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6
26화
국단대학교 실용음악과의 최대 특징.
그건 실전에 강하다는 것이었다.
[시설 최강! 아웃풋 최강!]시설은 이미 유명하니까 할 말도 없다.
자체적으로 학부생에게 제공하는 연습실만 200명이 동시 이용 가능한 규모.
캠퍼스 내부 공연장도 전국 최고 수준으로 맞춰 주었다.
국단대학교 실용음악과는 YTG 엔터라는 거대한 뒷배를 가지고 강력한 아웃풋을 뿜어냈다.
여기까지가 전부였다면 여타 돈 많은 실용음악과와 크게 다를 바가 없었을 터.
YTG 엔터의 후원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누구한테 배우냐고요? 학교 선배님이죠!]멘토링.
YTG 엔터는 현업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들과 학부생들 간의 연결고리를 계속해서 만들었다.
[국단대학교 실용음악과에 입학하면 데뷔 걱정은 끝!] [레코딩, 믹싱, 앨범 제작부터 유통까지!] [한국 엔터테인먼트의 명문, YTG가 설계한 코스를 경험해 보아요!]무대, 널렸다.
앨범을 내기도 수월하다.
일반적인 소규모 뮤지션들이 부당계약으로 고생할 때, YTG 엔터에서 보증하는 산학연계가 학부생들을 든든하게 받쳐 주었다.
[역사보다는 실용!] [국단인은 실전에 강하다!]이런 의미에서 국단대학교는 명문이었다.
당연히 학부생들의 자부심도 하늘을 찌를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시간만 지나면 우리가 다 이긴다.’
‘한국대? 거기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서 아웃풋 별로잖아. 한국예대? 이름만 있는 곳이지. 한양예대도 크게 다를 거 있나.’
‘우리는 아웃풋으로 승부한다!’
이러한 혜택은 실용음악과 학부생들만 보는 게 아니었다.
[여름 방학 기타 특강, YTG에서 현역으로 활동하는 프로에게 배우자!]국단대 학교 차원에서 꾸준한 지원이 이어졌다.
[보컬 아카데미 12주 교육] [전공자와 함께하자! 뮤지컬 프로젝트]이러하니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굳이 실용음악과가 아니더라도 국단대학교를 한 번쯤은 고려해 볼 정도.
이미 국단대학교는 실용음악과를 통한 이미지 개선 효과를 제대로 누리고 있었다.
언제부터였을까.
대학교 연합 행사가 있을 때마다 국단대학교 산하 동아리는 여포가 되었다.
기타 음악 동아리 [트레몰로] 또한 그중 하나였다.
“야, 너 그거 봤냐?”
방음이 잘 되는 최신식 동아리방, 그곳에서 한 학생이 입을 열었다.
“중경대 대학로에서 팅이 버스킹했던 거.”
“그게 뭔데?”
“미튜브에서 조회 수가 장난 아니라서 봤는데, 직접 한번 봐.”
한 학생이 예전에 중경대에서 있었던 버스킹 영상을 틀어주었다.
이미 조회 수가 20만을 넘긴 영상이었다.
대학생 수준에서는 충분히 훌륭한 연주.
대학로 특유의 흥겨움과 더불어 관객들의 반응도 더할 나위가 없었다.
그렇게 음악 소리가 흘러나오기를 잠시.
한 학생이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냥 그런데?”
“그렇지?”
두 사람이 킥킥 웃었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걸까.
“나름대로 누구 감성을 카피하는 것 같은데 기본기가 약하다. 노래는 부를 줄 아는 거 맞아? 발성이 아예 하나도 안 돼 있는데?”
“노래를 노래방에서 배운 거 아니야?”
“그렇네, 그게 맞네.”
지금 팅의 버스킹을 비웃는 학생.
김지호.
그는 이미 프로이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YTG 엔터 산하 레이블과 계약하고 싱글 앨범을 두 장이나 발매한 프로.
비록 두 장 모두 상업적인 성과는 좋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실력 있는 신인으로 인정을 받아 조만간 한 방 터뜨릴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아, 얘 좀 봐. 듣는 내가 다 쪽팔린다. 박자 다 나갔네.”
프로 수준에서 아마추어를 비웃는다는 게 사실 따지고 보면 우스운 일이다.
애초에 잘하니까 프로다.
프로가 아마추어보다 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요리사가 요리를 잘한다 하여 요리 동호회 회원을 무시하던가.
서로 기준이 다르니 무시하고 말고 할 것도 없다.
그런데 이게, 음악에서는 흔했다.
“얘는 작년에도 봤던 앤데 쥐뿔도 안 늘었네. 혼자서 안 되면 좀 배우지. 내가 가서 했으면 양학했겠다.”
“그러게. 아, 소름 돋아서 못 보겠다. 소오름.”
