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68
68화
나는 손바닥을 짝짝 치고는 말했다.
“자, 지금부터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운영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왜 그렇게 분위기를 잡아.”
“그냥 해 보고 싶었어.”
옛날에 김진산 사장님 볼 때마다 이게 은근 부러웠지.
하지만 당장은 운영 회의라고 해 봤자 멤버가 둘밖에 안 된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희범아, 우가수 2편 완성까지 얼마나 남았지?”
“으음.”
그는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다가 입을 열었다.
“최대한 빠르게 잡아도 3~4일은 더 걸릴 것 같은데.”
“그럼 다음 주로 넘어가겠네.”
“씁, 지금 당장은 밀린 작업이 조금 있어서 어쩔 수가 없다. 오늘 저녁에라도 편집해서 업로드해야 할 게 많고.”
시간이 안 맞아떨어졌다.
딱히 고희범이 게을러서 그런 건 아니고, 전체적으로 업무량에 딜레이가 심하게 걸린 탓.
억지로 소화하려다 보니 과로로 반쯤 죽어가는 모양.
“테슬라 쪽에다가 검토해 달라고 보낸 것도 아직 답장이 안 와서. 흐아암, 최대한 빠르게 해 볼게. 흐아아아어으. 어우, 왜 자꾸 하품이 나오냐.”
그는 말을 하는 내내 눈가를 벅벅 비볐다.
언제쯤 마지막으로 푹 잤는지 눈 밑에서 다크서클이 떠날 줄을 몰랐다.
‘과로하고 있군.’
고희범이 유독 과로가 심했다.
역시.
내가 이번 우가수 콘텐츠를 진행하면서 제대로 느낀 게 하나 있었다.
그것이 무엇인가 하면.
‘할 일이 너무 많았지.’
업무량이 많다는 것이었다.
정말 죽도록 많았다.
방송을 제외하고서라도 하루에 올라오는 영상만 기본 2~3개는 되는데, 이게 실 제작자 두 명짜리 방송이 내놓을 수 있는 콘텐츠인가 의심스러울 정도.
‘방송에 우가수 편집에 음원 녹음에 조만간 테슬라에 합방도 요청해야 하고.’
조금만 머릿속으로 되짚어 봐도 일감이 파노라마처럼 주르륵 지나갔다.
‘이거 사람이 소화 가능한가?’
조금 과하다 싶다.
일반적인 전문 편집자들이 영상 받는 수당이 분당 만 원대.
하지만 우리는 매일 수십 분짜리 영상이 올라간다.
이 점을 고려해 봤을 때, 고희범의 노동량은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생각해 보면, 옆에서 본 고희범은 눈이 반쯤 잠긴 채 일하고 있었다.
‘본인은 괜찮다지만.’
솔직히 말해서 썩 건전해 보이지는 않는 모습.
‘그동안 미루고 미뤘는데, 결국에는 한계치에 다다랐네.’
이대로는 오래 못 간다.
우리 채널을 위해서라도 방향성 재정립이 필요했지.
언제가 되었든 한 번쯤은 제대로 짚고 넘어갔어야 할 일이었다.
“희범아, 사실 이거 때문에 오늘 회의하자고 한 건데.”
나는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앞으로는 방송 업로드 분량을 줄이자.”
그 순간이었다.
“……뭐?”
고희범이 입을 크게 벌리더니 믿을 수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업로드를 줄이자고?”
“응.”
* * *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을 이었다.
“지금은 너무 방송 분량이 많아. 연습하는 걸 방송하는 건 좋은데, 그걸 전부 편집해서 콘텐츠로 업로드한다는 건 처음부터 말도 안 되는 일이었어.”
“아니, 왜 말이 안 돼.”
그가 입을 뻐끔거리더니 말했다.
“야, 충분히 다듬어서 쓸 만했으니까 했던 거지. 그럼 그걸 다 버려?”
