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6
226화
내가 뭘 잘못 들었나.
“……대표님, 지금 뭐라고 말씀.”
되물어보려는 순간이었다.
“역주행입니다!”
뭐라 말을 마칠 틈도 없이, 강도수 사장이 외쳤다.
“못 믿으시겠죠? 2분 전에 업데이트됐어요. 바로 확인해 보세요.”
왜 굳이 확인하라고 하는 거지.
직접 알려 주면 되지 않나.
뭔가 노리는 게 있나.
긴가민가하면서도 핸드폰을 꺼내, 빌보드 순위를 재차 확인한 순간이었다.
“……!”
사실이었다.
그 자리에는 내 [KHY]가 6위로 상승해 있었다.
다누시아의 [Assemble]은 여전히 1위.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 사이의 간극이 조금이나마 줄어들었다는 것이었다.
“보통 3주 차에 순위가 올라가나요?”
“아닙니다. 그럴 리가요.”
혹시나 해서 물은 질문에 강도수 사장은 고개를 좌우로 젓더니 말했다.
“첫 주가 피크입니다. 홍보가 늦은 앨범의 경우 두 번째 주에 피크를 찍기도 하지요. 세 번째 주부터는 하락하거나 현상 유지를 하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왜.”
“이건 순수히 제 예상입니다만.”
다음 순간.
강도수 사장이 눈빛을 예리하게 빛내더니 말했다.
“스트리밍에 불이 붙은 겁니다.”
“스트리밍?”
온라인으로 듣는 거 말인가.
따로 실물 앨범을 결제하는 게 아니라, 온라인 정액제 플랫폼으로 돈 내고 듣는 거.
수십 년 전에는 없었지만, 이제 명백히 음원 시장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고 봐도 좋을 방식이었다.
“예, 스트리밍입니다.”
강도수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앨범 판매량은 완만히 하락세를 그려, 최근에는 하루에 5천 장 이하로 팔리고 있습니다.”
“가슴 아프네요.”
“하지만! 스트리밍으로 보자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건 제가 플랫폼에 요청해서 받아 온 데이터인데, 한번 같이 보시죠.”
그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더니 어느 자료를 불러냈다.
한국에서는 저조하지만,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트리밍 사이트 [큐엘]의 자료였다.
그런데 그곳에 나타난 수치가.
“배로 뛰었네요?”
압도적으로 부풀어 있었다.
강도수 사장이 이 반응을 기대했다는 듯 환하게 웃으며 외쳤다.
“예, 그렇습니다! 나날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니, 폭발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마따나 미친 듯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예전 기록이 어땠더라.’
첫날 앨범 총 스트리밍 수 기준으로 1,000만을 돌파한 뒤, 이후로는 급격히 하락해 하루 스트리밍 회수가 100만 언저리에 불과했었지.
하지만 그게 점차 불어났다.
불고 또 불어나더니, 최근 일자에 들어서는 일일 100만을 넘겨 300만을 향해 달려가는 추세였다.
“300만이라…….”
나는 눈덩이 구르듯 쌓여 가는 그 숫자를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다가 물었다.
“이 스트리밍 성적이 차트에 그대로 반영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강도수 사장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흔히 빌보드라고 하면 앨범 판매량 중심으로 집계한다 알려져 있습니다만, 최근에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튜브를 비롯해 몇몇 플랫폼의 스트리밍 회수도 조금이나마 반영한다 했죠?”
“예, 2,000번 들으면 앨범을 1장 판매한 것으로 반영할 겁니다. 자세한 수치까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맞을 겁니다.”
강도수 사장이 숨 가쁜 목소리로 외쳤다.
2,000번에 1장이라.
그렇다면 스트리밍으로 100만 번 들으면 앨범 판매로 약 500장 정도겠지.
규모가 있는 소매점 하나에서 소화하는 물량 정도다.
하지만 300만이라면 어떨까.
‘1,500장이다.’
썩 유의미한 판매량이 되었다.
여기에 미튜브를 포함해 다른 플랫폼까지 가산된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아마 어마어마하겠지.’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5위 안에 역으로 진입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속에 빛이 들었다.
하지만 동시에 의문도 들었다.
왜 역주행인가.
‘이미 마케팅이 죽어도 힘이 잔뜩 빠졌을 시기인데, 왜 하필 지금일까요.’
왜 처음부터 이러지 않고, 20일이 다 돼 가는 이 시점일까.
연유를 모르겠는 마음에 짧게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듣고 싶었던 겁니다.”
강도수 사장이 웃으며 말했다.
“돌이켜 봤을 때, 한영 씨의 음악이 머릿속에 남았던 거지요.”
“네?”
