘하다.
이 어색한 분위기, 별로 안 좋은데. 이럴 때는 뭘 해야 할까. 어디 보자.
나는 시선을 돌려 올리버 맥튼을 바라보았다.
딸이 앞에 있음에도 시선을 둘 곳을 모르고 쭈뼛거리고만 있었다.
‘오호라.’
이 사람, 딸이랑 관계가 어색하군.
감이 왔다.
나는 속으로 즐거움이라는 게 몽실몽실 끓어오르는 걸 느끼며 말했다.
“맥튼 씨가 따님 자랑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딸이라고.”
“네?”
그 말에 에밀리 맥튼이 놀란 눈으로 그의 아버지와 나를 번갈아 보더니 말했다.
“정말요?”
“그, 에밀리.”
“매일 자랑하시던데요. 전에 한국에서도 말씀하셨죠? 따님이 머리도 좋으시고 성격도 좋고 모델 일을 해도 좋을 만큼 귀여우시다고. 그때는 못 믿었는데, 직접 뵈니까 맞네요.”
올리버 맥튼이 나를 두고 미친 사람 바라보는 눈길을 지었다.
하지만.
“흠흠, 그렇지. 음.”
부모가 자식 칭찬했다는 걸 뭐 어쩔 건데.
에밀리 맥튼의 눈에 잠깐이나마 기쁜 표정이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립서비스는 했으니 후폭풍은 내 알 바가 아니다.
“얼른 녹음을 진행하죠.”
그보다는 녹음이 더 급했다.
한국에 돌아가기까지 남은 일정이 보름가량.
그 전에 되도록 작곡과 녹음 단계까지는 완전히 끝내 놓고 떠나고 싶은 기분이니까.
“얼른 끝내고 다 같이 밥이나 먹죠. 맥튼 씨, 이번 곡도 잘 부탁드립니다. 근데 따님이 진짜 귀여우시네요.”
“당신, 좀 적당히.”
“따님이 적당하지 않은 분이라서.”
“…….”
* * *
에밀리 맥튼.
미국 굴지의 프로듀서 올리버 맥튼의 외동딸이자, 최근 고등학교에 입학한 미성년자.
그녀에게는 어려서부터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아빠가 나를 딸로 생각이나 하긴 하는 걸까.’
부모와의 관계였다.
어려서부터 그의 아버지는 바빴다.
일주일에 한 번 얼굴 마주하기조차 어려운 건 물론, 심할 때는 한 달에 한 번 보기도 어려웠다.
심할 때는 해외 일정 때문에 몇 달씩 집을 때도 있으니, 좋은 아버지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자연히 외로울 수밖에 없었다.
또한, 그 이상으로 아버지의 존재가 어색하기도 했다.
‘아빠는 내가 뭘 하는지 알기나 할까.’
아니.
알려고 하기나 할까.
하지만 남 말할 때가 아니다.
그녀 또한 아버지에게 거리를 둔 게 사실이니.
요컨대, 두 사람 사이에서는 소통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런 그녀가 김한영을 빌미 삼아 그의 아버지에게 스튜디오 견학을 요청했던 것.
[야, 너희 아버지가 김한영이랑 일한다고 지난번에 한국 가지 않았냐?]마침 친구들이 불을 놓기도 했지만, 그 이상으로 아버지라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컸기 때문이었다.
일이 얼마나 좋았기에 그녀를 뒷전으로 미룰 정도였을까.
에밀리, 그녀 또한 어려서부터 취미로 음악을 즐겨 왔던 사람이지만, 가족을 버릴 만큼일지는 이해하기는 어려웠다.
그렇기에 아버지의 음악을 직접, 두 귀로 확인하고 싶었다.
이윽고.
눈앞으로 마주한 현실은.
‘……이렇게 멋진 일을 하고 계셨구나.’
가히 반하지 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그렇게 기다렸나요. 함께 읽던 책 한 페이지에 책갈피를 꽂고 매일 저녁 8시를 기다려요.]녹음실 건너편, 김한영이 목을 풀겠다는 듯 한국어로 무어라 중얼거렸다.
가사는 못 알아듣겠다.
하지만 꼭 가사가 있어야 음악을 즐길 수 있던가.
피아노도.
드럼도.
기타도.
무엇 하나 가사 없이 사람을 울리는 악기들이다.
김한영의 노래도 같았다.
명장이 손수 벼려낸 악기와도 같아, 가사의 힘을 빌리지 않고도 그녀의 가슴속을 후벼파는 감성을 쏟아 냈다.
‘가슴이 아프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어서 우는 건가.’
안타깝게도 틀렸다.
[하루 한 페이지, 내일 한 페이지, 그대와 함께 읽는 이 한 권. 노을처럼 깊어지는 나와 아버지의 하루.]부모 자식 관계에 관한 노래였다.
어릴 적 아버지가 자식을 무릎에 앉히고 책을 읽어 줬는데, 그게 그렇게도 듣기 좋았다는 노래.
‘눈물 나올 것 같아.’
총체적 난국이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음악이라는 게 듣기만 좋으면 장땡이지.
실제로 김한영의 음악은 에밀리의 기대감을 충실하게 풀어 주고 있었다.
‘분하지만, 매일 이런 걸 듣는다면 일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
아버지에 대한 공감이었다.
음악을 좋아하다 못해 음악과 하나가 되어 살아가는 아버지.
과연 일이 가족보다 앞설까 이해가 안 됐는데, 김한영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어쩔 수가 없었다.
‘이건 어쩔 수가 없네.’
그녀 또한 음악을 조금은 알았다.
머리로는 거리를 두겠지만, 가슴으로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한참 뒤.
