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2
142화
“……우주 대명곡이요?”
디마가 무슨 말을 하냐는 듯 물었다.
“네, 우주 대명곡이요. 인류사에 남을 걸작.”
그에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번 곡은 개인적으로 자신이 좀 있거든요. 공도 많이 들였고. 여기에 요한 씨의 프로듀싱을 곁들여서 완성할 건데, 가능하다면 차트 1위 그 이상을 목표로 하고 싶어요. 대충 우주 빌보드 1위 정도?”
“…….”
그가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차트 1위가 그렇게 쉽게 할 말은 아닐 텐데요.”
언뜻 보면 말을 너무 쉽게 꺼내는 게 아니냐는 듯 나무라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디마라는 사람을 잘 알았다.
그의 향상심은 나 이상이다.
더 큰 목표를 줄수록, 더 큰 결과물을 가져다줄 것이다.
“그래도 해야죠. 우리니까요.”
대답 없이 짧은 시간이 흘렀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할 무렵.
“후우.”
그는 마침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우주 대명곡은 조금 그렇고, 한반도 대명곡 정도만 해 보죠.”
“후, 우선은 그 정도로 만족해야겠네요.”
“과욕은 안 좋아요.”
우선은 타협이다.
그런데 어째 조용히 있던 고희범이 눈을 좁게 뜨더니 중얼거렸다.
“응애.”
뭐라는 거야.
* * *
2학년 1학기 개강을 코앞에 둔 상황.
우리 스튜디오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몇 가지 일을 빠르게 마무리 지었다.
그중 하나는.
“오우야.”
바로 스튜디오 장비 보강이었다.
“이제 진짜 장비 수준이 프로급이네.”
조은솔이 양손을 옆구리에 짚은 채로 스튜디오를 돌아보며 감탄을 뱉었다.
“이 방에 대체 얼마를 바른 거야. 잘하면 천 넘겠는데?”
“천은 무슨, 다 빼고 음향 장비만 해도 천은 가뿐히 넘을 거예요. 저기 스피커만 해도 한 짝에 400짜린데.”
책상 위로 흑요석처럼 빛나는 스피커 한 쌍이 자태를 뽐냈다.
디마가 제대로 된 스튜디오라면 ‘최소’ 저 정도는 써야 한다고 강조했지.
400도 전에 들렸던 스튜디오, [기본]에서 안 쓰는 장비를 처분한다며 싸게 넘겨받은 덕에 저 가격에 영입할 수 있었다.
그냥 사려면 중고로도 500을 훌쩍 넘긴다고 했나.
새 제품은 700가량.
‘거기 사장님이 마침 그 타이밍에 처분하려고 했다는 게 참, 묘하게 운이 따르는 것 같은데.’
운이 좋군.
좋은 게 좋은 거니까 깊게 따지지 않고 넘기기로 했다.
“그 밑에 깔린 방진 패드는 개당 15만 원. 저기 마이크는 중고로 370짜리. 오디오 인터페이스는 140. 룸어쿠스틱도 요한 씨한테 소개받아서 든 비용이 300. 아, 헤드폰은 20.”
“헤드폰만 이상하게 싸다? 원래 헤드폰 비싸지 않나?”
“원래 스튜디오 모니터링용 헤드폰은 표준이 있어서 좀 저렴하다네요.”
“중고는 전부 다 그쪽 사장님이 넘겨주신 거고?”
“그렇죠.”
“하하, 거기 사장님은 무슨 자선 사업하신대?”
이 누나도 나랑 똑같은 감상을 하고 계셨구나.
아무튼, 말 그대로 돈을 쏟아부었다.
뭐든 다 현업 프로 수준으로.
당분간 있을 투자 중 가장 큰 투자라고 봐도 무방했다.
‘일단 한 번 지르면 앞으로 계속 쓸 테니까.’
디마의 추천이니 믿고 질렀다.
귀랑 음향 장비는 쓰면 쓸수록 익는다고 했지.
조금이라도 빨리 고급 장비를 접한 사람과 아닌 사람은, 나중에 아주 큰 차이가 난다고 했다.
“크으으으…….”
홍윤서가 깜빡이도 안 켜고 부들부들 떨더니 말했다.
“프로 기분 확 난다. 야.”