“앨범을 살 정도까지는 아니었을 겁니다. 아무래도 미국인들 기준으로는 낯선 외국어이기도 하고, 일단 무명이니까요. 검증되지 않은 뮤지션의 앨범을 턱턱 살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거기까지는 이해할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스트리밍에서 역주행이 일어난 거죠?”
“……여기서부터는 제 추측입니다만, 처음에는 다누시아의 곡이 워낙 폭발적이니 거기에 우선순위가 밀렸을 겁니다.”
아.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알겠다 싶은데 강도수 사장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마케팅과는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니 한영 씨의 음악이 슬슬 떠올랐을 겁니다. 잊을 만할 때쯤 한 번쯤 더 듣고 싶어졌던 거죠.”
“…….”
“그런 흐름이 된 겁니다.”
비로소 와닿았다.
내 곡의 청중들이 왜 뒤늦게 찾아왔는가. 그 마음이 한 걸음 뒤에 와닿았다.
‘그랬던 거구나.’
좋은 음악은 언젠가 다시 한번 듣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한 시즌 유행하고 사라지는 음악도 있는 법이지만, 가끔은 오랫동안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 있는 법이다.
집밥처럼.
혹은 수년을 붙잡아도 재밌는 고전 게임처럼.
오랫동안 만나도 함께 있으면 즐거운 친구처럼.
음악이라는 것 중에는 그런 음악이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음악을 이렇게 부르고는 했다.
클래식.
바로 클래식이었다.
어느 평론가가 남긴 말이 있었다.
[오래 들어도 즐겁다. 오래 들어야 즐겁다. 오래 들을수록 즐겁다. 그렇기에 비로소 클래식이다.]가슴에 묵직하게 울렸다.
아직 내 곡을 클래식이라고 말하기에는 한참 이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이 역주행이 증명하는 바는 우선 하나였다.
“아직 승부는 안 끝났어요.”
“예, 아직 확신하기는 이르지만, 저희도 더 노력해 보겠습니다.”
강도수 사장이 숨 가쁜 목소리로 재차 외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말릴 새도 없이 사무실에서 뛰쳐나가려더니, 문 앞에 멈춰서서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참, 한영 씨, 아직 무릎 안 꿇었죠?”
“아.”
“중요합니다. 승부가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거든요. 왜, 그 말 있잖아요?”
“아모른직다?”
“예, 아모른직다.”
어쩐지 얼굴에 슬금슬금 웃음이 올라왔다. 이제 막 피어오르기 시작한 불씨처럼 살살 올라왔다.
이 감정의 이름은 아마, 경쟁심이겠지.
나는 그것을 숨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씨익 웃으며 말했다.
“게임을 하면 이겨야죠.”
우물 다녀오기는 개뿔.
우물 안 다녀오고도 이길 거다.
‘가만.’
스트리밍이라고 했지.
어쩌면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른다.
* * *
다누시아의 신보 [Assemble]이 기록적인 판매고를 보이고 한 달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그 당사자는 이번 결과가 영 불만족스럽기 짝이 없었다.
탁, 탁, 탁.
다누시아가 손가락으로 계속해서 의자 팔받이를 두드렸다.
‘이게 아닌데.’
인상이 찌푸려졌다.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아랫입술을 질끈 물기까지 했다.
방송에서는 아주 조금이라도 노출되지 않게끔 애써 관리하는 표정이었다.
답답하다.
마치 튀긴 닭을 배가 터지도록 먹었을 때처럼 속이 답답했다.
무엇이 그를 초조하게 만드는가.
그건 바로.
“판매량이 급격하게 줄고 있다고?”
“……네, 그렇습니다.”
판매량 문제 때문이었다.
급격하게 줄어든 앨범 판매량이 그의 심기를 시종일관 자극했다.
“후우.”
다누시아가 깊게 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짓자, 그의 옆에 선 비서가 안절부절못했다.
그의 눈치를 심하게 보는 상황.
비서는 그의 보스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최대한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4주 차가 넘어서 하락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조만간 BBT쇼 라이브가 있으니, 거기에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최대한 애둘러서 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결국 하락하는 추세라는 건 사실이었다. 이미 일어난 일이다.
‘이 시기에 20분의 1이라.’
말 그대로 20분의 1로 추락했다.
하지만 첫 주에 워낙 기념비적인 수치를 세운 덕일까. 20분의 1이라는 급추락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1위라는 자리에 걸맞은 판매고였다.
하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답답한 일.
‘5분의 1, 아니, 10분의 1 정도로만 추락했더라도 몰랐을 일인데.’
왜 이렇게 급격하게 추락했는가.
속이 답답할 따름이다.
사실, 다누시아 본인도 감정적인 이유로 인정하지 않을 뿐, 그 윤곽 정도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너무 쉽게 가려고 했나.’
