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1
41화
[모든 노래 감사제] 촬영이 대강 끝났다.결과적으로 말해서.
[김한영이 이겼다 손.] [손.] [손.] [손.]승부가 명확했다.
내 공연에 쏟아진 후원금이 최종적으로 370만 원.
오지의 1.5배에 달하는 액수였다.
그의 퍼포먼스는 훌륭했다.
다만, 내 퍼포먼스가 더 훌륭했다.
그뿐이었다.
[곡 하나를 이렇게 길게 듣는 건 처음이었다.] [ㄹㅇ 곡 딱 하나만 들었자너.] [어서 ㄹㅇㅋㅋ만 쳐!] [ㄹㅇㅋㅋ] [ㄹㅇㅋㅋ]그렇게 자리로 돌아왔을 무렵이었다.
“이런 건 또 언제 연습했어?”
성민아가 어딘가 불만이 묻은 얼굴로 물었다.
그 표정이 썩 우스워서 나는 답했다.
“짬짬이, 시간 날 때마다.”
“말하기 싫으면 말던가.”
진짠데.
‘말을 해 줘도 난리야.’
그런데 그녀는 어딘가 손이 근질거리는 듯했다.
나는 저 기분을 알고 있다.
진정한 뮤지션이라면 좋은 연주를 본 뒤 안달이 나는 법이지.
나도 저렇게 하고 싶다는 감정.
저것이야말로 뮤지션을 한 걸음 나아가게 해 주는 원동력이었다.
‘임대경이랑 과가 비슷하네.’
반면, 고희범은 살짝 화가 난 눈치였다.
“야!”
“왜.”
“너, 언제 그런 걸 다 준비했어?”
준비라.
나는 그 질문에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냥 해 보니까 되던데.”
“아오. 재능충.”
“칭찬 감사.”
“아니, 칭찬이 아니라!”
고희범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말했다.
“이런 걸 할 줄 안다고 미리 말했으면 좋았을 거 아니야!”
깜짝이야.
목소리가 커서 움찔했는데, 그는 거의 날 원망하는 듯했다.
놀란 사이 그가 말을 이었다.
“이런 게 다 콘텐츠잖아! 깜짝 놀랐네. 이거 찍어다가 올렸으면 사람들 반응 장난 아니었을걸?”
“…….”
“잘하잖아. 그러니까 할 줄 아는 게 있으면 나한테도 말 좀 해라. 너는 콘텐츠로 쓸 수 있는 걸 너무 대수롭지 않게 여길 때가 있어. 소통 좀 하자!”
이 말투 뭘까.
칭찬과 책망이 번갈아서 나온다.
‘잘했으면 잘했다고 칭찬을 해 주면 되는 거 아닌가.’
살짝 어이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기분이 나쁘다는 것도 아니었다.
‘내 채널에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거겠지.’
책임감의 문제였다.
고희범이 단순히 일감을 받아다가 일하는 하청업자였다면 이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으리라.
오히려 내 눈치를 봤겠지.
그가 지금 내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건, 그가 내 방송의 동업자로서 책임감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그래.
‘매니저 같네.’
내 눈에 비친 고희범의 태도는 매니저를 닮아 있었다.
“앞으로는 이런 거 준비했으면 다 말해. 우리 채널은 공동으로 운영하는 거니까.”
“그래.”
“앞으로 잘해.”
“…….”
이것 봐라.
가만히 듣고 있어 주려니까 갈수록 사람이 기고만장해진다.
나는 버릇을 고칠 생각으로 입을 열었다.
“Listen, Listen, I can’t listen.”
“그게 무슨 개소리야.”
“듣자 듣자 하니 도저히 못 들어주겠다고.”
“히익!”
손을 들어 올리자 고희범이 쪼르륵 달려가서는 성민아의 뒤로 숨었다.
‘와.’
일말의 고민도 없는 반응속도다.
저 실력으로 게임을 했으면 이미 프로를 찍었겠다.
