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유이치로 사장의 말에 김한영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
‘날 인정했다고?’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이야.
당사자가 없다고 이렇게 거짓말을 막 해도 되는 건가.
그가 기억하는 유이치로 사장은 늘 불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사람이 왜 이렇게 변했나.
그리고.
이에 대한 진실은 이러했다.
“처음에는 몰랐지. 그 사람의 존재조차도. 그 사람이 온 나라가 음악적으로 발전하리라는 것도.”
유이치로는 본디, 한국 음악 시장에 대한 아무런 기대도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매일 와서 실력을 늘리고, 자기 팬들을 늘리는 걸 보고 있으려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 이 나라에는 잠재력이 있다. 20년, 아니, 10년만 지나도 무도관에서 한국인 뮤지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유이치로.
그는 김한석에게서 가능성을 엿보았다.
이런 이야기를 아는가.
닭과 달걀.
둘 중에 무엇이 세상에 존재했는가 하는 이야기인데, 이게 음악에도 있었다.
뮤지션과 관객이었다.
이 둘은 태생적으로 한데 묶인 존재였다.
많은 관객이 존재한다면, 그 시장에서는 자연히 실력 있는 뮤지션 또한 나타난다.
시장이 크니 경쟁이 생기고, 경쟁 속에서 꽃이 피는 법이었다.
그 반대 또한 성립했다.
뮤지션이 존재하면 관객 또한 생겨난다.
하지만 이에는 한 가지 조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었다.
“독보적으로 실력 있는 한 명이 있다면, 없는 시장도 생겨나는 법이지.”
다만 이 경우엔, 시장 규격을 아득히 부숴 버리는 천재가 등장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김한석, 앞으로 어떤 음악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가 버려서 안타까워. 내심 기대했는데 말이지.”
“……지인분 말로는, 여기에서 인정을 별로 못 받았다고 하셨는데요.”
“아, 그것 말인가?”
김한영의 질문에 유이치로는 클클 웃더니 말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말이 인색했던 사람이라서 그랬지.”
“…….”
“칭찬 한마디 안 해 줬던 게 두고두고 마음에 걸리더군.”
그의 얼굴에는 작은 회한이 묻어 있었다.
유이치로가 이노우에를 보고 안타까워하는 이유.
그건 바로, 그가 옛날에 그런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혐오를 노골적으로 겉에 드러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내심 깔보는 시선은 있었다.
그 시선이 곰팡이처럼 자라나 얼마나 오랜 시간 그를 좀먹었던가.
김한석이 없었다면, 유이치로 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으로 살아갔을 수도 있었다.
“그래도 유작을 이렇게나마 전해 듣다니 기쁘군. 김한석은 좋겠어. 이렇게 멋진 후배가 자기 유지를 이어 주다니 말이야.”
그렇게 말하는 유이치로의 눈에서는 작은 물기마저 엿보였다.
그는 이 이상 내색하지 않으려는 듯 눈가를 작게 닦더니 말했다.
“나이를 먹으면 사람이 감성적으로 변해서 말이지. 그건 그렇고, 앞으로는 자네 곡을 이 가게에서 종종 틀어 두려고 하는데, 괜찮겠나?”
“네, 얼마든지 괜찮…….”
순간적으로 나온 말에 김한영이 답하려는 순간이었다.
“예?!”
윤국도가 대뜸 끼어들더니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다시 놀란 얼굴로 말했다.
“잠시만요. 사장님, 여기 고정으로 올리겠다고요? 정말로요?”
“안 될 게 있나?”
“그야…….”
윤국도가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했다.
“여기 플레이 리스트에 오르는 사람은, 무도관에 오른 사람 한정이잖아요.”
그렇다.
자비에르의 플레이 리스트 규칙.
그건 바로, 자비에르의 무대에 선 적 있는 사람으로서, 끝내 무도관까지 오른 사람에게만 허락한다는 것이었다.
일종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봐도 좋다.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애초에 불문율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 철통같이 지켜져 온 규칙이었다.
그래, 단 한 명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김한석 그 사람도 이미 올라가 있는데, 이 친구가 안 될 이유는 뭔가?”
김한석이었다.
그가 유일하게 무도관에 오른 적 없이 자비에르의 플레이 리스트에 등재된 인물이었다.
“내가 음악을 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사람 보는 눈에는 자신 있어.”
유이치로는 어딘가 즐거운 표정으로 김한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지난 수십 년, 나는 재능 있는 신인이 성장해 더 큰 무대에 오르는 걸 수십 번, 수백 번도 넘게 봐 왔지. 그래서 할 수 있는 말인데.”
