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5
45화
미로는 그런 음악이었다.
타다다다닥.
실력을 과시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로 화려한 손놀림과 더불어.
“두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무엇 하나 보이지 않아. 네 사소한 손짓에 나는 미로 속에 갇히고 결핍된 눈물에 세상이 무너져. 나를 미로 속에 감금해 봐.”
얌전하지 않은 가사.
플랫 위주로 구성해 어딘가 어두운 멜로디와 튀는 템포.
이를 정리하자면 한 문장으로 귀결되었다.
80년대였다면 안 먹혔을 음악.
“밀어네, 밀어네, 나를 미로 끝까지 밀어네. 이제 다시 실수하지 않길 바라며 나를 끝까지 가둬.”
여러모로 파격적인 곡이다.
찰칵.
그렇게 뮤트와 함께 연주를 끝낸 순간이었다.
“……현우가 이런 연주도 할 줄 알아?”
조은솔이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이어서 팅의 식구들이 모두 기다렸다는 듯 감상을 한 마디씩 던지기 시작했다.
“언제 이런 거 연습했어?”
“라틴 팝인가? 되게 흥겹다.”
“차분한 것만 잘하는 줄 알았는데.”
칭찬의 연속.
하지만 딱히 즐거운 칭찬은 아니었다.
‘프로가 들었다면 이게 조잡한 흉내라는 사실을 눈치채겠지.’
나 자신이 알았기 때문이었다.
모자라다.
모든 면에서 어설프기 짝이 없었다.
이 연주는 어디까지나 겉모습만 따라한 수준에 불과했다.
“개판이에요.”
그렇기에 단언해서 말할 수 있었다.
“이 정도로는 턱도 안 먹혀요. 훨씬 잘해야 해요.”
고개를 저으려니 홍윤서가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야, 너 그거 기만이야.”
“…….”
“계속 받아주니까 아주 습관이 됐네. 너 그러다가 나중에 돌 맞아.”
진심인데.
아무튼, 이번 합숙은 팅에게 한 걸음 나아갈 계기가 될 것이다.
이는 나를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로 다음 본격적인 연습으로 들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짝, 짝.
어딘가에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팅이 아닌, 훨씬 먼 곳에서.
‘누가 보고 있었나?’
누구지.
보컬학원 원장님께서 지금 막 도착하셨나.
그리 생각하는데, 공연장의 먼 구석.
파마머리를 자작하게 볶은 아주머니가 외쳤다.
“브라보!”
“음?”
말 그대로,
어떤 등산복에 파마머리 아주머니가 열심히 손뼉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횡재했다는 듯 들뜬 웃음으로.
“브라보!”
* * *
‘누구지?’
식구들 모두 뜬금없는 박수 소리에 굳어 우두커니 지켜만 보고 있는 순간이었다.
“브라보! 브라보!”
다시금 박수가 연달아 터져 나왔다.
왜 저러지.
뭔가 요란한 반응에 식구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누군지 알아?”
“몰라.”
“펜션 사장님인가?”
“아닌 것 같은데.”
아는 사람이 없나 보다.
기뻐하긴 조금 그렇고 뻘쭘해서 가만히 있으려니, 아주머니는 대뜸 이쪽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왔다.
그러더니 나를 보고 입을 열었다.
“이야, 아~주 훌륭한 연주였어요. 대단한데요? 프로예요? 아니면 어디에서 단체로 연수를 왔나? 최고!”
말이 쏟아진다.
그건 그렇고 뭔가 오해가 있는 눈치다.
난감하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현생 IQ 130, 전생 IQ 130를 합쳐 총 IQ 260의 머리로 고민하는 와중이었다.
“어머님, 안녕하세요.”
조은솔이 내 앞으로 나서더니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희는 중경대학교 기타 동아리 팅이라고 하는데요. 혹시 어떤 일이신가요?”
“아, 중경대구나.”
그런데 그 말에 아주머니의 표정은 더욱 환해지더니 말했다.
“어쩐지 연주가 훌륭하더라니. 중경대였구나. 어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음악도 잘하네.”
갑자기 학교 이야기가 나왔다.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전혀 모르겠는데, 어쨌든 호감도가 올라갔다.
처음 봤을 때보다 훨씬 인상이 환해지셨네.
‘중경대 간판 덕인가?’
참 오묘한 기분이다.
중경대가 나름대로 좋은 대학이 맞기는 했다.
하지만 이게 참 오묘한 포지션이었다.
인서울 대학 중에서 중위권이라는 평가를 자주 받는 곳인데, 엄밀히 말해서 공부를 못한 건 절대 아니었다.
하지만 대놓고 잘한다는 말을 들으면 또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그런가.
“우리 딸도 중경대 갔으면 내가 소원이 없겠네. 학생은 잘생기기까지 했네. 학생 부모님들은 얼마나 좋으실까.”
이런 칭찬, 어색하다.
‘아…….’
그저 어색한 분위기에 내적으로 몸부림치고 있으려니, 아주머니가 정신을 차린 듯 지갑을 뒤적이며 말했다.
