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빌보드를 정복하고 어느덧 2달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니까, 신곡을 내고 4달째 되는 시점이었다.
또한.
[KHY]가 앨범 누적 스트리밍 수 100억을 넘겨 버리며 하나의 역사를 세우기도 했다.여기에 앨범 판매량까지 불이 붙으면서 후천적으로 따낸 차트 1위를 유지하는 하루하루.
빌보드 8주 연속 1위였다.
‘세상 참 평화롭네.’
그동안 별다른 일은 없었다.
미튜브 구독자는 500만을 넘겼고, 미국에서 섭외 요청은 미친 듯이 들어오고.
네온 엔터에서는 제발 공연 좀 뛰라면서 사정사정하다가 끝내 나 알아서 하라면서 포기하고.
광고는 하루에 몇 개씩 들어오더라.
‘곡 만들어 달라는 게 오늘 아침에 일곱 개에 의류 광고는 다섯 개 정도였나.’
아무튼, 많이 들어왔다.
얼마 전에는 런던에서 축구 경기에 앞서 개막 무대 좀 서달라고 요청 들어왔고.
속옷 패션쇼에서도 초청했고.
또 다누시아는.
[김한영이 훌륭한 뮤지션이라는 건 인정한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그의 다음 앨범에서는 더 큰 발전이 있기를 기대한다.]장렬한 정신승리를 시전했다.
화는 안 난다.
원래 저런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니까.
‘진짜 마케팅 잘한다니까.’
이제 다누시아가 저런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SNS에 말 한두 마디 할 때마다 검색어 트렌드 순위에 내 이름이 함께 치솟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마다 기사도 쏟아졌고.
‘아, 또 기사 올라왔겠다.’
이걸 뭐라고 하더라.
내가 내 기사를 찾아보는 거.
그래, 에고 서칭이다.
[김한영은 말 그대로 퍼펙트하다. 뉴욕타임스 본지에서 쏟아진 극찬.] [가장 한국적인 음악이 가장 세계적인 음악이다] [김구 선생님, 보고 있지?] [김한영 ‘KHY’ 8주 연속 1위.] [벡 딕슨 ‘김한영이야말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아시안 뮤지션’] [올해 그래미 노미네이트 발표에 김한영 기재 ‘반쯤 확실시’] [김한영-팝, 일명 K-POP은 어떻게 세계를 삼켰는가]아주 국격이 상승하는구나.
신문사들은 이제 국내 소식만으로는 모자란지, 해외 기사를 퍼 와서 관음하기 바쁜 모양새였다.
‘이거 신기하네.’
국내 소식이면 한 번에 끝이지만, 그걸 해외에서 퍼 가면 역수입해 와서 기사 한 번을 더 쓴다는 건가.
자가발전이 따로 없네.
이래저래 몸값이 부쩍 올랐다는 걸 체감하는 하루하루.
하지만.
‘평화롭네.’
그런 기사 속과는 달리, 큰 변화가 없는 나 자신에게 위화감을 느끼기도 하는 와중이었다.
“나 왔다.”
작업실로 고희범이 기어들어 오더니, 내 모니터를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야, 또 기사 보고 있었어?”
“어.”
“질리지도 않냐? 다 똑같은 말만 하는데.”
“응, 하나도 안 질려. 짜릿해. 매일 보고 싶어.”
“손발이 오그라든다든가 그런 생각은.”
“1도 안 드는데.”
“웩.”
고희범은 질렸다는 듯 질색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소파 위로 몸을 던졌다.
이어서 핸드폰을 꺼냈다.
[쇼죠킹구다무!]이해 못 할 오프닝 소리와 함께 게임 소리가 작업실을 채우기 시작했다.
“맨날 그 게임만 붙잡고 사네. 안 질리냐?”
“질릴 줄 알았는데, 서버 1위 먹으니까 안 질리더라.”
“1위?”
“돈 좀 썼지.”
고희범이 내게 화면을 들이밀었다.
그 화면에 휘황찬란한 캐릭터가 창고에 샐 수도 없이 가득 차 있었다.
미친 듯한 현질로 끝내 1위를 먹은 모습이었다.
‘게임 회사에 직원 한 명은 대 줬겠네.’
고희범, 장하다.
대단하다.
하지만 남 돈 쓰는 일에 간섭해 봤자 의미 없다고 했다.
‘알아서 하겠지.’
적당한 무관심은 인간관계에 좋은 윤활유가 된다.
그렇게 나는 새로 취미를 들인 에고 서칭에 시간을 쏟아붓고, 고희범은 핸드폰 게임에 삶을 갈아 넣는 와중이었다.
“야.”
고희범이 뭔가 떠올랐다는 듯 물었다.
“활동 안 하냐?”
“활동?”
무슨 말인가 싶어 되묻는데, 고희범이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더니 당연하다는 듯 물었다.
“너 요즘 주가 상한가 찍었잖아. 슬슬 뭐라도 해야 할 시기 아니야?”
아, 그 이야기.
최근 들어 고희범이 종종 말하고는 하는 그거였다.
