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김건하.
그는 엄밀히 말해서 천재이며, 또한 천재의 삶을 살아온 사람이 맞았다.
한평생 연습과는 담을 쌓고 살았다.
[고음을 어떻게 내냐고요? 그냥 나오던데요.] [따로 뭔가 준비하지는 않아요. 대신 즐겁게 부르려고 노력하죠. 제게 즐거운 노래가 곧 관객들에게도 즐거운 노래라고 생각하거든요.]어린 시절부터 격이 다른 재능을 타고난 그에게 있어서, 음악이란 호흡하는 것과도 같았기 때문.
[건하는 특별하다니까] [네가 한국 음악을 바꾸는 거다] [진짜 내가 머리털 나고 너처럼 노래를 쉽게 부르는 놈은 처음 봤다] [한국을 넘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보컬 -음악 평론지 와이뮤직]군계일학.
어쩌면 그 단어는 김건하를 위해서 존재하는 말일 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나치게 타고난 탓일까.
그는 끝내 천재들이 흔히 걸린다는 병에 걸리고야 말았다.
[연습 좀 해라] [너는 다이아몬드야. 하지만 아직 원석이다. 갈고닦아야 진짜가 될 수 있어] [왜 자기 자신을 썩히려고 해?]게으름.
그는 음악을 따로 연습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음악을 연습한다는 행동 자체가 타고나지 못한 자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무술에서도 그렇지 않은가.
약자가 강자에게 대항하기 위해 만든 게 무술이라고 흔히 말하듯, 음악에 있어서 김건하는 타고난 강자였다.
그랬던 그가 돌연 시장에서 모습을 감춘 이유는.
“……쿨럭!”
아이러니하게도 성대질환이었다.
그것도 가수들의 악몽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질병.
후두암이었다.
“카악― 퉷! 쿨럭, 쿨럭! 쿨럭.”
무대 당일.
촬영장 인근의 연습실.
김건하가 계속해서 호흡을 토해 냈다.
“스읍, 후우, 후우, 큽.”
하지만 좀처럼 멎을 줄 모르는 목의 통증에 김건하가 쓴웃음을 지었다.
‘오랫동안 쉬어서 좀 괜찮아졌을까 했는데. 그렇지가 않군.’
지긋지긋하다.
이 통증과 벌써 몇 년을 함께해 온 탓인지 슬슬 정겹게 느껴질 정도.
목구멍에 가시가 박힌 듯했다.
이물감.
어느 날 집에 도둑이 들어오듯 갑작스럽게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무시했다.
술과 담배를 태권도장 앞 떡볶이집처럼 끼고 사는 그에게 있어서 이물감이란,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러기를 1년.
상황이 심각해진 건, 그의 매니저가 그에게 각오하고 말을 전했을 때였다.
[형님, 이건 아닌 것 같습니다. 요즘 목소리가 이상하셔요.] [……뭐?] [저도 이런 말씀 드리기는 싫었는데, 당장이라도 병원에 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이번에도 대충 넘기려고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사표라도 내겠다는 말에 떠밀리듯 병원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의사가 한 말이 가관이었다.
‘목소리를 잃을 수도 있다고 했던가.’
가수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말이었다.
의사에게 은퇴를 각오하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증상이 진전된 상황.
다행히도 수술을 잘 받아서 회복은 했다.
하지만 잃은 게 있었다.
예전의 강렬했던 보컬이었다.
음역대가 크게 줄어든 건 물론.
“쿨럭!”
성대의 내구성이 급락했다.
한때는 밤새 부르던 노래를 세 곡조차 연달아 부르기 어려워진 상황.
지난 유마온 방송에서 곡을 단 하나밖에 안 불렀던 이유.
토크도 거의 김주언에게 맡긴 이유.
그게 전부 성대 문제였다.
‘씁쓸하군.’
빠르게 알아차렸다면 회복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하소연하기도 뭐하다.