“아이고, 내 정신 좀 봐. 내가 너무 말주변이 없었지. 잠깐만. 나는 이런 사람이에요.”
그리고 그녀가 꺼낸 명함에는.
‘어?’
생각보다 거창한 글씨가 적혀 있었다.
[행사대행 전문 ㈜휴먼체인].* * *
‘행사대행?’
행사가 필요한 사람과 행사를 하고 싶은 사람을 연결해 주는 업체였다.
흔히 말하는 중간 업체.
그렇다면 저 사람이 우리에게 접근한 이유는 뭘까.
내 머리로 대충 상황을 판단해 보자면 이러했다.
‘공연할 사람이 필요한 건가.’
여긴 펜션이다.
기업이나 어디 협회에서 연수를 하러 오는 경우도 많겠지.
그리고 우리는 공연을 하는 사람.
그러니까 겸사겸사 접근한 거 아닐까.
나는 명함을 곰곰이 살피다가 고개를 들고서는 물었다.
“혹시, 연주가 필요하신가요?”
“어머, 역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라 그런지 한 번에 알아보네.”
맞췄다.
공부랑 이게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아주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은, 내일쯤 여기 펜션에 단체 손님들이 오시거든?”
“단체 손님이요?”
“어디 출판사 사람들이 워크샵을 왔거든.”
“음.”
“그런데 우리가 행사 대행업체잖아. 그래서 공연해 줄 사람들을 알아봐 뒀는데, 그 사람들이 갑자기 못 오겠다면서 일방적으로 잠수를 타 버렸지 뭐야.”
“잠수요?”
“응, 이유라도 알려 주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그냥 연락이 두절 됐어.”
저런 사람들 가끔 있었지.
공연에 맞춰서 일정 다 잡아 뒀더니, 갑자기 공연하기 싫다면서 대뜸 잠적해 버리는 사람들.
김진산 사장님은 그런 사람들을 이렇게 표현하고는 했다.
[업계의 기생충들!]동감한다.
그것들은 기생충들이다.
혼자 죽으면 모르겠는데, 주위 사람한테까지 똥을 묻힌다.
아예 업계의 신뢰도 자체를 날려버리는 행위 아닌가.
80년대에도 흔했지.
그 유구한 악습이 죽지도 않고 30년을 넘어서까지 전해져 내려왔나 보다.
“상황이 아주 난처해졌어.”
아주머니가 곤란하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대타는 안 구해 보셨어요?”
“급하게 구하고 있는데, 좀처럼 구하기가 쉽지가 않더라고. 여기저기 연락을 돌려 봤는데 다 어렵데. 그렇다고 우리가 이걸 모르쇠 넘길 수가 없잖아. 그렇지? 이게 다 신용이 걸린 일인데.”
이제 대충 상황이 파악됐다 싶은 시점인데.
“그래서.”
한참을 가만히 듣고만 있던 조은솔이 입을 열었다.
“어머님은 저희가 대타로 공연을 해 주시길 바라는 건가요?”
“응, 맞아.”
조은솔의 말에 아주머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학생들만 괜찮다면 어때? 한번 도와주면 안 될까?”
그 말에 조은솔은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저희는 그냥 대학생 동아리라서 프로분들만큼은 안 될 거예요.”
돌려서 사양했다.
하지만 아주머니가 고개를 젓더니 넉살 좋게 말했다.
“아까 들어보니까 잘하던데 뭘~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안 먹혔다.
“공연 페이는.”
“학생들 섭섭지 않게 챙겨줄게. 응?”
또 안 먹혔다.
책임감 있게 나섰지만 그 본질은 대학생인 탓일까.
조은솔은 할 말을 잃은 듯 눈만 깜빡이더니 말했다.
“그러면요. 혹시 공연은 언제 하나요?”
“모레 저녁에 이 앞 야외 공연장에서 할 예정이야.”
“……잠시만요. 저희가 생각을 해 봐야겠는데, 시간 좀 주실 수 있으세요?”
“아무렴. 얼마든지 괜찮지.”
아주머니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그런데 우리가 시간이 별로 없거든. 괜찮으면 오늘까지 말해 줄 수 있을까?”
“음, 알았어요.”
“그래, 여기 연락처로 연락 줘. 고마워, 학생들.”
아주머니는 그렇게 말을 마치고는 쏜살같이 공연장을 떠나갔다.
그리고 남은 우리들은 분위기가 썩 묘해졌다.
“공연할 기회가 생기기는 했는데.”
조은솔이 눈치를 보듯 말했다.
“어때, 할까?”
다소 긍정적인 뉘앙스였다.
아주머니가 있을 때는 확답을 못 내렸지만, 내심 공연할 기회라니까 끌리기는 했던 모양이다.
그래도 그녀 단독으로 결정하기에는 문제가 있는 모양.
아무래도 지금 우리는 MT에 온 참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있었다.
