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올해 미튜버 시장에서 가장 큰 사건이 무엇일까.
딱 하나만 꼽자면, 그건 바로.
[최단기 떡락 미튜버 김한영에 대해 알아보자]김한영이었다.
김한영이 누구인가.
신인부터 시작해 초고속으로 떡상하며 지상파까지 진출한 미튜버다.
요즘 20대 사이에서는 어지간한 아이돌 못지않은 인지도를 자랑할 그.
그런 그가 무명 배우, 김경율에게 갑질을 했다는 말이 퍼지며 파문을 일으켰다.
더욱이 주먹질까지 했다지.
이 발언이 나옴과 동시에 네티즌들은 순식간에 안티 김한영으로 돌아섰다.
[그럴 줄 알았다] [미튜버가 그럼 그렇지] [갑자기 뜬 애들이 꼭 그렇다니까 ㄹㅇ 근본이 없어요]미튜버는 만만한 대상이다.
원래대로라면 결론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겠지만, 원래 미튜버라는 건 만만하기 짝이 없기에 이미 주홍글씨를 찍은 말들이 매일같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대로 끝이 아니었다.
이후 연달아 올라오기 시작한 김한영 쉴드 글에 여론이 중립으로 돌아섰다.
[다 김한영 편들어 주잖아.] [솔직히 김한영 욕하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는데, 이 정도면 저쪽이 하자 있는 거 아니냐?] [실명 까고 내부고발하는 게 쉽냐?] [꼭 쟤 같은 애들 때문에 피해자들이 입을 못 연다니까 ㅋㅋㅋㅋㅋ] [동참해 주세요 #김한영 사건 #김한영 폭력 #유마온 하차 공론화]시끌벅적하다.
하지만 벌써 이틀이나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같은 말만 반복하며 갑론을박만 반복되기를 한참.
어느 날 저녁.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채널에 새로운 영상이 업로드되었습니다]김한영 채널에 영상 한 편이 올라왔다.
무려 20분에 달하는 기다란 영상.
그 제목부터 심상치 않았다.
[설명하겠습니다]딱 한 문장.
평소 김한영 채널 특유의 장난스러운 영상과는 거리가 있어 보이는 제목이었다.
썸네일마저 검은색 배경으로 제목만 흰색으로 적혀 있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조금 남달랐다.
[네, 안녕하세요. 김한영입니다.]영상의 시작은 김한영이 대외적인 피해자, Y에게 전화를 거는 내용이었다.
[인터넷에 올리신 글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네요.]상대방의 목소리는 음성변조가 들어가 있어,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건지 구체적으로 알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대중은 이미 알았다.
이번 사태의 피해자로 알려진 남자, 김경율이라는 사실을.
김한영은 살짝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나갔다.
[이번 일은 서로 오해가 있지 않았나 싶은데, 대화로 풀고 싶습니다.] [그러니까 무슨 말을 하시는지 저는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제 연락처도 어디서 받으셨는지 모르겠는데, 이렇게 불쑥 전화하시는 거 불쾌합니다.] [배우님, 혹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 커피라도 한잔하면서.] [저 바쁩니다. 혹시 저희가 아는 사이던가요? 끊겠습니다.]-뚝-
그렇게 일방적으로 소통을 거절당한 김한영.
여기까지만 보면, 가해자가 피해자를 포섭하려다가 실패한 내용 그대로였다.
그래.
다음으로 이어진 영상만 없었다면 말이다.
[Y: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Y: 야] [Y: 나 지금 누구한테 연락 왔게? ㅋㅋㅋㅋㅋ] [Y: 난리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김경율.
그가 지인과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이 영상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찬가지로 Y라는 가명이 덮어 씌워진 채로 말이다.
[Y: 김한영 임마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먼저 쫄아서 연락한 거 실화냐? ㅋㅋㅋㅋㅋ] [Y: ㅋㅋㅋㅋㅋㅋㅋㅋㅋ] [Y: 꼴 좋다 ㅋㅋㅋㅋㅋ 진짜 이런 고-얀 것들은 한 번씩 눌러 줘야 사회 정의가 실천돼요]멀리 보지 않아도 알았다.
김경율은 다소 과하게 신난 눈치였다.
벨을 누르고 도망간 악동이 들떠서 동료들에게 떠드는 그런 말투.
[Y: 이게 다 사회를 위한 행동이란 말이다 이거야. 서울시에서 나한테 노벨 환경상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니냐?]Y가 김한영을 저격했다는 부분.
여기까지만 보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저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내용이었다.
다음 한 마디만 없었다면 말이다.
