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곡이 대략 완성되었다.
[신곡 최종본 가이드 포함.cpr]원래 곡 하나를 만들더라도 하루 이틀이면 쑥쑥 뽑아내고는 했는데, 이번 곡은 시간이 조금 더 걸렸다.
그럼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 정도면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는 않겠네.’
모처럼 즐겁게 곡을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곡에 내가 음악인으로서 찾아낸 나름의 결론을 정리해 담았다.
하지만 담아낸 건 담아낸 거고, 중요한 건 이 곡을 들은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가겠지.
“대중한테는 어쩔지 몰라도, 저한테는 의미 있는 곡이 될 것 같네요.”
내 말에 러프 믹싱(곡의 완성본을 예상할 수 있게끔 가볍게 구성을 다듬는 단계)을 한참이나 매만지던 디마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잘 만든 곡은 맞아요.”
“감사.”
“하지만 성공할 곡인지는 모르겠네요.”
그는 이번 곡을 두고 오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창의적인 건 좋지만, 창의적인 시도라는 게 언제나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음악이 호불호 싸움이라고 치면, 많은 사람의 호를 얻어 내는 게 중요하니까요.”
“대선 투표 같네요.”
“다 똑같죠.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동의를 얻는가.”
동의라.
더 많은 사람에게 동의를 받은 곡이 히트곡이란 말인가.
그 말에 나는 떠오르는 바가 있어서 말했다.
“좋아하는 사람이 소수라면, 그건 실패한 음악일까요?”
나름의 질문을 던진 순간이었다.
불과 눈 한번 깜빡할 시간도 안 지났을 때 답장이 돌아왔다.
“어림도 없는 소리.”
칼로 자르는 듯한 말이었다.
디마, 공요한은 평소 매사에 무뚝뚝한 그답지 않게 희미한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더 섀그스라고 아세요?”
“더 섀그스?”
잠시 고민해 봤지만,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밴드였다.
“유명한가요?”
“유명하죠. 어쩌면 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 중 하나일걸요.”
공요한이 오묘하게 웃었다.
그것이 마치 내게 장난을 치는 듯했다.
천하의 김한영도 모르는 게 있구나~ 하는 그런 도발이라고나 할까.
그 표정을 보자 괜한 오기가 발동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밴드라. 내가 죽은 뒤에 데뷔한 사람들인가?’
그쪽이라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디마의 입에서 나온 정답은 완전히 다른 방향이었다.
“세계에서 가장 실패한 밴드로 유명하죠.”
“네?”
실패한 밴드?
그게 무슨 말이지.
아니, 실패했는데 어떻게 그게 유명해질 수가 있지.
머리에 수십 개의 붉은 물음표가 떠오른 순간 공요한이 입을 열었다.
“더 섀그스는 비틀즈와 동시대에 활동했던 밴드예요. 음악이라고는 알지도 못했던 자매 셋이서 결성했죠. 본인들이 하고 싶어서 했던 것도 아니었고요.”
“기획사에서 시켰나?”
“아뇨, 락 음악에 미쳐 살던 부모님이요.”
“재능이 엄청났나 보네요.”
“그것도 아니었어요. 오히려 끔찍할 정도로 재능이 없었죠.”
공요한이 재차 웃더니 말했다.
“섀그스의 음악은요. 음악의 문법을 파괴했어요.”
“네?”
“듣기 괴로울 정도의 연주력에, 멜로디도 시장에서 팔리는 그런 게 아니었죠. 작곡의 문법 자체도 무시했어요.”
“…….”
“제 생각에는 아마 시장조사도 안 했을 것 같네요. 원래 그 세 자매가 음악을 좋아하던 사람들은 아니었으니까요. 앨범은 100장도 안 팔렸죠. 끔찍하죠? 그래서 해체했어요.”
그런 사람들이 밴드를 꾸렸나.
아니, 꾸리는 건 꾸린다고 쳐도 어지간히 실패한 모양인데 그게 어떻게 전설이 될 수가 있지.
다음 한마디가 정답이리라고 생각한 사이, 공요한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섀그스의 모든 음악은 시도였어요.”
“아.”
시도였다.
그 한마디에 나는 공요한이 이렇게까지 말을 빙빙 돌려가면서 꺼낸 이유를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머리에 전득이 닿아 전기가 찌르르 흐르듯.
섀그스라는 괴작 밴드를 통해 내게 말하려고 한 바를 알 수 있었다.
“망했지만, 후대에 영감이 되어 줬군요.”
섀그스가 특이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정확해요. 이해력이 좋으시네요.”
공요한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다음 순간.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란, 이 질답의 결론으로 다다르리라고는 차마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었다.
“더 섀그스는 펑크 음악의 시조 중 하나예요.”
