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실력으로 누르겠다는 건가.’
이게 정답이리라.
그가 선곡한 곡은 [그날의 너는 아름다웠다].
장르는 발라드다.
그런데 발라드 음악의 특징이 무엇일까.
그건 바로, 가창력을 드러내기에 좋다는 것이었다.
‘반주의 비중을 줄이고 그만큼 가창자의 비중을 늘리기 좋지.’
더욱이 요즘 발라드 트랜드는 전적으로 가창력 자랑에 비중이 쏠렸다.
게다가 고음은 실력을 자랑하기에 좋지. 이 곡처럼 말이다.
일반인들 앞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내 코를 눌러 줄 생각으로 골랐겠지.
그동안 나는 방송에서 음역대가 높은 곡을 불렀던 적이 거의 없었으니까.
높아야 2옥타브 라 정도에서 끊었으니까.
‘그럭저럭 똑똑하네.’
아무런 준비 없이 온 건 아니군.
내가 어떤 타입인지 분석을 하긴 했나 보다.
‘저쪽에서 이 곡을 선곡했을 때부터 이렇게 나오리라는 건 짐작했지만.’
곧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노래를 시작했다.
“돌아본 네가 너무 빛이 나서 눈을 감아. 이 시간이 한 장의 필름 사진처럼 영원하길 간절하게 바라며 나는 네게 말해. 나와 내일도 함께해 줘요.”
[그날의 너는 아름다웠다] 특유의 서정적인 멜로디가 쏟아졌다.3옥타브 노트가 페트병에 키우는 콩나물처럼 쉴 새 없이 차 있다.
호흡이 걱정될 정도.
그럼에도 진상진의 얼굴에는 여유가 가득하다.
발성이 잘 잡혀 있다는 증거였다.
‘괜히 음향 전공이면서 보컬에도 자신 있다고 했던 게 아니네. 복수 전공으로 삼을 만해.’
내가 듣기에도 괜찮은데, 일반 대중의 시선에는 어떨까.
말할 필요가 없었다.
어느새 방송 중계 채팅방에는 그의 실력을 평가하는 말들로 가득 찼다.
[소름] [이게 요즘 실음과 수준이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한예원은 한예원이 맞구나] [얘들은 프로를 못 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라니까] [요즘 실력 없는 애들만 차트에 올라오는데, 얘들이 진짜로 떠야 하는데] [발성 뒤진다]홀렸군.
불과 몇 분짜리 곡에 반짝 홀려 버렸다.
곡 자체의 난이도가 가진 힘이었다.
부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로 실력을 인정받는다는 것.
‘이런 곡을 내가 불러야 한다니.’
좋지 못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부담스럽다.
몇 번이고 연습했지만, 그래도 자신감이 흔들린다.
나도 모르게 긴장감에 사로잡힌 사이 어느새 곡이 후반부에 다다랐다.
“우우우― 후우, 하아아. 아아.”
[그너아]의 하이라이트, 후반 가성 파트가 시작되었다.“아아, 아아아.”
칼에 베이는 것만 같은 가성이 미사일처럼 쏟아진다. 빈 허공에 궤적을 채워 넣듯 목소리가 선을 그었다.
누군가가 이 곡을 듣는다면 폭격.
고음 폭격이라고 부르리라.
하지만 이건 내가 생각하기에, 고음보다는 다른 데 원인이 있었다.
‘프로듀싱이다.’
가수보다는 프로듀서를 자칭하는 그답게, 곡을 철저하게 라이브 지향으로 만들어 놓았다.
곡 자체의 완성도를 중시하기보다는, 실력이 잘 드러나게.
이는 생각보다 큰 차이였다.
흔히 ‘경연용 편곡’이라고 불리는 그것이었다.
-위잉.
가벼운 마이크 부밍과 함께 곡이 끝났을 무렵, 관객들의 손에서 박수 소리가 빗발쳤다.
편곡부터 선곡, 실창까지 모두 수준 높은 무대였다.
“감사합니다. 진상이었습니다. 제 미튜브 채널도 많은 방문 바랍니다.”
그가 어느새 웃으며 무대에서 비켜섰다.
