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48
48화
24시간의 무수면 연습이 끝난 뒤.
삐리리릭-!
삐리리릭-!
잠을 뚫고 들려오는 알람 소리에 번쩍 눈을 뜨고 보자.
새벽이었다.
“…….”
나는 눈을 몇 차례 깜빡이고는 다시 베개에 머리를 얹었다.
‘좋네.’
이 느낌이 딱 좋다.
탈진할 만큼 온몸을 갈아서 연주에 오롯이 쏟은 뒤, 기절하듯 잠든다.
그리고 깨어난 순간.
이 적막한 잠깐의 시간이 내게는 가장 완벽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한가롭네.’
주위를 둘러보니 꾸벅꾸벅 졸고 있는 팅 회원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희범은 입에서 침까지 흘리며 졸고 있었다.
더럽군.
유감이다.
“드르렁.”
코까지 곤다.
가관이다.
‘이제 다시 시작해 볼까.’
나는 각 방과 연습실을 돌며 식구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곧 다시 연습 시작할 거예요. 일어나세요.”
그럴 때마다 보이는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벌써?”
“눈 한 번 깜빡했다가 뜬 것 같은데 벌써 이 시간이야.”
“10분…… 제발 10분만 더 자게 해 줘.”
허탈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돌겠네.”
“엄마, 나 조금만 더 잘래…….”
“흡! 이병 홍윤서!”
아직 잠이 덜 깨서 비몽사몽 한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깜짝 놀랄 거다.’
나는 잠시 뒤, 이들이 내게 보여 줄 모습이 기대되어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떤 반응일까.
놀라겠지.
그게 지금부터 내가 즐길 몫이었다.
그렇게 기대감에 찬 사이 어느새 모두가 실내 공연장에 모였다.
“흐아아암.”
“어우, 잠이 깨질 않네.”
아직 정신이 없다.
나는 말끔한 정신으로 그들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우선은 한 시간 동안만 몸 좀 풀죠.”
그 순간 홍윤서가 의심 어린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한 시간만? 정말로?”
굳이 물으시기는.
저 모습이 마치 털을 빳빳하게 세운 고슴도치를 연상시켰다.
불신의 눈빛이 가득한 걸 보니 어제 어지간히 힘들기는 했나 보다.
‘내가 조금 심했나?’
아니다.
그게 전부 서로를 위한 거래였지 않나.
동의도 구했다.
아무렴.
나는 식구들의 눈빛을 최대한 의식하지 않으며 말했다.
“너무 잘하려고 무리하기보다는, 어제 연습했던 거 복습한다는 느낌으로 하세요. 자기 자신을 점검하는 거예요. 나머지는 그다음에 진행할게요.”
“음, 그래. 흐아암.”
팅의 식구들은 이제 반박하기도 지친 듯 자연스럽게 기타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복습을 시작하기를 잠시.
“아야야.”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 따갑다. 나 물집 생긴 것 같아.”
“진짜네. 물집은 기타 처음 만질 때나 생기는 줄 알았는데.”
“손목이 뻐근해.”
“눈 아파.”
어제 연주의 후유증이 남아 있는 기색이 완연하다.
하지만 정작 연주를 시작했을 때.
저들의 불만은 이내 감탄으로 변모되었다.
“어?”
홍윤서의 눈빛이 변했다.
“이게 왜 되지?”
뭐라고 해야 할까.
자기 자신의 연주를 마치 남의 연주처럼 느끼는 듯했다.
도저히 못 믿겠다는 듯 기타를 쥔 손가락을 퉁기기를 몇 차례, 그가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야, 이 파트 분명 어제는 안 됐는데.”
안 됐던 게 된다.
하물며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러게. 그냥 막 되는데?”
다른 식구들도 같은 현상을 체험하고 있었다.
“와, 그냥 술술 나온다.”
“연주가 엄청 편하네.”
“뻡, 뻡, 뻡.”
늘었다.
