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6
66화
“김한석, 좋아합니까?”
“…….”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
저 말을 들은 나는 순간적으로 할 말을 잃었다.
‘이게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야.’
내가 김한석인데.
내가 나를 좋아하지, 그럼 누가 좋아해.
사람은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 법이다.
자존감은 거기서부터 시작한다.
세상 모든 사람이 나를 미워할지라도, 내가 나를 사랑해야 한다.
‘라고 교양 시간에 배웠지.’
애초에 무대 위에서 김한석과 장서균을 좋아한다고 대놓고 밝혔다.
또 곡 자체에도 김한석 오마주를 삽입했다.
그러니 장서균이 이걸 모르지는 않을 터.
그렇다면 저 말을 물은 저의는.
‘내 입으로 듣고 싶은 말이 있다.’
이게 되지 않을까.
나는 장서균의 생각을 가늠하며 입을 열었다.
“엄청나게 좋아하죠. 김한석이야말로 한국 최고의 싱어송라이터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한국 현대 음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면 거기에 김한석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제가 김한석의 음악을 특별히 좋아해요.”
“크흐흐.”
장서균이 짧게 웃음을 터뜨렸다.
“한석이 형님과 말투까지 비슷하네요.”
그야 동일인물이니까요.
장서균은 아예 눈가의 눈물마저 닦더니 말했다.
“학생 무대를 보고 느낀 건데, 확실히 김한석을 많이 좋아한다는 점이 와닿았습니다.”
“그런가요?”
“예, 음악 스타일도 그렇지만, 연주하는 모습 자체가 김한석을 닮았더군요. 발음부터 시작해서 기타를 칠 때 사소한 습관까지도. 뭐든 전부.”
“훌륭한 사람이라서 열심히 배웠습니다. 충분히 보고 배울 만한 사람 같아서요.”
“맞습니다. 한석이 형님은 충분히 배울 면이 있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장서균은 뭐라고 말하려고 하더니, 입을 우물쭈물했다.
좀처럼 말이 안 나오는 눈치.
그렇게 눈만 깜빡거리더니 말했다.
“전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그 형님이 요즘 음악을 들었다면 어떻게 평가했을지.”
“…….”
“너무 요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세요.
생전 처음 보는 사람인데 그런 민감한 걸 물어보면 내가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그렇다고 대답할 수도 없고.’
나는 다소 민감한 질문에 고민하기를 한참.
간신히 입을 열었다.
“장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장하다고?”
“네.”
장서균의 눈빛에 흥미가 깃든 걸 확인한 나는 말을 이었다.
“김한석의 음악을 들어 보면 사실 그렇게 보수적이지 않았어요. 오히려…… 앨범마다 조금씩 변화를 추구했죠.”
“하지만 요즘 시대에는 클래식한 아티스트로 뽑히지 않습니까?”
“시대상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요즘 시대 기준으로 보면 그렇지만, 당시 기준으로는 굉장히 신문물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던 거죠.”
여기서 더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나는 잠시 호흡을 고른 후 입을 열었다.
“가수님의 음악도 같았으리라고 생각해요. 김한석이라면 분명 좋아했을 거예요.”
“제 음악 말입니까? 전 그 사람한테 자주 혼났었습니다만.”
장난기 가득한 말이었다.
누군가가 듣는다면 깜짝 놀랄 수도 있겠지.
거장 장서균이 김한석한테 자주 혼났다는 말이니까.
하지만 내 생각은 어떤가 하면.
‘여기서 블러핑을?’
이 사람 거짓말하네였다.
나는 잔소리를 했지 특별히 혼낸 적은 없었기 때문.
그게 그거인가 싶지만, 엄연히 다르지 않겠나.
아님 말고.
“그래도요.”
나는 곰곰이 고민하다가 말했다.
“시기의 문제일 뿐, 분명 언젠가는 가수님의 음악도 좋아하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제가 김한석이었다면 말이에요.”
그래.
지금 내가 그의 음악을 인정하고, 끝내 받아들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장서균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음.”
뭔가 내가 말실수라도 했나.
그런 의심이 드는 찰나, 장서균은 그저 눈만 깜빡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아마 그러지는 않았을 겁니다.”
“…….”
이게 답정너라는 건가.
당사자가 그렇다고 하는데도 다른 사람이 안 믿다니.
이게 황순원의 기분인가.
묘하게 답답함을 느끼고 있으려니 장서균이 말을 이었다.
“한 곡 들려줄 수 있겠습니까?”
