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3
223화
김한영 챌린지가 인터넷 세계를 뒤엎으며 성황리에 진행되는 와중.
고희범은 작업실 한쪽 구석에 퍼져서는 핸드폰을 붙잡고 데굴데굴 굴러다니기 바빴다.
“푸하하하하하학!”
“재밌냐.”
“우학, 우하학!”
“배 꺼지겠다.”
“크흐흐흐흐, 푸흡, 푸흐흐흐. 깔, 깔, 깔, 깔, 깔.”
참 웃는 레파토리도 다양하다 싶다.
일부러 저러는 건지, 아니면 정말로 웃겨서 그런지.
한숨만 나온다만 아마 후자이리라.
“야, 한영아, 너도 이것 좀 봐라.”
고희범이 눈가에 촉촉하게 어린 물기를 쓸어내리며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그 화면에는.
‘에휴.’
내가 기타를 손에 쥔 채로 우주선에 납치되는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노래를 열창하면서.
[샌들 바람으로 가을 단 바람에 공원을 걷는 오늘. 그대의 내일은 어제보다 빛나리라.]말 그대로였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데, 우주선으로 호로록 빨려 들어갔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야, 다음 게 더 웃겨.”
우주선 영상 다음으로는, 어느 인도 영화 속 전쟁터가 깔렸다.
수백 명의 인도 전사들이 싸우는 한복판.
그 한가운데에서 내 BGM이 자그맣게 들려오기 시작했고.
“…….”
“으하하하학!”
한창 칼싸움을 벌이던 인도 전사들이 다같이 춤을 추기 시작했다.
내 노랫소리를 배경으로 말이다.
‘돌겠네.’
당연하지만 이게 원본 영상일 리는 없고, 합성 영상이었다.
내 노래를 배경으로 하는 합성.
‘그래, 이런 게 있을 수 있지. 원래 사람이 인기가 많아지면 어떻게든 곡해해서 보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어찌 됐든 나를 좋아해 줘서 저런 영상을 만든 게 아니겠나.
반응이라고는 없이 잊혀지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라도 조명을 받는 게 더 낫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KHY meme compilation 12]저런 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빠직.
순간적으로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 돌며 현기증이 돌았다.
“끄윽.”
수백 개가 넘었다.
누적 수백 개가 아니라, 하루에 수백 개였다.
총합으로 따지자면 수천 건.
불과 한 달 사이에 저만한 영상이 제작되어서 온라인으로 잔뜩 퍼지고 있었다.
[Retit]미국의 유머 사이트 레팃에서 말이다.
박수를 치고 싶기는 하다.
하지만 박수라는 건 뭐가 됐든 손바닥이 부딪쳐야 소리가 나는 법.
기왕이면 저 영상을 만든 사람의 머리를 내 왼쪽 손바닥으로 삼고 싶다.
‘설마 인기가 저렇게까지 많을 줄이야.’
내가 의도한 건 어디까지나 김한영 챌린지까지였다.
내 노래를 배경으로 사람들이 쇼트 영상을 만들면서 즐기는 거.
‘그런데 이게 설마 밈으로 더 발전할 거라고는.’
혈압이 솟는 사이에도 동영상 속에서는 또 다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외계인이 쳐들어와 난장판이 된 뉴욕 거리.
그곳에 슈퍼히어로들이 모여 전열을 다잡고 있는데, 그 한복판에 뜬금없이 하늘에서 한 줄기 새하얀 번개가 내려치더니.
[It’s better then buttered fingers. I’ve been lived from hand to mouse since you cracked my heart.]스파크와 함께 등장한 내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몹시 평온한 목소리로 말이다.
‘이런 게 재밌나? 어디가 재밌는 거지?’
어렵다.
지극히 어렵다.
이제 김한영으로 산 지도 몇 년이 됐겠다.
슬슬 요즘 시대의 유머라는 걸 알 만큼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밈이라는 것들은 내 뇌가 받아들일 수 있는 범위 밖이었다.
