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뭐야, 한영이 방송 켰음?]김한영 방송이 시작되었다.
[팅-하(팅 회원들 모두 반갑고 오늘도 좋은 하루 되자의 줄임말)] [김한영이 되고 싶다] [엄마 나는 커서 김한영이 될래!]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시청자들의 수는 빠르게 차올랐다.
하지만 평소와는 명백히 다른 반응이 있었다.
[혜화역에서 공연하는 김한영이 밉다] [김한영, 집 밖으로 나온 이유가 뭔지? 시청자들이 만만해?]김한영 방송이 야외로 나왔다는 것이었다.
근래 드물었던 야외 방송.
그런데 오늘 방송은 그 기획부터 더욱 특별했다.
[ㅋㅋㅋㅋㅋㅋ 이걸 진짜로 하네]혜화역 시청자 공약 방송이었다.
이번 주최자인 김한영이 공연을 하는 사이, 공약을 건 시청자들이 하나둘씩 난입해서 함께 공연하기로 한 방송.
즉, 이번 방송의 성패는 시청자 호응에 걸려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진짜로 올까?] [안 오면 척살당하는 거지 ㅋㅋㅋㅋ] [런한다에 건다] [방구석에서 배 긁고 있다는데 건다] [이 방송 보고 있다는 데 건담]시청자들도 반신반의하는 모습.
원래 이런 약속이라는 게 지켜질 때가 잘 없기 때문.
등장하면 좋고.
안 등장해도 좋다.
‘보험도 다 준비해 놨고.’
할 수 있는 건 준비는 전부 마쳤다.
지금부터 김한영이 할 일은 단 하나, 최선의 공연을 선보이는 것뿐.
가을 공기가 선선하다.
“안녕하세요.”
그는 뻥 뚫린 허공을 뚫고 날아오르는 목소리의 쾌감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입니다. 여기는 혜화역 마로니에 공원. 장소 섭외를 위해 채널 테슬라가 고생해 주셨습니다.”
김한영의 말은 시청자들에게 하는 말이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눈앞의 관객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김한영이 누구야?”
인근 시민 중에서는 김한영의 등장에 돌연 호기심을 품는 사람도 있었다.
어느 여학생이 중얼거렸다.
“누구지? 유명한 사람인가? 사람 되게 많다.”
그 말에 옆자리에 서 있던 남학생이 놀란 눈으로 답했다.
“김한영을 몰라? 요즘 인터넷 방송에서 인기 많은 미튜번데.”
“나 그런 거 안 봐.”
“요즘 미튜버 안 보고 사는 사람도 있나.”
“나.”
“김한영은 최근에 차트도 진입했잖아. 홍보 없이 올라갔다고 엄청 난리였는데.”
“그래? 근데 왜 몰랐지?”
50만 미튜버.
최근 김한영이 달성한 기록이었다.
이제 인터넷에서 그를 알아보는 사람은 흔하디흔하다.
오프라인에서도 영향력이 늘었는데, 굳이 확인하려 할 것도 없이 눈앞에서 보였다.
‘눈빛 좋고.’
김한영은 근래 부쩍 늘어난 인지도를 눈과 귀로 체감하며 입을 열었다.
“제가 옛날에 게임을 하다 보면 그런 게 있었어요.”
“……?”
난데없이 게임 이야기가 튀어나왔다.
음악 공연인 줄 알았는데 웬 게임.
시청자들이 작은 의문에 잡힌 사이 김한영이 말을 이었다.
“왜, 용사가 악당 무찌르러 가는데 최종 보스들은 다 마지막에 나오잖아요. 처음에는 잡몹이나 나오고. 나중에 중간보스 나오고, 사천왕 나오고. 그러다가 진짜 강해지면 최종적으로 마왕이랑 싸우고.”
옛날 고전 작품들의 특징이었다.
용사가 아래 잡졸부터 차근차근 쓰러뜨리며 진행하는 것.
“그런데 이게 말이 됩니까?”
김한영은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
“그 마왕들 다 너무 바보 아니에요? 아니, 시작부터 나왔으면 용사 쓰러뜨릴 수 있었잖아. 다굴 놓으면 되는데 왜 차례차례 가서 경험치가 되어 주죠? 혹시 마왕이 아니라 적십자 단체인가? 제가 보기에는 이게 다 이유가 있어요. 이게 다 기업문화 문제야.”
갑자기 웬 마왕 이야기.
또 무슨 기업문화.
지금 이 순간, 모든 관객이 같은 생각을 했다.
‘저거 아무리 봐도 음악이랑은 아무런 상관도 없는 이야기 같은데.’
하지만 김한영에게 그들의 의견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뜨거운 목소리로 연설을 이어나갈 뿐.
“아래에서 문제가 생겼으면 바로 위에다가 보고해야 하는데, 그러면 알았다 고생했다 하나요? 아니지, 위에서 문책하잖아요. 이게 다 딱딱하게 굳은 조직들의 문제예요. 위에 알리면 갈구니까 깜냥도 안 되는 사람들이 다 알아서 책임을 지려고 해.”