[내 메시지: 그런데 그거 네가 주작 친 거잖아 ㅋㅋㅋㅋㅋ 나쁜 놈아 ㅋㅋㅋㅋ]드디어 상대가 첫 채팅을 꺼냈다.
김경율이 의도적으로 조작을 저질렀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Y: 아 ㅋㅋㅋㅋㅋ 선날승 몰라? ㅋㅋㅋㅋ 일단 선빵 쳤으면 이긴 거라고 ㅋㅋㅋㅋㅋㅋ]김경율은 그 말을 부인하지 않았다.
[내 메시지: 애꿎은 사람 묻어 놓고 죄책감도 안 드냐?] [Y: 미안한데 걔는 나한테 잘못했어. 그러게 누가 방송 나가래? ㅋㅋㅋㅋ 하꼬로 계속 살 것이지] [내 메시지: 너는 진짜 내가 살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나쁜 놈이다] [Y: 반했냐?] [내 메시지: ㄹㅇ 너 이러는 거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하냐] [Y: 응 주위에 아는 사람도 없어~ 나 왕따라서 친구 없어~] [Y: 기분도 꿀꿀한데 저녁에 이태원 ㄱㄱㄱㄱ] [Y: 형이 산다 ㅋㅋㅋㅋㅋㅋ] [Y: 아, 그 새끼가 다음에 또 연락하면 합의금이나 불러 볼까?]여기까지가 구체적인 메시지 내용.
그렇다.
김경율이 의도적으로 주작해서 김한영을 저격했으며, 김한영은 여기에 엮인 피해자라는 내용이었다.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지?] [그러니까 주작 쳤다는 건가???]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뒤로 짧은 몰래카메라 영상이 첨부되어 있었다.
[야, 찍고 있지? 얼굴 잘 나와?] [야, 내가 1티어 연기력이 뭔지 오늘 제대로 보여 준다. 잘 찍어. 가즈아!]유령 분장을 한 남자가 천박하리만치 요란한 어조로 카메라에 중얼거렸다.
이윽고 저 멀리 김한영 일행에게 다가갔고, 그 뒤는 예상한 대로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반전.
[이게 뭐임?]네티즌들의 반응으로 댓글 창이 곧 도배되었다.
[김…김경율 죽어!!] [아 ㅋㅋㅋㅋㅋ 이지매였냐고 ㅋㅋㅋ] [한영아! 미안하다! 나는 처음부터 너 믿었다! 그런데 적극적으로 해명 안 한 너도 잘못 있는 거 알지?] [탈룰라 어서 오고] [동물 친구들! 모두 대가리 박을 준비 됐지?!] [일단 나부터 ㅋㅋㅋㅋ]* * *
이틀 뒤.
“아, 깔끔하다.”
나는 기타 현을 가볍게 퉁기며 말했다.
“역시 점심밥으로는 북엇국이 진리라니까. 속이 편해.”
“한영이, 너는 무슨 입맛이 할아버지야.”
“누나도 먹어 보면 알아요. 다음에 제가 끓여 드릴까요?”
몇 번 더 입맛을 다시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입을 열었다.
“너는 진짜 악마다.”
“악마는 무슨.”
“언제까지 무시하게?”
“일단은 가볍게 오늘 저녁까지?”
나는 그 말과 함께 핸드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 푸쉬 알람에 메시지가 가득했다.
김경율의 연락이었다.
전화가 수십 통째 계속해서 걸려 오고 있었다.
메시지도.
[김경율 배우: 계시나요?] [김경율 배우: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김경율 배우: 가수님] [김경율 배우: 제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김경율 배우: 저 죽습니다] [김경율 배우: 이러다가 저 정말로 큰일 납니다] [김경율 배우: 사람 한 명만 살려 주십시오]그렇다.
이번 사건은 완벽하게 내 승리로 돌아섰다.
“한영이가 왜 그 사람을 용서해 주나 했더니, 이런 빅 픽처가 다 있었네.”
홍윤서가 낄낄 웃더니 말했다.
“이제야 살 것 같다. 꼴 좋네. 꺼-억.”
“윤서 형, 더러워요.”
“마! 이게 남자의 매력이다.”
남자는 빼 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정셰프를 만났을 무렵 내가 괜히 유도리 있게 넘어간 게 아니었다.
몰래카메라를 찍은 그 사람의 도움을 얻는 조건이었다.
“자식이 끝까지 구라 치잖아요. 그 저격 글이 절 대상으로 쓴 거 아니라고. 자기 입으로 다 토해 내게 하고 질러야지.”
