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9
9화
“뭐 이렇게 많이 모였어?”
조은솔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72만 원이라니…… 이게 말이 돼?”
그렇다.
이번 버스킹 한 번으로 불과 한두 시간 사이에 72만 원에 달하는 액수가 모였다.
“와…….”
“이만하면 역대 최고 기록 갱신한 거 아닌가?”
“진짜 대박이다.”
다른 식구들도 한마디씩 하기에 나는 조은솔에게 물었다.
“평소보다 많이 모인 건가 봐요?”
“당연하지.”
조은솔은 아직도 놀란 기미가 덜 가신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평소에는 평균적으로 30에서 50 정도 모이거든? 이번에는 거의 그거의 두 배 가까이 모인 거야.”
오우.
듣자 하니까 어지간하기는 했다.
‘올해가 풍년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까 이번 회비를 사용할 곳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그럼, 기타 살 돈은 충분히 모인 거네요.”
“아.”
그 순간이었다.
조은솔은 그제야 떠올렸다는 듯 말했다.
“혹시, 생각하고 있다는 기타가 어느 정도야?”
“마틴이나 테일러?”
“……100은 나가겠네?”
“그렇죠.”
그 말에 조은솔은 심히 민망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그 정도 모델을 사긴 힘들 수도 있겠다.”
“왜요?”
“이게 모인 돈이 앞으로 동아리 회비로 쪼개서 쓸 돈인데, 아무래도 다 기타 사는 데 쓰긴 어려울 것 같아서…….”
“지금까지 모아 둔 건 없어요?”
“작년에 선배들이 남긴 게 있었지.”
“지금은 없나 보네요.”
“작년에 아르페지오랑 동아리 분리하면서 회비도 반으로 잘려 나가서.”
“…….”
그 말을 들은 순간 아르페지오 회장의 얼굴이 떠오름과 동시에 한 대 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감히 내 기타 살 돈을 날름 집어삼켜?’
사실, 따지고 보면 저쪽도 우리한테 예산을 반 떼였으니 꼭 누가 손해라고 보기에는 애매한 구석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자기들이 사건 저질러서 동아리가 반으로 갈라진 거라면, 그만큼 성의는 보이고 가야지.
뭘 그리 잘했다고 동아리 예산에까지 손을 대.
‘여자 꼬신다고 동아리 망친 건 그렇다 쳐. 하지만 내 기타는 건드리면 안 됐어.’
그렇게 머리에 혈압이 오른 순간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까 한영이한테 기타가 필요하다고 했지?”
윤서 선배가 끼어들더니 말했다.
“그럼, 이번 버스킹 비용은 기타에 좀 써도 되지 않을까?”
“네?”
조은솔이 놀란 표정을 짓는데 윤서 선배가 말을 이었다.
“솔직히 이번에 동아리에서 제일 잘한 사람이 누구야. 한영이잖아. 모금이 많이 모인 것도 한영이 덕분인 데다가, 아르페지오에 한 방 먹여 준 것도 난 고마운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해?”
“음, 저도 그 생각에 찬성하긴 해요.”
다른 회원들도 우리 이야기를 엿들었는지 한 마디씩 거들었다.
“한영이가 수고하기는 했지.”
“한 번 사면 오래 쓸 물건인데, 좋은 거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술 마시는 데 쓰느니 이게 나은 것 같은데.”
“활약한 사람이 많이 가져가야지. 따지고 보면 한영이만 좋으라고 사는 것도 아닌데.”
동아리의 의견이 점차 이쪽으로 불거졌다.
그런데 조은솔은 마땅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기색이었다.
그 이유라면 내심 짐작이 갔다.
‘하긴, 동아리 회장쯤 되면 여기저기 생각할 게 많겠지.’
그녀도 내가 이번 모금에서 큰 역할을 했다는 건 알 터.
하지만 단체의 장이 되면 실리적으로 따져야 할 게 많아진다.
이 동아리에서는 나 외에도 다 자기 기타를 가지고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합리적으로 봤을 때 나 한 사람을 위해서 기타를 사느니 그 돈을 쪼개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주는 게 옳으리라.
하물며 지금 말은 없어도, 내게 회비를 몰아 주면 특혜라고 반감을 품을 사람도 있을 테고.
‘그냥 멍한 줄만 알았더니 나름대로 현명하네.’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이런 고민이 내게는 좋은 인상으로 비쳤다.
그렇다면 이럴 때 입을 열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그럼요.”
바로 나다.
여기서 내가 한발 물러서고 대안을 제시하면, 현실적인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을뿐더러 조은솔에게도 은혜를 남길 수 있다.
당장 눈앞의 이득만 추구하기보다는 이게 장기적으로 나으리라.
“나중에 이런 버스킹 행사를 더 해서 수입을 모으는 건 어떨…….”
그렇게 대안을 꺼내려는 순간이었다.
“어? 뭐야? 아직 안 갔네?”
누군가가 대뜸 끼어들었다.