그렇게 줄기줄기 뻗어 나간 집단 속에서의 독백이 어느새 안드로메다에 도착했다.
“…….”
“윗사람들도 문제야. 아래에서 무슨 문제가 생기면 일단 덮고 보잖아. 자기들도 또 위에 알려지면 출세 끊길 것 같으니까 숨긴 거죠. 어우, 이런 부조리 너무 싫어요.”
엄밀히 말하자면, 이는 그냥 게임의 구조적인 딜레마일 뿐.
현실 사회와는 별 관련이 없다.
하지만 그걸 열렬하게 토로하는 김한영의 모습에 슬슬 웃음을 터뜨리는 사람이 나왔다.
[ㄹㅇ이지 ㅋㅋ] [태초마을부터 최종보스 나왔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ㅋㅋㅋㅋ] [ㄹㅇ루다가 블랙기업이자너 ㅋㅋㅋ]특히 이런 서브컬쳐에 익숙한 시청자들은 더더욱 즐거워하는 눈치.
그렇게 기나긴 헛소리가 이어지기를 한참.
“저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그렇게 멍청하지 않습니다. 과거를 답습하지 않겠습니다.”
김한영은 가슴을 두드리더니 말했다.
“첫 곡부터 필살기 쓰겠습니다.”
* * *
필살기.
내 필살기라고 하면 그 내용물이 썩 뻔했다.
항해.
최근 파죽지세로 올라간 끝에 차트 12위까지 기록한 명곡이었다.
‘작곡으로 인정받는다는 게 기분이 참 쏠쏠해.’
연주자로서 능력을 인정받는 것도 물론 기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작곡가로서 인정받을 때가 더 기쁜 게 사실.
그렇기에 이번 12위라는 성적이 썩 고무적이었다.
‘이 곡을 부르기에 날씨가 딱 적당하네.’
바닥이 돌로 마감된 광장.
그 주위로 관객들이 동그랗게 나를 감쌌다.
이 좁은 공간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도 아늑하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는 뭘까.
하지만.
옛날 내가 봐 왔던 공연장과는 또 다소 거리가 있는 듯했다.
‘카메라가 많네.’
나를 두고 카메라를 들이민 사람들이 많았다.
내 공연을 촬영하겠다는 말이겠지.
나쁠 거 없다.
이게 이 시대의 공연을 감상하는 방법이라면 존중해야겠지.
하지만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는 사실.
‘그래도 이게 버스킹의 힘이기도 하니까.’
세상 사람들은 유독 버스킹을 잘하는 가수를 실력 있는 가수로 쳐주고는 했다.
내 무대 또한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파도 소리를 짊어진 너를 생각하며, 어두운 날, 잠든 시간.”
내게 곡이란 곧 이야기였다.
마음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들려주고, 그들을 내 이야기 속으로 끌어오는 과정.
어떻게 보면 옛 중세 음유시인과도 같았다.
‘노래를 부르면서 이야기를 퍼뜨리는 역할을 했다고 했지.’
즉, 그들에게 있어서는 이야기가 노래보다 먼저였던 셈이다.
현대는 어떠한가.
이야기보다 노래 그 자체에 무게가 쏠릴 때도 많다.
하지만 나는 이야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홀연히 수척한 몸을 이끌고 작은 조각배 위에 올라탔네.”
남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렸던 시절, 타고난 배경이 천하고 말재주마저 모자랐던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드물었다.
그래서 노래가 좋았다.
노래라면 기꺼이 들어주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
나는 현대의 음유시인을 자청한 셈이었다.
“바다새야, 작은 바다새야, 너는 무엇을 찾아 날개를 퍼덕여 이 늙어가는 바다까지 떠나왔니. 수표 위를 적시는 뱃고동 소리가 널 유혹했니.”
이 노래 또한 같았다.
생(生)의 의미, 존재의의를 찾아 방황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렇기에 곡으로 다듬었다.
‘호흡을 가다듬는다. 감정에 휩쓸리지 마라.’
이야기를 하려면, 그 이야기가 듣기 좋아야 한다.
어떤 이야기꾼이든 발성이 그 시작이었다.
“굽이치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있으려면 마음이 흔들흔들.”
목소리에 울림을 얹는다.
하지만 얹는다는 생각만으로는 모자라다.
목구멍을 넓게 열고, 비강에 공명을 걸어서 머리를 울린다.
“하늘아, 넓은 하늘아, 나는 어느 손에 나침반을 쥐고 떠나야 할까. 내 돛을 밀어주는 바람의 이름을 말해 주렴.”
한 소절을 부르더라도, 그 안에 표현을 빼곡하게 담아 넣는다.
기타와도 같았다.
끼릭.
현을 한 번 퉁기더라도 그 안에서 무수한 변화를 추구하듯, 노래 또한 수없이 많은 표현을 구겨 넣었다.