“감당이 안 되면 버려야지. 지금 일이 너무 많잖아. 매일 죽으려고 하더만.”
이래서는 안 된다.
그간, 우리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채널이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말 상위권을 노린다면, 올바른 방향을 잡고 열심히 할 필요가 있었다.
왜, 희범이가 하는 게임만 봐도 그렇지 않나.
‘많이 한다고 잘하는 거였으면 희범이가 저렇게 낮은 계급에 머무를 이유가 없지.’
[고의범/실버4]저 애매한 계급은 대체 뭐란 말인가.
실버4면 평균조차도 안 되지 않나.
플레이 타임으로는 거의 인생을 갈아 넣은 수준이면서, 기껏 해 봐야 평균이었다.
이게 전부 노력의 방향성이 잘못된 탓이었다.
‘매일 바텀에서 탱커 돌렸으니까 그랬을 수밖에.’
우리 채널도 같은 꼴이 날 수는 없다.
그러니, 지금은 처음부터 방향을 다듬을 필요가 있었다.
“야, 그래도.”
고희범이 눈을 깜빡거리더니 말했다.
“그래도 지금까지 잘하고 있었잖아.”
“안 되는 걸 꾸역꾸역 몸을 갈아 가면서 해 왔던 거지.”
“…….”
“어차피 이런 식으로는 오래 못 가. 방학 되고 나서 지금까지 잠 한숨도 제대로 자 본 적 없었잖아.”
설득이 이어지기를 한참.
고희범은 입으로 작게 신음을 흘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네 말이 맞아. 그 정도는 나도 알아.”
“그런데 왜?”
“그래도 말이야.”
그는 눈을 질끈 감더니, 간을 짜내듯 절실한 어조로 말했다.
“지금이 한창 채널이 크는 시기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그렇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채널은 지금 구독자 수 5만을 뚫고 6만에 근접하며 순조롭게 성장하고 있었다.
어쩌면 방학 전에 10만을 뚫을 수 있을지도 모를 일.
그렇기에 고희범이 조급해하는 것도 이해는 했다.
‘그간 방송으로 성공하고 싶어 했으니까 더더욱 그렇겠지.’
하지만 이 변화 또한 성공을 위해서다.
나는 일축하며 말했다.
“솔직히 우리 방송은 너무 난잡해.”
“…….”
“콘텐츠가 다양한 건 좋아. 하지만 전체적으로 구분이 안 돼서 시청자들도 뭐부터 봐야 할지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콘텐츠가 너무 분산되어 있었다.
이게 내가 생각하는 작금의 문제점이었다.
“연습 방송은 연습 방송으로. 노가리 방송은 노가리 방송으로. 커버는 커버로. 전부 다 분리해서 시청자들의 집중도를 올릴 필요가 있어.”
우리가 방송을 하루에 10시간 한다고 해서 시청자들이 10시간 보겠는가.
아니다.
저들이 보는 우리 방송은 그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다.
그 시간을 기꺼이 할애할 만큼 고품질 콘텐츠를 선별할 필요성이 있었다.
“우리도 시청자들도 소화할 시간이 필요해. 안 그래도 그간 네 업무량이 너무 많았잖아. 안 그래? 요즘 들어서는 편집 실수도 가끔 있었고.”
“으음, 그렇게 말하면 솔직히 내가 할 말이 없기는 한데. 미안하다야.”
“사과받으려고 한 말 아니야.”
나는 마음을 정리하며 입을 열었다.
“연습 방송도 좋지만, 더 우선순위가 있는 일들이 있잖아. 우가수나 이번 음원 녹음, 그리고 앞으로 하려는 거. 그쪽에 더 힘을 실어 보자는 거야.”
우리 방송이 초창기에 목표로 했던 콘텐츠가 있었다.
그동안 일이 워낙 바쁘다 보니 어느 순간 잊고 있었지만, 이번 기회를 살려 다시금 시작해 볼 생각.