“…….”
“자네가 무도관을 만석으로 채우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 같은데, 안 그렇나?”
그의 목소리에는 자신이 넘치다 못해 어느 진리를 말하는 듯했다.
요리가 싱거울 때는 소금을 치면 된다는 것처럼. 더울 때는 시원한 곳으로 가면 된다는 것처럼.
1 더하기 1은 2가 된다는 것처럼.
오늘이 지나면 내일이 온다는 것처럼.
유이치로의 목소리, 표정, 몸짓까지 군데군데 단단한 확신이 박혀 있었다.
이건 단순히 칭찬하기 위해서 한 말이 아니었다.
마음속 깊이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눈앞의 젊은 새싹이 훗날, 단단한 거목으로 자라나리라는 걸 알았다.
아니, 이미 거물이라고 확신했다.
이에 김한영은.
“뭐, 그렇기는 해요.”
뻔뻔하게도 동의했다.
그 특유의 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저 미친놈.”
홍윤서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말했다.
“사람이 진짜 좀 적당히 하는 걸 알아야지. 겸손함이라는 걸 모르나? 밥상머리에서 안 배웠나?”
“형, 그거 패드립이에요. 근데 지금 뭐라고 했어요?”
“자기가 조만간 무도관 만석 채울 것 같대.”
“미친 거 맞네.”
“그렇지?”
식구들이 그를 헐뜯는데, 유이치로는 그 말이 뭔지 알아듣지도 못했으면서 대충 분위기로 짐작했는지 말했다.
“후후후, 그래, 신인이라면 이 정도의 패기는 있어야지. 프로가 아니더라도 프로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어야 끝내 프로가 될 수 있는 법이야.”
“그것도 그렇고요.”
“자, 사카모토, 너도 프로가 되고 싶다면 이 친구 마음가짐을 배우는 게 좋다. 음악만 배울 게 아니라, 음악을 하는 마음도 같이 배워.”
“으…… 너무 어려워요.”
사카모토가 머리채를 쥐어 잡았다.
한편, 이노우에는 여전히 구석에 박혀서 생각했다.
‘나는 대체.’
지금, 한 뮤지션의 세계가 한 꺼풀 벗겨지려 하고 있었다.
* * *
며칠 뒤.
“역시 우리나라가 최고야.”
“인터넷 잘 터진다.”
“으, 한국이 원래 이렇게 추운 나라였나.”
한국으로 돌아온 팅 식구들은 모처럼 바닥에 늘어졌다.
딱히 할 게 없다는 듯.
실제로 할 일은 많다. 그간 밀린 방송도 처리해야 하고, 테슬라에서 준비해 놓은 일감도 산처럼 쌓여 있다.
하지만 왠지 몸이 따르질 않았다.
“아― 일하기 귀찮다.”
“형, 일어나요.”
“싫어…… 일하기 싫어. 응애 나 애기 윤서,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너무 잘 쉰 나머지 정신적으로 퇴행해 버렸다.
홍윤서뿐만이 아니었다.
“가족들 얼굴 좀 보러…….”
“나 길드 정모.”
갖가지 변명을 대며 더 쉬고야 말겠다는 듯 발을 뺐다.
한숨이 나올 뿐이다.
‘이래서 쉬는 건 안 좋아.’
모든 행동은 관성이다.
한 번 하면 앞으로도 하게 되고, 한 번이라도 안 하면 앞으로도 안 하게 된다.
지난 일주일의 여행, 식구들은 휴식에 익숙해졌다.
다르게 말하자면 그만큼 일에서 멀어졌다.
사실상 일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나만 처음 컨디션을 유지했다고 봐도 좋았다.
‘답이 없군.’
하지만 그래도 썩 기분이 나쁘진 않다.
이번 여행에서 얻은 게 꽤 많았기 때문.
신곡을 손에 넣었으며, 방송 게스트도 한 명 얻었다.
‘조만간 한국 한번 찾아오겠다고 했지.’
윤국도.
그는 한국의 음악 문화를 현지에서 배우고 싶다며 조만간 워킹 홀리데이로 오겠다고 선언했다.
명예 팅 멤버가 된 셈.
또한, 일본 현지에서 인지도가 대폭 올랐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와, 김한영 이제 유명인 다 됐네.”
고희범이 핸드폰을 손에 든 채 입술을 삐쭉였다.