동시에 자기 학우들의 품으로 돌아간 그가 내게 야릇한 눈길을 보냈다. 입꼬리가 슬그머니 올라갔다.
나는 저 표정을 잘 알았다.
‘지금 날 도발하는 건가?’
도발이었다.
어디 한번 해 보라는 그것. 할 수 있으면 해 보라는 것.
혹은, 이렇게도 말할 수 있으리라.
-어디 한번 죽어 봐라.
그 속내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여 나는 나도 모르게 웃고야 말았다.
내 팬이라고 자처하지 않았나. 저런 눈빛은 과하지 않나.
어찌 보면 비웃는 것도 같은데.
하지만 내게는 그게 오히려 솔직하게 느껴졌다.
‘슬슬 나도 해 볼 때가 됐지.’
나는 마이크를 잡았다.
나 또한 그동안의 가식을 버릴 생각으로.
“들으셨죠?”
모처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한예원 실용과 천재답게 가창력이 어마어마하셨던 거. 저도 오늘 무대는 자신이 없네요.”
공연장에 이해하기 어려운 웃음이 번졌다.
“저거 또, 또 저런다.”
“자신이 없기는 무슨.”
“신났구만.”
하지만 사실이다. 자신 없다.
그래도 가끔 살다 보면, 도저히 자신이 없으면서도 물러설 수 없는 순간이 오기 마련이다.
잠시 뒤.
“…….”
모두의 눈이 알기 쉽게 휘둥그레졌다.
* * *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무렵, 모노가 내게 조언한 게 있었다.
[처음 이미지가 쭉 가요.]어떤 방송인이 되고 싶은지 이미지를 생각하라고.
그 말을 들을 당시, 내가 생각했던 건 하나였다.
‘동아리 친구 같은 느낌이 좋겠네.’
듣기 편안한 음악을 하자고. 조금 만만하게 보여 보자고.
당분간은 그렇게 가자고.
어차피 내가 한평생 해 왔던 게 그런 거니까, 이번에도 계속해 보자고.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나는 새로운 몸의 재능을 알게 되었다.
‘고음이 잘 올라가네.’
내가 새롭게 얻은 재능.
그건 바로.
[고무줄이군요.]음역대였다.
잼 실용음악학원의 장영민 원장이 내게 이렇게 말했다.
[고음이 올라가는 사람은 흔하지만, 듣기 좋게 올릴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학생은 아무래도 이쪽에 재능이 있으신 것 같습니다.]그의 말마따나 고음이 잘 올라갔다.
너무나도 잘 올라갔다.
하루를 멀리하고, 쭉쭉 올라갔다.
심지어 그게 듣기도 좋았다.
매끄러운 목소리 사이로 나무 톱밥처럼 서글서글한 음색이 실렸다.
[고음이 어울리려면, 성대를 가능한 한 가볍게 붙인 상태에서도 음색이 조금은 남아 있어야 합니다. 학생은 그게 있습니다. 고유의 색깔이 있어 어색하지가 않습니다.]하지만 음역대가 있다고 하여서 다루지 않았다.
‘어쩔 수 없지. 이미 잘하는 걸 내버려 두고 위험 부담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내가 프로이기 때문이었다.
엄밀히 말해서, 일반인 기준으로도 고음을 올리는 것만 보면 쉽디쉬운 일이다.
발성 레슨을 몇 달만 열심히 받으면 된다.
하지만 그게 과연 듣기 좋은 소리일까.
아니다.
낼 수는 있는 것과 낼 수 있는 것 사이에는 동네 개울과 수에즈 운하만큼의 간격이 존재한다.
‘고음이 나온다고 해서 다 고음 노래만 불렀다면, 한국 가요계는 3옥타브로 도배가 됐겠지.’
가수에게 중요한 건 음역대가 아니다.
더 어려운 소리가 아닌, 더 듣기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게 진짜 소명이니까.
나 또한, 이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았기에 나도 그렇게 했다.
듣기 편안한 음악으로 유명해졌던 나니까.
하지만.
고음이라는 게 점차 내게 손짓했다.