그만 쉬고 일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거.
살면서 고희범의 입으로 들으리라고는 차마 생각지도 못했던 그 말이었다.
“쉬고 싶을 때가 있어서.”
“그래? 그래도 앞으로 또 언제 대박이 터질지 모르는데, 일감이 있을 때 해야지.”
“틀린 말이 아니기는 한데.”
나는 떠오르는 바가 있어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했다.
“딱히 꽂히는 일이 없네.”
“없어?”
“어.”
고희범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 뭐야, 카네기홀에서 공연하자고 했다는 건.”
“비행기 타고 멀리 가면 시차 적응이 힘들어서 조금.”
“일본에서 전액 대 줄 테니까 몸만 오라고 했던 그 돔 투어 제안은?”
“귀찮아.”
“……들어오는 제안들을 그런 이유로 거절하는 건 이 세상에 너밖에 없을 거다.”
“나는 진지해.”
우스울 수도 있다.
나도 안다.
귀찮다거나 하기 싫다거나.
단순히 그런 이유로 들어오는 물을 흘려보낸다는 게 누군가가 보기에는 우스울 일이겠지.
하지만 사실이었다.
“요즘 따라 묘하게 의욕이 없네.”
깔끔하게 의욕이 죽어 버린 탓이었다.
꽤 거나한 기록과 함께 빌보드 1위를 찍은 탓일까.
내 의욕이라는 것은 음악 인생 커리어의 피크를 찍었다고 불러도 좋을 시점에 폭삭 가라앉아 버렸다.
하얗게 타 버렸다거나,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내 마음속 우물이 고갈된 그런 느낌.
“이제 뭘 위해 음악을 해야 하지.”
농담이 아니다.
진지하게 고민이 드는 부분이었다.
뮤지션으로서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 빌보드 1위에 올랐다.
세상의 어지간한 초대형 공연장이라고 한들 안 선다면 모를까, 못 서는 건 아니게 되었다.
음악적으로도 한때 못 완성하고 떠났던 곡들을 그 이상으로 완성해 냈다.
여기에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나.
“아니, 꼭 음악을 해야만 할까.”
나조차도 놀라울 정도로 김이 식어 버린 탓이었다.
“……네가 진짜 미쳤구나.”
“왜.”
고희범이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밥 먹을 때 빼고는 음악밖에 몰랐으면서, 막상 제일 잘나갈 때 음악 하기가 싫다고? 내가 아는 김한영은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닌데. 솔직히 말해 봐, 너 랩틸리언 맞지.”
그놈의 랩틸리언.
파충류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있다는 그런 음모론이라고 했나.
나는 이 하찮은 도발에 말대꾸할 가치조차도 못 느끼며 입을 열었다.
“음악이 싫은 게 아니야. 그냥 의욕이 없는 거지.”
“번아웃?”
“아마도.”
그럼에도 안다.
내게 부족한 건 기회라는 사실을.
적당한 기회가 온다면, 나는 다시금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터.
문제는 그 기회가 언제, 어디에서 오냐는 것이었다.
‘이걸 찾는 게 슬럼프를 깰 열쇠일까.’
어쩌면 내가 인터넷이나 뒤적이며 이렇게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것 또한, 그 단서를 찾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고.
‘슬럼프, 슬럼프, 슬럼프라.’
그렇게 죄 없는 마우스만 싸구려 볼펜처럼 쉼 없이 딸깍거리는 와중이었다.
“아.”
고희범이 입을 열더니 말했다.
“정 뭐하면, 이럴 때 김한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보든가.”
“김한석?”
김한석이라면 또 내가 전문가지.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말했다.
“김한석은 평생 슬럼프라고는 겪은 적 없었는데.”
그 말에 고희범이 작게 코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지랄.”
“…….”
어쩌라고.
“이거, 이거, 평소에 그렇게 김한석을 잘 아는 척하더니만, 사실은 그 누구보다도 김한석 알못이었네.”
순간적으로 이마에 혈압이 솟았다.
내가 김한석인데.
네가 잘 알겠냐, 내가 잘 알겠냐.
아무래도 물리치료가 필요할 것 같아, 선반 위에 나뒹굴던 벌칙용 뿅망치를 손에 쥐고 일어난 순간이었다.
“야, 야! 그게 아니라, 김한석의 마음이 되어 보라고.”
“난 언제나 김한석의 마음이었어.”
“아오, 그놈의 김한석. 아니, 왜, 그런 거 있잖아. 야, 한마디만!”
“또 헛소리면 정수리가 움푹해질 때까지 타격한다.”
그 말에 고희범이 눈에 보일 만큼 침을 꿀꺽 삼키기를 잠시.
손가락을 거하게 들어 올리더니 말했다.
“그거! 그거 같은 거 있잖아!”
“그거?”
“그 뭐냐, 죽은 사람 예토전생시켜서 노래 부르게 만드는 프로그램.”
“…….”
그런 게 있었나.
좀처럼 떠오르지 않아 다시 망치를 들어 올린 찰나였다.