펜션에 도착한 첫날과 비교해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어 버린 것이었다.
불과 24시간의 연습으로 찾아온 변화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나는 그 이유를 알았다.
‘성장은 계단식이지.’
음악 실력의 성장은 계단식이기 때문이었다.
점진적인 발전이 되는 부분이 있고, 단기간에 확 늘어 버리는 부분이 있다.
전자는 청각이나 타고난 센스 같은 것.
후자는 흔히 곡 자체의 숙련도나 연주 기술을 말하였다.
‘이 단계는 한참 막혀 있다가도 계기만 있으면 한 방에 뚫을 수 있다.’
음악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보는 일이었다.
왜, 당장 노래에도 있지 않은가.
하루아침에 안 되던 고음이 올라간다거나, 갑자기 호흡이 쉬워진다거나.
이게 기타에도 마찬가지로 존재했다.
‘안 되다가 하루아침에 된다.’
나는 이 현상을 유도했다.
과도한 훈련 뒤로 적절한 휴식.
목이 막힐 정도로 고구마를 먹은 뒤 우유를 마시면 목구멍이 뻥 뚫리듯, 이들 또한 안 되던 게 되는 경험을 겪은 것.
물론, 이는 애초에 실력이 부족하던 사람들 한정으로 이루어진 일이기도 했다.
“흐음.”
“밥은 언제 먹나?”
성민아나 조은솔은 그냥 그런 눈치였다.
이유라면 안다.
저들은 원래 할 만큼 해 봤으니, 단기간에 뭐가 안 느는 것.
하지만 조은솔은 작게 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한영이가 빨리 느는 이유가 있었네. 전공자들도 이렇게까지는 안 할 것 같은데, 한영이는 매일 이렇게 한다니 실력이 안 늘 수가 있나.”
“저도 매일은 안 해요.”
“그래?”
“네, 저도 사람인데요. 어쩌다가 하루 이틀 벼락치기로 하는 거죠.”
나는 손가락 스트레칭을 켜며 말했다.
“평소에는 그냥 쉬엄쉬엄해요.”
“쉬엄쉬엄? 그게 어느 정돈데?”
“한 8시간 정도 자고 나머지 시간 연주하는 정도?”
“한영아.”
조은솔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보통은 그걸 빡세게 했다고 하지 않니?”
흠.
그런가.
이상한 말이다.
이 정도도 안 하면 어떻게 이 바닥에서 음악으로 먹고사나.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애써 삼켰다.
대신, 말했다.
“그럼 이제 비포애프터 한 단계 더 찍어 보죠.”
이제부터가 진짜다.
* * *
이번 프로젝트를 두고 나는 몇 가지 단계를 나눴다.
그중 1단계가 펜션에 도착한 직후 찍은 것.
아무런 훈련도 안 거친 상태에서 촬영한 것이었다.
그리고 2단계.
그게 24시간 무수면 연습을 마친 뒤였다.
“으음, 하루 가지고 확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공정한 제비뽑기 끝에 첫 타자로 선정된 정의선이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자신이 없다.
아직 자기 성장에 확신이 없는 눈치.
나는 그를 다독이듯 말했다.
“그냥 믿고 해 봐. 옛말에 맞을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고 했잖아.”
“그게 이럴 때 쓰는 말이던가?”
“나 국어국문학과야. 믿어.”
“……아무리 봐도 아닌 것 같은데.”
아니기는.
그는 이내 떨떠름한 표정을 짓더니 연주를 시작했다.
“지금 하면 되지?”
“응.”
정의선이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선곡한 곡의 제목은 [Now and forever].
뉴질랜드의 싱어송라이터 [조아노비치]의 곡이었다.
‘마오리 전통 민요에서 악상을 따 왔다고 했지.’
흥에 집중한 곡.
이 곡의 특징은, 무엇보다도 부르기 쉽다는 것이었다.
왜냐.
애초에 아동용 애니메이션 영화에 들어갈 곡으로 만들어졌으니까.
