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73
73화
애니메이션 [별빛 아이]의 오프닝 송.
[별바라기].이 곡을 부른 사람의 기분을 떠올렸을 때, 처음으로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적으로 보였겠구나.’
사람이 원래 그렇다.
부정적인 것만 보려고 하면 한도 끝도 없이 부정적인 것만 보인다.
‘가끔은 일부러 외면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게 영 쉽지가 않지.’
세상에는 나쁜 일들이 셀 수도 없이 많다.
키보드와 마우스만 있으면 지구 반대편 이야기까지 쥐잡듯이 뒤질 수 있는 세상 아닌가.
알고리즘이 너무 발달했다.
내가 자주 찾아보는 정보만 선별해 띄워 주니, 그런 정보로 세상이 가득 찬 것처럼 착각하기 쉬웠다.
요컨대, 우리는 우리가 보려고 하는 것만 보게 되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현상을 학계에서는 에코 챔버(Echo Chamber)라고 부른다.
밀폐된 공간에서 말을 하면 같은 말이 계속 반복해서 들려오듯, 인터넷에서도 알고리즘에 의해 계속해서 같은 성향의 정보만 접하게 되는 것.
‘즉, 21세기는 확증 편향의 세상이었다.’
……라는 것까지가 교양 수업에서 들었던 내용.
그 이름하여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심리학.
나름 재밌었지.
희범이는 쿨쿨 졸았지만.
아무튼, 이제 이걸 다른 방법으로 응용해 볼 순간이 왔다.
‘안 좋은 걸 보려고 할 때 안 좋은 것만 보인다는 건, 반대로 말하자면 좋은 것만 볼 환경을 갖추면 좋은 것만 보게 된다는 것.’
이게 내가 생각한 방법이었다.
“형님들, 옛날에 다 별빛 아이 보고 자라셨죠? 아니라고요? 사실 저도 아닙니다. 그냥 말해 봤어요. 오프닝 멘트가 필요했거든요. 이쯤이면 감 잡으셨죠? 오늘 제가 준비해 온 곡은 거기에 나오는 오프닝.”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별바라기입니다.”
기타 현을 가볍게 퉁겨 보았다.
팅-
어느덧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조금 더 사랑으로 쏠린 관계가 느껴졌다.
‘앞으로도 오래 가자.’
나는 그 소리를 음미하며 입을 열었다.
“어느 날 내게 찾아온 검푸른 고래, 불가사리와 함께 하늘을 나는 꿈. 검은 도화지에 밝은 별이 가득 박혔지.”
노래가 좋다.
10년도 더 지난 노래지만,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가사 또한 마찬가지.
“어른들 몰래 날아 본 그 밤, 우리는 마치 피터팬과도 같았지. 즐거운 일탈. 우리가 제일 잘하는 것, 하늘의 별자리를 세며 즐겁게 노는 우리는 별빛의 아이들.”
동심으로 들으면 동심으로 들을 수 있다.
어른의 마음으로 보면, 한층 해석의 여지가 자라났다.
여기에 이 멜로디는 뭐라고 해야 할까.
‘기타가 잘 어울리네.’
유독 어쿠스틱 기타가 잘 어울렸다.
처음부터 이렇게 설계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처음 들은 순간부터 떠올렸다.
이 곡을 만든 사람은 어쿠스틱 기타 반주를 생각하고 만든 게 아니었을까.
이러한 해석을 기반으로 나만의 음악을 쌓아 올렸다.
“나 약속할게. 내일 밤이 오면 다시 만나러 올게.”
어쩌면 이 곡을 만든 사람은 익살맞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에게 짜릿한 일탈을 권유하다니.
이 얼마나 악동다운 일인가.
하지만 그렇기에 아름다운 노래였다.
‘시청자들도 마찬가지겠지.’
이 곡을 부르기로 결정하기에 앞서, 나는 인터넷을 전부 검색해 보았다.
별바라기, 별빛 아이.
그리고 이 노래를 부른 가수의 이름, 강유미.
그녀에 관한 모든 걸 검색했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역시.’
이 노래를 욕한 건, 어디까지나 극소수의 의견에 불과할 뿐이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전성기] [원곡보다 나은 창작곡 Top 10]대다수는 이 노래를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했다.
[김유미가 누구임? 노래 너무 좋은데 음원 사이트에 검색해 봐도 안 나옴] [진짜 추억이다. 어렸을 때 이 노래만 나오면 따라불렀는데.] [학교에서 떼창했음 ㅋㅋㅋㅋㅋ]악성 여론은 무슨.
오히려 욕하는 의견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
물론, 열심히 찾아보자 나오기는 나왔다.
그래.
