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1
31화
‘모든 노래?’
그게 뭐지.
좀처럼 모르겠는데, 고희범이 환희에 찬 얼굴로 말했다.
“모든 노래야! 모든 노래가 우리한테 컨텍을 넣었어!”
“대단한 사람인가 보네.”
“당연하지! 커버 좀 한다는 사람이면 모를 수가 없는 사람인데! 오히려 당연히 알아야 하는 거 아니야? 왜 몰라?”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요즘 세상에는 바다의 물고기만큼이나 널린 게 미튜버다.
그래서 내가 모두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거물이기는 한가 보네.’
[모든 노래]라는 닉네임 옆으로 붙은 구독자 수가 심상치 않았다.410,076.
41만.
털이 쭈뼛 설 정도의 숫자였다.
‘우리 구독자 수의 60배는 되잖아.’
우리가 7천 조금 안 되는데.
새삼스럽게 체급의 차이를 느끼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잔뜩 들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모든 노래는 커버 송 미튜버를 발굴하고 소개하는 콘텐츠로 성장한 미튜버야.”
커버 송.
남의 노래를 부르는 걸 일컫는 것이었다.
나 또한 거의 내 노래를 부르는 편이지만, 어쨌든 커버 송 미튜버에 속했다.
“커버 송 좀 부른다는 사람들한테는 거의 등용문으로 통하거든? 너도 이쪽 전문이니까 이 정도는 알아야지!”
“내가 기계랑 별로 안 친해서.”
“좀 친해져라!”
고희범이 호통을 치듯 말했다.
“야, 솔직히 말해서 커버송 부른다는 애가 모든 노래를 모른다는 게 말이나 되냐? 길 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열 중 두셋은 알겠다.”
어쩐지 좀 따지는 뉘앙스길래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내가 잘 몰라도 괜찮아. 나한테는 유능한 매니저가 있으니까.”
“야, 너한테 매니저가 어디 있……!”
고희범이 버럭 소리를 지르려는 찰나였다.
그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더니, 이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어 손가락으로 자기 자신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나?”
끄덕.
나는 고개를 한번 끄덕여 주며 말했다.
“여기에 너 빼면 누가 있겠냐.”
“…….”
짧은 침묵 뒤.
고희범은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음, 그렇지. 옆에서 도와줄 사람이 있는데 꼭 모든 걸 잘할 필요는 없지. 생각해 보니까 내가 말이 좀 심했던 것 같다.”
“그렇지?”
“응,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래, 나만 믿어! 내가 누구?”
“고가놈.”
“그래! 고가…… 가 아니라 고 매니저!”
고희범이 당당하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쉽네.’
태세 전환이 너무 빨라서 내 눈으로 보면서도 웃긴 상황인데, 성민아는 그걸 보고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무슨 동물 조련하는 것도 아니고.”
전적으로 동감한다.
유감이다.
* * *
학교에서 지하철을 타고 20분 거리.
마포구 서교동의 한 주택 개조형 건물에 거대한 사무실이 차려져 있었다.
‘와, 신기하네.’
아무리 단독 주택이라지만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쓴다니.
요즘 잘나가는 미튜버들은 하나하나가 작은 기업이라더니, 그 말이 사실인가.
주위를 둘러보고 있으려니 이내 한 사람이 문을 열고 나왔다.
끼익.
말끔하게 생긴 남자였다.
나이가 꽤 젊어 보였는데, 겉만 봐서는 우리와 나이 차가 크지 않을 것 같았다.
‘젊네.’
그가 내게 말했다.
“혹시 김한영 님 맞으세요?”
“모든 노래…… 님?”
닉네임 뒤에 님을 붙이는 게 어색하다.
“아, 맞습니다. 안녕하세요. 오느라 고생 많으셨죠? 들어오세요.”
“네.”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자 내부는 더 가관이었다.
‘내부가 무슨 회사처럼 되어 있네.’
2층 규모 주택이었는데, 각 공간이 사무실처럼 분리되어 있었다.
기업 느낌이 물씬 풍긴다.
은근히 놀라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입을 열었다.
“모노 님이라고 불러도 되나요?”
“네, 편하게 부르세요.”
모노는 모든 노래의 줄임말이었다.
흔히 그의 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은 그를 모노라고 부르고는 했다.
“그럼 저, 혹시 여기가 MCN 사무실인가요?”
고희범의 질문에 모노는 어딘가 뿌듯한 목소리로 답했다.
“요즘은 MCN에서 방송용 작업실을 빌려주는 경우가 꽤 많거든요. 여기도 저희 소속사에서 소속 미튜버들한테 제공하는 곳이에요.”