부끄러움 한 점 없는 그이기에 가능한 행동에 내적 박수를 쳐 주기를 잠시.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야, 그래도 가장 좋은 자리에서 보였으니까 된 거 아니야? 모노 방송이잖아. 시청자만 해도 몇천이던데, 거기서.”
“그건 맞지.”
고희범은 성민아 뒤에서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래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 거랑 모르는 상태에서 하는 건 다르니까.”
“그것도 맞고. 다음부터는 너랑 미리 상의할게.”
“알았으면 됐어.”
되기는 개뿔이.
아무튼, 당장 상황은 이러했다.
‘도박이 성공했네.’
안 하던 짓을 한 게 먹혔다.
시청자들은 호평이고, 모노도 딴지가 없는 걸 보면 내 방식을 인정한 모양.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내 마음속은 은근한 찜찜함이 남았다.
‘저 사람, 괜찮을까.’
오지가 문제였다.
그냥 이긴 거면 나도 걱정이고 뭐고 없겠지.
하지만 대머리 깎았잖아.
팍팍 깎았잖아.
그렇게까지 했는데 2위라니.
‘나라면 억하심정 솟아서 당장 멱살 잡아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아니나 다를까.
고개를 돌려 오지가 있는 곳을 바라보자, 그가 무거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섬뜩하다.
이기고도 오한을 느껴야 한다니, 불공평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드륵.
대뜸 자리에서 일어난 오지가 성큼성큼 걸어 내 앞에 우뚝 섰고.
“…….”
“…….”
두 눈을 마주보기를 잠시.
뭔가 상황이 심상치 않아 나도 모르게 몸에 긴장을 굳힌 순간이었다.
“야.”
그가 손을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
“축하한다.”
이 한 마디면 충분했다.
시원스레 나온 말에 몸의 긴장이 풀리며 비로소 내게도 여유가 돌아왔다.
‘프로 맞네.’
오지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상남자였다.
나는 그의 손을 마주 잡으며 말했다.
“오지 씨도요.”
“오지 씨는 개뿔이.”
그는 혀를 차더니 말했다.
“나는 그 닉네임으로 서로 부르는 게 너무 오글거리더라. 그냥 지환 씨…… 아니다. 남자들끼리는 욕할 때 빼고 씨 자 붙이기 있냐? 지환이 형이라고 불러라.”
“봐서요.”
“쯧, 사람이 정이 없어. 그럼 나는 미용실 간다. 다음에 또 보든가.”
오지는 그렇게 시원스레 떠났다.
마침 방송 녹화도 끝을 맞이했겠다, 저녁이라도 먹으려 발을 옮기려다가.
‘가만.’
뭔가 놓친 게 있는 것 같아 카운터로 눈을 돌린 순간이었다.
“음냐, 음냐. 드르렁. 푸우.”
“…….”
한윤태가 카운터에 쓰러져서 쿨쿨 졸고 있었다.
‘어째 나 올 때마다 취해서 쓰러지는 것 같은데.’
그렇게 끝났다.
우선은 이 정도면 됐다.
* * *
다음 날.
동아리방에서 만난 팅 식구들의 호흡은 한결 들떠 있었다.
조은솔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한영이가 김한석을 좋아하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까지 좋아할 줄은 몰랐네.”
그녀는 기말시험 준비 때문에 녹화 현장에 참석하지 못했다.
대신 온라인으로 방송을 봤는데, 내 연주를 보고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네가 무슨 김한석이라도 돼?”
“네.”
드디어 믿어 주는구나.
이제 당당하게 살 수 있겠다 싶은 순간이었다.
“……한영아, 너 어디 아파?”
사람이 믿음이 없네.
유감이다.
눈을 좁게 뜨려니 정의선이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나는 못 봤는데. 영상은? 언제 올라와?”
“편집본은 보정 좀 하고 사흘 뒤에 업로드할 예정이래.”
“으, 좋겠다.”
“좋지.”
“돈도 많이 벌었겠네.”
“벌었지.”
방송 출연료는 따로 없다.
하지만 이번 방송 후원금 쉐어에, 앞으로 들어올 조회 수 수입.