따라 부르기 쉽고, 연주하기도 쉬웠다.
그러면서 너무 유치하지도 않다.
적당한 멜로디와 속도감을 겸비해 입문자에게 흔히 사랑받는 곡이기도 하였다.
“후우.”
정의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연주를 시작하기를 겁내는 것 같기도 하였다.
하지만 눈을 질끈 감기를 잠시.
이내 기타를 쥔 양손을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역시.’
나는 그 연주를 들으며 생각했다.
‘할 줄 아네.’
성장했다.
내 감상은 그러했다.
불과 하루 전과 비교해서 압도적인 차이가 자라났다.
오랜 시간 벽을 앞에 두고 정체되었던 만큼, 빠르게 단계를 도약해 버린 것.
리듬감부터 비브라토까지 연주가 곡에 최적화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따로 놀던 양손 사이에 조화가 자라났다.’
정의선 본인이 이 차이를 체감하고 있을지는 모르겠다.
‘지금은 너무 긴장해서 여유가 없겠지.’
하지만 상관없다.
좋든 싫든 곧 알게 될 테니.
“후우.”
한숨으로 곡을 시작했듯, 끝날 때도 한숨과 함께했다.
하지만 그 한숨의 속뜻은 달랐다.
“와.”
“많이 늘었네.”
팅의 회원들이 박수와 함께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객관적인 입장이기에 알 수밖에 없는 것.
나는 속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그럼 지난번에 촬영한 영상을 감상하겠습니다.”
“지금 바로?”
“나름대로 재밌을걸.”
나는 묘하게 부담스러워하는 그의 시선을 뒤로하고 예전 영상을 재생했다.
그리고.
“……윽!”
반응을 즐겼다.
“내가 이렇게 쳤다고?”
영상을 멍하니 주시하던 정의선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주가 너무 따로 노는 것 같은데.”
그렇다.
불과 하루 전에 촬영한 것임에도, 지금의 그와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격차가 드러났다.
어째서일까.
나는 이 현상의 원인을 알았다.
‘오른손이 굳었지.’
왼손과 오른손의 부조화였다.
왼손 운지와 오른손 탄지가 따로 논다.
‘이게 안 되면 무슨 곡을 연주해도 어설프지.’
이 조화를 깨달으려면, 가장 먼저 알아야 할 게 있었다.
왜 기타를 칠 때 오른손으로 치는가였다.
얼핏 생각해 보면 기타 연주를 할 때는 왼손이 훨씬 바쁘다.
코드를 왼손으로 짚고, 비브라토, 뮤트, 슬라이드까지 전부 왼손으로 짚는다.
복잡하다.
그런데 왜 일견 그것들보다 훨씬 간단해 보이는 피킹을 왜 하필 오른손으로 행하는가.
복잡한 연주를 주된 손으로 연주하는 게 낫지 않나.
초보 연주자라면 누구나 이런 의문을 한 번쯤은 품기 마련인데, 이에 대한 정답을 말하자면 이러했다.
‘피킹이 더 중요하니까.’
피킹이 훨씬 더 크기 때문이었다.
‘기타는 오른손으로 연주하고,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하지.’
초보자들에게 오른손 탄현은 너무나도 쉽고 간단한 일이다.
반면, 왼손 운지는 너무나도 어렵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기타에 숙련되면 점차 이게 반대가 된다.
오른손이 더 중요해지는 법이었다.
그 관문이 마침 정의선이 헤매고 있는 단계였다.
‘무의식적으로 왼손 연주를 할 수 있게 되는 순간, 오른손에 신경을 돌릴 여유가 생긴다.’
곡을 이해하고 체득하는 영역.
이 영역을 넘어서야 기타리스트는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다.
기타리스트는 그런 생물이었다.
‘초보자들은 이 단계를 앞두고 한참을 막히고는 하지.’
곡 하나를 필요 이상으로 파 봐야 넘어설 수 있는 벽이다.
