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5
225화
시작은 조용했다.
[KHY]앨범은 발매했지만, 엄밀히 말해서 초반 마케팅이 부족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마케팅과 오프라인 마케팅은 다른 법.
네온 엔터의 해외 역량은 다누시아를 지원하는 기업집단과 비교하자면 같은 선에 세워 두기 민망할 정도로 뒤처졌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에 네온 엔터는 내수 시장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었으니까.
[네온 엔터 첫 해외 진출 그룹 ‘참패’] [유럽 투어 계획 발표/현지 분위기 후끈 달아올랐네]간혹 기사를 내놓기는 하지만 존재감은 미약했다.
내수용 뮤지션만 가득 찼다.
3대 엔터쯤 되면 해외 지분도 충분히 크기에 지원할 급이 되지만, 네온 엔터는 그럴 역량이 못 되었다.
온라인 중심으로 최선을 다했지만, 그 정도.
오프라인 실물 시장도 온라인 못지않게 중요한 해외에서는 힘이 모자랐다.
하지만.
“앨범 나왔네.”
“저거 그거 맞지? 다누시아랑 내기했다는 그거.”
그게 네온 엔터가 무능하다는 말은 아니었다.
적어도 김한영의 발목을 잡지는 않았다.
“다누시아는 이미 1위 찍었던데.”
“흠, 외국어는 아무래도 조금.”
“그냥 배경음악 틀어 놓는 셈 치고 사 볼까?”
충분하다 못해 쏟는 수준으로 풀었던 온라인 마케팅이 힘을 발휘했다.
“아, 저거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추천하더라.”
“기사에서 봤어.”
10대에서 20대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마케팅에 더 큰 영향을 받는 세대.
네온 엔터는 집요하리만치 이들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그 방식은 이러했다.
[KHY challenge 14th try] [Me doin the KHY challenge]앞서 스타들에게 SNS 마케팅을 겸해 챌린지 참여를 요청했고, 앨범을 발매한 당일에는.
[김한영 앨범 사 왔다. 자세한 건 듣고 평가한다.] [다누시아와 경쟁한다는 그 가수] [뉴 제너레이션 케이팝~♡♡♥♥♧]리뷰 마케팅을 진행했다.
김한영의 음악을 듣는 것.
이어서 짧은 사연만 전달해도 앨범을 뿌리는 것까지.
대형 플랫폼의 기사까지.
네온 엔터는 처음부터 오프라인은 딱 기본만 하겠다는 듯 철저하게 온라인 마케팅을 중시했고, 그 결과는.
[x4(NEW!)] [KHY – Hanyoung Kim]역부족이었다.
[x1(=)] [Assemble – Danusia]다누시아가 발매 직후 1위를 2주 연속으로 기록하는 사이, 김한영은 5위조차 턱걸이를 버거운 모습이었으며.
[First week sales – 85000]그 실물 앨범 판매량조차 다누시아의 5%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초동 85000장이면 충분히 대단한 실적이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태양 앞의 모기처럼 초라하게 느껴질 지경.
결과는 길게 보지 않아도 명확해 보였다.
밀렸다.
둘을 비교하는 것조차도 민망할 정도로 압도적으로 밀렸다.
[김한영, 예고했던 대로의 결과]다누시아의 앨범은 한 해 최고 성적(top album of the year) 달성이 코앞인 듯했다.
하지만.
김한영의 앨범은 그달 최고의 앨범조차도 어려워 보였다.
* * *
앨범 발매 순위가 나오고 약 보름 가까이 지났을 무렵.
“…….”
“…….”
팅 식구들의 분위기는 마치 물속에 거대한 바위가 가라앉았다는 듯 시종일관 무겁기 짝이 없었다.
아니지.
정확히 말하자면.
“……한영아, 너무 걱정하지 마. 이 정도만 해도 잘한 거야.”
날 위로하기 바쁜 모양새였다.
“응, 미국 시장에서는 첫 데뷔잖아?”
조은솔이 긍정적으로 웃으면서도 안절부절못하는 목소리로 위로를 이었다.
다음으로는 홍윤서가 약속이라도 했다는 듯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음, 맞아. 아쎄이! 한국에서 1위 했잖아. 미국에서도 지금 8위라며. 8위가 X으로 보이냐? 8위도 잘한 거야! 어깨 펴라!”
기뻐하기 어려운 위로였다.
2주차에 8위다.
보통 2주 차까지가 런칭빨이라고 하니, 오늘 공개될 3주 차부터는 본격적인 추락이 시작될 터.
잘해야 현상유지일까.
뭐라 말할 여유도 없이 다음은 고희범의 차례였다.
“다누시아잖아. 그 새끼 백퍼 핵 썼다. 내가 안 만나 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인상부터 좀 그래. 핵쟁이 인상이야.”