또 인기도 그러했고.
[Retit Today best] [x1: KHY indian MEME] [x2: KHY eats kimchi] [x3: KHY appeared in the super cup] [x4: me with KHY] [x5: KHY in the whitehouse] [x6: K-POP IDOL KHY]다양하다.
초밥 요리사가 된 나.
백악관을 점령한 나.
무인도에 조난된 나.
쥬라기 공원에서 자유를 만끽하는 나.
다누시아와 펜타곤 무대에서 마주한 나.
알라의 마법봉을 발사하는 나.
고든 램지와 요리 대결을 펼치는 나.
“……인생.”
창의적인 개X끼들.
남 괴롭히는 데 천부적인 소질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구나.
이쯤 되면 잘못된 건 이 세상이 아니라 나 아닐까.
‘21세기 망해라.’
한숨을 내쉬려니 조은솔이 온화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걸어왔다.
“저기, 한영아?”
“네.”
“저거 그래도 일단 퍼지면 홍보에도 도움이 되잖아? 본 사람도 엄청 많다고 하고, 그러니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응.”
일단 위로하려는 듯했다.
나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물었다.
“누나도 봤죠.”
“…….”
“봤네, 봤어.”
“흠흠, 홍보에 도움도 되고, 그러니까. 왜, 지금 그 영상만 해도 조회 수가 좋잖아? 이게 장기적으로 보면 네 이미지에 도움이.”
그쯤 다시 화면을 돌아보니 이번에는 변기 속에 내가 튀어나와 있었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기타를 치고 있었고.
나는 그 화면을 조은솔에게 보여 주며 물었다.
“정말요?”
“……미안.”
그녀는 아무런 말도 없이 내 시선을 피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마치 마이클 잭슨을 보는 듯했다.
‘저거 방송 한다고 연습한 건가.’
발전하셨구나.
어찌 됐든 아무래도 조은솔 또한 내 편은 아닌 듯했다.
혹시 내 편이 없을까 해서 주위를 둘러보니, 팅 식구들이 모두 내 시선을 피했다.
정의선, 김예담, 한여름, 성민아 등등 모두가 모르는 척할 뿐.
아니.
“뭐, 임마.”
홍윤서는 오히려 당당하게 외쳤다.
“지가 재밌게 해 놓고 왜 남탓을 하고 난리야. 꼬우면 재밌질 말던가.”
세상이 말세다.
나는 핸드폰을 바닥에 그대로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를 잠시.
‘됐다.’
내 머릿속에서 기억을 소거하기로 결정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어차피 나 싫어서 저러는 사람들이 있을 것도 아닌데. 저러다가 1명이라도 내 노래 들어 주면 된 거지.’
원론으로 돌아왔지만, 결국 이게 답이겠지.
그보다 더 신경 쓸 일이 있었다.
‘이제 시작이라고 했나?’
마침 김한영 다큐멘터리 영화가 지금 오픈이었다.
아이플러스 한국 기준 저녁 6시 오픈.
최근 다누시아 이슈나 김한영 밈, 김한영 쇼트 영상까지 포함해서 화제도가 최고조에 다다른 만큼.
이번 영상은 오픈하기도 한참 전부터 아이플러스 키워드 순위권에 박혀 있었다.
“슬슬 볼까요? 공개할 시간 됐겠네.”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아, 응! 기다리고 있었다고!”
“맞아, 프로젝터 좋은 거 샀잖아.”
“이거 지난번에 르 하트 제과에서 선물 들어온 거.”
식구들은 내 신호만을 기다렸다는 듯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내 눈치를 본 건지, 아니면 그만큼 이 순간을 기대하고 있었던 건지.
그렇게 작업실이 영화관으로 바뀌기를 잠시.
“자, 시청자분들 좋은 저녁입니다.”