[드러내 봐] [생각보다 듣기 좋잖아] [할 수 있으면서 감추기만 하는 것도 버릇이야]달콤한 유혹이 몇 번이고 찾아왔다.
내 귀로 들었을 때 그럴듯했기에 더더욱 솔깃했다.
하지만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과연 이 소리가 내게만 듣기 좋은 게 아닌, 타인에게도 들을 만한 것인가.
그런 확신이 없었다.
가수에게 고음이라는 건 양날의 검이다.
드러내는 순간, 자기 자신을 해하게 될 수도 있다.
대중에게 자극의 역치를 끌어올리기 때문이었다.
한번 드러내면 숨길 수 없다.
한번 고음을 팔아먹은 가수는, 저음과 중음 중심의 가수로 돌아오기가 지극히 어려워진다.
고음의 딜레마였다.
그렇기에 몇 번을 고민했다.
하지만 그 끝에는 안정적인 노선으로 돌아오는 과정의 반복.
‘하지만 극복했다.’
일본 시부야, 자비에르 클럽에 있을 무렵 나는 비로소 알 수 있었다.
‘해 볼 만하다.’
내 고음이라는 게 나도 모르는 사이, 썩 쓸 만한 무기로 다듬어졌다는 사실을.
오늘의 자리는 그런 자리였다.
“돌아본 네가 너무 빛이 나서 눈을 감아. 이 시간이 한 장의 필름 사진처럼 영원하길 간절하게 바라며 나는 네게 말할래. 나와 내일도 함께해 줘요.”
고음.
정확하게 같은 고음에서, 더 높은 퀄리티로 깨부수는 자리.
순수하게 가창력으로 승부를 보는 자리.
그래, 한예원을 저울 삼아 실력을 제대로 인증하는 자리.
그게 오늘의 내 무대였다.
‘저쪽도 아마 비슷한 생각으로 나왔겠지만.’
반대다.
나야말로 이들을 제물로 삼을 생각이었다.
숲 뮤직과의 경쟁에 앞서, 본격적으로 프로의 단계를 인정받기 위한 제물.
그것이 눈앞의 남자였다.
“…….”
“…….”
슬쩍 바라본 관중석에서 관중들의 입이 작게 뜨여 있었다.
감탄과 경악이 조금 뒤섞인 그 표정.
공개 석상에서 처음으로 발표하는 3옥타브다.
“네 손목에 채워진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시간이, 그런 날 바라보는 네 눈빛이. 사진 속 해바라기처럼 웃는 네 얼굴이, 달력 속 너를 만날 날이 하염없이 사랑스러워서.”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디테일을 더해 준다. 서글서글한 스크래치가 감정을 자극한다.
가을 낙엽이 지듯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다가왔다.
내 입에서 나오는 소리가 나 스스로도 어색하다.
하지만 듣기 싫은 방향은 아닌가 보다.
그래, 적어도 아까 그 사람보다는 말이다.
‘볼륨을 키워도 돼서 좋네.’
디마가 평소보다 힘이 잔뜩 들어간 반주를 제공해 주었다.
약간의 억하심정마저 묻은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기왕 한다면, 이기는 게 맞아요.]저쪽, 본업이 프로듀서라고 했나.
이쪽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 둘 사이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우리 쪽 프로듀서는 내가 고른 프로듀서다.
“아아, 아아아아아.”
가성이 쏟아졌다.
밤하늘의 유성우를 연상하며 노래를 불렀다.
그렇게 곡을 마치고 흘긋 채팅창을 확인했을 무렵.
[또 속았어] [김한영한테 또 속냐]나도 모르게 자그맣게 웃었다.
[김한영: 7,152 표] [진상진: 3,991 표]* * *
대화는 그렇게 정리됐다.
최종 결과는 3승 1패. 김한영 팀이 3승을 차지했다.
[ㅋㅋㅋㅋㅋㅋㅋ] [와 이걸 이기네] [홈그라운드 버프 아님?] [그렇다고 보기에는 그냥 들었을 때 딱 티가 나던데] [김한영이 혼자 다 해 먹음] [ㄹㅇ 김한영 하나만 봐도 가치가 충분했다] [은솔이 눈나도 잘하던데?]방송 시청자들도 이번 경쟁의 결과를 어느 정도 납득하는 모양.