“달아, 푸르게 떠오른 달아.”
어느덧 혜화역 마로니에 광장은 조용해졌다.
언제 시끄러웠냐는 듯, 오롯이 내 목소리만 가득한 공간이 되었다.
이 순간이 좋았다.
정적.
오직 나만을 위한 정적이 비단처럼 깔리지 않았나.
“매일 옷을 갈아입는 네 모습은 바다 사람들에게 날을 알려 주기 위한 배려였구나.”
어느새 한 곡이 끝났다.
이쯤 되었을 때 나는 천천히 주위를 살펴보았다.
입을 멍하니 벌린 사람.
눈을 크게 뜬 사람.
카메라를 든 손을 자기도 모르게 아래로 떨군 사람.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붉어진 사람.
불과 몇 분 사이에 나타난 이 광경이 의미하는 건 하나였다.
‘성공이네.’
내 이야기에 그만큼 집중했다는 것.
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이였습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말하고 보니까 한 마디를 빼먹었다.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립니다.”
“…….”
정적이 찾아왔다.
조금 전보다 더 진한 정적이.
* * *
본격적인 버스킹이 시작되었다.
“라라라라, 라라라, 꿈과도 같은 이 순간, 우리 함께 바게트 한 입.”
항해를 시작으로, 내 곡을 하나하나 나열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원래대로였다면 김한석 시절 곡만 불렀겠지.
하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지금 내 명의로 내놓은 곡이 제법 늘었기 때문.
바게트와 더불어.
“아무것도 생각하지 마요. 내 팔에 머리를 기대요. 커튼을 뚫고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Fall asleep.”
무림 고등학교 촬영 시절 탈락했던 곡, 휴식.
“시끄러워. 나한테 뭐라고 하지 마. 함부로 평가하지도 마. 쳐다보지도 마.”
에일리언 어쿠스틱 버전까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 많이 쌓였다.
꽤 많다.
여기에 조은솔이나 홍윤서에게 써 준 곡까지 합치면 딱 여섯 곡은 되겠지.
‘이쯤 되면 슬슬 앨범 하나 내도 될 것 같은데.’
김한석 시절 곡 하나 추가하면 딱일 것 같은데.
날씨가 좋은 만큼 목 컨디션도 좋았다.
오늘 무대는 훌륭하다.
결과를 보기도 전에 나 스스로 알았다.
하지만.
곡을 부르면 부를수록 차오르는 의문도 있었다.
‘아무도 안 오는군.’
그렇다.
공약을 건 시청자들이 귀신같이 모습을 감췄다.
이 댓글 아래로 공약을 건 사람이 한둘이었던가.
그럭저럭 주목을 받은 사람만 계산해 봐도 다섯은 되었다.
‘그런데 설마, 그중 한 명도 안 나올 줄이야.’
시청자들도 슬슬 위화감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아 ㅋㅋㅋㅋ 전부 탈룰라 했냐고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 방구석이 더 편하다고 ㅋㅋㅋㅋ] [한 놈은 미튜브 계정까지 삭제함 ㅋㅋㅋ] [ㄹㅇ 치졸하네] [야!!!!!!] [킹치만 ㅠ 방구석이 더 편한 걸 ㅠ]깔끔하게 증발했다.
슬슬 느끼고 있겠지.
이번 공연에 정식으로 참여한 시청자는 없다는 걸.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넓은 무대에 갑자기 올 사람은 그렇게 흔치 않다.
설마 한 명도 안 올 거라고는 예상도 못 했지만,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하지만.
‘뭐, 이렇게 될 것 같기는 했어.’
예상했다.
알면서 가만히 있겠는가.
바보도 아니고.
나는 차라리 순진할지언정 바보는 되고 싶지 않다.
그렇기에 준비한 보험이 있었다.
‘어디 보자.’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마로니에 공원의 한복판에 뎅그러니 놓인 시계를 바라봤다.
‘슬슬 시간도 됐고.’
댓글 참가자들에게는 모두 연락을 보냈다.
몇 시까지 공연할 거니까, 올 수 있으면 그 사이로 오라고.
하지만 안 왔다.
이렇게 됐으니 뭐 어쩔 수 없지.
나는 잠시 기타를 내려놓고는, 고희범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플랜 B.”
“오케이.”
그렇게 신호를 보내고 다시 연주를 시작하기를 5분 뒤.
덩기덩덕!
어딘가에서 장구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소리가.
삐익-.
장구 소리 하나가 아니었다.
훨씬 더 많은 소리.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무려 일곱이나 되는 소리가 어딘가에서 울리더니.
[뭐임?]차근차근 무대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저거 뭐임?] [ㄹㅇ 진짜로 왔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거 온다] [큰 게 아니라 많은 것 같은데?] [아무튼 뭔가 온다고ㅋㅋ아ㅋㅋ꽉 잡아ㅏㅏ]–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