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누적 3억.
이미 웃어넘길 수 없는 숫자였다.
어지간한 뮤지션이라면 한평생 도달하지 못할 숫자.
아니, 세계구급 뮤지션이라고 한들, 운이 따라 주지 않으면 가까이 가지도 못할 숫자이기도 하였다.
하지만 다누시아는.
“……하! 무슨 말이 나오나 했더니. 나는 또 뭐라고.”
짧게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3억, 그거 별거 아니잖아. 당장 나는 곡 하나로도 넘겼겠네.”
그렇다.
다누시아는 세계구급을 넘어, 한 장르를 대표하는 뮤지션 중 하나.
더욱이 이번 앨범은 물로켓이었다고는 하나 그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그의 역대 디스코그라피에서 손꼽을 성적이었다.
“예, 하지만 상승세가.”
“그래 봤자 앨범 전체 스트리밍 수잖아. 곡 하나가 3억을 찍었다면 또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닐 테고.”
다누시아의 얼굴에 흥분한 기색이 가시고 조금이나마 여유가 돌아왔다.
“어디 보자, 나는 얼마나 나오나.”
다누시아가 핸드폰을 조물조물하더니 음원 플랫폼 [큐엘]에서 그의 페이지에 들어갔다.
그곳에 적힌 그의 곡 인기 순위에서는.
[Assemble/Assemble – 412,148,241]앨범도 아닌 곡 하나가 4억을 넘기고 있었다.
김한영의 세 플랫폼 통산 앨범 조회 수 3억과는 감히 비교조차도 할 수 없을 수치.
다누시아는 [큐엘]에서만 총 앨범 조회 수로 따지자면 10억을 넘겼다.
여기에 기타 플랫폼을 합치면 20억이라도 여유롭게 넘기겠지.
즉, 그와 김한영 사이의 격차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3~4배 차이에 달했다.
하물며 본진이라고 할 수 있을 앨범 판매 기록에서는 그보다도 훨씬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고 있지 않나.
‘아직 한참 멀었네.’
다누시아가 의도적으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마치 자기 자신을 안도시키듯, 경쟁자가 한참 멀리 나자빠져 있다는 것을 보며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확인하듯.
하지만.
다누시아는 잊고 있었다.
김한영을 의식한다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굴욕이라는 사실을.
이걸 잊을 정도로 그는 어떤 불길함에 쫓기고 있었다.
“자, 이건 일단 됐고. 연습이나 한 번 더 해야겠네. 가기 전에 메이크업도 새로 받고. 스타는 바쁘다니까.”
다누시아가 콧노래를 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본인조차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콧노래가 여전히 김한영의 멜로디라는 사실을.
* * *
-사락-
[토끼랑 거북이가 달리기로 쇼부를 보기로 했대요.토끼는 자신 있었어요.
읍내에서 달리기로는 토끼를 따라갈 생물이 없었거든요.
하지만 거북이에게는 인터넷 커뮤니티로 갈고 닦은 잔머리가 있었어요.
“토, 토끼야. 이거 마실래?”
순진했던 토끼는 거북이가 건네준 웰X스 포도 주스를 의심 없이 받아먹었어요.
쏟아지는 잠.
다음날 현기증과 함께 가까스로 눈을 떴을 때.
“뭔데 X팔.”
토끼의 주위로는 망망대해가 펼쳐져 있었어요.
맞아요.
토끼는 원양어선 한복판에 누워 있었어요.
기겁해서 일어난 토끼.
당황해서는 어쩔 줄을 몰라 하는 토끼를 향해 선장이 근엄한 목소리로 말했어요.
“용궁에 당도한 것을 환영하오.”
그 순간이었다.
토끼의 눈앞으로 반투명한 창이 나타난 것이다.
[토끼창] [레벨: 3] [특성: 준족호타/EX급]……
…-삑.
저기까지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인터넷 창을 눌러서 꺼 버렸다.
음.
떨떠름하다.
요즘 사람들은 이런 걸 읽나.
제목이 뭐였더라.
-[제목: 토끼가 달리기를 잘함] [소개문: 이세계 토끼가 두 다리로 세계를 제패함.
“거북이 새X, 돌아가면 씹어먹어 준다.”
x힘을 숨김 xX회귀 X환생 X빙의]
-진짜 뭐라는 건지 하나도 이해가 안 가네.