“한 곡이요?”
“학생이 김한석의 곡을 연주하는 걸 듣고 싶습니다. 1절 정도라도 좋습니다.”
“아.”
안 될 거 없지.
나는 천천히 기타를 들고는, 무슨 곡을 연주해야 할지 고민해 보았다.
그리고 곧 떠올렸다.
‘세균이가 이 곡을 유독 좋아했지.’
김한석의 곡 중에서 그나마 화려하다고 할 수 있을 곡이 있었다.
inst.
3집의 1번 트랙으로서, 마땅히 제목조차 없는 곡이었다.
나는 불과 30초 남짓에 불과한 연주를 시작했다.
손풀기조차도 안 될 곡.
“어때요?”
하지만 금방 한 곡을 마쳤을 무렵, 장서균이 작게 웃음 지으며 말했다.
“재밌는 곡 잘 들었습니다.”
“음.”
“직접 들으니까 더 확실히 알겠습니다. 역시, 김한석 형님과 비슷하군요. 연주도 취향도.”
당연하지.
같은 사람이니까.
“그럼 좋은 심사 결과 얻으시길 바랍니다. 다음 신곡도 파이팅입니다.”
말을 마친 장서균이 눈가에 주름이 질 만큼 웃음을 지었다.
나는 그걸 뜸하니 바라보다가 말했다.
“가수님도요.”
“예?”
뭘 놀라나.
나는 하던 말을 이었다.
“얼른 신곡 들려주세요. 매일 기다리고 있어요.”
단순한 서비스 멘트였다.
하지만.
내 말에 장서균은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한참이나 그러고 있다가 간신히 웃으며 말했다.
“네, 조만간 하나 내야겠습니다.”
장서균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짧은 대화가 끝난 뒤.
나는 그 뒤에야 비로소 길게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아쉽다.’
못내 아쉽다.
끝까지 정체를 못 밝혔다는 게 그러했다.
‘그냥 지를 걸 그랬나.’
대화를 나누면서 몇 번이고 고민했다.
하지만 이걸 참 뭐라고 해야 하나.
내가 기억하는 장서균은 나와 그렇게까지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알고 지낸 게 몇 년 안 될뿐더러, 사적으로 단둘이 만난 것도 열 번이 안 되었지.
‘나를 꼰대로 기억하고 있을 수도 있고.’
심심하면 자기 음악에 싫은 소리 하는 사람을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
어지간히 또라이가 아니고서야.
게다가 내가 한윤태와 이미 만나 버린 이상, 섣부르게 정체를 드러내면 선 넘은 장난으로 비칠 수 있으리라.
‘그래도 질러 볼 걸 그랬나.’
다시 고민하기를 한참.
‘에이, 몰라.’
나는 고개를 저어 상념을 털어 냈다.
모든 사람한테 정체를 드러내고 살 이유는 없지.
적당히, 적당히 살아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할 참이었다.
“와…… 포스 개쩔었지.”
식구들이 한 마디씩 대화를 나누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게 카리스마라는 건가?”
“눈빛이 막.”
“목소리부터 다르더라. 아우라가 막 흘러넘치는 게. 와, 이래서 거장이구나.”
“아직도 숨이 막혀.”
그들의 목소리는 시종일관 감탄에 젖어 있었다.
카리스마라.
그들의 눈에는 장서균이 그렇게 보였나 보다.
내 눈에는 그냥 병약해진 중년이자, 오랜 동생 한 명만 보였는데.
‘세균이도 힘들겠네.’
사방에서 너무 올려다보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지.
하지만 누군가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파이팅이다.
“한영이는 어떻게 그 앞에서 따박따박 말을 했데?”
“진짜 타고난 싸가지 어디 안 간다.”
“형, 지금 뭐라고요?”
“저거, 저거 좀 봐. 윗사람한테 눈 시퍼렇게 뜨고. 저러다가 사람 잡지.”
답이 없다.
남들이 우러러보는 자리에 가고 싶어졌다.
* * *
시상식을 앞두고 짧은 시간이 평화롭게 흘러갔다.
“이야, 너 진짜 개쩔더라.”
“아까 한영이랑 말 나눈 사람 장서균 맞지?”
응원하러 온 식구들과 아무 말 대잔치가 펼쳐졌다.
행사 중에는 혹시 몰라서 눈치를 보고 있다가, 이제 쉬는 시간 같으니 대놓고 노가리를 까기 시작한 것.
“크, 나도 내년에는 저기 올라가 봐야지.”