게다가 우승자로서 받은 상금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대학생의 씀씀이로는 한참 차고도 넘쳤다.
‘구독자 수도 잔뜩 불겠네.’
이미 하루아침에 1,500명이 늘었다.
정식으로 영상을 업로드하고 나면 몇십 배로 늘지 않을까.
나는 만족감을 감미하기를 잠시.
‘좋아. 이만하면 됐어.’
조은솔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누나, 저희 MT 일정 잡혔다면서요?”
“아.”
조은솔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응, 안 그래도 지금 말하려고 했어.”
그녀는 동아리방 칠판 앞으로 가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팅 정기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렇다.
오늘은 팅 동아리 내부 회의를 하는 날.
참석자는 정확히 열 명이었다.
‘수가 적어.’
작년에 동아리가 반으로 쪼개졌던 탓일까.
생각보다 인원수가 모자랐다.
그중 1학년만 다섯.
나머지 2학년부터 4학년까지를 전부 합쳐서 다섯이었다.
‘진짜 동아리 해체할 뻔했구나.’
홍윤서와 조은솔마저 없었더라면 또 그 반이었으리라.
유감이다.
“이번 회의 안건은 여름방학에 갈 MT에 관해서인데, 우리가 대충 이야기는 끝내 놨어. 윤서야. 설명해 줘.”
“응.”
홍윤서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카 펜을 잡았다.
그는 2학년이면서도 군대를 다녀온 탓에 조은솔과 동갑인데, 기수로 따지자면 양대 고참.
그 덕에 동아리 내에서 나름대로 영향력이 큰 편이었다.
‘군대 다녀왔더니 동아리가 해체된 셈이겠네.’
놀랍다.
홍윤서가 입을 열었다.
“원래 팅은 전통적으로 방학이면 어디 대회 하나 출장 다녀오는 게 연례행사였는데, 이건 다 알고 있지?”
“은솔이 언니한테 들었어요. 보통 대학생 경연 대회 같은 거 나간다면서요.”
성민아의 말에 홍윤서가 고개를 끄덕였다.
“민아 말이 맞아. 사실 올해도 아마 비슷하게 진행하려고 했어.”
잠깐.
진행하려고 했다는 건, 지금은 생각을 바꿨다는 건가.
“올해는 안 나가나요?”
홍윤서의 말에는 다소 의아한 구석이 있어서 되물은 참인데, 그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국단대 이겼잖아.”
“…….”
아, 그런 이유.
“굳이 다시 얼굴 볼 필요는 없지. 국단대 이겼으면 다 이긴 건데.”
게임 열 판을 져도 한 판만 이기면 장땡이라고 했나.
마지막에 이긴 사람이 이긴 거라는 건가.
물끄러미 바라보려니 홍윤서가 말을 돌리듯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그냥 해 본 말이야. 농담.”
아니요.
전혀 농담처럼 안 들리는데요.
내가 어찌 느끼든 홍윤서는 다시금 당당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전국 규모로 하는 큰 경연 대회를 하나 찾았거든. 거기나 나가 보려고.”
“그거 혹시, 장…….”
성민아가 손을 들더니 뭐라 말하려는 찰나였다.
“장서균.”
내가 거의 동시에 입을 열었다.
“장서균 음악 경연 대회 말이죠?”
“응, 한영이가 잘 아네. 아는 사람만 아는 대회인데, 어디서 들었어?”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미리 알아봤어요.”
장서균 음악 경연 대회.
뒤에 붙은 음악 경연 대회라는 이름 자체는 그냥 그러려니 한다.
문제는 앞에 붙은 이름 세 글자.
장서균.
이게 내가 모를 수가 없는 이름이었다.
‘우리 세균이, 출세했네.’
그렇다.
내가 장서균을 알았다.
그는 내가 죽기 직전에 우리 회사에 소속되어 있었던 막내였는데, 당시에만 해도 아무런 이름도 없는 신인이었다.
세균이라는 별명으로 놀림 받는 신인.
그랬던 그였는데, 이제 자기 이름으로 대회가 열릴 만큼 성장했다니.