내가 조건으로 건 게 이것이었다.
기왕 내부고발한 것, 김경율이 자기 입으로 이실직고하게끔 조금만 더 도와달라.
증거 좀 만들어 달라.
그럼 나는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가겠다.
여기까지가 내 조건이었다.
“사람 하나 조지면 잠깐 속은 시원하겠지만 그게 전부죠. 하지만 이렇게 하면 어때요. 제대로 묻어 버릴 수 있잖아요.”
“좀 어이 터지기는 하더라.”
“일자리도 터졌을걸요? 여기저기 일한 곳마다 다 촬영 분량 내리고 난리 났던데.”
불과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경율이 조금이라도 비중 있게 참가한 작품이라면, 모조리 그의 분량을 삭제하거나 내려 버리기 시작한 것.
기록말살형.
배우로서 최악의 사태라고 볼 수 있었다.
“으음.”
그런데 정의선은 어떠한 걱정이 남았는지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만에 하나 저쪽에서 작정하고 달려들면 문제 좀 되지 않을까.”
“그런들 뭐 어때.”
나는 피크를 든 손을 가볍게 앞뒤로 휘두르며 말했다.
“고소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 우리가 뭐 잘못한 거 있나.”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고 들어 봤지?”
“알아.”
나는 이어진 정의선의 고민에 기타를 내려놓고는 말했다.
“그런데 저쪽에서 나를 고소하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고소당하면 당하는 거지. 내가 굶어 죽을 것도 아니고. 왜, 고소하면 오히려 찔리는 게 있어서 고소했냐는 말을 듣는 세상이잖아.”
“취업할 생각은 없나 보다.”
“없지.”
그런데도 정의선은 의문이 남은 듯 물었다.
“수입이야 둘째치고, 이미지가 날아갈 수도 있잖아.”
“그럼 날아가는 거지.”
“안 무서워?”
“우리가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건 맞아. 하지만 그건 우리 고객들한테 하는 거지.”
그렇다.
굳이 잘 보일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면, 잘 보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호구로 잡히면 그게 더 문제겠지.
“그래 봤자 와서 주먹질을 날릴 것도 아니고. 아니다, 오히려 해 줬으면 좋겠네.”
이미 여론은 내 편으로 돌아섰다.
나는 방송으로 충분히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이니, 설령 법적으로 문제가 생긴다 한들 문제 될 게 없지.
“그리고 말이야.”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나는 Y를 욕한 거지, 김경율 그 사람 욕한 것도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가장 신경 쓴 게 이것이었다.
“뭐, 반박하고 싶으면 실컷 하라고 해 봐. 그럼 본인이 가해자라는 걸 입증하는 꼴인데.”
여론전의 무서운 점이었다.
김경율은 익명으로 저격을 했고, 대중은 그의 편을 들어 주었다.
그렇다면 반대라고 없을까.
나는 익명의 Y를 저격했다.
하지만 대중은 아무런 문제도 없이 내 손을 들어 주었다.
“자, 어때요. 손해 볼 거 하나도 없죠?”
그 말에 조은솔은 눈을 반쯤 뜬 채로 싱긋 웃더니 말했다.
“……한영아, 넌 사람 배에 칼을 꽂을 때도 침착할 것 같다.”
“감사합니다.”
“칭찬 아니거든? 나는 진짜 나중에 만에 하나라도 너랑 척 지면 어쩌나 싶다.”
“저희가 어떻게 척을 져요. 이미 한배를 탔는데.”
“플래깅이라고 들어 봤니?”
“영어 몰라요.”
그건 그렇고 시간이 벌써 저녁이 됐다.
슬슬 때가 무르익었다.
어느덧 라이브 방송 무대가 일주일밖에 안 남은 시점.
이 한 번을 위해서 내가 준비한 게 있었다.
“어디 한번 무지성 연습 시즌2 찍어 볼까.”
물론, 이번에는 게스트가 붙었다.
탕! 탕!
마침 한 남자가 우리 작업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문을 열며 말했다.
“오셨어요?”
함재원, 그가 문 앞에 서 있었다.
나는 무뚝뚝한 표정의 그에게 말했다.
“여기 비밀번호 # 누르고 1234라니까요.”
“농담으로 한 말이 아니었나?”
응.
진담.
사람들이 너무 안 믿네.
이 사회에는 신뢰가 부족하다.
몇 번이고 본 반응의 일관성에 감탄하고 있으려니 함재원이 물었다.
“그건 그렇고, 진심인가?”
“네.”
나는 유쾌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말했다.
“요즘 세상은 연습도 컨텐츠거든요.”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