나는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여긴 대한민국 저녁 6시고요. 저녁밥 먹을 시간입니다. 치킨 시켜놨고요. 그레이비 소스 맛있더라고요. 참, 이 얘기 하려는 게 아니라, 왜 방송 시작했는지 아시죠?”
내가 등장하는 작품, 내가 리뷰하는 영상 시작이다.
* * *
김한영 다큐멘터리 영화.
이 작품의 제목은 이러했다.
[Road to KHY]제작 기간은 불과 두 달에 불과했다.
하지만 아주 짧은 건 아니었다.
어지간한 블록버스터 영화들도 촬영 기간이 두세 달이라는 걸 고려하거든, 1시간 30분짜리 다큐멘터리 작품치고는 잘 축약했다는 느낌.
다누시아 이슈에 맞춰 찍으려다 보니 시간에 쫓겼던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충 만든 건 아니고.
“아, 저거 제가 처음으로 데뷔했을 때네요.”
기존 내가 활동했던 영상을 활용해서 영리하게 촬영 기간을 줄였다.
그것도 철저히 음악 감상 중심으로 편집했다.
‘상영 시간의 3분의 2는 내 곡으로 채워 넣었다고 했지.’
이것도 스튜디오 누 측의 제안이었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는 하나, 저희는 후자에 집중해야 합니다. 영화입니다. 우선 재밌으면 알아서 찾아볼 겁니다. 굳이 드라마를 첨가하느니 한영 씨의 무대를 연달아 배치하는 게 더 재밌겠지요.]드라마 중심보다는 무대 자체에 중점을 두자는 것이었다.
“아르페지오랑 라이브 했을 때였나? 저때가 한영이 첫 무대였지.”
조은솔이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한 채로 중얼거렸다.
“처음이라는 것치고는 되게 잘 치길래 얘 뭔가 했는데, 손에 굳은살도 안 박힌 초보자였다니까. 깜짝 놀랐어.”
저때만 해도 그렇기는 했다.
지금 손가락 길이나 목이나 뭐나 하나도 적응이 안 돼서, 임기응변으로 떼우면서 무대를 이어 나갔었지.
나름대로 잘 대처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면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
[한영이도 저런 시절이 있었구나] [아니, 저게 뉴비라고?] [???] [김한영 저거 또 구라치는 거 아님?] [ㄴㄴ 쟤 기타 커뮤니티에서 논쟁 많았음. 사람이 단기간에 저렇게 빠르게 느는 게 말이 되냐면서. 근데 진짜 맞았음] [진짜 안 믿기네.]나를 알게 된 지 얼마 안 된 시청자들이 놀라서 중얼거렸다.
하지만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아는 내용이라 그럴까.
서로 추억을 되새기며 흥미롭게 보던 와중.
“언니가 오디션으로 뽑았었죠.”
“그러고 보니까 그 때 한영이가 민아 만나러 동아리…….”
“쉿.”
잠깐 위험한 이야기가 나올 뻔했다.
“아.”
조은솔이 아차 한 순간이었다.
[뭔데~~??] [뭔가 있는 건가?]시청자들이 물었다.
보는 눈만 수십만인데 중간에 끊었다고 한들 쉽게 놓아 줄 리가. 그들의 촉은 어지간한 사냥개보다도 날카로웠다.
‘스캔들은 사양하고 싶은데.’
곤란하게 됐다.
어떻게 둘러댈 변명을 구상하는 순간이었다.
[김한영이 먼저 시비털었겠지]“…….”
뭔가 이상한 말이 나왔다.
[ㄹㅇ 사회화 거친 지금도 저 꼬라진데 처음에는 어땠을지 감도 안 온다] [보나 마나 민아한테 어그로 끌었을 듯] [wwwww 김한영 꿀 먹은 벙어리 된 거 보소 wwwww 아무 말도 못 하쥬?] [동아리에 도장깨기 하러 찾아왔다는 데 김한영 왼쪽 손모가지 건다]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
단단히 오해하는 것 같은데.