근본이 없다.
다음은 성민아.
“충분히 잘했어. 차기작에서는 이기겠네.”
짧았다.
다음은 정의선과 한여름.
“난 100위라도 들어 보고 싶다…….”
“저도요…….”
쟤들은 위로하러 온 게 아닌 것 같고.
흔치 않게 집밖에 외출한 디마까지 빼꼼 고개를 내밀고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미국인들 귀가 이상한가 보죠.”
아하.
저쪽은 세계를 왕따시키는 타입이구나.
여하튼, 이 사람들이 나름대로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는 잘 알겠다.
날 위로하고 싶겠지.
내가 한 마리 상처받은 짐승이 되어, 작업실에 처박혀 있는 것 같아 안쓰럽기 짝이 없겠지.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별생각 없는데.’
막상 나한테는 큰 감흥이 없었다는 것이다.
‘졌구나. 하긴, 질 수도 있지.’
음악이라는 게 절대적인 취향이 있는 것도 아니고, 늘 이기기만 할 수 있겠나.
이번에 패배했다면, 그만큼 더 노력해서 다음에는 이기면 그만이지 않겠나.
오히려 가능성을 엿봤다.
세계 1위 뮤지션의 벽은 저만치도 견고하며, 아직 내가 갈 길이 멀었다는 것.
갈 길이 멀었다.
그렇기에 성장의 여지 또한 남았다.
애초에 저건 미국 차트다.
한국 차트에서는 내가 이겼다.
한국 1위에 빌보드 최대 4위면 충분히 잘한 성적 아니겠나.
그러니까 혼자 주눅을 들 이유라고는 전혀 없…….
“아! 이 색기! 혼자 퍼져 있지 말라고! 마! 우울할 때는 고기다! 고기 씹으러 가자!”
홍윤서가 포효했다.
“야! 한영아! 오늘은 희범이가 산다!”
“엑, 형, 저 돈 없는데.”
“돈이 없기는 왜 없어. 희범이, 네가 나보다 더 돈 잘 벌잖아. 초창기 멤버 비율 받는다고.”
“……그게 말입니다요. 번 돈 전부 다 코인에 박았다가 꼴았죠.”
“코인? 무슨 코인. 희범이 너 그런 거 안 한다며.”
“게임 회사에서 NFT랑 연동해서 코인 발행했길래 풀매수…….”
“했다가 꼴았다고?”
“네.”
“……진짜 미친놈인가? 그래서 얼마나 꼴았는데?”
“3만에 사서 오늘 아침에 4천…….”
“…….”
“…….”
“고기는 내가 살까?”
“네.”
소란스러워서 정신이 없네.
하지만 그 덕에 착잡한 심정에서 벗어난 기분은 들었다.
고개를 돌려 핸드폰을 바라보자니, 기사에서 다누시아의 인터뷰가 이어지고 있다.
[처음부터 정해진 결과였다.한영은 눕이고, 나는 챔피언이다.
2부 리그의 챔피언이 1부 리그에 도전해 참패를 맛보는 일은 원래 흔하다.
그에게는 갈고닦을 게 많다.
보컬 테크닉, 멜로디 구성, 엔지니어링, 마케팅까지 한참 멀었다.
승자로서의 관용을 보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복수전을 기다리겠다.]
말이 저렇지 승리감에 취해 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도 딱히 진지해 보이지는 않고.
당장 댓글창만 봐도 그러했다.
[여유롭게 이길 수 있는 상대만 고르는 다누시아] [오늘도 졸렬하다] [ㅋㅋㅋㅋ 신인 잡아서 족치고는 지 잘났다고 저러네] [오히려 김한영이 잘 싸웠다고 봐야지.] [김한영이 우주에 보낸 신곡들을 다시 가져오면 승부는 아모른직다]이쪽이나 저쪽이나 좀 우스갯거리 삼고 넘긴다고나 할까.
“에휴.”
한숨이 나온다.
이번 경쟁에는 나름대로 진지하게 임했는데, 요즘 세상 사람들한테는 뭐든 다 가십 거리에 지나지 않는구나 싶기도 하고.
그렇다지만 저렇게 넘기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생각해서 뭐 해. 더 가슴에 담아 둬 봐야 이불만 잔뜩 찰 일인데.’
그보다는 신곡이다.
다음 신곡을 잘 만들어서, 이번에는 정말로 다누시아를 넘어서는 거다.
네온 엔터에서도 그러지 않았나.
[한영 씨는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부족한 게 있었다면 그건 저희 마케팅 역량이었을 겁니다. 앞으로는 더 노력할 테니, 한영 씨는 마음 편히 창작에 집중해 주시길 바랍니다.]단순히 위로하는 말일지도 모르겠지만, 그 위로가 와닿았다.
