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2
62화
결과적으로 말해서, 이번 콘텐츠 반응이 꽤 화끈했다.
그리고 우리 팅 식구들은.
“으아아악! 부담스러워!”
얼굴을 붙잡고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얼굴 까지 말걸.”
“학교에서 애들이 방송 나왔냐고 물어보더라.”
“자기네 행사 와서 한 곡만 쳐 달래. 평소에는 아는 척도 안 하던 애들이.”
알아보는 사람이 늘어난 자들의 슬픔이었다.
요즘 방송이 인터넷에서 점차 인지도를 얻어가는 추세인데, 슬슬 현실에서도 알아보는 사람들이 나타난 것.
“이러다가 길도 걷기 힘들어지면 어쩌지?”
“…….”
저건 김칫국이다.
김칫국을 컨테이너째 잡수셨다.
“그런 걱정은 하지 마세요. 그보다 은솔이 누나. 어제 말씀드린 건 연습해 오셨죠?”
“응.”
“한번 들려주실 수 있으세요?”
“잠시만.”
조은솔이 기타를 쥐고는 곧 연주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듣기를 잠시.
나는 즉석에서 곡을 뜯어고치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누나 음색 살리려면 템포 자체를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고치게? 여기서?”
조은솔이 휘둥그레진 표정으로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지금은 안 맞는 옷을 억지로 걸친 것 같네요.”
“나는 지금도 충분히 좋은 것 같은데.”
“제가 안 좋아요.”
부족하다.
내가 생각한 이 곡의 포텐셜은 고작 이 정도가 아니었다.
훨씬 더 훌륭한 곡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진면목의 반의반이나 드러내고 있을까 싶었다.
‘아직 한참 남았어.’
작곡이라는 건 곡을 딸랑 준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
명마가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기수와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야 하듯, 곡 또한 마찬가지였다.
1초 단위로 조은솔이라는 사람의 호흡과 역량까지 모든 걸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사가 문제네.”
나는 곡을 이런저런 방향으로 뜯어고치다가 말했다.
“누나, 여기 음 내 보세요.”
“아-.”
“아 발음은 괜찮은데. 음, 그럼 우랑 으 발음으로 똑같은 음을 내주실래요?”
“우- 으-.”
찾았다.
이게 문제였네.
나는 비로소 원인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나가 여기 음에서는 발음이 무너지네요.”
발음 문제였다.
보통 같은 발음이라도 음역에 따라서 소화하는 난이도가 천차만별로 갈리는데, 조은솔은 이 부분이 잘 안 되는 눈치였다.
‘내가 실수했어.’
식구들의 역량을 잘못 파악했다.
전생에 내가 곡을 줬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업계의 상위권 프로들.
실력 그 자체로서는 크게 나무랄 게 없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떠한가.
‘잘 쳐 줘야 프로 초입.’
아직 한참 멀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가 무엇인가.
그중 하나를 말하자면, 그건 바로 자기가 뭘 잘하는지 안다는 것이었다.
‘아마추어는 안 맞는 옷을 자꾸 억지로 입으려고 하지.’
사람마다 어울리는 스타일이 다르다.
명품 발라드 가수라도, 곡에 따라서는 최악의 락 가수가 되는 법이었다.
그렇다면 이럴 때 프로는 어떻게 하는가.
자기 몸에 맞게 고쳐서 부른다.
빠른 템포는 부드럽게.
음역대는 낮춘다.
표현력이 필요한 부분이면 더더욱 낮춘다.
철저하게 자기가 잘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노는 법이었다.
그게 바로 프로.
하지만 조은솔은 이게 안 되었다.
‘부를 줄 아는 것과 잘 부르는 것의 구분이 아직 덜 되어 있어.’
프로라면 스스로 고쳤을 터.
하지만 그녀는 아직 프로를 자칭하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애초에 프로를 지망한 적도 없겠지.
기본 발성이 이만큼이라도 된다는 게 기적이었다.
이대로는 어렵다.
혼자 아무리 고생해 봐야 안 되겠지.
즉, 혼자가 아니라면 상관없다는 말이었다.
‘어쩔 수 없지.’
내가 조금 더 수고하는 수밖에.
“가사를 바꿔서 부르죠.”
“가사를?”