펑크.
음악을 하겠다는 정신 하나만 있더라도 음악으로 인정받는 장르였다.
세상에서 가장 못했다는 사람들이 장르의 시조가 됐다니.
피부에 소름이 올라오려고 하는데 공요한이 말을 이었다.
“그냥 섀그스는 그랬어요. 실력도 무엇도 없었죠. 애초에 음악을 잘 알지도 못했고요. 하지만 그런 주제에 음악을 하려고 했고, 그러한 시도 자체가 시장에 큰 울림을 만들어 냈죠.”
어째서일까.
가슴 한쪽 구석이 찌르르 울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섀그스라는 이름 자체는 나로서도 생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펑크의 시조라면.
같은 이유로 어느 장르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시조가 존재한다면, 그 시조는 어떤 생각으로 음악을 했던 걸까.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영 씨도 같아요.”
“어떤 면에서 그렇죠?”
“울림을 만들 수 있는 위치라는 거죠.”
울림이라.
내가 울림을 만들었을까.
아니, 앞으로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시대에 승승장구하는 걸 넘어, 먼 후대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오만하다.’
그렇다고는 하나, 내가 언제는 오만한 사람이 아니었나.
나는 큭큭 웃다가 말했다.
“저만 그런가요. 요한 씨도 마찬가지지.”
그 순간이었다.
“알아요.”
“…….”
저건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르겠네.
얼굴만 보면 1,400% 진담인데.
아무튼, 그렇게 이메일 전송 버튼을 누르기 위해 마우스를 쥔 시점.
손가락에 힘만 주면 일단락이 나는 상황에서, 가슴이 후련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빌보드 1위는 시작점이었다.
비록 곡을 완성했다고는 하나, 이게 끝이 아니다.
곡 자체는 듀엣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김한석 파트에 한해서 어디까지나 나는 가이드 보컬만 맡았으니만큼 어떤 결과물로 이어질지는 모른다.
어쩌면 또 모르지.
이 작은 음원 파일이 먼 훗날, 어느 새로운 장르의 시작이 될지도.
어쩌면 아닐 수도 있고.
‘의도해서 한다고 될 것 같지는 않네.’
그래도 기대 정도는 해도 되겠지.
나는 그런 마음으로 이메일 전송 버튼을 클릭했다.
딸깍-
* * *
SLB 인공지능연구소.
한국에서 손에 꼽히는 음향 전문가, AI 전문가들이 모여서 설립한 연구소의 이름이다.
이 기업이 최근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달려드는 작업물이 있었다.
그것이 바로.
[아~ 나는 바다가 되고 싶은 강~]AI 기반 음성합성 기술이었다.
연구소의 한복판에서 어느 가수의 노랫소리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그런데 그 노래가 가관이었다.
죽었어도 이미 수십 년 전에 죽었을 가수의 목소리로, 당장 최근에 발매된 곡을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생생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
노래뿐만이 아니었다.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 음악 시장 많이 응원해 주십시오. 21세기의 여러분을 사랑합니다.]하물며 말한 적이 없는 대사가 가수의 목소리로 나오기까지.
“갈수록 퀄리티가 올라가네.”
전부 SLB 연구소 소속 연구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한 결과물이었다.
“이제 한 10분 정도의 음성 데이터만 있어도 충분해졌네요.”
“음, 확실히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어. 조만간 더 만지면 특이점이라도 올 것 같네.”
“스톡 옵션, 잊지 마시깁니다.”
기대를 한참 넘어선 결과물에 연구원들의 얼굴에는 싱글벙글 웃음이 만연했다.
“원래는 가다듬기까지 최소 한 달은 시간이 걸렸는데, 이제 하루면 충분해졌어.”
최근 [보이스 오브 레전드]에 기술을 제공하며 크게 인지도를 올린 덕에, 투자 제의가 매일같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꿈은 더 크다.
세계 1위.
그들이 진정 바라는 대로 세계 1위라는 인식을 얻기 위해서 꼭 필요한 과제가 있었다.
“……잘 되고 있지? 그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바로.
“김한석이 목소리가 좀 특이하기는 하네.”
김한석이었다.
이번 [보이스 오브 레전드]의 과제는 김한석과 김한영의 듀엣.
김한영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만큼, 이번에 잘하면 그들의 이름이 아예 빌보드를 찍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지금까지도 잘해 왔지만, 이번에는 훨씬 더 잘해야 돼. 성공하면 용이고 망치면 금붕어다.”
“예!”
연구소장의 엄중한 목소리에 연구원 일동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불안하다.
뭐가 그리도 불안할까.
아무리 옛 자료에서 김한석의 목소리를 갈무리해 다듬고 다듬어도, 그 고유의 감성을 살려낼 수 없다는 게 문제였다.