노골적인 비웃음이 이어졌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런다고 해서 저쪽이 뭐 어쩔 거야.’
김지호는 그냥 그런 사람이었다.
트레몰로의 일반 회원들도 그가 이런 반응을 보이는 데는 이미 익숙할 만큼 익숙했다.
그게 이제 신입생들의 차례일 뿐.
‘원래 같이 욕하면서 친해지는 거지.’
그렇게 낄낄 웃기를 한참, 지호는 다른 공범을 찾았다.
“야, 선우야!”
구석에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던 학생이었다.
“…….”
“선우야, 내 말 안 들려?”
“…….”
선우라고 불린 학생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그저, 연주하고 있던 곡을 계속 연주하기 바빴다.
지호는 그가 자기 말을 못 들었다고 생각했는지, 가까이 다가가서는 말했다.
“야, 잠깐 보라니까. 얘 미튜브까지 시작했다더라.”
그 말에 선우는 째려보듯 귀찮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바빠요.”
“…….”
신입생이 동아리 회장에게 하는 말 치고는 조금 짧다.
당장 유교법정이 펼쳐져도 무방할 상황.
하지만.
지호는 눈앞 신입생의 말에 아무런 항의도 하지 못했다.
그저 살짝 물러나며 말할 뿐이었다.
“응, 한창 집중하고 있었는데 내가 방해했지? 방해 안 할게. 하던 거 해.”
온화하다 못해 친절한 반응이었다.
그 말에 선우는 대답조차 하지 않고 다시 기타로 시선을 돌렸다.
선우.
그러니까 임선우는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것도 프로라고.’
연주에 집중하면서도 한 귀로는 영상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전부 듣고 있었다.
‘하찮아.’
평가할 가치조차도 없다.
그런데 그가 낮게 평가하는 대상은 영상 속의 학생들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그들을 조롱한 김지호였다.
‘자기 색깔도 없는 주제에 뭐가 저렇게 당당하지?’
그의 기준에서 볼 때 김지호는 특별할 게 없는 사람이었다.
뮤지션이면서 자기 색깔이 없다.
계속해서 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었다.
듣고 있을 때는 나름대로 괜찮은 것 같더라도, 돌아서면 바로 까먹는다.
김지호.
그는 흔하디흔한 실용음악과 스타일 보컬에 불과했다.
그것도 자미 로콰이나 제이슨 므라즈, 루카스 그레이엄, 에드 시런 같은 입시용 가수들을 무작정 카피하기에 바쁜.
‘저런 스타일은 해변의 모래처럼 널렸어.’
흔하다.
어딜 가나 흔하다.
당장 YTG 엔터에만 해도 저런 스타일을 표방하며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하루에만 수십 수백 명에 달하지 않았나.
선우는 그 사실을 잘 알았다.
왜냐.
그는 YTG 엔터의 총애를 받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선우, 그러니까 임선우는 YTG의 사장, 임대경의 아들이었다.
[못 불러도 자기 색깔이 있는 사람이 낫다]그는 자기 아버지가 한 말을 기억했다.
[아티스트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고유한 색깔이다. 그것만 있으면 다듬어서 어떻게든 팔 수 있지. 하지만 자기 색깔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다듬어도 상품으로서 아무런 가치도 없다. 명심하렴.]YTG 엔터의 핵심과도 같은 말이었다.
아티스트는 무엇보다도 고유의 색깔이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봤을 때 김지호는 나름대로 실력이 있다고는 하나, 자기 색깔이 없어 쓸만한 상품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차라리 아까 영상 속에서 노래를 부른 학생이 괜찮았다.
‘80~90년대에 많았던 포크송 스타일을 카피한 건가?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쭉 밀고 나가면 개성은 있겠어.’
슬쩍 스치듯 들은 정도인데 머릿속에 음색이 기억난다.
이만하면 최소한의 가능성은 있다고 봐도 되리라.
물론, 어디까지 쭉 밀고 나갔을 때 이야기다.
개성도 기본기가 받쳐 줄 때 발휘되는 건데, 저 학생도 아직 상품으로써 쓰기 어려운 건 마찬가지.
‘둘 다 도토리 키재기다.’
여기까지가 임선우의 생각이었다.
‘하아, 아니다. 내가 남 말할 때가 아니지. 내 코가 석 자인데 누구를 평가해.’
그는 한숨을 내쉬고는 다시 기타 연주에 몰두했다.
오늘은 그의 아버지가 무거운 발을 끌고 직접 그의 공연을 보러 오겠다고 했다.
아들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그에 비해.
“교류회도 그냥 오늘까지만 하는 거지, 앞으로는 굳이 할 필요도 없다니까. 시간을 적선할 필요 있나?”
김지호는 다른 학생을 붙잡고 하던 뒷담을 이어나가기 바빴다.
임선우는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생각했다.
‘김지호, 너는 내가 기억해 둔다.’