‘가만, 따지고 보면 빌보드 4위네.’
어쩐지 딱히 슬퍼하는 눈치가 아니더라.
첫술에 배가 불러 버렸으니 슬퍼할 리가 없지.
“아, 모르겠다.”
“뭘 몰라.”
혼잣말을 중얼거리려니 고희범이 옆에 털썩 앉으며 물었다.
나는 어떻게 대답하든 큰 의미는 없을 거라고 느끼면서도, 일단 어떤 말이던 내뱉고 싶은 마음에 중얼거렸다.
“내 미래를 모르겠다.”
“네 미래가 왜.”
“모르겠잖아. 지금까지는 뭘 하든 잘 풀렸는데, 한 방 크게 얻어맞고 나니까 하늘에 별이 핑핑 돈다고 해야 하나.”
“흠.”
내 말에 고희범은 딴에 고민이라는 걸 시도하려는 건지 턱을 짚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
상대는 고희범이니까.
평소 헛소리 외에는 마땅한 말을 입에 담지 않는 게 그니까.
하지만.
불과 10초 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 건 내 예상에서 크게 빗나간 말이었다.
“우물 한 번 다녀오는 게 뭐 어때서.”
그러니까.
정말로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뭐? 우물?”
순간적으로 혈압이 올랐다.
“나한테 물에 코 박고 죽으라는 건가?”
“아니, 그 우물 말고!”
고희범이 다급히 외쳤다.
“게임에서 죽으면 가는 우물 있잖아. 부활하려고.”
“아, 그 우물.”
“그래! 본진 끄트머리에 있는 곳.”
그는 나름대로 할 말이 있는 건지, 손가락을 빙빙 돌리며 말을 이었다.
“아무튼, 우물에 한 번 가면 그걸로 끝이야? 아니잖아. 그동안 모았던 돈으로 아이템도 맞추고, 체력도 회복하고, 안 찍은 특성도 찍고, 라인전 작전도 새로 짜고. 그 외에도 오랫동안 우물에 안 돌아갔던 만큼 안 했던 일들 몰아서 하고. 그 다음에 라인으로 돌아가면.”
“……돌아가면 어떻게 되는데?”
별다른 기대를 안 하면서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물어본 찰나였다.
그가 평소대로 멍청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펜타킬.”
“…….”
“그동안 너무 라인이랑 정글만 돌았잖아. 슬슬 우물 찍을 때 되긴 했어.”
여전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조금 멍청한 비유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그가 하려는 말의 의미는 대강 알 것도 같았다.
“희범이 말이 맞네. 참! 이번 기회에 다 같이 여행이나 갈까?”
조은솔도 고희범의 말을 못 알아들었을 게 뻔하면서, 손바닥을 치더니 요지를 파악했다는 듯 말했다.
“이번에는 좀 멀리 좋은 데로 힐링 다녀오자. 돈도 팍팍 쓰면서.”
“방송 켜고요?”
“한영아, 아니, 이번에는 방송 같은 거 완전히 다 잊고 깔끔하게 쉬다 오는 거야. 솔직히 네가 그동안 여행 다녀왔던 게 말이 여행이지 다 일하려고 갔던 거잖아. 강원도도 일본도 미국도 전부 다.”
그 말에 홍윤서가 동의한다는 듯 감탄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와, 생각해 보니까 진짜 미친놈처럼 일만 하기는 했네. 저게 뮤지션?”
“보통은 저렇게 안 사는데요. 우리처럼도 안 살고요.”
성민아도 그랬고.
그러고 보니까, 지난 몇 년 단 한 순간조차 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희범의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물에 갈 시간이다.
‘일을 위한 휴식이 아닌, 휴식을 위한 휴식이라.’
그걸 하고 나면, 다시 도전해 볼 수 있을까.
지금까지 쌓은 경험치를 깔끔하게 몸에 받아들인 다음 더 좋은 결과물을 내놓을 수 있지 않을까.
아니, 할 수 있을 것 같다.
여기까지 생각이 닿았을 때 머릿속이 조금이나마 맑아졌다.
“그렇네요.”
내 가슴속에 묵직하게 쌓여 있었던 잔해의 정체를 조금이나마 알 것도 같았다.
“이번에는 조용하게 좋은 데에 한번 다녀오…….”
그렇게 말하려는 찰나였다.
쾅!
작업실 문이 열리더니, 그곳에서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강도수 대표였다.
그가 굉장히 다급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싸장님?”
고희범이 그의 직함을 중얼거린 찰나였다.
“큰일 났습니다!”
강도수 대표가 크게 호흡을 들이키더니 외쳤다.
“순위가 다시 오르고 있습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