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45
145화
중경대학교.
서울 내에 설치된 약 40여 개 대학 중 어중간하게 중간쯤에 위치하는 학교.
흔히 말하는 인서울.
그런데 이 학교에는 참으로 어색한 특징이 하나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바로.
[중경대? 어, 중경대 좋은 학교지.]어정쩡하다는 점이 있었다.
[중경대 좋지] [개인 노력 여하에 따라서 충분히 아웃풋을 낼 수 있는 학교] [열심히 공부해야 갈 수 있는 학교가 맞기는 하지. 근데 공부 열심히 했다고 자기 입으로 말하기에는 조금…….]입결부터 어중간하다.
캠퍼스의 위치도 어중간했다.
[주위에 적당히 대학로가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막상 그렇게 놀기 좋지도 않고.] [대부분 제대로 놀려면 버스 타고 다른 동네 가서 놀지.]학비도 어중간하다.
학교에서 밀어주는 과도 어중간하다.
[글로벌 커뮤니케이션과] [지식융합미디어학과] [관광정치학] [벤처소프트웨어학과]그나마 장점이라면 학생 수가 많아 동문도 그만큼 많다는 정도일까.
중경대는 정말 여러 가지 의미에서 어정쩡하기 짝이 없는 학교였다.
그래도 입시 비리 같은 문제는 없으니 차라리 낫다.
그리도 어정쩡했던 중경대가 최근 발칵 뒤집힐 만한 일이 발생했다.
[김한영이 중경대래.]김한영의 등장이었다.
[중경대? 김한영 다니는 학교?]김한영.
근래 들어 한국에서 가장 뜨겁게 불타오르는 미디어 신인.
그 이름 세 글자가 중경대를 치장하기 시작했다.
[팅? 그거 중경대에 있는 동아리잖아.] [거기가 전국 음악 동아리 중에 최고라더라] [나 방송 봤는데 팅에 들어가면 학교에서 시설 다 지원해 준대] [학회도 아니고 동아리에 뭘 그렇게 지원해 준다고 그러냐. 다 구라지.] [나 아는 오빠가 중경대 다니는데 진짜라던데?] [동아리 회관 근처 가면 김한영이 맨날 띵가띵가 기타 치고 있다더라.] [중경대 가면 김한영 공연 자주 볼 수 있나?]기이한 방향으로 인지도가 자라났다.
중경대 김한석.
방송에서만 자칭 수백 번을 넘게 반복한 결과물이었다.
그렇게 꾸준히 밀어붙인 덕일까.
중경대에도 점차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어차피 음대 갈 것도 아니고, 중경대 가도 괜찮을 것 같은데] [김한영이랑 선후배 먹을 수 있잖아] [학교 좋아 보이더라]평소 대비 지원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
일개 인터넷 방송인 한 명이 있다고 지원자가 늘어난다는 게 우스운 일이지만, 이는 전적으로 김한영의 방송이 그런 방송이기 때문이었다.
[너네 김한영 공부법이라고 아냐?] [그게 뭔데?] [김한영이 기타 연주할 때는 공부하고, 쉴 때 쉬는 거]공부할 때 틀어 놓기에 최적화되어 있었다.
[그냥 틀어 놓고 있으면 집중 잘 됨]물론, 전체 지원자 수를 따져 보자면 사소한 수준이다.
하지만 그렇게 늘어난 소수의 지원자 중에는 음악에 관심을 가진 학생이 꽤 섞인 게 사실이었고.
“……대박.”
올해의 중경대 신입생.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학과 1학년 한여름 또한 그런 인물이었다.
‘저게 사람 맞아?’
그는 황당하다는 눈길로 김한영에게 고정된 눈을 뗄 줄을 몰랐다.
김한영이 라이브를 잘한다는 건 알았다.
그의 방송이라면 끼니 챙기듯 모조리 챙겨 봤으니까.
잘하지.
김한영 잘하지.
하지만 그 실물을 영접하자, 그간 방송에서 봐 왔던 것들조차 소꿉장난으로 치부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들려요. 그대가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무엇에 그리 고통스러워하는지, 나는 들을 수 있어요. 내게만 말해 주세요. 입 닥치고 들을게요.”
김한영의 노랫소리가 저 멀리서 선명하게 들려왔다.
말도 안 되게 강렬한 딕션.
거리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데도 발음이 흡사 귓가에 정을 때려 박는 것만 같았다.
“아―― 아아―― 아―― 아아아―― 아――.”
하물며 긴 호흡에도 불구하고 미세한 흔들림조차 않는 안정적인 발성.
박자는 오선지 위에 올라탄 신선처럼 가지고 논다.
이 모든 걸 감싸 주는.
타다닥! 탕! 다란.
손에 뇌가 하나 더 달린 건지, 노래를 부르면서도 완벽하게 이어지는 기타 연주.
거기에 더 놀라운 건.
‘이 사람, 미쳤어. 대체 얼마나 표현력이 좋은 거야.’
어느 곡을 들어도 다른 사람이 아닐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다채로운 표현력이었다.
‘무슨 장르를 이렇게 넓게 소화해?’
사람 한 명과 기타 한 대뿐이다.