MCN은 멀티채널 네크워크의 줄임말로서, 쉽게 말해서 미튜버들의 소속사였다.
엔터 소속 가수들이 회사에서 연습실을 지원받듯, 요즘 MCN은 미튜버들에게 방송용 공간을 대여해 주는 듯했다.
‘복지가 좋네.’
물론, 이것도 아무한테나 해 주는 건 아니리라.
당장 눈앞의 모노만 해도 구독자 40만이 넘는 대형 미튜버 아니었던가.
이 정도면 어지간한 중소기업 하나의 몸집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즉, 채널이 회사 하나 매출이니까 사무실도 그 몸집으로 유지하는 것.
그렇게 생각해 보면 크게 이상할 일도 없었다.
‘우리도 나중에는 개인 작업실 만들면 좋을 것 같은데.’
카페 [이스케이프]에서 받는 공간은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많았다.
내 전용 스튜디오가 아니라 사용하려면 미리 예약해 둬야 하는 게 그러하며, 장비를 사전에 비치해 두기도 어렵다.
하물며 체급이 커질수록 카페에 뜯기는 수수료의 부담이 커질 것도 그러했다.
‘지금 당장은 이득이야. 하지만 구독자 수가 몇만 수준만 되어도 사정이 좀 꼬이겠지.’
수익을 생각하면 갈라서는 건 정해진 일이었다.
무엇보다도, 카페 [이스케이프]에는 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이상혁이었다.
가끔 그와 마주칠 때면 심정이 복잡미묘했다.
‘나라면 얼굴 마주치기 싫어서 안 나올 것 같은데…… 아니다. 저쪽도 나랑 똑같은 생각으로 계속 나오는 걸 수도 있겠네.’
여러모로 복잡하다.
얼른 체급 키워서 독립하든 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정신을 차리고 보자 이미 모노의 전용 스튜디오에 도착한 뒤였다.
“와, 방송에서 봤던 그대로네요.”
고희범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내부가 이런 구조였구나. 친구 자취방 느낌이네요.”
그렇다.
이 사무실은 건물 내부 자체만 보면 꽤 깨끗한 신축 사무실 느낌이었다.
하지만 모노의 스튜디오는 조금 달랐다.
복도로 통하는 문만 닿으면 일반적인 자취방처럼 보였다.
‘대학생 원룸 같네.’
7평이나 될까.
구독자 40만의 수입과는 어울리지 않는 스튜디오에 나는 물었다.
“원래 구조가 이랬나요?”
“인테리어를 따로 요청했어요.”
모노가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했다.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시청자분 중에는 딱딱한 스튜디오보다 일반 가정집 느낌을 좋아하시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가정집이요?”
“저는 대학생 때 자취하던 옥탑방에서 방송을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그때 느낌을 이어나가는 거죠.”
“작업 환경을 업그레이드해 보실 생각은 없으셨나요?”
“호화롭게 보이려면 그럴 수도 있어요. 사실 돈이 엄청나게 드는 것도 아니고요.”
그런데 왜 안 하나.
의아한 참인데 그가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제 방송에서 기대하는 게 있잖아요. 자취하는 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같이 노는, 친근한 그런 거. 제 캐릭터가 그거라서요.”
지극히 프로의식이 다분한 발언이었다.
TV 예능에서 등장하는 예능인과 현실의 모습은 다르다.
드라마의 악역이 현실에서는 악역이 아니듯, 예능에서 빈곤하고 불쌍한 캐릭터를 잡은 출연자도 카메라 바깥에서는 얼마든지 초호화 아파트에서 살 수 있다.
‘초호화 아파트에 살 수 있지만, 사무실을 일부러 허름한 원룸으로 꾸미다니.’
즉, 모노도 캐릭터를 연기하는 셈이었다.
“이만하면 설명이 됐을까요?”
그가 부끄럽다는 듯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저희도 미래를 생각하면서 컨셉을 잡아야겠네요.”
“네, 마침 한영 님 방송은 지금이 딱 뜨려는 시기니까 슬슬 준비하는 게 좋을 거예요. 갑자기 바뀌면 초심을 잃었다면서 배신감을 느껴서 떠나는 경우도 꽤 많거든요.”
기대치 않게 소득을 얻었다.
이 방송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마냥 고급스러운 것보다는 지금의 후줄근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게 나을 수 있겠다.
대학생이 기타 한 대 퉁기면서 흥얼거리는 그런 분위기를.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걸 배웠네요.”
“뭘요.”
모노가 웃음을 흘렸다.
