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74
74화
가끔.
아주 가끔, 방송을 하다 보면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우리 방송 시청자 중에서도 연예인이 한 명쯤은 있지 않을까.’
3대 엔터의 수장이 보고 있다거나, 지속적으로 체크하고 있다거나 하는 건 생각지도 않는다.
그건 홍윤서가 읽는 웹소설에나 나오는 전개니까.
하지만 내 구독자가 이제 근 10만이다.
이 정도면 슬슬 유명인 한둘쯤은 내 방송을 보지 않을까.
음악 방송이니까 그냥 곁눈질로 지나가듯 보지 않았을까. 어쩌면 고정 시청자 중에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었다.
아마, 그 생각이 사실이었나 보다.
[김일용(@WORKDRAGONKIM)]김일용.
한국 음악계에서 상당히 유명한 거장이었다.
발라드에서 그의 이름을 일컫기를, 히트곡 제조기라고 부를 정도의 거물.
그런 김일용이 내 영상의 링크를 SNS에 올린 것이었다.
그 파급력이 실로 강렬했다.
[좋아요: 13,997개]좋아요 1만 개 돌파.
하물며 새로 고침을 누를 때마다 부푼다.
그리고.
그 10배에 달하는 속도로 [별바라기]의 조회 수도 올라갔다.
[아 ㅋㅋㅋㅋㅋㅋ 이 노래였음?] [어렸을 때 많이 들었는데 제목이 뭔지 이제야 알았네 ㅋㅋㅋ] [뭐야, 댓글창 왜 이렇게 시끌벅적함?] [김일용이 링크 공유함 ㅋㅋㅋㅋㅋ] [성지순례하러 미리 왔습니다^^] [내가 너무 일찍 왔나?]반응이 좋다.
사람들이 별바라기를 좋아한다는 데 또 한 번 확신을 얻었다.
‘그래, 이런 노래를 어떻게 미워해.’
그중에는 곡에서 벗어나, 내게 관심을 옮긴 사람 또한 존재했다.
[음악 자체를 잘한다] [얘 옛날에 중경대 버스킹 영상으로 유명해졌던 애 아님? 얘도 미튜브했네] [요즘은 조금만 떴다 하면 바로 미튜브부터 시작하는 듯] [듣기 좋으면 장땡] [ㅇㅈ]흥미롭다.
이게 바이럴의 힘인가.
사실, 이번 영상을 올릴 때는 엄밀히 말해 대박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악플이 없기를 기대했지.
그런데 상승세가 영 심상치 않았다.
[인기 급상승 영상 x11]미튜브의 실시간 급상승 영상으로 뽑힌 것이었다.
팅 단톡방의 알람이 끊이질 않았다.
[고희범: 이거 실화냐?] [고희범: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고희범: 김 ‘the first’ 드래곤 센세 앞으로는 아침마다 일산을 향해 구배지례 올리겠습니다.] [고희범: 초절호조 큰절 간드아아아아앗!]고희범은 원래 호들갑을 잘 떠니까 딱히 할 말이 없고.
[조은솔: ??????? 이게 뭐야?????] [정의선: 뭐임? 이게 뭐임?] [홍윤서: 내가 로비했음] [성민아: 왜 내가 출연 안 할 때만 이런 게 터지지?] [김예담: 실력이 좋으니까 운이 저절로 따라오네요^^] [임선우: 운도 실력이죠.]다른 식구들의 반응 또한 마찬가지.
이번 영상은 뭐라고 해야 할까.
속된 말로.
떡상픽이 된 셈이었다.
하지만 당시의 나는 차마 예상하지 못했다.
이것조차도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 * *
미튜브 커버곡 업로더들의 특징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곡 하나가 뜬다 하면, 너도나도 앞다퉈서 같은 곡을 커버하기 시작한다는 것.
이번 [별바라기]도 그러했다.
[곡 자체가 너무 좋음] [듣다 보니까 ㄹㅇ 쩐다] [우리 윗세대만 이런 좋은 걸 듣고 자랐단 말이지?] [아 ㅋㅋㅋㅋㅋ 같이 좀 듣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곡 자체가 유명할뿐더러, 생각보다 따라부르기도 쉽다.
또 적당히 불러도 추억 버프를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김한영의 커버가 갑작스럽게 조명을 받은 덕일까.
[별바라기 cover by. 정은하] [별바라기 cover ver. 벵꾸]오래 지나지 않아 커버 영상이 물밀 듯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이 떡밥을 보는 내가 자랑스럽다] [김한영 버전이 제일 나은 듯] [ㄴㄴ 원곡이 제일 나음] [원곡이 그건가? 아이오 코메떼-] [그건 일본 버전. 한국은 곡을 따로 만들어다 썼음] [ㄹㅇ 장인정신이 넘치네 ㅋㅋ] [아 ㅋㅋㅋㅋ 그때 한국 방송사들 일 잘했다고 ㅋㅋㅋㅋ]시청자들이 기뻐한다.