하지만 그 둘의 조합은 무한대였다.
얼음처럼 차갑다가도 전기처럼 짜릿하고, 벚꽃처럼 수줍다가도 낙엽처럼 삭막했다.
“…….”
사람이 저럴 수 있는가.
천의 얼굴을 가진 배우가 있다고 하나, 천의 음악을 가진 가수는 처음 보았다.
한여름은 멍하니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기를 한참.
자기도 모르게 부르르 떨었다.
‘중경대 오길 잘했다.’
그가 왜 중경대에 왔는가.
사실 입시 성적만 따지자면, 그는 더 높은 대학을 지원하더라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학비 감면과 김한영을 핑계로 한 구간 낮은 중경대에 왔다.
음악을 좋아하지만, 차마 음대를 준비할 용기는 들지 않았다.
남들과 같은 이유였다.
음악은 돈이 되지 않고, 미래도 불안정하다. 그렇기에 취미로 타협한 것.
하지만 아쉬웠다.
머릿속으로는 자기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면서도, 모래사장의 발자국처럼 남은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 모든 게 지금 한순간에 말끔하게 씻겨 나갔다.
쿵쾅쿵쾅.
가슴이 미친 듯이 뛴다. 이 자리에 위치한다는 사실 하나로 공기가 달콤하게 느껴졌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다.’
고작 무대 하나.
하지만 그 무대 하나가 한여름의 세상을 서서히 잠식했다.
“진짜 김한영은 미쳤다.”
“나 다른 가수들 공연도 많이 가 봤는데, 김한영이 훨씬 나은 것 같은데.”
주위에 밀집된 학생들이 중얼거리는 소리가 귓가로 들려온다.
누구 하나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다.
“내가 뭐랬어. 보러 오길 잘했지?”
“……들어 줄 만하네.”
“음원은 좋아도 라이브는 별로인 사람 진짜 많은데, 저건 진짜 와.”
“야외는 더 그렇잖아. 게다가 장비도 딱 보니까 별로 안 좋을 테고.”
음향 시설이 좋기 어려운 야외에서 저만한 라이브를 선보였다는 사실이 김한영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려 주었다.
물론, 김한영이 이번 공연에 동원한 장비의 가격대를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좋아.’
지금, 한여름은 결정했다.
‘내 앞으로 4년을 팅에 바쳐 보자.’
그렇게 생각한 찰나.
무대 위에서 반바지에 슬리퍼만 신은 남자 한 명이 올라오더니 외쳤다.
“좋아요와 구독 부탁드리고! 그리고 신입생들은 팅에 신청 좀! 제발! 신청! 좀 와라! 내가 잘해 줄게!”
“우우.”
“어, 나랑 결혼하자고?”
“…….”
저 사람도 실물이 깨방정 더 심하구나.
“윤서야, 쪽팔리니까 좀 내려올래?”
저 사람은 예상보다 더 침착하고.
* * *
신입생 환영회가 있고 이틀 뒤.
본격적으로 회원 모집을 시작했을 무렵.
“와, 지원자 수 돌았네. 무슨 대기업 공채도 아니고.”
정의선이 펜을 빙빙 돌리며 혀를 찼다.
“아니, 5분에 1명씩만 본다 쳐도 이 정도면 내일까지 걸리겠는데.”
“내일이 되면 더 많은 지원자가 등장하겠지…… 마치 분열하는 미토콘드리아처럼.”
고희범이 질린 표정으로 그의 말을 받았다.
그렇다.
지원자 수가 폭발해 버렸다.
팅에 지원자가 많은 건 좋은 일이지. 하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다.
‘뭐지?’
불과 이틀 사이에 신청자만 200명에 달했다.
일개 대학교 동아리 주제에 이게 말이 되나. 팅에 뭐 특별한 게 있다고.
아니다.
있다.
‘내가 원인이군.’
신입생 환영회에서 너무 열심히 한 탓인가 보다.
적당히 잘할걸.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고희범이 넋이 나간 사람처럼 중얼거렸다.
“……마감됐다고 적당히 컷하면 안 될까?”
“요령 피울 생각하지 마라. 인사도 네 일이니까.”
“아니, 회사 신입사원도 아니고 동아리 회원 뽑는 게 무슨 인사야.”
“그 인사 말고, 인사 열심히 하라고.”
“크아악!”
그가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 심정이 티끌만큼이나마 이해가 되기도 했다.
‘지원자가 많은 건 좋은데, 막상 실력 있는 사람은 드물단 말이지.’
지원자의 수준 문제였다.
엄청난 걸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기타 메이저 코드 정도는 문제없이 칠 수준이기를 바랐다.
이게 안 되는 사람이 지원자의 98% 이상이었다.
‘은솔이 누나가 이해가 가네.’
신입 회원들 실력 검증을 꼼꼼히 했었지.
“감사합니다!”
“네, 다음 지원자 들어오세요.”
계속해서 사람이 들어온다.
그럴 때마다 실망도 쌓였다.
활기찬 게 나쁘진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부를 받거든, 팅의 회원 수는 내일이라도 세자릿수에 달하리라.