처음 보는 사람이었는데, 우리보다는 조금 나이가 있어 보이는 남성이었다.
조은솔이 그에게 말했다.
“선배.”
* * *
선배라.
예상치 못한 말이었다.
‘선배? 학교 선배인가? 아니면 동아리?’
양복을 입은 남자였다.
한창 하던 말이 끊겨서 아쉬우면서도 은근히 놀란 상황인데, 그 선배라는 사람이 입을 열었다.
“은솔아, 내가 미안하다. 내가 오늘 보러 왔어야 했는데, 회사 일 때문에 바빠서.”
아무래도 취업하고 자유를 잃어버린 사람인 모양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미안한 듯 말했다.
“어쩌지? 내가 밥이라도 사 줄까?”
“아뇨, 괜찮아요. 원래 처음에는 다 바쁜 게 맞는데요. 안 잊어버리고 와 주신 것만 해도 감사하죠.”
“그렇게 말하면 내가 더 미안한데…….”
그렇게 뜬금없이 화제가 새어 버려서 김이 빠진 찰나였다.
“어?”
그 선배가 우리 모금함을 보더니 말했다.
“뭐야, 이번에는 좀 많이 모였나 보다?”
“올해는 반응이 조금 좋았거든요.”
“그래? 얼마나 모였는데?”
“칠십 정도요.”
“와, 칠십?”
그 말에 선배가 화들짝 놀라서 눈을 크게 뜨더니 말했다.
“작년에는 이거 절반 정도밖에 안 모였는데, 칠십? 왜 이렇게 잘 모였지? 작년보다 무대 준비를 엄청 잘했나 보다.”
“무대가 좋긴 했어요. 그런데 저나 위 기수 애들이 그랬던 건 아니고요.”
다음 순간 조은솔이 나와 성민아를 가리키며 말했다.
“올해 신입생들인데, 이 둘이 좀 잘했어요. 특히 한영이가요.”
“아, 너희가 내 후배들이구나. 반갑다.”
그가 대뜸 내게 손을 내밀었다.
악수를 하자는 건가.
그렇게 판단하고 손을 맞잡은 순간이었다.
“이야, 키가 크네.”
“…….”
생전 처음 들어보는 말을 들었다.
키가 크다니.
한평생 덩치가 작아서 아쉬웠던 게 난데.
기타를 연주하더라도 손가락이 짧아서 코드 짚기가 어렵고, 기타를 몸에 받힐 때도 각도가 아슬아슬했는데.
은근히 감동하는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게다가 잘생겼다.”
초면에 잘생겼다는 말까지.
‘이 선배님, 좋은 사람이다.’
끝났다.
마음속에서 인정해 버렸다.
그렇게 서로 마주하고 있는 참에 그가 말을 이었다.
“이 친구가 이번에 잘했다고 했지? 그럼, 이번 모금은 얘들한테 뭐 하나라도 사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는 마침내 옳은 말까지 해 버렸다.
‘형님, 맞습니다.’
완벽하다.
사람이 어떻게 이리 옳을 수가 있을까.
이 세상에는 아직 인의예지라는 게 살아 숨 쉬고 있구나.
은근히 감동하고 있는데 조은솔이 입을 열었다.
“사실 그게 조금 걱정이에요.”
“왜?”
“이번에 모금한 돈으로는 한영이한테 기타를 사 주려고 했는데, 이게 액수가 좋은 거 사 주기는 조금 애매해서요. 아, 물론 동아리 비품으로 두는 거지만요.”
“흠, 그렇구나.”
형님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기타라면 얼마 정도 생각하는데?”
“그게요.”
조은솔은 한참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지금은 최대한 졸라매도 한 40에서 50 정도가 한계일 것 같아요.”
확실히 애매한 액수였다.
보급형보다는 좋은 걸 살 수 있지만, 그렇다고 막 무대에서 쓸 만한 물건은 어렵다.
잘해야 국산 기타 중 중간급일까.
나쁘지는 않지만, 첫 앨범 이래 수입산 하이엔드급 기타만 만져 왔던 나로서는 살짝 모자란 게 사실이었다.
‘그냥 거기서 만족할까. 아니면, 그냥 비상금 30을 사비로 모조리 때려 박고 당분간 컵라면만 먹고 살까.’
그렇게 고민하는 찰나였다.
“그래? 그러면 이건 어떨까?”
형님께서 입을 열었다.
“내가 쓰던 기타를 40에 팔게.”
“선배 거를요?”
갑작스러운 말에 조은솔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당황스러운 듯 말했다.
“그거 엄청 비싼 거잖아요.”
비싼 거?
순간적으로 귀가 솔깃한데, 형님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뭘. 취업하고 나니까 별로 쓸 일도 없더라고. 집에 돌아오면 피곤해서 10분도 못 만지고 자는데, 이러다가 먼지만 쌓이겠더라. 안 그래도 조만간 인터넷에 중고로 팔까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너희가 사 주면 나도 걱정이 덜하겠다.”
