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4
34화
김한석.
나는 이 이름 세 글자에 상당한 자부심을 품었다.
자랑스럽게 살았으며, 미련 없이 살았다.
중경대 김한석.
내가 밀어붙이는 밈이다.
이번 생에 들어서도 나는 내 이름에 금칠을 해 볼 생각이었다.
‘슬슬 시작해 볼까.’
이번 방송에서는 두세 곡을 부르기로 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첫 번째 곡이 가장 중요했다.
‘무대는 첫 번째 곡에서 이미 승패가 갈리는 법이지.’
내가 방송을 시작하고 금방 깨달은 게 하나 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시청자들에게는 인내심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꺼 버린다.
수십 년 전과는 달리, 대체재가 널리고 널린 세상이기에 소비자들의 양상도 달라진 셈이었다.
마우스만 한 번 클릭해도 재생목록에 추천 컨텐츠가 수십 개씩 쌓여 있다.
그들이 내 경쟁자였다.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거물들, 조회 수를 억대로 뽑아내는 해외 스타들과도 경쟁해야 한다는 것과도 같았다.
하지만.
언젠가는 이겨야 할 경쟁자들이었다.
“김한석의 대표곡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곡 있죠?”
김한석이라는 이름으로 낸 곡 자체는 많다.
그리고 그 태반이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요즘 세대가 아는 곡은 드물다.
그중에서도 그나마 성적이 괜찮은 게 하나 있었다.
“연어를 부르겠습니다.”
연어.
한윤태를 만났을 때 내가 불렀던 그 곡이었다.
내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서 만든 노래.
하지만 앞서 말했듯, 내게는 고향이라고 부를 것이 없었다.
고아원에서 자란 탓이었다.
대중에게는 이런 전말을 말하지 않았다.
그저 돌아갈 곳을 아련한 마음으로 꿈꾸는 곡으로 인식되기를 바랐다.
디링.
손에 안긴 테일러 기타가 부드러운 소리를 울렸다.
‘소리가 예쁘네.’
내 몸이 달라지자 악기의 느낌마저도 미세하게 변화했다.
이번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탁, 탁, 탁, 탁.
“원, 투, 쓰리, 포.”
나는 그 변화에 맞춰 바디를 두드리고는 입을 열었다.
“나 돌아가리.”
한윤태의 앞에서 부른 버전과는 다르게 부를 것이다.
이건 완성본.
대중의 입맛에 맞춰 다듬은 곡이니.
“내가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자리로 돌아가리. 아스라이 흐르는 바람이 내 어깨를 다독여주는 곳으로 돌아가리.”
나는 내 곡의 해석을 대중에게 따로 말한 적이 없었다.
곡을 내놓는 게 뮤지션의 역할이라면, 그걸 해석하는 건 청자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황순원의 소나기와도 같았다.
평단은 작중에 등장한 도라지꽃의 보라색 빛깔이 죽음을 은유하는 것이라 말하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황순원은, 보라색이 그저 예뻤기에 그리하였노라고 말하였다.
나는 이러한 해석의 차이가 음악의 또 다른 묘미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같은 음악을 들을 필요는 없지.’
해석 속에서 다양성이 자라난다.
해석.
해석은 곧 음악이 된다.
“강물이 졸졸 흐르고 친구들과 만날 수 있는 곳. 그렇게 나는 한 마리 사람이 되어 그들을 마주하러 간다.”
내가 이 곡에 어떠한 해석을 불어넣었는가.
그것에 따라, 같은 곡 안에서 수천 개의 가능성이 새롭게 태어난다.
뮤지션은 가능성을 탐구하는 모험가다.
나는 내가 찾아낼 수 있는 가능성 중 하나를 떠올려 보았다.
‘밝게 불러 보자.’
연어는 사실 우울한 곡이었다.
내게 없는 것을 꿈꾸면서 부른 노래.
대중은 이것을 추억이라고 해석했지만, 사실 내가 담은 감정은 갈망이었다.
없는 것을 가지고 싶은 갈망.
하지만.
이제 내게도 돌아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
“느긋하게 술잔을 나누며 웃음을 기울일 수 있는 곳. 우리의 시간을 담아 마실 수 있는 곳.”
내 과거였다.
내가 잃어버렸던 사람들, 이제는 만나게 될 수 없게 된 사람들.
그들이 내게 돌아갈 곳이 되었다.
하지만 만날 수 없다.
그렇기에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나는 그 가능성을 떠올리면서, 다시금 노래를 이어나갔다.