하지만 그 안에 옥석을 가리기는 어려웠다.
“아까 그 사람 괜찮았지.”
“응, 일단 체크해 두자.”
OB 자격으로 참가한 조은솔이 해맑게 웃었다.
하지만 동아리에 들어오는 수준으로는 조금 부족하다.
그중에서 프로 수준을 넘볼 잠재력을 갖춘 인재가 있는가의 문제였다.
“레이레! 원츄뽀세메!”
안 되는 고음을 악을 쓰듯 지르고는, 혼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땀을 닦는 사람이 좀 많다.
“어, 코타로 오시오의 황혼…… 인데.”
악보를 까먹는 건 귀엽다.
“어? 여기 힙합은 안 해요?”
팅이 뭐 하는 동아리인지도 자세히 모르고 신청한 사람도 있었다.
이쯤 되자 슬슬 시간이 아까워질 지경.
‘그냥 의선이랑 희범이한테 맡길까.’
아니다.
이 둘은 자기들도 실력이 안 돼서, 참가자들의 실력도 구분 못 하리라.
이번에 뽑으면 몇 년은 갈 테니 수고하는 수밖에.
그런 마음가짐으로 마냥 버티던 참이었다.
“다음 지원자 들어오세요.”
끼익.
문이 열린 순간, 나는 돌처럼 우뚝 굳어 버렸다.
‘고등학생?’
* * *
덩치가 심히 왜소한 학생 한 명이 면접장 안으로 들어왔다.
“안녕…… 하세요?”
“신입생이죠?”
“네? 네!”
대학생이 맞나 보다.
하지만 그렇다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앳된 사람이었다.
물론 고등학생 티를 못 벗은 게 정상이겠지. 신입생이니까.
하지만 이 모든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한참 어리게 보이는 학생이었다.
그가 바싹 긴장한 얼굴로 구호를 외쳤다.
“71번 한여름입…… 흡! 니다!”
틀렸다.
시작부터 긴장이 과하다.
오늘 지원자 중에 삑사리를 내는 사람은 많이 봤지만, 설마 인사부터 삑사리를 낸 사람은 이 사람이 처음이군.
‘미숙한 건가.’
나는 이런 타입을 잘 알았다.
사람 앞에서 노래 부르는 게 불익숙한 사람들이 종종 있다.
차라리 실력이 부족하다면 모를까, 이런 타입은 그보다 골치가 아팠다.
천성 문제가 엮여 있기 때문.
새가슴은 연습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프로가 되어서도 긴장이 심해지면 관객들에게서 등을 돌리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있을 지경이지 않았나.
‘일단 노래는 들어 봐야겠지만.’
하지만 마음은 반쯤 접었다.
어서 다음 차례로 넘어갔으면 하는 와중에 고희범이 말했다.
“준비한 곡 이름 말씀 주시고, 바로 시작해 주세요.”
“아, 네!”
이름이 한여름이라고 했나.
지원자가 기타를 들더니, 여전히 긴장이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말했다.
“김한영의 슈퍼스타입니다. 시작…….”
“슈퍼스타?”
순간 나도 모르게 그 이름에 반사적으로 반응해 버렸다.
“그거 아직 음원 공개도 안 했는데.”
슈퍼스타.
일본에서 만들어 온 신곡이었다.
정식 발매를 앞두고 공요한(디마)과 함께 한창 다듬고 있는 과정.
눈앞의 신입생이 그걸 연주하겠다고 한 것이었다.
“김한석의 슈퍼스타 말씀하시는 거죠?”
“아니요. 김한영 버전이에요. 방송에서 연주하신 거.”
“혼자 분석하신 건가요?”
“네, 귀 카피로 부족하게나마…….”
그가 쥐구멍에 기어들어 가듯 중얼거렸다.
가뜩이나 덩치가 작은 사람이 저러니까 더 작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일말의 흥미가 돌아왔다.
‘적어도 귀 카피는 할 줄 아는 수준이다. 이거지.’
마냥 흔히 널린 곡을 외워 온 사람들과는 다르다.
적어도 곡을 관찰할 줄은 안다는 거니까.
하물며 귀 카피로 이 곡을 준비했다는 건, 적어도 하루 이틀 급하게 연습한 수준은 아니라는 거겠지.
평소부터 많이 쳐 왔던 사람일 터.
“흠흠, 그럼 시작할게요.”
그렇게 10초 뒤.
나는 내 선입견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
‘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있었다.
신입생 중에도 옥석이 있었다.
아직 다듬어야겠지만, 적당히 닦아내고 문지르면 충분히 영롱해질 수 있는 옥석이.
하지만 아직 자기 가치를 모른다.
‘아니, 옥석이라는 것도 모르고 있네.’
곡이 끝났다.
나는 자그맣게 솟아오르는 웃음을 억누르며 말했다.
“한예원 알아요?”
“아, 네! 그 천재들만 가는 학교!”
신입생, 아니, 한여름이 화들짝 놀라 척추 반사적으로 말한 찰나.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좋네요. 우리 다음 주에 거기랑 막고라 뜨러 갈 건데, 같이 가죠.”
“…….”
한여름의 입이 벌어졌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