“공연은 좋아요. 어차피 경연대회 나가는 거 연습 쳐도 좋을 것 같고. 하지만 우선 자세한 페이부터 들어야 할 것 같아요.”
아주머니의 말에 구체적인 페이 이야기가 없었다는 것이다.
행사를 진행하려면 가장 먼저 페이부터 확인하는 게 우선 아닌가.
‘대학생이라고 편하게 본 건가.’
일부러 말을 안 한 걸까.
어쩌면 대충 때울 생각인 걸까.
내 생각에는 후자였다.
‘대학생이라는 걸 강조했지.’
내가 기억하는 행사 업체들은 손익을 극심히 따지는 사람들이었다.
단단히 챙겨줄 생각은 없으리라.
그렇다고 공연을 할 기회가 왔다고 해서 무작정 내줄 수는 없는 법이었다.
왜, 어느 미국의 철학자가 그런 말을 하지 않았나.
[잘하는 일은 공짜로 해 주면 안 되지.]몹시 공감하는 바이다.
또한, 나는 프로다.
프로가 왜 프로인가.
‘돈을 받기에 프로다.’
또한.
스스로 프로라고 생각하기에 프로다.
나는 한윤태의 마음가짐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갑이에요.”
“……갑?”
조은솔이 의아하다는 듯 묻길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저쪽에서도 급하게 일정이 비어서 대타를 구한 거잖아요. 어떻게 되든 이쪽에서 굳이 저자세로 나갈 필요는 없어요.”
“그건 그렇지? 그래도 공연이면 우리도 이것저것 준비해야 할 텐데.”
조은솔도 내 말에 동의하는 듯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남아 있었다.
“그럼 페이를 받는다면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역시나 얼마나 받을지가 문제였다.
저쪽에서 먼저 제안할 생각이 없다면, 우리가 먼저 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아니더라도 적당한 몸값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컸다.
“누나, 혹시 팅에서 어디 행사 섭외 뛰어 본 적 없나요?”
“가끔 있었지.”
“그럴 때는 보통 어느 정도 받았어요?”
“글쎄…… 대부분 지인 소개로 가는 수준이었어서. 사실 열정페이가 많았어.”
마땅히 도움이 안 되는군.
나는 이번에는 고개를 돌려서 고희범을 바라봤다.
“희범아, 보통 이런 거 얼마 정도 해?”
나름대로 내 매니저를 자처하고 있는 그다.
여기저기 매니저 실무도 매일 찾아보고 있으니 조금은 알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 찰나.
“……검색해도 안 나온다.”
도움이 안 됐다.
유감이다.
‘역시, 매니저를 자칭해 봐야 그 실상은 업력 3개월밖에 안 된 초짜라는 건가.’
실무에서 뭔가를 기대하는 게 어려운 게 정상이기는 하다.
하긴, 요즘은 어디 회사에 취업해도 1년은 수습 기간이라니까 어쩔 수 없지.
‘이거 어렵게 됐네.’
우리 몸값을 우리가 모른다니.
하물며 나도 내 몸값을 잘 몰랐다.
이게 생각보다 큰 난관이었다.
적당히 액수를 부르자니 아까 그 아주머니를 말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어디 도움을 청할 곳 없을까 해도 마땅히 떠오르지 않았다.
아니지.
한 명 있다.
“잠깐만, 나 윤태…… 사장님한테 전화 좀 해 볼게.”
윤태였다.
고용주 입장이니까 이것저것 잘 알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전화를 건 순간이었다.
[뚜루루-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으로…….]응.
안 받는다.
졸고 있나 보다.
유감이다.
‘그럼 선우한테?’
아니다.
이쪽 또한 아쉬운 건 마찬가지.
임선우에게 잘못 말했다가는 반대로 일이 너무 커질 것만 같았다.
‘YTG는 너무 스케일이 커.’
우선은 킵.
남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건 우리도 그쪽을 도와야 한다는 것.
딱 중간.
적당한 실무 경험을 갖췄으면서도 부담 없이 우리 사이를 도와줄 사람이 필요했다.
또 우리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사람.
그게 누가 있을까.
얼마 안 되는 인맥을 열심히 헤집으며 고민하는 찰나였다.
“아.”
고희범이 뭔가 떠오른 듯 말했다.
“모노한테 물어보면 되지 않을까?”
“모노?”
“왜, 그쪽은 아마추어들 모아서 행사 많이 하잖아. 이쪽 잘 알 것 같은데.”
“아하.”
그래, 그쪽이 있었지.
생각해 보니 딱 적당하기도 했다.
우리에게 서로 빚이 조금씩 있으며, 사이가 너무 멀지도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잘했어. 인사고과에 10점 반영.”
“감사합니다. 주인님.”
결정됐다면 미룰 게 없다.
나는 지체 없이 모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이에요. 이번에 연락드린 게 다름이 아니라.”
그리고 대화를 나누기를 잠시.
“……네?”
의외의 상황을 맞닥뜨렸다.
“사장님이 직접 오시겠다고요? 여기까지?”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