‘진짜 세상 모르겠어.’
사실, 나는 임대경이 YTG 엔터의 사장이 됐다는 걸 안 이래 전생의 인연들을 하나하나 찾아봤었다.
그중 또 놀랐던 게 장서균.
이렇게 또 엮일 줄은 몰랐는데, 엮이게 됐다.
괜한 상념에 잡혀 있는데 어딘가에서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졌다.
잘 보니까 성민아였다.
그냥 쳐다보는 게 아니라, 어딘가 못마땅한 눈치였다.
‘사람을 왜 저런 눈으로 쳐다보지?’
나는 잘못한 거 없는 것 같은데.
잘 모르겠다.
하지만 오는 시선은 피하지 않는 게 내 신조.
“…….”
“…….”
눈싸움이 시작되기를 잠시.
이번에는 내가 이겼다.
그녀가 한발 앞서서 날 째려보며 체력을 소진한 탓이었다.
‘애송이, 눈싸움은 전략이다.’
눈가에 얼얼한 통증을 느끼면서도 은근한 승리감에 취한 사이 홍윤서가 말을 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서 대충 설명하자면, 거기가 올해로 10주년 맞이했는데 꽤 큰 대회거든. 원래 가을에 개최하는데 올해는 여름에 연다더라. 그래서 다 같이 나가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그다음 순간.
홍윤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혹시 알아? 여기서 잘하면 앨범이라도 낼 수 있을지도.”
“앨범이요?”
정의선이 입을 열었는데 홍윤서가 말했다.
“응, 여기서 수상권에 들면 참가자들 다 합쳐서 앨범 내 주거든. 솔깃하지?”
“우와…….”
“기획사에서도 사람 뽑아 가려고 구경 온다더라. 그래서 프로 지망하는 신인들한테는 완전 등용문이래.”
듣자 하니 대충 요지는 알 것 같다.
리그의 격이 올라갔다.
대학생들끼리 경쟁하려고 했다가, 올해는 아예 준프로 대회에 나가보자는 건가.
나름 진취적이다 싶은데 조은솔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한영아, 네 실력이면 정식으로 데뷔할 수 있을지도 몰라. 어때, 좀 구미가 당겨?”
“나름요.”
진심을 말하자면.
아니요.
데뷔가 딱히 당기지는 않았다.
기획사라는 게 그렇게까지 대단한가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
당장 어제 영상에 출연한 뒤로 지금 내 이메일함에는 MCN뿐만 아니라 몇몇 기획사의 컨텍까지 꽂혀 있었다.
선택권이 생긴 셈.
‘데뷔야 하려면 언제든 하겠지.’
하물며 애시당초 프로 데뷔라는 건 내게 그렇게 거창한 의미가 없었다.
나는 이미 알고 있다.
데뷔라는 게 말이 거창하지, 어디까지나 예선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본선에 진출하고 1위를 찍어 본 내게 데뷔란 단지 거쳐 가야 할 과정에 불과했다.
사실, 이미 데뷔는 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이 더 낫지.’
방송에서 시청자들에게 음악을 충분히 들려주지 않았나.
내게는 이게 데뷔 이상의 의미를 갖춘 일이었다.
데뷔를 왜 하는가.
널리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이미 이 과정을 밟고 있는 내게 음원 데뷔는 하든 말든 별 상관이 없는 일.
더 중요한 게 따로 있었다.
“대충 다 알아들었지?”
마침 홍윤서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번 여름 우리 목표는 거기 출전해서 입상하는 거야. MT도 며칠 동안 다 같이 숙소에 묵으면서 대회에서 입상할 수 있게끔 실력을 올리는 데 중점을 둘 거고.”
바로 이거다.
합숙하면서 다 함께 실력을 끌어올리는 거.
‘좋은 콘텐츠가 되겠네.’
콘텐츠.
내가 이번 MT에서 바라는 건 오직 콘텐츠였다.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주기에 이만한 떡밥이 또 있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말했다.
“형, 저 제안 하나만 하고 싶은데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