리스너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 있었다.
[좀 자가복제 느낌 남]이번 앨범이 자가복제라는 것이었다.
[다누시아 다른 앨범 들어 봤으면 굳이 들을 필요는 없는 느낌] [좋은 곡이 많기는 함.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안 감] [진짜 돈 벌려고 만들었구나 싶은] [아이디어가 떨어졌나] [피처링이 화려함]실제로 그의 이번 앨범은 지나치게 편안하게 가는 부분이 있었다.
그간 음악계에서 활동하며 성공했던, 대중에게 먹힐 만한 요소를 집어와서 적절하게 버무렸다.
거기에 특급 피처링을 끼얹었지.
이름만 들어도 한 번쯤 클릭하고 싶어질 그런 사람들만 골라서 말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실패할 요소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애초에 성적 자체가 성공이었다.
문제는 대중이 반짝 시선을 준 뒤, 빠르게 떠나갔다는 것에 있었다.
‘어느 정도 참신한 맛을 섞을 걸 그랬나.’
대규모 자본이 들어간 프로젝트였다 보니, 그도 모르는 사이 보수적으로 변했다.
혹시라도 성적이 안 나올 경우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컸기 때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블록버스터의 고질병이었다.
혹시라도 실패했을 경우의 손해가 너무 크니 안정적인 방식만 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참신함이 사라지는 것.
다누시아가 겪은 문제도 같았다.
‘아니다. 그래도 이건 내 유니버스의 첫 작품이야.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할 만하지. 참신함 같은 건 다음 앨범부터 챙기면 그만이야.’
다누시아가 필사적으로 자기 자신이 처한 상황을 합리화했다.
실제로 저 판단이 그릇된 것도 아니니.
안정적인 바닥을 깔아 놓고 나면, 도전하기도 수월해지기 마련, 장기적으로 보거든 다누시아의 이번 앨범은 지극히 합리적인 판단으로 이루어진 결과물이었다.
그런데 뭘까.
가슴 속에서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길함의 정체는 대체 뭘까.
“…….”
가만히 의자에 몸을 기댄 채 앉아 있기를 한참.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하며 습관적으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와중이었다.
“흐흠, 흠, 흠.”
섬찟.
다누시아는 뇌리를 날카롭게 찌르는 충격에 콧노래를 멈췄다.
지금까지 흥얼거리던 그 멜로디, 이거, 누구 노래였지.
‘누구 곡이었지?’
그도 모르는 사이에 흥얼거리고 있었다.
분명 들어 본 노래였는데 어디서.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멜로디의 정체에 고민하던 중, 다누시아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름 세 글자가 있었다.
‘김한영, 그 녀석은 뭘 하고 있지?’
김한영.
이번 앨범의 화제성을 위해 잠깐 써먹고 내다 버린 뮤지션이었다.
처음에는 그답지 않게 머리가 달아올라서 경쟁심을 불태웠지만, 압도적인 격차로 쳐 낸 뒤에는 존재감이 희미해졌지.
신경을 안 썼으니 볼 일도 없었고.
분명 그랬는데, 이제 와서 뒤늦게 그 이름이 떠오른 걸까.
아니, 왜 그 멜로디가 떠오른 걸까.
‘이미 모래사장에 파묻혔을 텐데, 왜 하필 이 타이밍에.’
불길하다.
어쩌면 이게 불길함의 정체가 아니었을까.
다누시아는 긴가민가하면서도 반은 호기심으로, 반은 혹시 하는 마음에 그의 비서에게 물었다.
“김한영은 어떻게 됐지?”
“저…….”
“앨범 판매량은 많이 줄어들었겠지. 어디 보자, 어디 보자, 어쩌면 5천 장 미만으로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네.”
다누시아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중얼거렸다.
“아니지. 내가 20분의 1 정도이니, 그 녀석은 아마 1,000장 밑으로 갔을 수도 있겠지. 쓴맛을 제대로 봤으니 다음 앨범에 잔뜩 힘을 넣고 오겠어.”
마치, 상대가 그의 머릿속 바람처럼 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잠시 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앨범 판매량은 일일 1,000장 내외로 확연히 줄어든 게 사실입니다만.”
비서의 입에서 쓴 물을 삼키는 각오로 나온 말은, 안타깝게도 그의 기대를 한참이나 벗어난 말이었다.
“3대 플랫폼 기준, 일일 합산 스트리밍 수가 1,000만을 돌파했습니다.”
일일 스트리밍 수 1,000만.
앨범 판매량으로 치면, 하루 5,000장을 넘기는 수치였다.
“더불어 오늘로 누적 3억을 넘겼습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