“나 돌아가리.”
그런 마음이었다.
탁.
그렇게 한 곡을 끝냈을 무렵.
“…….”
“…….”
채팅창은 조용했다.
그리도 시끌벅적했던 사람들이, 지금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곡이 재미가 없었던 걸까. 지루해서 떠난 걸까.
아니다.
그렇다고 보기에는 시청자의 수가 여전했다.
“어때요.”
나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김한석 맞죠?”
그 순간이었다.
띠링!
[100,000원 후원!] [급식납품 : 응애.]* * *
MCN.
멀티 채널 네트워크.
흔히 인터넷 방송인들의 소속사라고 불리는 개념이다.
또 근래 들어 연일 성장하고 있는 업종이지만, 사실 그중 대다수는 제대로 된 회사라고 부르기도 어려웠다.
[무슨 회사 운영을 대학교 동아리처럼 하냐 ㅋㅋㅋㅋㅋ.]운영 자체가 아마추어리즘으로 가득 찼기 때문이었다.
[돈만 받지, 하는 일이 뭐임?] [또 노예계약서 논란이야?]주먹구구식으로 거액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는가 하면.
[이야, 성추행 의혹이 터졌는데 끌어안고 간다고? 미쳤어?] [제 식구 챙기기 오졌고요.]아마추어리즘을 벗지 못한 구성원들을 챙겨주다가 동반으로 폭발할 때도 잦았다.
근본이 없다.
어찌 보면 업계 자체가 아마추어리즘으로 이루어진 듯했다.
[뒷광고 뭐냐고오오오오오오오.] [세금은 제대로 내고 있는 거 맞음?] [병크 터뜨리는 애들은 손절 좀 쳐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BJ 귀뚱의 만행을 공론화합니다.] [이사 도와줬다고 생색내놓는 게 말이야 똥이야.] [회사 비리를 컨텐츠로 만들지 말라고 ㅅㅂ]근본이 없다.
없어도 너무 없다.
그러다 보니 MCN의 태반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된 회사로 인정도 못 받는 판국이었다.
당연하다.
근본이 없으니까.
하지만 어느 집단이든 자본이 꼬이면 없던 근본도 자라나는 법.
신생 근본 업체.
그게 바로 모노가 소속된 MCN, 채널 테슬라였다.
채널 테슬라는 흔히 널리디 널린 미튜버들의 모임이 아니었다.
기업.
시작부터 어느 기업의 투자를 비밀리에 등에 업고 근본 있게 시작한 곳이었다.
[테슬라는 믿을 수 있지.] [유독 테슬라는 병크가 안 터져.] [부당계약도 잘 없다고 함.] [꿈의 회사 아님?]노력이 쌓인 결과일까.
이제 슬슬 시청자들은 채널 테슬라라면 신용하고 있었다.
그곳의 사장, 강도수는 지금 참으로 복잡한 심경을 느끼고 있었다.
‘이런 캐릭터가 있나.’
그의 눈에 비친 김한영이 너무나도 특수했던 탓이었다.
“어때요?”
편집팀장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기다린 보람 있죠? 노래 엄청 잘하잖아요.”
잘하기는 잘하네.
강도수는 내심 공감하다가 말했다.
“옛날 방송에서는 그냥 그랬는데.”
“단기간에 실력이 늘었나 보죠. 재능이 있다거나.”
“분명 재능이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이걸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복잡하다.
워낙 토크가 모자라기에 그냥 방송 자체에 별 재능이 없는 사람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뭔가.
‘압도적인 장점 하나로 모든 단점을 커버하는 타입인가.’
순수하게 음악이 사기였다.
다른 모든 게 모자라면 어떠한가.
음악이 사긴데.
‘보통 이런 극단적인 부류는 도박인데.’
능력치라는 게 있다.
성공한 미튜버 중에는 대개 두루두루 장점을 갖춘 사람이 많았다.
1점부터 10점까지 능력이 존재한다면, 6점 정도를 골고루 가진 사람이 득세한다.
하나가 8점이어도 나머지가 3점이라면, 잠깐이라면 몰라도 곧 밑천을 드러내고 묻히기 마련이었다.
김한영도 고작 해 봐야 그 수준이겠거니 생각했다.
아니었다.
‘15점 아니, 30점도 되겠어.’
그의 특기는 기형적인 수준이었다.
그것 아는가.
하나가 너무 지나치게 잘났으면, 나머지는 좀 못나도 된다.