그 유행을 노린 커버 송이 다시 올라온다.
더불어, 이번 커버 사태의 원조인 우리 영상 조회 수가 올라간다.
[조회 수: 107만]100만은 옛적에 돌파했다.
더 무서운 건, 아직 한참 상승세라는 것이었다.
“…… 대박작은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른다더니.”
“그러게.”
이번 흥행만큼은 나도 썩 떨떠름했다.
‘인생.’
원래 음악을 하다 보면 띄우려고 작정한 곡이 안 뜨고, 곁다리로 진행한 곡이 뜰 때가 꽤 잦았다.
당장 정규 앨범에서 타이틀은 안 뜨고 서브로 넣은 게 떠서, 더블 타이틀로 파는 가수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하지만.
이건 진짜 예상하지 못했다.
‘이렇게까지 추억 버프가 강하다고?’
원곡 가수 설득할 용도로 반짝 연습해서 올렸을 뿐인데, 어쩌다가 이렇게 됐대.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느긋하게 준비해서 할걸.
더 잘할 수 있었는데 날림으로 진행해 버렸다.
“아, 더럽게 못 쳤는데.”
그게 못내 아쉬워서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시청자들이 외쳤다.
[한영아, 기만은 병이야.] [또기만 또 또 또 또기만] [기만영 정신 차려!] [저거 남들이 잘한다고 칭찬해 주니까 아주 버릇 들려서 ㅉㅉㅉㅉㅉㅉㅉ]그러시구나.
무슨 말을 하든 기만으로 몰아가는 캐릭터가 되었구나.
‘망했네.’
그렇게 사태를 관망하는 와중이었다.
[별바라기 원본 영상 대공개!] [tv애니피아]결국, 방송국마저 이번 사태에 참전했다.
이쯤 되면 그냥 헛웃음만 나올 지경.
‘인생이 참 개연성 없네.’
모르겠다.
다 따지고 보면 내가 지금 살아서 숨 쉬고 있는 게 더 이상하지.
그냥 즐기기나 해야겠다.
나는 그렇게 한숨을 돌리고는 말했다.
“희범아, 이따 평냉이나 먹으러 가자.”
“또?”
뭘 모르는 고희범이 되물었다.
나는 짧게 간추렸다.
“평냉에 또라는 건 없다. 어제 먹은 평냉과 오늘 먹은 평냉, 그리고 내일 먹을 평냉이 있을 뿐.”
“……요즘 평냉에 좀 꽂혔나 보다?”
“뭐, 그렇지.”
“나는 걸레 빤 물맛이라서 조금 그렇던데, 안 질려?”
응.
안 질려.
걸레 빤 물맛 너무 좋아.
* * *
타이밍이 딱 좋게 맞물렸다.
마침내 원곡 가수 강유미 설득을 위해 김이철을 찾아간 날이었다.
“오, 한영이, 왔어?”
나는 예상치 못한 호소식 하나를 들었다.
“마침 잘 됐다. 한영이 음원이 이제 막 완성된 참이었거든.”
“……!”
마침내 음원이 완성됐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내 등골을 타고 짜릿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기대감이었다.
지금부터 내 음원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신곡을 언젠가 만들기야 만들 생각이었지만, 이렇게 이른 시일 내에 만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기대감에 가슴이 두근거리는 사이 김이철이 입을 열었다.
“좀 오래 기다렸지?”
“아뇨. 어차피 다른 일도 있어서.”
“아이고, 배려를 다 해 주네.”
배려 아닌데.
진짜로 일 있어서 바빴는데.
지금 당장 말하고 싶은데, 음원 이야기에 당장 조바심이 났다.
김이철은 내가 기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사실, 이번 작업물은 나도 정성을 좀 많이 기울여서 그래.”
“정성이요?”
“믹싱이라는 게 빠르게 하려면 몇 시간에도 하지만, 작정하고 정성을 들이면 한 곡에 일주일 넘게 걸리기도 하거든.”
그는 어딘가 만족감에 젖은 시선으로 모니터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확신할 수 있다. 올해 내가 만진 작업물 중에서는 이게 최고야.”
엄청난 자신감이 묻은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은 순간 내 심장의 박동이 한층 더 거세게 뛰었다.
“얼른 들려주세요.”
“서두르지 마. 원래 이런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다 준비가 필요한 법이야. 자, 한영이는 이쪽으로 와서 의자에 앉고, 너희들은 조금 바깥으로 빠져 봐.”
그는 나를 정확히 스피커 앞에 앉혔다.
“흠, 의자를 조금 낮춰야겠네.”
“높이 조절까지요?”
“스위트 스팟이라고 하거든. 노래 듣기에 가장 좋은 포지션이 있어.”
이어서 노래를 틀더니, 김이철 본인마저도 자리를 비켰다.