“모르는 게 있으면 저한테 뭐든 물어보세요. 저도 막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돕고 도우면 좋잖아요.”
그 순간 고희범이 대뜸 외쳤다.
“저기! 그럼 편집도 여쭤도 될까요!”
“아.”
모노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희는 편집 관련해서는 전부 회사에 맡겨서.”
“네…….”
고희범, 컷.
그렇게 부드러워진 분위기에서 잡담을 떨기를 잠시.
모노는 마침내 준비됐다는 듯 입을 열었다.
“이미 예상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저희가 부탁드리려는 건 이겁니다.”
“…….”
“저희 방송에서 한 곡 불러 보실 생각 없으신가요?”
* * *
그가 말을 이었다.
“저희 방송에 출연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실시간 스트리밍에 오셔서 커버 송을 한두 곡 불러 주시면 그걸 저희가 편집해서 업로드할 거예요.”
정확하게 예상했던 말 그대로였다.
‘역시, 콜라보 요청이 맞았네.’
콜라보라고 해도 좋고, 합방이라고 해도 좋다.
중요한 건 모노라는 중견급 미튜버가 나와 협업을 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렇다면 협상이 먼저다.
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제안할 수 있는 카드를 미리 생각해 두고 왔다.
‘저쪽에서는 우리에게 홍보를 제시하겠지.’
모노는 몸집이 큰 미튜버다.
미튜브 세계에서 몸집이 크다는 건 그 자체로 거대한 힘을 지녔다.
괜히 돈을 바치고서라도 합방 한 번만 해 달라고 빌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모노도 그 부분을 언급하듯 말했다.
“먼저, 저희 방송에 출연하시면 구독자 수에서 상당한 이득을 얻으실 수 있을 겁니다.”
그가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제 입으로 말하는 게 부끄럽지만요. 저희 방송에 출연하신 분들은 대개 구독자 몇천 정도는 쉽게 늘어나거든요. 지금 막 성장하고 계신 한영 님에게도 큰 성장 동력이 될 거예요. 500명 버프 아시죠? 이게 1만명 쯤에서 한 번 더 있거든요.”
우리에게 디딤발을 만들어 주겠다는 말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럼 방송 수입 쉐어는 어떻게 될까요?”
이 부분이 중요했다.
이번 합방은 따지고 보면 어떻게 되든 우리가 이득이다.
신인 미튜버에게 구독자의 수를 늘리는 것만큼의 보상은 없으니.
하지만 방송 수익 쉐어가 가능하다면 챙길 수 있는 건 챙기는 게 맞다.
모노는 이 부분에 대해서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7:3 어떠신가요?”
“7:3이요?!”
고희범이 눈을 크게 떴다.
마치 못 들을 말을 들었다는 모양.
그 제스쳐가 조금 과했는지 모노는 움찔하더니 말했다.
“조금 적은가요?”
“아뇨, 그게 아니라…….”
고희범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너무 조건이 후해서요.”
그렇다.
7:3이면 조건이 후하다 못해 심각하게 좋은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도 놀랐다.
‘열정페이가 될 줄 알았는데, 크게 쓰네.’
그런데 모노는 머쓱한 듯 목을 긁더니 말했다.
“옛날에는 방송에 출연하게 해 줄 테니까 무상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라는 식도 많긴 했어요. 심하면 출연자 측에서 페이를 지급할 때도 많았고요.”
“그런데 모노 님은 왜 그렇게 안 하시고.”
“그런 방식으로는 오래 못 가거든요.”
오래 못 간다라.
무슨 말인가 싶은데 그가 웃으며 말했다.
“기본적으로 이건 사업이잖아요. 그것도 이미지로 먹고사는 사업. 깨끗해야 오래 갈 수 있어요. 신인이라고 후려치기를 했다가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생각보다 현실적인 대답이었다.
그냥 사람이 좋아서 퍼준다기보다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조건을 좋게 준다는 말.
“요즘 막 폭로나 공론화나 심심하면 터지잖아요? 그렇게 망하는 사람도 많고요.”
“네, 알겠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그럼 저희는 그냥 방송에 출연만 하면 될까요?”
“이게 선곡 부분에서 저희가 몇 가지 조건을 걸고 있는데요. 가급적 이쪽에서 요청한 곡을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어떤 곡이 될까요?”
“마이너한 곡은 조금 그래요. 데스메탈이나 애니송 같은 거. 아, 이게 나쁘다는 말은 아니고요.”
“음, 어째서죠?”