홍윤서가 폭소하며 읽고 있길래 소개받은 작품인데, 그가 어느 지점에서 재미를 느낀 건지 영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기술 발전이 꼭 좋은 건 아니네.’
고전은 고전 나름대로 존중해야지.
비튼다고 저런 식으로 비틀면 원본의 재미마저 사라지지 않나.
누군가는 재밌다고 읽겠지만, 일단 내 취향은 아닌 듯하다.
“됐다.”
이런 사소한 것에 정신이 뺏겨 있을 때가 아니다.
그보다, 나는 창을 끄고 새로운 창을 불러와 예의 주시하던 지표를 불러왔다.
[강도수 사장님: 금일자 성적 정리본입니다.]그가 보낸 파일에는, 몇몇 플랫폼의 스트리밍 수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다.
곡별로.
그리고 앨범별로.
그리고 시간대별로.
각 항목에 따라 깔끔하게 정리된 스트리밍 수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고, 그 끝에는.
[미튜브 누적: 575,861,434] [도파도파 누적: 359,345,788]누적 스트리밍 수가 나타나 있었다.
KHY라는 앨범 수록곡에 대한 총 누적 스트리밍 수.
이미 3대 플랫폼 중 두 곳에서만 합산하더라도 9억을 한참 넘겼다.
하지만 이 대기록조차도 마지막 하나.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플랫폼인 [큐엘]의 누적 수치에 비하자면, 이 정도는 웃어넘길 수 있는 숫자였다.
[큐엘 누적: 1,543,442,523]그렇다.
15억.
이 압도적인 수치가 내 이번 앨범의 성적이었다.
세 플랫폼을 합쳐서 근 25억.
앨범 발매 후 2달 차에 들어서 기록한 숫자였다.
지난달에 3억을 조금 넘겼다고 했으니, 1달 사이에 8배로 성장했다.
더 무서운 건, 아직도 상승세라는 것이었다.
하루에 세 플랫폼을 합쳐 스트리밍 수가 근 5천씩 붙고 있으니, 이 끝에 가서는 얼마나 큰 숫자가 될지 점치기조차 어려웠다.
“…….”
이게 내가 요즘 딴짓에 자꾸 정신이 새어나가는 이유였다.
“잘하면 정말로 다누시아 잡겠는데?”
시시각각 다누시아와의 거리가 좁혀져 가고 있다는 것.
짧게 중얼거리려니,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던 성민아가 슬그머니 한마디를 끼얹었다.
“뭐, 이렇게 될 것 같기는 했어.”
안 속는다.
겉으로는 침착한 척하지만, 속으로는 흥분의 도가니라는 게 목소리에 대놓고 배어 나왔다.
“진짜로?”
“응.”
“가수로서의 여태껏 커리어를 전부 걸고?”
“……응.”
“전생과 이번 생, 다음 생의 부와 명예, 권력을 모두 걸고?”
“……나 화장실.”
성민아가 침착하게 도주했다.
본인이 말하고도 어림없기는 했던 모양.
하지만 성민아는 도주하더라도 내 차트 누적 조회 수는 도주하지 않는다.
그저, 그 자리에 선명하게 찍혀 있을 뿐이었다.
“25억이라…….”
너무 커다란 숫자가 한순간에 찾아왔다.
이미 오늘날의 일일 스트리밍 수가 런칭 첫날 스트리밍 수를 압도한 건 당연하고, 갈수록 부풀어 오르는 추세이니.
[김한영은 스트리밍 역사의 새로 쓰고 있는가] [다누시아 ‘게섯거라’] [앨범에서 1차전 ‘대패’ 스트리밍에서 2차전 시작]기자들은 연신 이번 기록을 두고 한마디씩을 뱉어 대기 바쁜 모양새다.
하지만 이런 사태가 일어난 원인을 찾아보자면.
솔직히 말해서.
나도 잘 모를 상황이었다.
[김한영은 어째서 조회 수가 늘어나고 있죠?] [한국 정부가 로비를 하고 있는 것임에 분명하다] [김한영은 KPOP 열풍의 수혜자다] [솔직히 김한영 듣는 사람 있나? 내 주변에서는 다 Nerd들만 듣는다] [Nerd가 많은가 보지] [Asian들은 다 듣고 있다]네티즌들도 상세한 원인을 모르는 건 마찬가지였다.
너도 모르고, 나도 모르고, 우리도 모른다.
홍보가 잘 되었는가.