“꿈 깨라. 여기 나올 수준이면 이미 프로 준비하고 있지.”
식구들이 저마다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떠들었다.
하지만 반쯤 농담조.
진심으로 자기들이 이 대회에서 본선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 듯했다.
아니.
“그래도 전 내년에 한 번 노려 보려고요.”
있었다.
정의선.
그가 굳은 다짐을 한 목소리로 말했다.
“솔직히 어려울 것 같기는 한데, 내년에는 어떻게든 될 것도 같아요.”
“이열, MT 가기 전이랑 사람이 확 바뀌었네.”
홍윤서가 반은 기특하다는 듯, 반은 놀리는 듯 웃는데 정의선이 말을 이었다.
“열심히 하면 늘잖아요. 더 열심히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 내가 붙었는데 의선이도 붙겠지.”
“킹의선은 어쩔 수 없지.”
그렇게 식구들이 떠드는데, 어째서인지 내 귀에도 저 말이 썩 그럴듯하게 들렸다.
‘3개월에 이만큼 는 거면, 12개월 뒤에는 진짜 가능할지도 모르겠는데.’
어떻게 굴리면 될까.
머릿속으로 커리큘럼이 복잡하게 돌아갔다.
‘이제 시간도 넉넉하겠다. 기초부터 시작하면 딱이겠는데.’
뭐부터 카피시킬까.
너무 어려운 건 조금 그러니까, 난이도가 낮은 게 좋을 것 같은데.
내가 봐 주기 수월한 거 뭐 없을까.
아니다.
아예 내가 만든 곡으로 지금부터 준비를 시켜 봐?
그러면 어지간한 경쟁자들은 압도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참 즐거운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와중이었다.
“……한영아, 왜 그런 눈으로 보냐?”
정의선이 게슴츠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나는 그 눈을 마주 보며 말했다.
“정의선 육성 시뮬레이터 on.”
“무슨 시뮬레이터?”
그가 황당하다는 듯 되묻는데,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까 내년에는 붙고 싶다고 말했잖아.”
“그랬지.”
“그럼 오늘부터 준비해야지. 후발주자니까. 맞아? 아니야?”
“어, 그게 맞기는 하지?”
“그러니까 오늘은 가볍게 밤샘부터 하자.”
“나 오늘 저녁에.”
“알바 있다고 했었지?”
나는 그의 말을 끊고는 말했다.
“편의점 알바. 사장이 짜증 나게 구는데 이 근방에 알바 자리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계속 붙어 있다는 거.”
그는 이 화제 관련해서 자주 불만을 표하고는 했다.
사장이 많이 악덕이라나.
주휴수당도 안 줘서, 조만간 전공 한번 살려 볼 생각이라는 말을 자주 했었다.
“그랬지.”
정의선은 한숨을 푹 내쉬더니 말했다.
“근데 뭐 그래도 어쩌겠냐. 다른 알바 자리 구하기 전까지는 계속 붙어 있을 수밖에. 어디 하늘에서 돈이 떨어질 것도 아니고.”
“떨어질 수도 있지.”
“뭐가?”
“돈이.”
타이밍이다.
나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냥 그만두고 그냥 우리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하는 거 어때?”
“갑자기?”
“아무리 못해도 주휴 수당 안 주는 편의점보다는 많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
그 말에 정의선의 눈빛이 반짝였다.
“잘 부탁한다.”
“나야말로.”
노예 한 명 확보 성공.
최근에 느낀 건데, 방송이라는 게 은근히 사람 부리기 좋은 일 같다.
또 정의선의 출연 분량에서 시청자들 반응이 유독 좋기도 했다.
‘실력이 갑자기 늘었다고 난리였지.’
그의 성실한 모습에 시청자들이 호감을 느낀 모양이었다.
당분간은 방송의 신스틸러로 굴릴 수 있으리라.
알바비 정도는 차차 회수하면 그만.
‘돈이 있어야 책임감도 생기는 법.’
프로가 왜 프로인가.
돈을 받기 때문에 프로다.
그러니까 프로 수준의 훈련 강도를 맞추는 게 맞겠지.
“자, 그럼 우선 훈련 메뉴부터 짜 보자.”
그렇게 메뉴를 짜려는 순간이었다.
[지잉-]공연장과 연결된 스피커폰에서 쩌렁쩌렁 목소리가 울렸다.
한창 시끄럽던 실내가 한순간에 고요해진 찰나 스피커폰에서 말이 이어졌다.
[지금부터 수상자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아.
드디어 시작이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