“너무 마이너한 곡은 또 시청자들이 안 듣거든요. 저희 채널은 기본적으로 메이저한 방송을 지향하기 때문에 이건 지켜 주셨으면 좋겠어요. 방송 이미지랑 연관된 부분이기도 해서요.”
이미지에 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나왔다.
‘이미지를 많이 신경 쓰는 사람이네.’
방송인답다.
그렇게 상의를 나누기를 몇 마디.
일단, 저쪽에서 내게 바라는 게 뭔지는 대충 알았다.
‘그럼 이제는 이쪽 요구 사항을 말하면 되겠군.’
협상은 한쪽만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게 아니다.
이쪽에서도 꺼낼 카드는 있었다.
신인이라 말이 안 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서로에게 윈윈이 될 전략으로 준비했다.
‘후우.’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 이번 방송은 촬영 장소를 조금 바꿀 수 있을까요?”
“촬영 장소를요?”
모노가 의아한 듯 되물었다.
“꼭 안 될 건 없는데…… 저희가 기본적으로 진행하는 방송 포맷이라는 게 있어서요. 혹시 생각해 둔 장소가 있으신가요?”
“네.”
나는 끄덕이고는 입을 열었다.
“홍대에 좋은 라이브 카페가 하나 있어요.”
“라이브 카페요?”
“플러그인이라는 곳인데요.”
그렇다.
기왕 방송하는 거 무대를 확장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한윤태 사장과도 약속하지 않았던가.
여기에서 가끔 방송을 진행하고 싶다고.
그 시작이 머지 않았다.
‘40만 미튜버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인지도 확장에는 이만한 게 없지.’
하지만 모노는 곧바로 회의적인 반응을 비추었다.
“거긴 섭외가 쉽지 않을 텐데요?”
“섭외가요?”
“사실, 라이브 카페라면 저희도 여기저기 이미 몇 번이나 섭외를 돌려 봤거든요. 저희 같은 음악 방송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 번쯤은 생각해 보는 포맷이라서.”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그런데 그런 공연장 사장님들이 대체로 저희 같은 사람들을 별로 안 좋아하더라고요.”
요는 이러했다.
지금까지 섭외 시도를 수차례 했지만, 대부분 단칼에 거절했다고 한다.
“그런 업장은 뚝심 있게 이어져 온 곳이 대부분이라…… 인터넷방송이라고 하면 좀 꺼리시더라고요. 이용당하는 것처럼 여기신다고 해야 하나. 나름의 고집이 있으세요.”
“흐음, 확실히 그럴 수 있겠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배곯는 뮤지션에게는 천사 같은 사장님들이겠지만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는 사업은 극구 반대할 사람들이다.
‘애초에 처음부터 돈이 목적이었으면 라이브 카페 따위 시작도 안 했겠지.’
모노가 염려하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건 보통 사람의 입장에서였다.
“그럼 이건 어떠세요?”
나는 자신 있었다.
왜냐.
카페 플러그인의 사장이 내 친구니까.
“장소는 제가 직접 섭외할게요. 대신에요. 제가 성공한다면 두 가지 조건을 추가하도록 해 주세요.”
“조건이요?”
“예.”
나는 당당히 손가락을 두 개 펴 보였다.
“이번 기획을 한 번으로 끝내는 게 아니라, 2회 연속 게스트로 초대해 주세요.”
“흠, 또 다른 조건은요?”
“두 번째 방송은 아예 다른 게스트도 불러서 콘서트처럼 해보는 거 어떨까요? 시청자들도 초대해다가.”
그 순간이었다.
내 조건을 들은 모노는 고민하기를 잠시, 시원하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좋습니다. 재밌겠네요. 장소 섭외만 가능하다면 까짓것 2회 연속 게스트가 대수겠어요?”
오.
생각보다 흔쾌하다 싶은데, 그는 재차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시죠. 덤으로 나중에 초대석도 마련하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섭외에 성공할 때 이야기겠지만요.”
“약속한 겁니다.”
“알겠습니다. 실패하더라도 너무 상처받지는 마세요. 쉽지 않을 거예요. 저희도 많이 시도해 봐서 알거든요.”
말이 길어졌다.
이만하면 떡밥은 충분히 뿌렸겠지.
나는 슬쩍 핸드폰을 꺼내서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모습을 보고 모노가 물었다.
“뭐 하세요?”
“섭외요.”
“섭외요?”
“네, 잠시만요.”
나는 씨익 웃고는 수화기에 말했다.
“사장님, 지금 한 번 보러 가도 되죠? 네, 지난번에 말한 그거요. 가게에서 공연하는 거. 아, 된다고요?”
“…….”
모노의 눈가가 이상하게 꿈틀거렸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