잠시 뒤.
팅-
물방울처럼 맑게 튕긴 소리가 내 머릿속에서 공명을 울렸다.
‘소리가 동그랗다.’
흡사 소리를 손으로 만질 수 있을 것만 같은 밀도감.
그것에 놀란 사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바게트.]내 목소리이면서도 내 목소리 같지 않은 음색이었다.
내가 기억하는 지금의 내 음색은 뭐라고 해야 할까.
좋게 말하면 다채롭고, 나쁘게 말하면 무난한 구석이 있었다.
그간 표현력으로 애써 극복했지만, 아무래도 녹음해서 들으면 음색의 부족함이 미묘하게 남았다.
음원이란 아무래도 라이브에 비해 집중력이 다르기 때문.
하지만.
지금 스피커로 들린 내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우리 사이도 그럴지 몰라. 익숙해진 만큼 서먹해질 거야.]목소리에 기분 좋은 건조함이 묻어 있었다.
마치 잘 연마한 나무의 그것과도 같았다.
얼핏 부드러운 것 같으면서도 톱밥의 거친 질감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것이 결코 부담스럽지 않았다.
‘긁네.’
사소한 긁힘.
감정 속 깊은 곳을 위로하듯 따스한 긁힘이 존재했다.
[라라라라, 라라라, 꿈과도 같은 이 순간, 우리 함께 바게트 한 입.]나조차도 쉬이 다루기 어려웠던 내 목소리의 장점.
그것이 김이철의 손끝에서 새로이 벼려졌다.
‘멋지네.’
이게 업계 상위권 실력자의 믹싱이구나.
가수 본인조차 놓칠 소리를 주워 담아 가장 좋은 부분만 다듬어 승화시켰구나.
‘이게 내 목소리.’
나도 모르게 감상에 빠진 순간이었다.
“흐아암, 어때?”
김이철이 눈가를 비비며 말했다.
“내 나름대로 살릴 수 있는 부분은 살리고, 버릴 부분은 버렸는데 느낌이 살았을지 모르겠네. 어우, 내가 이거 하나 살려 보겠다고 듣지도 않는 포크송을 몇백 곡이나 분석한 건지.”
자기 고생을 과시하는 듯한 말투.
하지만 그가 이 곡에 들였을 정성을 알았기에, 나는 저 목소리에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소감, 얼른.”
“환상적이네요.”
그래서 솔직한 소감을 말한 순간이었다.
“이야.”
홍윤서가 눈가를 씰룩거리면서 말했다.
“와, 이제 지 목소리를 환상적이라고 말하네.”
“아니, 그게 아니라 믹싱이.”
“순발력 좋았다.”
“좀.”
우선은 그러했다.
김이철은 우리를 보고 낄낄 웃더니 말했다.
“농담은 나중에 해. 아직 이야기 안 끝났다.”
“말씀하세요.”
“일단 이건 1차 완성본이고, 같이 상의하면서 앞으로 한참 다듬을 거야.”
그렇구나.
이것조차도 아직 중간 과정에 불과하구나.
나는 어쩐지 고마운 마음이 들어서 입을 열었다.
“고생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생은, 내가 재밌어서 열심히 한 건데. 크흠. 겨우 이런 거로 칭찬하면 내 체면이 뭐가 되나.”
말은 저렇지만, 엄청 만족한 목소리.
“이 세상 최고의 엔지니어가 지금 제 눈앞…….”
“그만해.”
김이철은 쑥스러운 듯 손을 젓더니 말했다.
“됐고, 다시 시작하자. 지금부터가 시작이지. 고생깨나 할걸.”
“이런 고생은 좋죠.”
“해 보면 생각이 달라질 거야.”
그렇게 다시 작업을 시작할 분위기가 된 참이었다.
잠깐.
“저, 사장님.”
나는 본능적으로 때가 왔다는 걸 느끼면서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그 소개해 주신다고 하신 거 있잖아요.”
“아, 그 애니송 부른 친구?”
“네, 소개해 주세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니 참.”
김이철이 낄낄 웃으며 말했다.
“안 그래도 그쪽에서 너희들 한번 만나 보고 싶다고 하더라.”
“네, 저도 만나 보고 싶…… 네?”
잠깐.
지금 뭐라고.
내가 방금 무슨 말을 들었지.
저절로 눈이 휘둥그레 뜨였는데, 김이철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이 올린 커버 송 듣고 감동했다더라.”
“그걸 봤다고요?”
“자기 옛날 노래가 인터넷에서 유행한다는데 그걸 어떻게 안 보겠냐. 주위에서 보라고 다 난리일 텐데.”
“…….”
그야,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나도 놀라서 할 말을 잃은 참이었다.
김이철은 킥킥 웃기를 잠시.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희 만나면 뭐라도 해 주고 싶다던데, 어때, 자리라도 한번 만들어 주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