주위 사람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목 관리를 등한시한 그의 원죄일지도 모르겠다.
“후우, 후.”
한참이나 호흡을 고르고 있는 그를 두고 천만 배우, 김주언이 염려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선배님, 괜찮으시겠어요?”
“됐어.”
김건하는 그에게 손을 펄럭이며 말했다.
“물 마시고 쉬면 금방 나아.”
“혹시 모르니까 지금이라도 립싱크로 대체하는 게.”
“시끄러, 가수가 무슨 립싱크야.”
“…….”
“그리고 이 나이 정도 되면 누구나 몸에 한구석쯤은 고장이 나야 정상이거든? 신경 쓰지 마.”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 사람이, 괜찮대도. 괜찮아. 적어도 곡 하나 못 뽑을 일은 없으니까 다시 기타나 잡으세요.”
김건하는 생수병을 들어 목을 축이고는 다시 마이크를 들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김주언의 얼굴에서는 걱정이 사라질 줄을 몰랐다.
‘누가 지 걱정해서 물어본 줄 아나.’
그의 무대가 문제였다.
오늘의 무대는 한 번 가볍게 부르고 끝내려는 게 아니다.
‘내 작품 망치면 어쩌려고.’
이번 무대는 그의 새로운 작품의 홍보 무대이기도 하였다.
그가 뮤지션 역할로 출연하는 작품.
그 작품의 밑밥을 깔기 위해서 특별히 고른 자리였다. 그렇기에 오늘 무대는 성공시켜야만 했다.
김건하가 목을 망치면 그야말로 낭패.
‘아이 씨,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그냥 적당한 사람으로 붙여 달라고 하는 건데.’
기왕이면 전설적인 사람과 합을 짜 화제를 만들려고 했던 게 화근이었다.
김건하가 파트너라고 해서 허겁지겁 삼켰는데, 독이 든 성배였다.
‘자기도 못 할 것 같으면 거절할 것이지, 왜 대뜸 받아들이고 난리야. 보니까 목이 안 좋은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이번 무대에 문제 생기면 어쩌지.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러는 그의 옆에서 김건하는 여전히 목에 이물감이 남은 듯 빈손으로 목을 조물거렸다.
뭘 잘했다고.
김주언은 속으로 올라오는 욕지기를 애써 가라앉히고는, 천만 웃음으로 유명한 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선배님, 잠깐만 쉬고 계세요. 제가 목캔디라도 사 올게요.”
“아주 싹싹해.”
김주언은 웃음기를 머금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싹싹은 X랄. 목을 쓱싹해 버릴까 보다.’
퇴물 자식.
무대 위에서 실수라도 해 봐라.
* * *
방송을 앞두고 무대 대기실.
식구들과 마지막으로 호흡을 맞췄을 무렵, 나는 지진이라도 난 듯 쿵쾅쿵쾅 뛰는 가슴을 애써 억눌렀다.
‘확실하다. 이거면 되겠어.’
확신이 들었다.
식구들과의 합주 퀄리티.
그것이 내가 예상했던 수준을 한참 넘어선 상태였다.
뭐라고 해야 할까.
어서 이 무대를 관객들에게도 보여 주고 싶다. 우리의 음악이 이렇다는 걸 그들에게도 맛보여 주고 싶었다.
그 생각밖에 안 들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래도 식구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눈치였다.
머뭇거리면서 서로의 시선만 바라보고 있다.
완벽한 호흡을 맞춘 뒤에는 언제나 이런 현상이 뒤따랐다.
알아 버리는 것이다.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서로 완벽한 연주를 했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게 된다.
그 감각이 지금 우리 식구들 사이에 머물렀다.
“……야, 은솔아.”
홍윤서가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지금 개쩔지 않았냐? 뭐가 가슴에 왁! 와닿았는데.”
“너도?”
“막 무아지경에 오른 것 같고, 내가 대자연의 일부가 된 것 같고. 이게 자연경이라는 건가?”
됐다.