나는 이 벽을 넘어설 방법으로, 24시간을 제시했을 뿐.
넘어간 정의선 자신의 몫이었다.
“…….”
그의 표정은 그저 멍했다.
자기 연주를 들으면서도 자기가 적응을 못 하는 모양.
뒤늦게 찾아온 성장의 기쁨을 한껏 누리고 있겠지.
한껏 기뻐해도 좋다.
하지만 느긋하게 놔둘 여유는 없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저 깨달음이 뭔가 대단한 것처럼 설명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기초에 불과했다.
당장 내가 남들 초등학생 나이 무렵에도 저 정도는 넘어서지 않았나.
“자, 자, 나머지 분들도 얼른 진행하죠. 시간이 없어요.”
이어서 연주가 반복되었다.
자기 새 곡을 녹음하고, 그 뒤에 원래 곡의 반응을 확인하는 과정의 반복.
그리고.
제2, 제3의 정의선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으, 내가 저런 연주를 했다고?”
“듣기가 괴롭다.”
애써 외면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희범아, 저건 편집해 주면 안 되냐?”
회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림도 고자이마센.”
“제발 사람 말을 해.”
“어림도 없는 데스.”
각자 괴로워하는 모습이 백미다.
하지만 어찌 되었든, 정의선처럼 극단적인 수준은 아니더라도 각자 하나씩은 성장을 거뒀다.
그래.
고희범마저도 발걸음을 뗐다.
“이야, 이제 실수 안 하네.”
“24시간 만에 이게 된다고?”
“사실 천재 아니야?”
아.
저 말을 듣자 이번 콘텐츠의 부제가 떠올랐다.
‘24시간의 기적.’
24시간의 기적이라고 하자.
딱 24시간 연습하고 사람이 바뀌었다고 올리자.
물론 수면 시간을 합치면 30시간이 넘게 흘렀지만, 그런 건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24시간이 더 멋지니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슬슬 차례가 왔다.
“한영이 차례다.”
내 차례였다.
저들만 연습한 게 아니지.
나 또한 이번 방송의 주역이니 당연한 일이었다.
“기대한다.”
“얼마나 잘하나 한번 보자.”
“이한영 파이팅!”
“이한영이 아니라 김한영.”
“조상님 중에 이가 사람 피가 한 명쯤은 섞이지 않았을까?”
식구들이 기다렸다는 듯 내게 한 마디씩을 던졌다.
마치 내게도 자신들과 같은 변화를 기대하는 눈치인데, 이에 대해서 답하자면.
몹시 당연하게도.
디링.
나 또한 성장했다.
“……미친.”
고희범이 질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졸라 잘 치네.”
“저거 사람 맞아?”
미안하지만 성장은 초보자만의 특권이 아니다.
이미 성장의 즐거움을 겪어 봤기에 또 다른 방향으로 성장을 추구할 수 있었다.
“호텔 바에서 한 뼘 거리. 네 눈빛을 안주 삼아 곁눈질로 기울여. 함께 앉은 자리 창문 밖만 바라보는 너. 그 스쳐 지나가는 순간에 나는 또 한 번 미혹에 빠져.”
저들이 24시간 동안 [기타와 친해지는] 단계를 넘어섰다면, 나는 [새로운 스타일]에 적응하는 과정을 건넜다.
‘이런 느낌이었구나.’
24시간.
그사이 장서균의 연주를 조금 더 깊게 이해하게 되었다.
그의 연주 속에는 80년대의 그것보다 좀 더 노골적인 감정이 깔려 있었다.
‘내 스타일은 아니지만, 배울 만해.’
가능성이 보인다.
드륵.
그렇게 연주를 마쳤을 무렵.
나는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너무 못 쳐서 부끄럽네요.”
“…….”
식구들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래 봤자 영상에는 안 찍힐 눈빛이었다.
“실수 많이 한 것 같은데 다시 찍으면 안 돼요?”
이건 편집자가 무시하고 업로드했다는 컨셉으로 가야겠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