“앞으로 새로 해야 할 일도 있잖아.”
“새로?”
“이제 조만간 플러그인에서 시청자 콘서트도 열어야지.”
바로 시청자 콘서트였다.
‘모노 방송에서 플랫폼의 힘 자체는 확인했다.’
자체적으로 공연을 열고 중계한다는 발상 자체는 꽤 효력이 있었다.
다만, 그동안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던 건 구독자 수가 부족했던 탓이었다.
또 막상 공연을 연들 초대할 뮤지션의 수도 모자랐고.
하지만 이제 전반적인 여건이 하나하나 퍼즐처럼 맞춰지고 있다.
“이제 동시 시청자 세 자릿수는 쉽사리 나와.”
세 자릿수.
내가 판단하기에 공연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청자 수였다.
“그간 해 왔던 무지성 방송이 꼭 도움이 안 됐던 것도 아니야. 시청자들이 언제 우리 방송을 언제 보는지 데이터를 얻었잖아. 또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지도.”
그렇다면 실행에 안 옮길 이유가 없었다.
“그냥 업로드 분량을 줄이자는 게 아니야.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거지. 탱이랑 힐은 따로따로 있어야 더 세잖아.”
“탱힐…….”
“업로드하는 양을 줄이는 만큼, 대신 질을 확실히 높여 줘.”
이번 우가수 방송에서 확실히 경험했다.
잘 다듬은 영상은 시청자들의 평균 시청 시간부터 다르다는 사실을.
그렇게 설득하기를 한참.
“후우.”
고희범은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천장을 바라보기를 잠시.
마음을 굳힌 듯 말했다.
“그동안 너무 주먹구구식이기는 했지?”
“응.”
다음 순간.
그는 어딘가 후련해진 목소리로 말했다.
“하긴, 네가 안 말렸어도 조만간 내가 못 버텼을 거야.”
그는 아예 책상 위에 상반신 채로 엎어졌다.
내 설득을 받아들인 눈치.
하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은 듯 중얼거렸다.
“아, 그래도 너무 아쉽다. 연습 방송도 편집해서 올리면 조회 수가 꽤 쏠쏠했는데.”
“그렇다고 아예 없애자는 건 아니고.”
왜 없애나.
그것도 다 조회수가 나오는데.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알바를 뽑으려고.”
“어떤 알바?”
“우리 방송을 보고 어느 지점이 재밌었는지 그런 걸 정리해서 뽑아다 주는 알바. 이 정도는 남한테 맡겨도 되잖아. 최종 검수는 네가 직접 하더라도.”
업무를 분업하는 것이었다.
고희범은 메인 콘텐츠를 담당하고, 자잘한 콘텐츠는 나누는 것.
“네 밑에 서포터를 두는 거야.”
“내 서포터…….”
고희범은 고개를 작게 주억거리더니 말했다.
“그럼 누구한테 맡기지? 우리 방송이 솔직히 양이 적지는 않은데. 그거 다 보고 체크해 줄 사람이 있나?”
“있지.”
당연히 있다.
“누구?”
고희범의 질문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의선이.”
“정의선?”
그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은 사이 말을 이었다.
“어, 안 그래도 이번에 대화 나눠 봤는데, 알바 아예 관두고 앞으로는 방송에 집중하고 싶다고 하더라.”
그래도 임금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데, 방송 출연하는 시간에만 굴린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일감을 하나 더 줄 생각이었다.
그게 우리 방송을 체크하는 것.
매사에 딴눈을 팔지 않고 성실한 정의선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방송 내용 정리랑 간단한 편집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너는 최종 검수만 하는 거야. 네가 일 가르쳐 줄 수 있지?”
“끄응.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이 일 시작한 지 3~4개월밖에 안 됐는데.”
고희범은 머리를 벅벅 긁더니 말했다.
“내가 남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래도 해 봐야지. 네가 했잖아.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한다고.”