“아니, 진짜로! 진짜 있거든. 봐, 이거, 보이지?”
고희범이 핸드폰을 두드리더니, 이내 영상 하나를 틀어서 내게 내밀었다.
“보이스 오브 레전드!”
보이스 오브 레전드라.
어디에서 이름 한번 들어 본 것 같은데.
그 말에 영상을 본 순간이었다.
[나~ 사라지지 않을 한 떨기 들국화~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햇볕이 되어 준 그대에게 고맙습니다~]두 사람이 듀엣을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김두영 옹?’
내 정신적 스승 중 한 명인, 트로트의 대가 김두영 옹이었다.
이미 옛적에 죽었을 그가 입체 영상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것도 최근 이름 좀 들어본 신인 가수와 함께.
“보이지? 이거 죽은 사람 목소리 합성 기술로 되살려서 노래 부르게 시키는 프로그램이거든. 막 음향 전문가들이랑 작곡 전문가들이 협조해서 만든대.”
고희범이 내 눈치를 살피며 수염 난 간신배 같은 목소리로 이었다.
“여기에 네가 출연하면 뭔가 새로운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흠.”
“모르잖아. 네가 아는 김한석이랑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김한석의 차이 같은 걸 알 수 있을지도. 아니지, 오히려 이런 차이를 통해서 더 발전할 수 있는 거지. 이해도를 깊게 만드는 거야.”
이해도라.
이 세상에 나보다 김한석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는데.
……라고 생각한 찰나였다.
‘아니지.’
있을 수도 있다.
인간 김한석이라면 내가 잘 알겠지만, 음악이라는 건 본인보다 남들이 더 깊게 평가를 내릴 때가 존재하는 법 아니겠나.
왜, 나부터가 그렇다.
당장 남의 노래를 들을 때 당사자만큼이나 깊게 들으면 듣지, 얕게 듣지는 않으니까.
‘전문가들이라.’
그 사람들은 내 음악을 어떻게 들었을까.
내 음악을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내가 아는 내 음악]이 고갈되었다면, [남이 아는 내 음악]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여기까지 생각이 닿은 순간이었다.
‘그럴싸한데?’
반쯤 죽었던 마음속 불씨에 짚단 한 줌이 던져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장은 작지만, 땔감만 잘 밀어 넣는다면 어엿한 불바다가 될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런 불씨가 말이다.
“괜찮네.”
해 볼 만하다.
이거라면 한 번쯤 해 볼 만하겠다.
아니, 해 보자.
결정을 내리자, 그다음으로 할 행동은 정해져 있었다.
‘어디로 신청 넣으면 되지?’
신청하는 것이었다.
아마 거절하지는 않겠지.
나니까.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내가 출연하겠다는데, 대체 어디에서 거절하겠나.
“강 대표님한테 한번 물어보면 될까. 야, 희범아, 대표님 어디 계시냐.”
“지금쯤 대표실에 계실 텐데.”
“그래? 바로 출동한다.”
“지금 바로?”
“옛말에 공격도 방어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대표실이랑 작업실이랑 같은 건물이니까 이게 좋네.
나는 지체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에 즉시 작업실 문을 열고 나가서는 대표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층이 달라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위이잉-
버튼을 누르니 천천히 내려오는 엘리베이터.
치킹-
그 문이 열리며 안에 들어가려는 순간이었다.
“오.”
엘리베이터 문 안쪽에서 강도수 대표가 서 있었다.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그 옆에 또 한 사람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서 있었지만, 내 기억에 없는 걸 보니 특별히 기억해 둘 만한 사람은 아니겠지.
아무튼, 날 발견한 강도수 사장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한영 씨?”
“대표님, 다른 게 아니라.”
조금 인사 좀 나누다가 물어봐도 좋겠지만, 어차피 본론 나올 테니까 여기에서 끝내 버리는 게 좋겠다.
시간은 금이고, 바쁘실 테니까.
나는 즉시 그에게 말했다.
“저 보이스 오브 레전드 출연하고 싶은데, 혹시 방법 없을까요?”
“예?”
그 말에 그의 눈이 황당하다는 듯 벌어졌다.
당연한 일이다.
내가 어디 출연하겠다고 먼저 제안하는 일이 워낙에 드물었으니까.
“그 뭐지? 방송에 나오는 거요. 죽은 사람을 예토…….”
“예토전생.”
고희범이 딱 적절하게 어시스트를 넣었다.
“아, 맞아. 예토전생 시키는 거요.”
“저기, 보이스 오브 레전드가 어떤 방송인지는 잘 압니다만.”
다음 순간이었다.
강도수 사장이 조금 전보다 한층 더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여기 계신 이쪽 분이, 그 프로그램 맡으신 PD님이십니다.”
“네?”
그러고 보니, 엘리베이터에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아까부터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던 중년 남자.
그가 작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보이스 오브 레전드를 담당하고 있는 문선욱 PD입니다.”
“…….”
빠른 게 좋긴 하지만, 이건 조금 너무 빠르기는 하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