지금, 그의 핸드폰에서는 어느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가면 가수의 정체를 폭로한다.] [조회 수: 2,571,114]일본에서 정체를 공개한 날의 공연 영상 편집본이었다.
[대체 왜 한국인 것인?] [wwwwwwwww] [대단한 손이 익숙한] [음원CD를 삼킨 듯한 상냥한 발성에 울어버렸다] [한국 자본 자이니치의 음모다] [위험하다. 한국에 가서 직접 듣지 않으면] [따뜻하고 있던 제이팝-에게 텐숀-을 제공하는 것 같다]반응이 좋다.
참 여러 가지 의미에서 반응이 좋다.
‘현지에서 이런저런 일감 제의도 오고 있다고 했지.’
테슬라에서 취합하고 정리해서 알려 주겠다고 했다.
그쪽도 정신이 없다고 했다. 해외에서 먼저 요청이 오는 일이 극히 드물다나.
그나마 해외 업무 경험이 잦은 네온에서 어떻게든 협력해 주겠다고 한다.
‘뒷배가 있는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되네.’
잘 됐다.
잘 됐어.
나는 대충 하품을 내신 뒤 컴퓨터를 켰다.
“뭐 하게?”
그 모습에 조은솔이 물었다.
“슬슬 기자회견 한번 해야죠.”
“기자회견?”
“여행 다녀왔잖아요.”
나는 머리를 벅벅 긁고는 말했다.
“기사에서 저희가 뭐 했느니 말만 많던데, 우선 저희 식구들한테 오피셜로 이야기 먼저 해야죠.”
가장 먼저 할 일.
그건 바로 시청자들에게 보고하는 것이었다.
삑.
컴퓨터의 전원을 넣고 고희범이 이리저리 세팅하기를 기다리기를 잠시.
나는 속으로 식구들에게 뭐라고 말하면 좋을까 고민해 보았다.
‘외국에서 여행 가서 라이브 하우스에 갔다가, 우연히 그렇게 됐다고 말해?’
어색하다.
그럼 혐한 사건에 휘말려서 그렇게 됐다고 말해 볼까.
아니야, 그것도 조금 아니다.
‘남의 가게에서 혐한 사건에 휘말렸다고 말하면 폐가 될 수도 있겠지.’
이노우에 한 명으로 끝나지 않고, 자비에르의 문제로 번질 수 있다.
그건 내가 바라는 바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말해야 할까.
‘아, 역시 그것밖에 없네.’
딱히 하고 싶은 말은 아니었지만, 변명이라고는 이것밖에 없다.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고희범이 이렇게 둘러대라고 했지. 솔직히 땅기는 제안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컨텐츠가 될 제안이기는 했다.
이쯤 되었을 때, 방송 준비가 끝났는지 그가 사인을 보냈다.
“야, 지금 방송 대기 시켜 놨거든? 시청자 좀 모이면 마우스 한 번 누르고 바로 시작하면 돼.”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모인 시청자가 5천 명이 넘었다.
5천 명이 그냥 숫자인가.
중형 공연장을 꽉꽉 채울 수 있을 만큼의 숫자다.
이들이 내 방송 하나 보겠다고 모니터 너머에서 화면을 주시하고 있는 것이었다.
‘역시, 방송이 좋아.’
나는 싱긋 웃으며 본격적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왔다!!!!!] [김한영 그리웠어 그리웠어 그리웠어] [우리 버린 거 아니지?] [한영아 나 버리지 마 버리지 마] [오빠 우리 헤어져] [아 ㅋㅋㅋㅋㅋ 얼굴 보니까 화 풀려서 봐준다고 ㅋㅋㅋ] [나머지 가조쿠들은 어디 갔음?] [한영이 얼굴 좀 탄 것 같다]시작부터 요란하다.
기다렸다는 듯 쏟아진 홍수에 화면이 난잡해졌다.
“아, 아.”
나는 그것들이 조금 씻겨 나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말했다.
“오늘 제 방송 보러 와 주신 시청자분들은 아마 저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을 것 같은데요. 일본에 어쩌다가 간 거냐, 가서 뭐 했냐. 그런 거겠죠?”
시작부터 본론을 꺼냈다.
그와 동시에 채팅이 다시금 쏟아졌다.
하지만 딱히 의식할 건 없다.
내가 지금부터 꺼낼 변명은, 미튜버들이 흔히 가장 잘 써먹는 물건이기도 했다.
“시부야에 태극기 꽂고 왔습니다.”
국뽕이었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