농구에서 3점 슛을 아무 곳에서나 막 넣을 수 있다면, 드리블이나 몸싸움은 좀 못 해도 괜찮은 것과도 같았다.
‘다른 거는 다 못하면서 3점 슛을 마구 집어넣는 선수라.’
농구팀의 감독이라면 어떻게 할까.
이런 선수를 주전에 기용할까 안 할까.
극단적이다.
토크를 조금이라도 잘하면 어떻게든 될 텐데, 토크가 너무 안 된다.
“으으으음…….”
그렇게 한참이나 시름을 늘어놓던 와중이었다.
“왜 말이 없으세요.”
편집팀장이 그의 대답을 재촉했다.
“아.”
강도수는 그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그래, 슬슬 결정을 내려야겠지.
판단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우선은.”
뭐라고 대답하려는 찰나였다.
“쉿, 임대경 아들 노래 시작했어요.”
“…….”
말이 잘렸다.
직원이 사장 말을 자르는 걸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역시, 이 업계는 아마추어리즘으로 가득해.’
강도수는 한숨을 흘리면서 다시금 모니터로 시선을 돌렸다.
이번에는 기대감을 담아서.
* * *
“감사합니다! 형님들! 땡큐! 땡큐! 아리가또! 그라찌에! 씨에씨에!”
모노가 연신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거의 이 자리에서 당장 행복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것만 같은 웃음.
그 웃음에서는 일견 광기마저도 엿보였다.
왜 저렇게 신났을까.
이 이유를 설명하자면 간단했다.
[100,000원 후원!] [체체로키 : 울었다.]돈이 복사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나와 임선우.
둘이 곡을 연주할 때마다 계속해서 후원이 터져 나왔다.
‘이야, 시청자가 많으니까 좋기는 하네.’
이게 대체 얼마인가.
곡 몇 개 불렀다고 내가 지금 후원을 얼마를 받은 거지.
‘0이 하나, 둘, 셋…… 400만 원?!’
곡 세 개 연주했다고 400이 쌓였다.
물론, 여기서 미튜브 파워챗 수수료를 빼고 [모든 노래] 수수료를 떼면 확 줄어들기는 하겠지.
파워챗 후원 수수료가 30%에 [모든 노래]도 30%다.
둘을 제하면 내게 남는 건 49%.
‘200만 원!’
생각보다 든든한 액수였다.
임선우, 고희범과 나누더라도 꽤 남는다. 여기에서 내 몫으로 돌아올 게 100은 되겠지.
‘시급이 백만 원이라니.’
더군다나 이게 끝이 아니다.
방송은 현재진행형이었다.
이쯤 되자 나도 한 가지 결심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질질 끌어야 한다.’
방송을 계속해서 이어나가야 한다.
지금 노다지가 코앞에 있는데, 그냥 할 일만 하고 빠질 수는 없었다.
“이야, 박수! 박수! 형님들! 멋진 무대를 보여준 두 분에게 박수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독과 좋아요도 부탁드립니다!”
모노가 광기에 젖은 목소리로 연신 괴성을 지렀다.
하지만 그 밑으로는 이제 슬슬 방송을 끝낼 거라는 뉘앙스도 엿보였다.
‘어림도 없지.’
누가 끝내.
어떻게 끝내.
여기서 더 뭐라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아.’
그 순간이었다.
나는 임선우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이대로 끝내기는 아쉬운데, 즉흥으로 개인기 하나만 보여드려도 될까요? 짧게.”
“개인기요?”
모노가 의아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네!”
나는 자신 있는 목소리로 기타를 손에 쥐며 말했다.
“야, 선우야, 지난번에 그거 한번 해 보자.”
“그거?”
“너희 학교 동아리 회관에서 했던 거 있잖아.”
“……아.”
임선우도 곧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기타를 손에 쥐었다.
“하자.”
그렇게 잠시 뒤.
후원액이 다시 터지기 시작했다.
[100,000원 후원!] [두사2 : 엄] [100,000원 후원!] [두사2 : 준]-두사2(님)이 강퇴당했습니다-
[패리호터 : 대단하다] [똑똑한초록색 : 박수 한 번씩 쳐 주자] [1,000,000원 후원!] [두사3 : 식] [고루시 : 저 무친놈…… 무친놈…….]그렇게 우리의 첫 합동 방송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그리고.
* * *
[(모노 레전드 갱신)갓반인 듀오 기타 연주.]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