“네, 여기를 어디 보자. 갈 길을 잃은 우리는 눈물에 잠겼네. 이 부분을 고치죠.”
나는 종이를 꺼내 와서는 그 위에 수정한 가사를 적었다.
“소매에 담은 바다는 한없이 깊었네.”
“무슨 뜻이야?”
“특별한 뜻은 없어요. 우선, 이 가사로 바꿔서 불러 봐 주세요.”
“음, 그래.”
조은솔은 고쳐 준 가사를 잡고 흥얼거리기를 잠시.
“어?!”
놀란 목소리로 외쳤다.
“부르기 훨씬 편해졌어.”
“그렇죠?”
부르기만 편해졌을까.
듣기도 훨씬 편해졌다.
작게 만족감을 느끼고 있으려니 조은솔이 놀란 눈길로 물었다.
“지금 어떻게 한 거야?”
“가사를 조금 바꾼 거죠. 누나 목소리에 어울리는 가사로.”
그렇게 말한 순간이었다.
“이 가사가 나한테 어울린다고?”
조은솔이 어딘가 흐뭇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해석하지 말고요.”
“응, 응, 그래.”
“…….”
벌써 딴 길로 새는 거 봐라.
집중력이 없네.
나는 인상을 찡그리고는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앞으로도 고칠 거 태산이니까 얼른 다시 시작하죠.”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20년 넘게 했으니까요.”
“그래, 한영이가 올해로 스무 살이기는 하지.”
답이 없다.
흥이 식었다.
‘집중력이 떨어진 것 같기도 하고, 슬슬 한 번쯤 쉴 때가 되긴 했나.’
억지로 노력하는 것만 만사가 아니다.
지난번에는 훈련의 양이 필요해서 그랬지만, 지금처럼 훈련의 질이 더 중요할 때 집중력 저하는 독이었다.
나는 기타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윤서 형은요?”
“오늘은 약속 있어서 늦는데.”
“민아는요?”
“글쎄? 고등학교 때 친구들 만나고 온다고 했으니까 오늘은 못 오지 않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와중이었다.
삑, 삑, 삑, 삑, 띠리릭!
현관문이 열리더니,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민아였다.
그런데 그녀의 안색이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센 척하는군.’
엄청나게 무거워 보였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저 왔어요.”
안다.
지금 들어온 거 딱 봐도 보인다.
어딘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서 우두커니 바라보고 있는 와중인데, 조은솔이 달려가서는 그녀에게 물었다.
“민아 왔어?”
그 순간이었다.
“언니…….”
성민아는 대뜸 얼굴에 울상을 짓더니, 그녀의 옷자락을 잡았다.
그 찰나, 나는 다급히 마이크를 바라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방송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곁눈질로 고희범을 바라본 순간이었다.
그가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예스, 마스터.”
아니.
드립 치지 말고 방송을 끄라고.
* * *
갑작스럽게 방송이 중단되었다.
그러기를 잠시.
성민아는 울적한 표정으로 쿠션을 끌어안고는 중얼거렸다.
“오늘 힘든 일이 있었어요.”
응.
누가 봐도 힘들어 보인다.
나 힘들다는 티를 팍팍 내서 못 알아보기가 힘들 지경.
“무슨 일 있었어?”
“그게요.”
성민아는 말을 하려는 둥 마는 등 몇 번이고 입을 여닫기를 반복했다.
‘미적지근하군.’
이럴 때는 기다려 주는 게 정석이겠지만, 나는 기다릴 마음이 없었다.
그래서 말했다.
“누구랑 싸웠네.”
그 순간 성민아가 입을 삐쭉 내밀더니 말했다.
“……안 싸웠어.”
“이겼어? 아니면 졌어?”
“안 싸웠다니까.”
“그런데 왜 그래.”
“너는 내 마음 몰라.”
“잘 아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내가 어떻게 알아. 모르니까 말해야 알지.”
“…….”
그녀는 뭐라고 더 말하려다가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삐쭉 내민 채 말했다.
“맞아, 싸웠어.”
봐라.
싸운 거 맞네.
“누구랑?”
“오늘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고 왔는데, 내가 어디 고등학교 나왔는지 말해 준 적이 있었나?”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젓고 말했다.
“아니.”