“몰랐어요? 우리 원래 프로였는데.”
“한영아, 네 캐릭터가 그런 건 알지만 이럴 때까지 딴지를 걸 필요는 없단다. 그냥 기분이 그렇다는 거야. 기분이. 뭐, 이제 직장 분위기 좀 드네.”
그렇다고 하신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전문 스튜디오에 구애될 필요가 없어졌다.
정규 음원을 녹음할 게 아니라면 자체 스튜디오에서 90% 이상은 처리할 수 있는 수준.
여기에 한 가지 장점이 하나 더 생겼는데.
“여기 출퇴근하신다고?”
“네.”
디마가 본격적으로 우리 작업실에 들락날락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었다.
“왜?”
“집에 있으면 자꾸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대요. 걸리적거린다고.”
“아, 그러고 보니까 전번에 문제 생겼다고 했지.”
“네, 한예원이랑 한 판 뜨기로 했어요. 음악으로.”
“무슨 스텝 업도 아니고.”
“그러면 뭐 어때요. 어차피 이게 다 컨텐츠 만드는 건데. 무난한 것만 하기도 그렇고, 슬슬 대형 프로젝트도 하나쯤 시작해야죠.”
“음, 컨텐츠는 컨텐츠가 맞는데.”
홍윤서는 어딘가 작은 불안감이 있는지 부르르 떨었다.
그러더니 톡 뱉듯 말했다.
“우리가 정말로 한예원에 비벼 볼 수 있을까?”
역시나 했던 고민이었다.
지난 1년간 몸을 갈아 가며 열심히 했던 게 사실이라고는 하나, 과연 한예원이라는 산에 견줄 수준이 되었냐는 말.
할 만한 고민이다.
한예원은 음악에 관해서는 최고의 수재, 아니, 천재가 모이는 상아탑이니까.
과연 그곳과 비교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라면 나는 단언할 수 있었다.
“턱도 없죠.”
“엑.”
홍윤서가 실망한 듯 말했다.
“야, 이럴 때는 빈말로라도 해 볼 만하다고 말해 줘야 하는 거 아니냐.”
“거짓말을 왜 해요. 그런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한영이 말이 맞아요.”
갑작스럽게 성민아가 끼어들더니 입을 열었다.
“한예원이 그냥 한예원이 아니잖아요. 거기 다니는 학생들은 이미 프로예요.”
“우리도 프로 맞는데.”
“나 지금 네 편 들어 주는 거거든? 너야 충분히 자신감이 있을 수 있는데, 우리는 아니잖아. 겁이 나는 게 정상이지.”
“남 말하고 있네. 막상 너도 거기서 열린 대회에서 입상했으면서.”
“그건 맞는데.”
그녀는 뭐라 반박할 여지가 없는지 말을 우물쭈물했다.
이건 성민아의 나쁜 습관 같은 것이었다.
패배자 근성이라고나 할까.
한 번 음악을 전공하려고 했다가 물러난 적이 있기 때문인지, 그녀는 유독 전공자들 앞에서 기가 죽는 버릇이 있었다.
‘막상 진짜 전공자들도 얘처럼은 못 할 텐데.’
입상까지 해 놓고 자기가 모자라다는 증거를 찾고 있으니 우습기 짝이 없다.
됐다.
이번 컨텐츠가 끝날 때쯤이면 생각이 달라지겠지.
그때도 지금처럼 자기가 별거 아니라는 척 굴면, 그건 기만이다.
‘…….’
순간적으로 뒷골이 찌르르 울렸다.
나는 외면하기로 했다.
“얼른 연습이나 시작해요. 이기는 건 몰라도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노력하기 나름이니까.”
“졌잘싸는 쉬운 줄 아냐?”
“그러니까 지금부터 손끝이 불어 터지도록 연습해야죠. 게다가 이번에는 시간 많이 들여서 신곡 준비해 놨거든요.”
“신곡?”
“네, 형 누나들 쓸 거로요.”
내 말에 홍윤서가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야, 너 그런 건 언제.”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기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와, 너 그 말도 진짜 오래간만에 듣는다.”
그런가.
요새 좀 뜸하기는 했지.
하지만 신곡을 짬짬이 준비했다는 건 사실이다.