저런 날벌레가 회사에 발을 들이면 잡음이 생긴다.
* * *
‘진짜 시설 하나는 어마어마하네.’
YTG 엔터의 은총은 내부 학부생뿐만이 아닌, 외부 학생들에게까지 손을 뻗었다.
[트레몰로]와의 교류회에서 쓸 공연장, [YTG 홀]의 시설은 실로 어마어마했다.‘대학교 안에 대체 뭘 만들어 놓은 거야.’
일개 대학용 공연 시설이라고 보기에는 조금 지나치게 큰 감이 있지 않나.
무려 지하 2층에서 지상 4층 규모.
3층과 4층에는 전시장을 겸해 휴게 시설도 갖추어져 있었다.
“여기 다니는 애들은 재밌겠네요. 중경대랑은 시설이 차원이 다르네. 우리 학교는 등록금 어디에 쓴대요?”
“처음 오면 다 그 말 하더라.”
정의선이 작게 푸념을 뱉으니 조은솔이 배를 잡고 웃었다.
그런데 성민아가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세상에 공짜는 없잖아. 여기 학비 생각해 보면 그런 생각은 안 들걸?”
“얼마나 드는데?”
그렇게 물어본 순간이었다.
“학기당 700만 원.”
“…….”
성민아의 입에서는 조금 거대한 액수가 튀어나왔다.
학기당 700이면 1년에 1400 아닌가.
우리 학교 국어국문학과 학비가 연간 700만 원이 안 되는데, 거의 두 배네.
“여기는 무슨 부자만 다니나.”
나는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학비 낼 돈이면 기타를 일 년에 10대씩 사겠다.”
“이건 좀 신기한 계산법이다. 치킨으로 계산하는 사람은 봤어도.”
“다른 실용음악과도 다 이렇게 비싼가?”
“꼭 그렇진 않아.”
성민아는 고개를 젓더니 말했다.
“다른 곳은 1년에 1000이 안 되는 곳이 대부분이지. 그냥 여기가 유독 비싸.”
“왜?”
“교내에서 어지간한 건 전부 지원해 주니까.”
성민아는 한 차례 호흡을 들이쉬더니 입을 열었다.
“악기 빌려줘, 헤드폰 빌려줘, 스튜디오 빌려줘, 공연장 빌려줘, 연습실 빌려줘, 장비 빌려줘, 몸만 오라는 수준인데, 다니면서 안 쓰면 그건 그것대로 낭비지. 성적만 되면 공연 관람이나 유학도 지원해 주는데.”
“흠, 시설값이라는 건가.”
학비 700이 다 거기로 나갔구나.
좋은 설비에는 그만큼 희생이 따르는군.
이해가 된 참인데 성민아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국단대 실용음악과는 YTG 엔터에서 장학금도 많이 뿌려. 성적 관리만 잘하면 학비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돼. 집안 사정이 안 좋아도 열심히 하는 애들 많다더라. 눈에 띄면 YTG에서 우선채용도 한대.”
“…….”
뭔가 말이 좀 길어진다.
나는 그걸 가만히 듣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조금 잘 아는 것 같다.”
“응?”
“아니, 보통 실용음악과 사정 같은 건 잘 모르잖아. 과도 다르니까. 그런데 너는 좀 자세히 아는 것 같아서.”
그 순간이었다.
성민아는 움찔하더니 변명하듯 말했다.
“……오기 전에 알아봤어.”
“준비성이 철저하네.”
“고마워.”
뭔가 수상하다.
꼼꼼한 건가 아니면 뭐가 있는 건가.
주변에 실용음악과 학생이 좀 있다든가.
나는 속으로 몇 가지 가능성을 따지다가 고개를 돌렸다.
‘남 인생이지, 뭐.’
신경 쓰기 귀찮다.
그보다는 할 일이 있었다.
“은솔이 누나, 저희 약속이 언제라고 했죠?”
“점심 끝나고.”
“그런데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그렇다.
조금 너무 일찍 온 감이 있었다.
내 질문에 조은솔이 입을 열었다.
“여기 동아리 회관에서 짧게라도 만나고 인사 나누기로 했거든. 우리 아직 밥도 안 먹었으니까 가서 편의점 도시락이라도 까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애초에 약속 시각을 빠르게 잡았다는 말이군.
예상치도 않게 시간이 붕 떠 버렸다.
그렇다고 허투루 쓰겠는가.
‘어디 보자, 삼각김밥으로 대충 때우면 시간이 좀 많이 남을 것 같은데.’
기타 연습하기 딱 좋은 순간 아닌가.
환경이 바뀌니 손가락이 벌써부터 근질근질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무슨 곡을 연습할지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한영아.”
조은솔이 의심쩍은 목소리로 물었다.
“너 설마, 여기까지 와서 또 연습만 하려는 건 아니지?”
“…….”
들켰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