어디까지나 나오기만 했을 뿐이었다.
[제목: 저거 원곡 능욕이라고 개까였던 곡 아님?] [시청자들이 방영사에 항의하고 난리났었잖아 ㅋㅋㅋㅋㅋㅋㅋ 원곡 좋은 걸로 유명한데 멋대로 창작곡으로 바꿨다고] [댓글(23)]└[ㅇㅇ: 너 같은 애들이나 그랬을 듯]
└[ㅇㅇ: 쪽팔려 죽는 줄 알았다. 진짜 왜 그러고 삼?]
└[ㅇㅇ: 로컬라이징이 뭔지도 모름?]
└[ㅇㅇ: 선생님, 진상은 지가 진상인 줄을 모릅니다]
└[ㅇㅇ: 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욕먹을 짓을 했는데 왜 억울해하냐는 식이죠. 악플이 곧 생활 방식입니다.]
그렇다.
절대다수의 여론은 강유미의 편이었다.
‘역시.’
이런 곡을 어떻게 감히 욕하겠나.
취향이 있을 수는 있다.
음악이라는 게 취향이 없으면 그게 더 이상하지.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절대적인 수준이라는 게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이 곡은, 사랑받아 마땅한 곡이야.’
그런 생각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한 줄기 분필 선이 되어 하늘을 가로질러요. 오늘 밤 우리는 별바라기. 별이 되길 바라며 눈부시게 빛나는 별의 아이.”
그렇게 곡을 부르며 채팅 창을 봤을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곡이었어?]시청자들은 모두 행복한 추억에 젖어 있었다.
[진짜 곡 너무 좋다] [이거 제목 지금 처음 알았음 ㅋㅋㅋㅋ] [어렸을 때 생각남] [김한영한테 딱 어울린다] [애니송까지 자기 노래처럼 소화하는 김한영, 그의 한계는 도덕책] [옛날에는 이런 곡 많아서 진짜 좋았는데]물론.
[뭐임 님들 다 틀딱임?] [잼민이 왔니] [내 추억을 무시하지마!] [ㅋㅋㅋㅋㅋ 할배요 ㅋㅋㅋ] [내 으어그 우이아이아] [랜선 양로원 on]……모두 그런 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이때쯤 곡이 끝났다.
“크흠.”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불러는 봤는데, 원곡 감성에 비하면 너무 모자라서 아쉽네요.”
그렇게 말문을 뗀 순간이었다.
[기만영 제발 좀] [이 남자, 기만이 대단하다]반응이 이상했다.
왜 이래.
진짜로 아쉬워서 저렇게 말한 건데.
내 선한 의도가 곡해되는 분위기에 나는 황급히 말했다.
“아니, 제가 그런 음험한 마음을 품고 한 말이 아니라, 진짜로 연주가 모자라서.”
“…….”
응.
무슨 말을 하든 소용이 없네.
[우리가 만만해? 우스워?] [아 ㅋㅋㅋㅋㅋㅋㅋㅋ 변명하지 말고 사과나 하라고 ㅋㅋㅋㅋㅋㅋㅋ] [기만이 습관이야 아주 ㄹㅇㅋㅋ] [김 한 영 절 대 사 과 해]가면 갈수록 가관이다.
이렇게 떡밥 한번 돌면 가라앉히기도 쉽지 않은데.
머릿속을 굴려 어떻게든 화제를 전환하려는 순간이었다.
“아뇨.”
임선우가 입을 열었다.
“한영이는 잘못한 거 없어요.”
“…….”
진지를 심하게 드셨다.
얘 좀 봐라.
근래 부쩍 자주 작업실에 들리는데, 올 때마다 느낀다.
이상한 구석에서 진지한 거 보니까 임대경 아들이 맞는 것 같다.
“왜 사과를 해요? 음악 잘하는 게 잘못은 아니잖아요.”
뭘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니.
그냥 반품할까.
‘대경이가 자식 교육을 어떻게 한 거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으려니 임선우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도 기죽지 마.”
“…….”
안 죽어.
누가 죽어.
왜 죽어.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임-]* * *
방송이 끝났다.
[별바라기]를 부른 게 멘트를 합쳐서 약 7분.이걸 우선 체크해서 영상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중 가장 급한 과제는.
“의선아, 악플 없었지?”
악플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다.
잠시 긴장이 흐르는데, 정의선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처음부터 채팅 로그 전부 다 체크했는데 하나도 없더라.”
“휴.”
비로소 안도했다.
‘여론 좋다고 보여 주려는 건데, 악플이 달리면 어떡하냐.’
그렇다.
이번 곡을 준비한 건 어디까지나 원곡을 부른 가수, 강유미에게 보여 주기 위함이었다.