이 이상은 없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대기실 시계를 바라봤다.
‘앞으로 10분 정도 남았나.’
무대까지 남은 시간이었다.
지금 저 바깥 무대 위에서는 누군가가 우리 앞 순번으로 공연을 하고 있겠지.
누구 차례더라.
연습에 집중하느라 까먹고 있었는데, 필히 잘하는 사람이겠지.
끝나면 바로 우리 차례다.
‘시청자 평가랑 무대 평가를 반반 섞어서 종합 평가한다고 했나?’
이번 방송의 진행이었다.
라이브 방송 1회(TV 방송은 2회)와 라이브 무대 1회.
지금까지 우리들의 순위는 종합 3위였다.
1위는 2회차 방송에서 JCTV에서 밀어 준 김건하&김주언 콤비가 차지했다.
하지만 오늘 무대의 결과에 따라 최종 결과는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겠지.
‘이길 수 있다.’
음악에서 꼭 남을 이겨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고희범의 말버릇이 있지 않나.
[게임을 하면 이겨야지!]맞다.
이것 또한 승부를 가린다는 점에서는 게임과 같은 범주였다.
그렇다면 이겨야지.
지든 이기든 똑같다면, 이기는 게 낫다.
대충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홍윤서가 중얼거렸다.
“한영아, 앞으로는 방송에 자주 나와야겠다.”
난데없는 말에 나는 눈을 깜빡이다가 되물었다.
“왜요?”
“왜는 옆 나라고, 우리 방송 시청자가 어마무시하게 불었잖아.”
“아.”
무슨 말인가 했더니.
[구독자 수: 66만]방송 출연과 지난 일주일의 방송으로 인해 인지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부풀었다.
하루에 만 명이 넘게 붙는다.
시청자가 늘어나는 숫자가 비정상적이다 못해 마치 도핑이라도 한 듯했다.
현기증마저 일어날 지경.
“방송 출연하길 잘했어.”
“맞아요. 우선 매…….”
“크, 내 매력을 알아본 여자 팬들도 많이 늘었겠지?”
아, 그런 이유.
홍윤서가 천박하게 웃고 있는데, 이번에는 김예담이 내게 물었다.
“한영아, 앞으로는 아예 이쪽으로 진출해 보는 건 어떨까?”
“TV요?”
“응, 기왕 떴잖아. 인터넷 방송도 좋지만, 아무래도 규모로는 이쪽이 더 크지 않을까?”
적극적으로 TV 방송에 도전해 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에 고민해 보기를 잠시.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또 안 될 것 같아요.”
“왜?”
“영화배우들이 그런 실수 자주 그러잖아요.”
“영화배우?”
“국내에서 잘나가는 배우들은 조금 떴다 하면 해외로 나가는 병이 있죠? 그러다가 망해서 뒤늦게 국내로 돌아온들 설 자리가 없고.”
그렇다.
TV 방송이라는 건 어디까지나 내게 든든한 본진이 있기에 할 수 있는 선택이었다.
말하고 보니 설명이 부족했던 것 같아 말을 덧붙였다.
“애초에 제가 방송으로 기틀을 닦아 두지 않았더라면, 몸값도 지금과는 달랐을 거예요. 당장 정 PD에게 편집권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도, 따지고 보면 제 방송이 뒤에서 받쳐 준 덕이었겠죠.”
“그 말도 맞기는 하네.”
“게다가 저희가 잠깐 방송에 나와서 약빨이 깊게 들은 거지, 매일 출연하면 점점 반응도 줄어들 거예요. 계속 부르기나 할지도 의문일뿐더러 실수 한 번 하면 폭삭 무너질 수도 있을걸요.”
“한영이 말에 일리가 있네. 꽤 멀리 봤구나.”
김예담이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는데, 고희범도 기어코 한 자리 끼겠다는 듯 손가락을 들며 말했다.
“정리하자면, 정글 잡으려고 무리수 뒀다가 라인 털리면 말짱 꽝이라는 거죠.”