김한영이 지쳤다는 듯 헤드폰을 내려놓고 녹음 부스에서 나와, 컨트롤룸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어땠어요?”
올리버 맥튼 앞에 선 김한영이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에 올리버 맥튼이 한숨을 짧게 내쉬고는 답했다.
“게으르네요.”
비판이었다.
“그래요?”
“이 정도로 빌보드는 어림도 없습니다. 이번 달 안에는 힘들 수도 있으니, 각오해 두세요. 설마, 빌보드를 우습게 보고 있는 건 아니겠지요?”
그 단호하기 짝이 없는 평가에 에밀리 맥튼의 머릿속이 아찔해졌다.
‘저걸 듣고 별로라고 한다고?’
대체 그의 아버지는 어떤 사람인 건가.
얼마나 기대치가 높길래, 저런 걸 듣고도 미동조차 않는 건가.
피가 흐르고 감성이 있는 사람이 맞나.
기계 아닌가.
그 기대치가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더더욱 놀라운 건 다음으로 이어진 김한영의 반응이었다.
“들켰네요.”
심드렁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좀 편하게 하려고 했는데.”
저게 편하게 한 거라니.
에밀리가 충격에 사로잡혔는데, 김한영은 대충 소파에 걸터앉더니 생수 한 병을 꼴꼴 마시다가 말했다.
“확실히 뭔가 변주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긴 하네요. 지금 이대로는 뭔가가 아쉬워서.”
“예를 들면?”
“말 그대로 변수죠. 어떻게든 지금 음악에 변수를 첨가할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좋은 변수든, 나쁜 변수든 변수가 필요해요.”
의외성이었다.
곡을 작곡하다가 보면 종종 벽에 막힌 듯 답이 안 나올 때가 있는데, 이럴 때는 변수가 필요했다.
김한영이 수단을 궁리하듯 손끝으로 머리카락을 배배 꼬더니 말했다.
“우선 비트부터 손을 보는 건 어떨까 싶은데, BPM을 올린다거나?”
“이미 해 봤지요. 실패였고.”
올리버 맥튼이 부인했다.
“대신 이건 어떻습니까. 하이햇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다시.”
“곡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따뜻해서 잘못하면 보컬을 잡아먹을 것 같은데요?”
이번에는 레베카가 반박했다.
그렇게 레베카와 김한영, 올리버 맥튼이 각자 답을 두고 고민하는 참이었다.
어째서일까.
에밀리 맥튼, 그녀의 마음속으로 뜬금없이 말 한마디가 떠올랐다.
말 그대로 뜬금없는 말이었다.
프로들에게 아마추어 따위가 해도 될 말이기는 싶기는 하지만, 그래도 괜히 하고 싶은 그런 말.
‘어쩌지?’
말을 꺼내도 될까 싶기는 하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 자리에 도움이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다.
“저기.”
그렇기에 에밀리가 말했다.
“마지막 절에 드럼을 미디에서 진짜 드럼으로 바꿔 보는 게 어떨까요?”
전자 악기에서 진짜 악기로 바꾸자는 말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기 짝이 없는 수준을 넘어, 아마추어리즘이 묻은 제안이었다.
소리를 미디로 찍지 말고 연주자를 써 보자는 말 따위, 어느 누가 못 하겠나.
초등학생 아이라도 할 수 있는 말이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건 그 부분이 아니었다.
“마지막 절만이요?”
첫 단어.
마지막 절에서만 바꾸자는 부분이었다.
“아, 네.”
“흠, 구체적으로 말해 볼래요?”
김한영이 캐물은 순간 에밀리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그, 아까 변수라고 했잖아요? 곡 구성 자체를 바꾸기보다는 느낌만 가미하는 수준이라면, 한 절만 세션을 쓰는 정도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해서, 전체적인 사운드도 풍부해질 것 같고요.”
“흠…….”
김한영이 반응이 시원찮게 보였던 걸까, 에밀리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 전 진짜 몰라서 하는 말이에요. 그냥 넘기셔도 되고요.”
“그런 건 아니고요. 잠깐 생각 좀 할게요.”
말 그대로 그는 생각에 빠졌다.
놀랍게도, 에밀리의 제안에서는 나름대로 고려해 볼 만한 구석이 있었다.
곡의 일부분만 미디에서 세션 연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임팩트를 강조하는 것.
최근 들어 급격히 유행하기 시작한 작곡 테크닉이었다.
당장 생각이 안 났을 뿐.
언젠가는 시도해 봤을 기법이다.
하지만 다른 의문이 고개를 치켜들었다.
‘보통 이걸 문외한이 아나?’
이거, 일반인들은 당연히 모르고 전문 작곡가들이나 아는 기법인데.
어딘가 놓치는 게 있는 것만 같은 직감에 김한영은 손가락으로 기타 바디를 톡톡 치기를 잠시.
마침내 결심을 내렸다는 듯 말했다.
“에밀리, 손 줘 볼래요?”
“네?”
“줘 봐요.”
“잠깐, 김한영, 당신 내 딸한테.”
“그런 거 아니거든요. 평소 따님을 사랑하고 아끼시고 자랑하시는 건 알아요. 늘 그러시니까. 하지만 그거 아니거든요.”
“……큭.”
올리버 맥튼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렇기를 잠시.
에밀리는 잠시 망설이더니 김한영에게 조심스레 손을 건넸다.
‘진즉 이럴 것이지.’
김한영은 그 손을 채가듯 붙잡고 손가락 마디 구석구석, 손목까지 주무르듯 차근차근 둘러보기를 잠시.
뭔가 깨달았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럴 줄 알았지. 드럼 쳐 본 적 있죠?”
“네?”
움찔 떠는 그녀에게 김한영이 말을 이었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