‘부정적인 반응이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하니.’
그녀가 걱정하는 게 무엇인가.
그건 바로, 대중이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정반대.
대중은 그녀를 추억 속 하나의 아이콘으로 여기며 사랑하고 있다.
그 증거를 내 손으로 만들어내고 싶었다.
‘시청자 반응 언급하면서 합방 한 번 하자고 제안하기도 좋고.’
다 빌드 업이다.
이렇게 해서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좋고, 실패하더라도 콘텐츠 하나 뽑았으니까 딱히 손해는 아니다.
적어도 지금 당장은 꽤 희망차 보였다.
[이 노래 진짜 추억이다] [이런 가수가 빛을 봐야 하는데] [진짜 원곡 노래 너무 잘 불렀음]내 방송 분량 내내 그녀를 추억하는 댓글이 가득했다.
반면, 악플은 눈을 씻고 봐도 아예 없지 않았나.
1단계는 성공이다.
그렇다면 이제 2단계로 나아갈 타이밍이었다.
“희범아, 이거 편집까지 얼마나 걸릴까?”
미튜브에 업로드하는 것이었다.
“잠깐만, 빠르게 하면 두 시간 안에도 될 것 같다.”
“부탁한다.”
“오이오이, 맡겨 두라고.”
“파파.”
“배추배추.”
할 수 있는 일은 다 했다.
그렇다면 이제 좋은 결과가 나오게끔 바라며 기다릴 뿐.
‘우선 시청자 500명 사이에서 문제가 없다는 건 확인했어. 그렇다면 이제 더 큰물에서 조회 수를 확인할 시간이다.’
내 미튜브의 구독자 수는 9만 언저리.
하지만.
평균 조회 수는 거의 10만에 달했다.
구독자 수 대비 조회 수가 기이하리만치 높은 편.
동급 구독자 수를 가진 미튜버들의 2배 이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하면.
충성도였다.
[한영 님 방송은 충성도가 엄청나요.]채널 테슬라의 분석에 의하면 내 방송 시청자들은 한 번 본 영상을 보고 보고 또 본다나.
악플도 적은 편.
‘전체적으로 깨끗해.’
하지만 이번에는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악플이 적은 정도가 아니라, 아예 없어야 한다.
‘아, 모르겠다.’
생각이 너무 많아서 머리가 과열됐다.
이럴 때는 그냥 기타나 치자.
그렇게 생각한 순간 조은솔이 내게 물었다.
“한영아, 나 기타 좀 봐 줘.”
“네.”
“그러고 보니까 우리 녹음 언제 끝나지. 넌 얼마나 남았어?”
“전 이미 끝났어요. 지금 믹싱하고 있대요. 조만간 결과물 들려 주겠다고 하셨어요.”
“어우, 재수 없어.”
“안 그래도 현역 입학했죠.”
“……지금 농담이라고 한 거 맞지?”
그렇게 조은솔과 시간을 보내고 있는 와중이었다.
“다 했다!”
고희범이 기지개를 켜며 외쳤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내가 나답지 않게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이 커서 그런가.’
어쩔 수 없다.
이번 일은 단순히 게스트를 한 명 초대하고 말고 하는 일이 아니니.
이미 한 차례 심장의 불이 꺼진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심장을 부여하는 일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니, 이 정도의 책임감은 필요했다.
‘잘 부탁한다.’
그렇게 업로드하고.
하루 뒤.
서서히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각 이상으로.
화끈하게.
* * *
다음 날.
새벽 내내 연습에 빠져 있다가 오후가 다 되어서야 일어났을 때였다.
반사적으로 미튜브 채널부터 들어갔는데.
[김한영 – 별바라기(애니메이션 ‘별빛 아이’ 삽입곡) cover] [조회 수: 12만]어제 올린 조회 수가 이상했다.
‘뭐지?’
12만.
이제 내 채널에서는 심상치 않게 볼 수 있는 숫자다.
반응 적당히 뽑힌 커버 송이 저 정도 나오지.
하지만.
딱 하루 만에 저 숫자가 나오는 일은 드물었다.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그 걸렸나?’
어딘가 의아한 마음을 품은 순간이었다.
[고의범: 야! 일어나면 바로 이거 봐 봐!]고희범이 내게 링크 하나를 보냈다.
그 안에 적힌 게.
[김일용]어느 연예인의 SNS 링크였다.
[김일용(@WORKDRAGONKIM)] [추억에 젖어서 보내는 시간. 좋은 노래를 들려준 신인에게 감사함께 듣고 싶다면 -> www.met……] [좋아요: 13,991개]
즉.
공짜 바이럴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