“무슨 태극권도 아니고. 사람 말을 이렇게 돌려 막냐.”
그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피식 웃더니,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에휴, 방송 분량이 줄어들면 당분간은 조회 수 수입이 줄어들겠네.”
“계획대로만 가면 안 줄어들걸. 이건 체질 개선이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서 하는 거지.”
“다 계획대로만 되면 얼마나 좋겠냐.”
그래, 그 말이 일견 옳았다.
하지만 가끔은 일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아서 더 재밌어질 때도 많다.
예를 들자면.
채널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이 순간의 변덕으로 시작됐던 것처럼.
‘나중에는 사람이 잔뜩 늘어날지도 모르겠네.’
나는 그 순간을 잠시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회의는 이만하면 됐고, 야식 먹고 일하자. 뭐 먹을래?”
“마라샹궈.”
답이 빠르게 나왔다.
“이 옆에 새로 연 집에서 가리비랑 소 힘줄도 넣어 주던데. 거기로 가자.”
“콜.”
우선은 이 정도면 충분했다.
지금 변화가 장애물로 전락할 날이 온다면, 그때는 또다시 최선을 찾아가면 될 일이니.
“가리비 재료 소진됐대.”
“아.”
늘 말하지만.
계획대로 안 되는 일이 언제나 있다.
“그럼 쌀국수 시키자.”
대안도 있고.
* * *
우가수 2편 편집이 끝나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
나는 어느 스튜디오에 방문했다.
‘여기가 맞나?’
홍대 인근에 있는 녹음 전문 스튜디오.
사운드 하우스.
실내를 둘러본 내 소감은 이러했다.
‘시설이 되게 좋아졌네.’
불과 몇십 년 전에 들락날락했던 스튜디오들과는 체감상 차이가 상당했다.
뭐가 이렇게 세련됐나.
갑자기 미래로 건너뛴 것 같다고 할까.
잘 생각해 보니까 그게 맞았다.
‘응. 미래로 건너뛴 거 맞지.’
그건 그렇고, 사장님은 아직 안 오셨나.
내부를 이래저래 둘러보고 있는 와중이었다.
“왔는가. 내 스페어.”
코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보다 앞서 도착해서 작업하고 있었던 홍윤서였다.
‘여기 계셨네.’
이번 음원 녹음은 딱히 순서가 있는 게 아니라 편의대로 나눴는데, 홍윤서가 우리보다 먼저였다.
그가 소파에 축 늘어져 있었다.
“형, 사장님은요?”
궁금했던 걸 물어본 순간이었다.
그가 좀비처럼 늘어진 채 말했다.
“후후, 후후후…… 여긴 지옥이야.”
무슨 일이 있었나.
새삼 느끼는 건데, 다리털 숭숭 난 복학생이 슬리퍼만 신고 저러고 있으니까 굉장히 추하군.
나는 애써 하반신에서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사장님은요? 안 계셔요?”
“잠깐 마트 다녀오신대. 그러고 보니까 희범이는 어디 두고 혼자 왔냐.”
“저랑 희범이가 한 세트예요?”
“거의?”
“편집 때문에 미팅 있다고 테슬라 사무실에다가 출장 보냈어요.”
“아하, 그런데 내가 그래도 형인데 리액션 좀.”
“네.”
“처음부터 다시 해 보자.”
홍윤서는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어이, 이 앞은 지옥이다.”
여기에 뭐라고 반응을 하면 좋을까.
이럴 때 늘 정답이 있었다.
고희범이 할 행동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것이었다.
‘이번에는 그걸로 해 보자.’
나는 마음을 굳힌 뒤 입을 열었다.
“난…… 다토?”
“바로 그거지! 백 점 만점에 구십팔 점!”
내 반응에 그는 비로소 만족한 듯 손뼉을 치기를 잠시.
이내 다시금 허망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녹음을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질 않아.”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