내가 기억하기로, 성민아는 이상하리만치 옛날이야기를 안 꺼내는 성격이었다.
뭔가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
오히려 그걸 숨기려는 듯 쓸데없이 당당하게 행동하고는 했다.
그런 그녀가 지금, 기운이 크게 빠진 눈치였다.
“나, 고등학교 예고 나왔거든.”
“어디 예고?”
그녀는 어딘가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하예고 실용음악과.”
그 말을 들은 순간이었다.
‘어쩐지.’
마음속으로 작은 의문 하나가 풀렸다.
이상하게 실력이 좋다 했다.
비전공자인 척했으면서, 역시 전공자였군.
그동안 힘을 숨겼군.
앓은 이가 하나 빠진 것 같은데, 그녀가 입을 삐쭉 내밀고는 말을 이었다.
“나 고등학교 때 학교 친구들이 여기저기 많아. 지금 현역으로 프로 활동하고 있는 애들도 있고.”
“그런데 왜 국어국문학과로?”
“자신이 없었어.”
평소 쓸데없을 정도로 당당했던 그녀답지 않다.
성민아가 물구덩이에 빠진 개처럼 축 처진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학교에서 음악 잘했다는 선배님들도 대부분 시간 지나서 보면…… 알지? 전교에서 막 차석 수석 하는 애들도 이름은 하나도 안 알려졌고. 후배들 밥 한번 못 사주고. 음악이 다 그렇잖아.”
“…….”
“솔직히 무서웠어. 나도 저렇게 될까 봐. 저렇게 잘하는 사람들도 생활비조차 못 벌고 허덕이는데, 나는 그런 수준조차도 못 될 것 같았어.”
대충 사정은 알 것 같다.
주위에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업계에 더 큰 회의감을 느꼈다는 거겠지.
그러면서도 음악을 아예 포기할 수는 없었을 테고.
천성.
그건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거니까.
“그런데 이번에 장서균 음악경연대회에 본선 진출했잖아.”
성민아는 이제 더 감출 것도 없다는 듯 말했다.
“사실, 그거 때문에 친구들 만나고 온 거였거든. 모처럼 축하 파티라도 할 겸.”
“그래서?”
“만난 것까지는 좋았는데, 거기에서 어떤 애가 화내더라.”
그 뒤를 이어서 나온 말은, 내 입장에서는 썩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프로 할 것도 아니면서 왜 지원했냐고. 양심 없는 거 아니냐고.”
공격적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말했다.
“그 말을 누가 했는데?”
“친구 중에 본선 떨어진 애들. 동창 중에서 나만 넣은 거 아니었거든.”
상황이 이해됐다.
요컨대, 음악 관뒀으면서 왜 이쪽으로 발을 뻗어서 자기 밥그릇을 뺏었냐고 따졌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게 내 귀에는 이렇게 들렸다.
‘패배했으면서 추하기까지 하군.’
멍청한 말이었다.
음악계에 위아래가 어딨고, 학벌이 어디에 있나.
그냥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지.
어제까지 업계 정상이었던 사람조차 감 잃으면 하루아침에 신인한테 자리를 빼앗기는 게 이 바닥 아니던가.
누가 자리를 뺏고 말고 할 게 없었다.
성민아가 더 잘해서 붙었다.
그뿐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꼬인 건지 모르겠다. 나 자신한테 너무 실망스러워. 이것도 잘 안 되고, 저것도 잘 안 되고.”
거의 울먹이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가당치도 않은 목소리였다.
“무슨 이야기인가 했더니.”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번 대회 경쟁률이 몇 대 몇인지 알아?”
“몇인데?”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60 대 1이야.”
“…….”
“800팀이 넘게 지원해서, 딱 16명이 붙었어. 알아? 그 애는 너한테만 진 게 아니야. 나머지 58명한테도 진 거지.”
성민아가 말이 없다.
‘뭐지?’
곰곰이 보니까 내 계산 방식이 틀린 것 같기도 한데, 딱히 티가 안 나서 할 말을 마저 하기로 했다.
“따지려면 나머지 58명한테도 찾아가서 멱살 잡고 한마디씩 하던가. 지가 못 나서 떨어졌으면서 왜 남 탓을 하고 난리야? 실용음악과씩이나 가놓고 국어국문학과생한테 졌으면 부끄러운 줄이나 알 것이지.”