나는 언제나 곡을 많이 만든다. 그 안에서 쓸 만한 걸 추려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멜로디는 쓸 만한가.
내 목소리에 맞는가.
지금 상황에 맞는가.
이 무대에 어울리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 과연 이 곡을 진심으로 부를 수 있는가.’
등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서 쓴다는 것이다.
이번 일본 여행에서도 많은 걸 얻어 왔다.
그중에서도 내가 쓸 곡을 몇 곡 골라냈는가 하면, 식구들을 위해 마련한 곡도 있었다.
“…….”
살짝 짬 처리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슬그머니 외면하기로 했다.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이번 한예원 대항전의 규칙은 이래요. 각자 곡을 선정해서 상대방 팀한테 제시할 거예요. 그리고 서로가 리메이크하는 거죠.”
각자 2곡씩을 교환한다.
그리고 각자에게 맞게 리메이크한 곡으로 승부를 겨룬다.
이는 겉보기에는 공평해 보일지 몰라도, 내 기준으로 보기에는 우리에게 지극히 유리한 룰이었다.
왜냐.
“저희가 음악을 들을 때를 생각해 보세요. 곡이 좋아서 들을 때는 많아도, 보컬이 노래를 특별히 잘 불러서 들을 때는 생각보다 드물 거예요.”
음악이란 자고로 작곡에서 80%는 먹고 가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노래를 잘 부르는데도 저 밑에 묻혀 있는 사람들을 일렬로 세우면 서울 끝에서 끝까지 서겠지.’
그런 사람들이 왜 묻혀 있는가.
왜 재야의 인재들이 방송에 나왔다 하면 보란 듯이 실력을 드러내고 스타가 되는 것인가.
이에 대한 해답은 실로 간단했다.
그 준비된 실력을 한껏 살려 줄 작곡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결국, 대중은 가수의 실력 그 자체보다는 곡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훨씬 더 따지는 법이니까.’
요리와도 같다.
진미로 꼽히는 성게 알만 봐도 그렇지 않나.
잘 다듬어지지 않은 성게 알을 일반인이 접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십중팔구는 이럴 것이다.
[윽.]다듬어지지 않은 향에 질색하는 법이다.
강렬한 향이 비릿하고 씁쓸하면서도 고약하다.
초면에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은 드물겠지.
하지만 숙련된 요리사의 손을 거친 성게 알이라면 다르다.
[성게 알만 넣으면 다 고급 요리가 된다] [성게 알은 사기야] [어떤 요리든 성게 알이 들어가면 성게 알이 중심이 되네]천혜의 진미로 부상하는 법이었다.
나는 이들이 성게 알 중에서도 최소 중등품 이상은 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살리는 건 내 몫이었다.
“누나, 성게 알 좋아하시죠?”
“으음, 나는 비려서 별로. 내 돈 주고 먹기는 그런데.”
“그럼 저녁은 성게 알이나 먹으러 가요.”
“성게? 갑자기 왜.”
“잘하는 집에 가면 좀 다르거든요. 아무튼.”
나는 말을 돌리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라도 지면 뭐 어때요. 그것도 다 경험이지. 전공자들, 그것도 이 분야에서 제일 잘났다는 사람들한테 지는 건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잖아요. 당장 1년 전만 해도 설마 생각이나 했겠어요. 상대가 한예원인데.”
이건 확실히 해 둬야 한다.
팅은 근본이 국단대에 십수 년 동안 자근자근 밟혀온 동아리라는 걸.
내가 생각하기에 패배에 익숙하다는 건 좋은 일이었다.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기에 더 과감할 수 있다. 컨디션에 휘둘리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이겼을 때 더 기뻐할 수 있다.
“걱정하기보다는 연습을 더 하자고요.”
“너 잘났다.”
성민아가 칭찬을 보냈다.
“감사.”
그렇게 식구들과 다 함께 연습을 시작하려는 찰나였다.
부우웅.
핸드폰에 문자가 날아왔다.
채널 테슬라의 강도수 사장이었다.
그런데 그 내용이.
“…….”
좀 뜻밖이었다.
그걸 가만히 읽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물었다.
“왜 그래?”
“아.”
나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핸드폰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네온 엔터테인먼트가 조만간 정식으로 출범할 예정이래. 그리고.”
나는 한 차례 호흡을 쉰 뒤 말했다.