“그럼 저희야 고맙기는 한데…….”
조은솔이 멍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게 신기해서 물었다.
“어떤 기타길래요?”
“그게.”
조은솔은 민망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테일러에서 만든 올 솔리드. 몇백 하는 거.”
“……!”
이번에는 나도 놀랐다.
‘올 솔리드 테일러 기타를 40에 넘기겠다고?’
이건 정말 미친 제안이었다.
일반적으로 테일러에서 제일 저렴한 탑 솔리드 기타(바디의 일부를 원목으로 만든 기타)가 100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전체를 원목으로 만든 게 올 솔리드(통원목) 기타인데, 이건 기본으로 몇백을 깔고 시작했다.
중고라도 백 단위는 가벼울 정도.
‘요즘 시세를 새로 알아봐 오길 잘했어.’
아무튼, 저걸 정말로 40에 처분하겠다는 건가 의심스러운 상황에 대협이 말을 이었다.
“나도 동아리 선배한테 싸게 샀던 거야. 그러니까 싸게 파는 거지. 비싸게 샀으면 나도 싸게 안 팔아. 필요 없으면 말고.”
“아뇨, 그건 아닌데…….”
“그럼, 너희가 사 가는 거 맞지?”
“네.”
“알았어. 그럼 말 나온 김에 그냥 내일 가지고 올게.”
“감사합니다…….”
조은솔이 말꼬리를 흐렸다.
그녀도 갑작스럽게 찾아온 행운이 안 믿기는 눈치였다.
그런데, 이 선배의 인간도리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아 참, 나도 좀 내야지.”
그는 양복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신사임당 네 장을 꺼내서는 조은솔에게 건넸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 공연 축하한다.”
순식간에 모금액이 92만 원으로 치솟았다.
이 사람은 참 뭐라고 해야 할까.
나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마땅한 어휘가 떠오르지 않아 이렇게 말했다.
“따거. 이제 형님은 제 따거십니다.”
“……이 친구, 붙임성 되게 좋다.”
* * *
퀴퀴한 먼저 냄새 가득한 동아리방.
조은솔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
“그렇게 신나?”
“물론이죠.”
나는 내 손에 잡힌 기타 현을 퉁기면서 말했다.
“이제 안 놓아 줄 겁니다.”
선배에게 받은 기타는 실로 좋은 물건이었다.
테일러 올 솔리드 기타.
새것으로 구매하려면 300을 호가하는 물건이었는데, 사용감은 있어도 관리가 잘 되어 있어서 사용하는 데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에이징(사용하며 기타가 길드는 현상)이 잘되어 소리가 풍성하기까지 했다.
‘이만하면 그냥 앞으로 쭉 써도 되겠는데.’
벌써 이 기타를 만지기 시작한 게 보름 가까이 지났다.
그사이 손가락에도 굳은살이 점점 박이며 전생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슬슬 이 몸의 손가락 길이에도 적응되고 있었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대로 계속 나아간다면 어떨까.
‘발전할 수 있다.’
전생에 몇 차례 마주했던 벽을 깰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당, 탕.
그렇게 한창 기타만 만지고 있는 참이었다.
문득 한 가지가 궁금해졌다.
“저희 신입회원은 안 받아요?”
그렇다.
지난 버스킹 이후로 벌써 시간이 좀 지나지 않았나.
조은솔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신청하는 사람들은 조금 있었어.”
“그런데 왜 사람이 안 늘어요?”
“아무래도 제대로 칠 줄 아는 사람은 잘 없더라.”
“흐음.”
“면접을 보긴 보는데, 곡 하나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도 드물어서. 그래도 신청은 꾸준히 들어오고 있으니까 곧 사람이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렇게 짧은 대화를 나누는 와중이었다.
“야! 한영아!”
누가 동아리방 문 바깥에서부터 내 이름을 외치며 안으로 들어왔다.
기타와 한참 교감을 나누던 찰나에 집중이 깨서 기분이 안 좋아지려는데, 조은솔이 그 불한당에게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희범이 왔어?”
“아, 누나, 안녕하세요.”
그렇다.
동아리방으로 찾아온 건 희범이였다.
요즘 들어, 같이 하자는 게임은 안 하고, 동아리방에 박혀서 기타만 치니까 아예 동아리방으로 날 찾아오기 시작한 것.
“왜 왔어?”
“아니, 듣는 사람 서럽게.”
고희범은 툴툴거리면서도 가방을 자연스럽게 소파 위에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내게 말했다.
“야 너 조회 수 잘 나왔더라?”
“조회 수? 그게 뭔데?”
난데없는 단어에 의구심을 표하는 순간,
“잠깐…… 조회 수?”
한영으로서의 기억이 불쑥 튀어나왔다.
조회 수.
어떠한 게시물을 열람한 횟수.
하지만 여기서 조회 수는 단순한 게시물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 임마.”
희범이는 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너 미튜브에 올라왔더라.”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