하지만 저쪽은 아닌 모양이었다.
‘분위기가 안 좋네.’
한예원 쪽 분위기가 조금부터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처음 공연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잔칫집에 놀러 온 손님처럼 시끌벅적했던 저들이, 지금은 축 처져서 아무런 말도 없었다.
특히 노량진인가 진상진인가 하는 사람이 그러했다.
그의 표정이 붉었다.
곶감처럼.
‘한 번 진 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인가.’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패배라는 건 살면서 몇 번이고 겪는 일이지 않나. 이런 일 한 번으로 충격을 받아서야, 정상적으로 살아가기 어려울 터.
‘뭐, 사람마다 가치관은 다르니.’
나는 그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아, 예.”
기껏 먼저 인사했더니 반응이 이게 뭔가.
그들의 얼굴에 내려앉은 그림자는 좀처럼 걷힐 줄을 몰랐다.
“오늘 승부에서는 저희가 이겼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승부에서 그럴 뿐이고 음악에는 우열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무대 감사합니다.”
그가 눈도 제대로 못 마주치더니, 말을 더듬으며 물었다.
“…… 네, 네.”
묘하게 답이 짧다.
그렇게까지 충격을 받았나.
할 말이 안 떠올라서 가만히 있는데 고희범이 끼어들더니 말했다.
“죄송합니다!”
“야, 뭐가.”
“얘가 좀 분위기를 못 읽거든요. 원래 저랬으니까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세요.”
“내가 뭘.”
“김한영, 조용히 좀 해. 왜 틈만 나면 남한테 시비야.”
시비는 무슨.
내가 뭘 했다고.
어처구니가 없어서 바라만 보고 있는데, 저쪽 학생들이 비로소 웃었다.
“푸흡.”
“방송이랑 똑같네요.”
분위기가 조금은 누그러진 눈치.
그러는 사이 진상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저기…….”
“말씀하세요.”
“그, 고음 잘 내시던데.”
“틈틈이, 시간 날 때마다 연습했거든요.”
“아, 예, 틈틈이…….”
“연습 많이 했어요. 제가 고음에 영 자신이 없어서.”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하는데, 진상진이 툭 뱉듯 물었다.
“……숨겼어요?”
“숨기다니요. 숨겼다기보다는.”
뜬금없는 질문에 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이 없어서 안 냈죠.”
“…….”
“별로 못 내는데 억지로 냈다가 남이 듣기에 별로면, 쪽팔리잖아요.”
“…….”
“눈치 보이고. 고음이라는 게 조금만 못 내도 확 티가 나잖아요. 노래라는 게 사실 실력을 과시하려고 하는 게 아닌데. 관객들 듣기 좋으라고 부르는 건데.”
“…….”
“애초에 음악이 남 이기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
“차라리 관심 있는 사람한테 잘 보이려고 그런다면 모를까.”
“…….”
말을 이어 나갈수록 그의 시선이 계속해서 내려갔다.
마치 땅끝 저 너머를 바라보듯, 얼굴이 홍당무, 아니, 7년 묵은 홍삼 절편처럼 벌겠다.
자존감이 낮은가 보다.
아니면 수줍음이 많거나.
어느 쪽이든 내게는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오늘 이대로 끝내면 아쉬울 것 같은데.”
나는 다시금 기타를 잡으며 말했다.
“제 신곡이 내일 발매하는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도 다 함께 듣고 가시겠습니다.”
이제 몸도 풀었겠다. 본선을 준비할 시간이 왔다.
숲 뮤직과의 진짜 승부 말이다.
* * *
며칠 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그의 신곡이 각 음원 사이트에 올라왔다.
[제목: 슈퍼스타] [별점: 4.47] [평론가: 김치열] [별점: ★★★★★] [좋았다.]-[평론가: 예성국] [별점: ★★★★☆] [이제 아티스트]
-[평론가: 박정식] [별점: ★★★☆☆] [느슨해진 한국 음악 씬에 긴장감을 줄 곡이 나타났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