‘참 특이한 목소리야.’
김한석의 목소리는 특이했다.
길거리를 걸으면 어디에서나 들을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막상 떠올려 보면 참고할 자료조차도 없다.
마치 한 장의 색 바랜 필름 사진을 보는 듯했다.
목을 죄는 건지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
듣기 괴로워야 할 발성이지만, 놀랍게도 그 목소리로 노래로 부르고 있노라면 가슴을 울리는 힘이 깃들었다.
‘저걸 살리기가 묘하게 어려운데.’
으음.
연구소장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이상하다.
다른 가수들은 이 정도까지 만지작거렸으면 슬슬 실물과 분간하기 어려운 수준이 되기 마련인데, 김한석은 달랐다.
안 맞는 옷을 입은 것만 같다고나 할까.
당장 텍스트를 입력해서 발음하게끔 교정해 보아도 그렇다.
[두 번 사는 음악천재 이거 생각보다 재밌음. 가사라든가 스토리라든가 작가가 그럭저럭 신경 써서 쓴 것 같아서 좋음. 근데 차기작은 언제 런칭하냐. 소문으로는 2월 셋째 주에 공개한다던데.]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마치 플라스틱을 잘근잘근 씹어먹는 것만 같다고나 할까.
‘어딘가 어색해.’
대체 뭐가 문제일까.
김한석이라는 사람의 목소리에는 무슨 하자가 있길래, 느낌이 이리도 안 사는 걸까.
“허어.”
좀처럼 답이 나오지를 않아서 한숨을 내쉬는 와중이었다.
“소장님!”
연구소 구석 자리에 앉은 직원이 그의 직함을 크게 외쳤다.
“메일 왔습니다. 네온 엔터 측에서.”
“그건가?”
한참이나 사색에 취해 있었던 연구소장이 불과 그 말 한마디에 화색이 되어서는 말했다.
“가이드 음원 보내겠다고 한 거.”
“예, 일단 다 같이 들어 본 다음 추가 자료 요청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지, 어디 보자. 다 같이 큰 소리로 들어 보자고.”
김한영의 따끈따끈한 신곡을 누구보다도 빨리 들어 볼 기회다.
지구 인구 수십억 중에서 이런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후후, 다들 입이 근질근질하겠어.’
그렇게 연구원들이 제각각 좋은 자리를 선점하겠다고 다투기를 잠시.
김한영의 신곡이 천천히 흘러나왔을 때였다.
“……햐.”
이구동성으로 감탄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감각 있네.”
“이래서 김한영이구나.”
“빌보드 1위 먹을 만하네.”
김한영의 곡이라는 걸 감안하더라도, 곡 자체가 좋다.
음원의 완성도도 그러했다.
보통 이 단계에서 가이드 음원이라면 얼개만 잡기 마련인데, 완성본이라고 말했더라면 속아 넘어갔을 수준.
‘게다가 김한석 파트는 김한석 파트라는 게 느껴져.’
곡 하나에 창법을 두 종류로 갈라서 부른다는 점이 더더욱 그러했다.
자기 파트는 평소의 김한영 창법이었다.
솜사탕처럼 부드러우면서도 나무껍질처럼 까슬까슬한 맛이 살아 있는 목소리.
여기에 김한석 파트는 또 달랐다.
‘확실히 목을 조이고 있다. 아니, 조이는 것처럼 들리게끔 성대 접지력만 올린 건가.’
마치 다른 사람과도 같았다.
연구소장 그 또한 한때 음악에 미쳐 살던 사람인 만큼, 김한영이 부리는 마법의 정체를 윤곽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얼마나 괴물인지도.
‘보통은 자기 창법 하나만 갈고닦기도 힘든데, 이런 식으로 두 가지 창법을 이 정도 완성도로 가지고 있었단 말이지. 심지어 하나는 꽁꽁 숨기고 있었고.’
김한영은 천재가 맞다.
그 기묘한 고집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사람이 이런 게 되네.”
“괜히 김한석 팬이 아니구나.”
“이런데도 자기 색깔은 개의치 말고, 우리한테 알아서 만져 달라고 했단 말이지.”
감탄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연구소의 직원들은 마냥 감탄하기 위해서 이 음원을 감상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소비자들이 할 일.
이들은 창작자이니만큼, 지금부터가 진짜 일의 시작이었다.
“빨리 적용해 보자고.”
“예!”
그렇게 잠시 뒤.
미리 만들어 두었던 김한석의 음성 데이터를 김한영이 제공한 멜로디에 덧씌우고, 거기에 맞춰 첫 소절만 러프하게 조율을 마친 순간이었다.
“풋.”
연구소장은 자기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건 그냥 김한석이잖아.’
마침내 김한석이 들려왔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