그 말에 김예담은 잠시 돌처럼 굳더니 말했다.
“하하, 비유가 재밌다.”
와, 저걸 받아 주네.
딱 보니까 하나도 이해 못 한 것 같은데.
사람이 착해.
나는 적당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이제 시간도 얼마 안 남았어요. 마지막으로 코러스 부분만 한 번 맞춰 보고 나가죠.”
“음.”
“충분히 쉬었다.”
이번 무대는 중요하다.
우리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컨텐츠는 다른 방송인들과는 달라도 확연히 달랐다.
내가 평소 생각하고 또 준비해 왔던 곡.
[9].그 앨범에서 실패했던 발상 하나를 이번 무대 하나에 녹여 낼 생각이었다.
‘시청자들한테는 거의 속이다시피 했지만.’
지난 연습.
그 안에서 시청자들에게 들려준 건 어디까지나 미완성본이었다.
완성본은 지금부터 들려줄 생각.
‘호흡이 가장 중요하다.’
이번 곡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각 파트 멤버가 자신의 본분을 잘할 필요가 있었다.
칼같이 맞아떨어지는 합주.
그것이야말로 이번 곡의 최대 포인트니까.
그렇게.
“――빛나리라.”
짧게나마 코러스 파트를 되짚어 본 무렵이었다.
뒤에서 문이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곳을 돌아보니 스태프 한 명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는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멍한 표정으로 우두커니 서 있더니, 이내 화들짝 놀라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아, 음.”
“진정하세요. 차분히.”
“네, 음, 그게 제가 하려던 말이.”
“진정.”
“다음 차례예요. 준비해 주세요.”
타이밍이 좋다.
딱 무대에 나가려는 차례였는데.
* * *
대기실에서 나와 무대 위에 오를 무렵.
내 눈에 들어온 광경은 흡사 신화에 가까운 것이었다.
‘사람 많네.’
500이 넘는 관객이 우리를 반원형으로 둘러쌌다.
JCTV에 추첨을 넣어 방청권을 얻은 사람들이다.
경쟁률이 백 대 일을 가뿐히 넘겼다지.
마침 관객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눈길에서 무형의 실이 보이는 듯했다.
그 실에 기대감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가볍게 인사를 하자 관중이 자그맣게 출렁였다.
잘 익어 바늘로 찌르면 톡 터질 것만 같은 그 기대감이 손에 잡히는 듯하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허공에 작게 떠다니는 먼지.
건조한 공기.
나는 그 모든 걸 즐기기를 잠시. 설레는 마음을 머금고는 입을 열었다.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 교장 선생님의 훈화를 듣고 있으려면 늘 하던 생각이 있었습니다.”
난데없는 말이었는지 시청자들의 고개가 비스듬히 기울어졌다.
나는 짧게 말했다.
“말 좀 짧게 했으면 좋겠다.”
작게 웃음이 번졌다.
“줄이겠습니다. 이 자리에 와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모두 친구, 친구. 그리고 카메라 너머에서 지금 제 방송을 보고 계신 분들도 감사합니다. 선생님도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음.”
함재원은 내가 건넨 마이크를 건네받더니 말했다.
“기타리스트 함재원입니다. 감사합니다.”
와, 나보다 더 짧다.
하지만 이 순간 그와 내가 가졌을 감상은 같았다.
‘서론은 이만하면 됐다.’
시청자들이 지금 가장 듣고 싶어 할 건 내 음악이지, 수다가 아니다.
애태우고 싶지 않다.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자.
끼리릭.
나는 기타 바디에 걸린 쇠줄을 손끝으로
스치듯 가볍게 훑으며 말했다.
“무대 시작하겠습니다.”
시작은 김예담부터.
눈빛을 마주치자 그녀가 고개를 한 차례 끄덕이더니 손을 움직였다.
끼익-
전자 해금의 구슬픈 음색이 울려 퍼졌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