그런 사람은 개인적으로도 불호다.
왜냐.
전생의 내가 이 방면으로 한 고생했기 때문이었다.
‘고아라고 무시하는 놈들이 한둘이었나.’
예나 지금이나 음악은 돈이 안 되고, 돈 많은 사람이 많이 하는 분야다.
그러다 보니 고아인 내가 딱 좋은 표적이었다.
“이야, 걔들은 국어국문학과생한테 져서 다행이겠다. 고졸이나 중졸한테 졌으면 어쩌려고 그랬냐.”
“…….”
“꼭 변명 좋아하는 애들이 하나둘씩 있어요. 목에 아주 모터를 단 것 같이 변명을 내뱉지.”
순간 김진산 사장의 말 습관이 하나 떠올랐다.
[그런 애들이 꼭 어려서는 부모 탓하고, 나이 먹으면 자식 탓한다니까. 자기들이 모자라서 자기 인생 말아먹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쯔쯔쯔, 하여간 그런 애들은 사회에 뭐 하나 도움이 안 돼요.]지금이다.
지금이야말로 저 말이 딱 알맞은 것 같다.
나는 김진산 사장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말해 보았다.
“그런 애들이 꼭 어려서는 부모 탓하고, 나이 먹으면 자식 탓한다니까. 자기들이 모자라서 자기 인생 말아먹는 건 생각도 못 하고. 쯔쯔쯔, 하여간 그런 애들은 사회에 뭐 하나 도움이 안 돼요.”
그렇게 말을 마친 순간이었다.
조은솔이 다급한 목소리로 나를 말렸다.
“한영아, 그래도 민아 친구잖아. 말이 조금 심한 거 아니야?”
“맞아요.”
“그렇지? 말이 심했…….”
“누나 말대로 민아 친구지 제 친구가 아니죠. 제 친구였으면 이미 뚝배기 깼을 텐데, 남의 친구라서 그러질 못하는 게 한이네요.”
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애초에 저런 말을 하는 게 무슨 친구야. 진짜 친구는.”
문득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자기가 떨어졌더라도, 너라도 붙어서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어야 친구죠.”
그래.
한윤태처럼 말이다.
“그냥 제 생각은 그래요. 별 같잖은 것들이 까불고 있어. 야, 자랑스럽게 생각해. 대회 본선 붙은 게 죄야?”
문득, 나답지 않게 격양돼서 너무 말을 쏟아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 안에 정적이 흐르길 잠시.
성민아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푸흐흐흐흐흐.”
웃는 소리가 조금 이상했다.
평소 잘 안 웃었는데, 웃음소리가 이상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충분히 홀가분했다.
그렇게 성민아는 한참을 웃더니 눈가의 물기를 닦아내며 말했다.
“너, 위로 진짜 못한다.”
아닌데.
딱히 위로하려고 한 말 아닌데.
내 의도를 잘못 해석한 것 같아 정정해 주려는 순간이었다.
그녀는 한숨을 내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고마워, 그래도 대신 욕해 주는 사람 있으니까 조금 낫네. 덕분에 좀 후련해졌어.”
웁스.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고맙다는 사람 앞에서 어떻게 반박을 하나.
그럼 내가 나쁜 사람이 되는데.
‘치사하군.’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성민아는 희미하게 웃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걔가 떨어진 게 내 탓은 아니겠지?”
“유감.”
“그러게. 유감이다. 그런데 희범이 말 습관이 그거 뭐였더라. 게임을 하면…… 뭐였지?”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
“그래, 그거였지.”
성민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기타를 주워들며 말했다.
“그 말이 맞아. 기왕 본선 진출했으니까, 이번에는 우승해야겠다.”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 적나라하리만치 표정에 정말 그대로 드러나는구나.
아까 그 우중충했던 감정이 거의 씻겨나가지 않았나.
그녀는 어느새 홀가분해진 눈치였다.
‘역시 쓸데없이 당당한 게 어울려.’
또한, 부자연스러웠던 옷을 벗어 던지고 맞는 옷으로 갈아입은 듯했다.
편안한 옷으로.
나도 더불어 편안한 마음으로 입을 열었다.
“아니, 우승은 내가 할 거라서.”
“…….”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