[한영이가 민아 예쁘다고 동아리 가입하러 왔다는 거 아님?] [ㅋㅋ? 저 기타병자가 사람한테 연심이라는 걸 느낄 리가 없잖아] [ㄹㅇ 김한영은 기타로 사람 대가리 찍으러 왔다는 게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사과하도록 해]나를 대체 뭘로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
순간적으로 혈압이 솟았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저게 차라리 나은 오해였다.
‘응, 그냥 저렇게 넘기자.’
민감한 주제는 못 본 척하는 것도 테크닉이다.
흐린 눈으로 흘려보내려니 곧 다음 무대로 이어졌다.
[국단대학교 동아리 친선 공연]내가 국단대에서 임대경을 마주했을 때.
“그런데 선우는 어디…….”
“쉿.”
“웁웁.”
“팅 방송은 저작권과 저작인격권을 중시합니다.”
그리고 이어서 유리와 함께 공연을 시작했을 때.
“저때 처음 봤구나.”
“항해 MV 찍는 겸사겸사였지.”
“스튜디오 누랑 인연이 이렇게 닿을 줄은 몰랐는데.”
이어서 또 함재원과 유마온을 준비할 때.
“한영이 기타 실력이 확 늘었지.”
“기본기 무시하고 속주 하는 습관 붙을까 걱정했는데, 그냥 잘하더라.”
“재수없네.”
또 한예원과 공연할 때.
“저거 어떻게 이겼냐.”
“생각해 보니까 진짜 신기하네.”
“완전 응애였다.”
또 네온 엔터와 본격적으로 경쟁했을 때도.
이후로도 계속해서 내 무대 중심으로 반복해서 올라오고 또 올라왔다.
말이 다큐멘터리 영화지, 내가 지금까지 해 온 활동의 총집편 영상이라고 봐도 좋을 것.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결과물을 이미 한 번 봤지만, 처음에는 걱정스럽기도 했다.
너무 모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지. 남들이 이걸 과연 재밌어할까 걱정도 했다.
하지만 막상 상영하니.
[ㅋㅋㅋㅋㅋ] [진짜 역겹다] [김한영은 역시 역겨워야 제맛] [실력이 늘기는 느네] [처음부터 잘해서 계속 저랬는 줄 알았는데 모아 두고 보니까 확 체감이 된다]다 재밌게 보고 있지 않나.
식구들 그리고 시청자들과 다 같이 달리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지난 삶이 하나의 드라마였나.’
그간 차고 넘치게 즐기며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
적어도 지난 궤적을 영화 한 편으로 추려낼 수준은 될 만큼 말이다.
스튜디오 누의 판단은 옳았다.
내 삶은 크게 가공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썩 재밌는 작품이었다.
‘내 입으로 말하면 욕 먹을 테니까 속으로만 말해야겠다.’
그렇게 [Road to KHY]라는 영화는 상영시간 1시간 반 동안, 무대 영상만 20곡만 꽉꽉 채워 넣은 뮤직비디오의 형태로 끝을 맞이했다.
[재밌었다] [다시보기는 아이플러스로 가면 되나] [걍 라이브 DVD 본 느낌이네 ㅋㅋ] [김한영 인생 잘 봤다] [일관적인 기만……]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시작부터 끝까지 한결같을 수가 있냐] [대쪽같네]채팅창은 아직 [Road to KHY]의 여운으로 가득한 듯하다.
나는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입을 열었다.
“지금이 한 8시 됐으니까…… 오늘은 새벽 5시에 다 같이 자러 가죠.”
[Road to KHY]가 끝난 거지.내 방송은 아직 남았다.
아니.
[시청자 수: 2,224,331]시청자 수를 보건데, 지금부터가 진짜 시작인 듯했다.
그렇게 기타를 치려는 순간이었다.
위이잉-
전화가 걸려왔고.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요.”
나는 짧은 통화를 마친 뒤 시청자들에게 기분 좋게 보고할 수 있었다.
“아이플러스 초동 조회 수로 역대 1위라네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