아니면 OSMU에서 큰 변곡점이 있었는가. 방송에서 큰 방향성을 얻었는가.
무엇 하나 큰 이유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다면, 내가 유추할 수 있는 이유라고는 하나뿐이었다.
음악이 뜨기 위한 대전제.
음악이 음악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이유.
[노래가 좋아서 계속 듣게 됨]듣기 좋았다.
오직 그저 그뿐이었다.
[노래가 좋기는 해] [김한영은 별로지만, 노래는 좋음] [1번 트랙부터 13번 트랙까지 한 40번째 듣고 있다]실제로 큐엘 측에서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내 앨범은 조회 수가 1번 트랙부터 마지막 트랙까지 쭉 곧은 편이었다.
타이틀이자 1번 트랙인 [stay tuned(feat. Rebecca rodriguez)]의 조회 수가 무려 5억이다.
하지만 보너스 트랙인 13번 트랙은.
[갈대(Re-recorded) – 117m]여전히 1억을 넘겼다.
‘왜 이러지?’
이는 실로 기이한 사태였다.
대다수의 앨범을 보거든, 타이틀곡이 여타 곡들 스트리밍 수의 10배 20배에 달하는 게 보편적이기 때문.
하지만 내 앨범 [KHY]는 예외였다.
마치 모든 곡이 타이틀곡이라고 주장하든, 아무리 떨어져야 5분의 1안에서 노는 모습을 보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이상했다.
1번 트랙의 스트리밍 수가 마지막 트랙까지 곧게 뻗는다.
스트리밍 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갈수록 늘어나는 기미를 보였다.
빌보드?
8위까지 추락했던 게 최근에는 2위로 돌아왔다.
‘하루 스트리밍 수 5천만이면 앨범 판매로 환산하면…… 일일 2.5만 장쯤 되나.’
한 달로 치면 70만 장을 넘길 판매량이었다.
만약 내 위에 8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괴물, 다누시아 한 명만 없었더라면 1위를 달성하고도 남았겠지.
“저쪽은 추락이 빠르다는 데도 1위라. 괴물은 괴물이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려니 고희범이 이죽거리듯 말했다.
“이보십시오. 김한영 씨, 그 뒤를 쫓는 너님도 딱히 남 말할 상황은 아니거든요? 예?”
“뭐래.”
아무튼, 이런 일이 또 있었던가.
빌보드의 역사를 돌이켜 봐도 손에 꼽을 만큼만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미국 음악계에서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평론지, [데일리뮤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같은 행동을 하더라도 그 자리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서 결과물은 다를 수 있다.모두가 잘 아는 브랜드가 신상품이 발매한 것.
잘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가 알려지며 서서히 팔리는 것.
둘 중 어느 쪽의 성장세가 더 가파르겠는가.
판매량 추이는 어떻게 되겠는가.]
이건 그거였다.
그래.
처음부터 인지도가 100으로 깔려 있었던 다누시아가 역대급 마케팅까지 총동원해서 시작부터 풀-컨디션으로 팔아 재꼈다면.
나는 애초에 5이나 6부터 시작해 100으로 가는 과정에 있다는 것이었다.
“…….”
어지럽다.
마치 한 시대의 현장에 선 것만 같다고나 할까.
1762년 사도세자가 뒤주에 갇혀 죽었듯.
1865년 워싱턴 D.C 포드 극장에서 에이브러햄 링컨이 괴한에게 암살을 당했듯
1914년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이 세르비아인에게 살해당해 세계 1차 대전이 촉발되었듯.
그리고.
마침내 1964년.
비틀즈가 빌보드를 점령하며 브리티시 인베이전을 시작했듯.
그러한 시대적인 사건의 한가운데에 내가 서 있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러다가 나는 대체 뭐가 되려는 건지 모르겠네.”
“중2병.”
“닥쳐.”
고희범이 낄낄 웃으며 다시 게임 컨트롤러를 손에 붙잡았다.
아무튼, 지금 상황은 그러했다.
나는 이 현장에 서 있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이 자리에 서 있다. 나는 신곡을 생각하고 있다.
오직 그 사실만이 자명했다.
“아.”
그 순간 빌보드 순위가 다시 갱신됐고.
그 자리에는 마침내 작은 변화가 나타나 있었다.
[x1 – KHY (↑)] [x2 – Assemble(↓)]문장 두 줄의 순서가 바뀌었다.
그뿐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