“이번에 큰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 달라고 하네. 우리 채널에서.”
* * *
“본격적으로 출범하기에 앞서, 업무 제휴로 간을 보려는 모양입니다.”
강도수 사장이 말했다.
“그냥 다짜고짜 합쳐도 큰 상관은 없겠지만, 그 전에 한 번쯤 뭐라도 해 두면 그림이 예쁠 테니까요. 일단 제 눈으로 보기에는 그렇습니다.”
“음, 다 좋은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왜 하필 저희 채널이래요.”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채널은 잘나가니까요.”
“그렇기는 하죠. 하지만 테슬라에는 더 잘나가는 사람이 많잖아요.”
이게 궁금한 점이었다.
왜 김한영 채널인가. 우리보다 구독자 수가 두 배 이상 되는 사람도 있지 않나 하는 것.
이에 강도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테슬라라는 자동차 회사 아시나요?”
“……어, 음. 알죠.”
그 이름이 갑자기 나올 줄은 몰랐기에 눈을 깜빡이려니 강도수가 말했다.
“사실, 거기가 매출로 따지면 자동차 회사 중 10위 안에도 못 들어간답니다.”
“그렇군요.”
유명한 이야기였다.
테슬라는 모두의 주목을 끄는 회사다.
그보다 몇 배는 큰 회사가 새로 내놓은 신차보다도, 테슬라에 들어가는 부품 하나가 더 이목을 끈다.
그럼에도 매출은 생각보다 지지부진해서 조롱을 살 때가 많았다.
“하지만 시가총액으로 보면 달라지죠.”
강도수는 핸드폰을 눌러 어느 화면을 띄우더니 말했다.
“보시다시피, 1위입니다.”
그 말대로였다.
테슬라가 쟁쟁한 기업을 전부 물리치고 압도적인 1위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
그것도 그냥 큰 게 아니다.
2위부터 5위까지 나머지 업체를 전부 더한 것보다도 클 정도.
“제가 퀴즈를 하나 내겠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요?”
강도수 사장이 싱글벙글 웃는 얼굴로 물어봤다.
하지만 퀴즈라도 보기에도 민망했다.
이건 처음부터 그 답이 정해져 있는 질문이었으니까.
나는 그가 이 질문을 통해 어떤 대답을 유도하려는 건지 감이 오는 걸 느끼며 말했다.
“시가총액은 지금의 기업 가치뿐만 아니라, 미래의 가치를 반영하니까요?”
“바로 그겁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테슬라는 당장은 작은 회사입니다. 제품 생산에도 차질이 많고, 이미 자리를 잡은 대형 회사들에 비할 바가 못 되지요. 하지만 미래의 가치는 그 반대입니다.”
“자세히 아시네요. 그리고 또 테슬라를 많이 좋아하시는 것 같고.”
“저도 거기에 묶여 있거든요.”
“흠.”
어쩐지 채널 테슬라에 테슬라라는 이름이 붙은 게, 우연만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희가 생각하는 한영 씨는 테슬라입니다. 그래서 추천한 겁니다. 당장은 더 잘나가는 채널이 있을 수도 있지만, 미래 가치는 모르는 거니까요. 성장세와 기대감을 따지면 저희 소속 중에서도 단연 최고입니다.”
예상했던 답이다.
그가 이를 환하게 드러내며 웃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있기가 어쩐지 거북해 시선을 돌리고는 말했다.
“그래서, 저희가 그 프로젝트를 한다는 건.”
“예, 숲 뮤직입니다.”
강도수 사장은 비로소 본론을 꺼내겠다는 듯, 넥타이를 매만지더니 말했다.
“현 숲 뮤직 소속 뮤지션과 프로젝트를 하나 진행해 줬으면 합니다. 가능하면 초가삼간을 다 태워 버릴 정도로 강렬하게.”
“강렬하게라…… 누군가요, 그 친구는?”
“간판 정도 됩니다.”
그가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했다.
간판이라고.
그 말을 듣자 머릿속으로 한 사람이 떠올랐다.
여느 하나 중견들로만 빼곡한 숲 뮤직, 그 무림의 간판이 될 만한 사람이 있었다.
강도수 사장은 찡긋 웃더니 말했다.
“유리, 만나 보셨죠?”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