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5
155화
최근에 한 영상이 미튜브 핫 토픽에 올라왔다.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vs 숲 뮤직]이제 말할 것도 없는 한국 인터넷 방송계의 초신성, 김한영이 업계 프로들에게 정면 승부를 걸었다는 내용.
그것도 그냥 프로가 아니다.
숲 뮤직이었다.
하물며 상대측은 전원 프로로 구성되어 있었다.
[김한영은 한다면 합니다.] [시청자님들을 심사위원들을 모십니다.] [여러분의 손으로 우승자를 선정해 보세요.]그간 김한영의 컨텐츠는 원래 규모가 컸지만, 이번에는 종래의 것과 비하기조차 민망할 정도.
참가자의 몸값이 오른 덕일까.
본격적으로 무대 퀄리티가 올랐다.
정확히 말하자면, 무대 자체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곳.
혜화역 레드스퀘어홀.
천 명 규모의 관람객이 들어가는 본격적인 공연장이었다.
[무언가 해 보겠습니다.] [이번 공연 한 번에 채널 운영비를 탈탈 털어 넣었습니다] [망하면 저도 망하고, 제 식구들도 망하고, 여러분도 망합니다]그런데 사실.
이 기획 자체는 처음 영상이 올라왔을 때만 해도 그리 놀랄 것도 없는 내용이었다.
[김한영 조회수 벌려고 애 쓰네] [ㅋㅋㅋㅋ 봐 달라고 부탁해 보라고~] [숲 뮤직한테 얼마 받음?]그의 체급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불고 있기 때문이었다.
숲 뮤직과의 콜라보라고는 하나, 그게 아예 놀랄 만한 일은 아니었던 것.
또한, 연예인이 방송계에 진출하려는 시도 또한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숲 뮤직도 많이 컸네. 김한영이랑 콜라보를 다 하고]그렇다.
대중들은 이번 방송을 숲 뮤직 측의 홍보 활동으로 본 것이었다.
한예원 때와는 또 달랐다.
애초에 승패가 상관없다.
[그래도 좀 무리수 두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 이건 이기면 이기는 거고, 져도 이기는 거다.] [김한영은 손해를 볼 게 없음] [이제 음악 시작한 지 1년밖에 안 된 애한테 지면 숲 뮤직은 간판 내려야지]댓글창에는 온통 숲 뮤직의 승리를 전제로 깔아 놓고, 그 위에 던지는 드립들로만 가득했다.
[숲 뮤직이 부럽다] [숲 뮤직 들어가기 vs 팅 입사하기]하지만.
그중 일부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진짜로 이기면?]김한영이 이끄는 [팅]이 정말로 숲 뮤직의 첨병들을 쓰러뜨리면 어쩌냐는 것이었다.
[김퀴들 또 튀어나왔죠?]키배가 시작되기에는 그 댓글 하나로 충분했다.
[ㅋㅋㅋㅋㅋㅋ 지난번 한예원 레전드 무대 못 봤음?] [아 그거 고음? 프로들은 안 내는 거지 ㅋㅋㅋ 못 내는 게 아니라 ㅋㅋㅋ] [ㅈㄹㄴㄴ] [그래서 숲 뮤직에 김한영보다 음원 성적 좋은 사람 얼마나 있음?] [솔직히 요즘 차트는 돈 주고 올리는 거지 ㅋㅋㅋ] [김한영이 돈으로 차트 올렸다는 말임? 증거 있어? PDF 떴습니다. 김한영 소속사에 보냄] [김한영 소속사 있었냐?] [테슬라잖아] [그럼 김한영 전기차 탈 수 있는 거냐] [전기차 솔직히 별로임. 충전 불편한 것도 불편한 건데, 내가 타 봐서 아는데 뒷자리에서 멀미 난다.] [ㅋㅋㅋㅋㅋㅋ 네 다음 급식 뚜벅이]* * *
숲 뮤직.
한국의 음악계를 대표하는 3강 1약 기획사 중 1약을 차지한 회사.
이 회사의 분위기는 김한영과의 콜라보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싱숭생숭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손 과장이 맡은 조가 그러했다.
팅과의 경쟁을 맡은 5명의 프로 뮤지션들, 그들이 오래간만에 사내 연습실에 모였다.
“유리 언제 와?”
“스케줄 끝나고 오는 길이래.”
“김한영 음악 잘하더라.”
“이번 신곡 들었는데 이건 좀 좋던데. 방송에 잘 안 나와서 그렇지, 마케팅만 좀 더 잘했으면 훨씬 떴겠는데?”
하지만 정작 연습은 안 하고 잡담이나 한창 떨기를 한참.
“아~ 그래도 이건 너무했다.”
한 여자 사람이 못 참겠다는 듯 입술을 삐쭉 내밀더니 중얼거렸다.
“우리가 그래도 프로인데. 이거 너무 굴욕전 되는 거 아니에요? 잔인하지 않나? 진짜 그냥 예능 무대 아닌가? 너무 준비할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준비를 왜 안 해. 수경이, 너 요즘 연습 안 해?”
“연습은 당연히 하죠. 이것도 다 무대인데. 근데 이건 좀 너무하잖아요.”
이쪽은 팅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않는 듯했다.
물론, 그녀의 말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여자 사람이 도톰한 입술을 재차 내밀며 말했다.
“김한영 당사자라면 모르겠는데, 저희는 그것도 아니잖아요.”
그렇다.
이들은 팅과 경쟁하되, 정작 김한영 본인과 경쟁하는 건 아닌 이들이었다.
나머지 멤버들을 상대하기로 한 사람들.
하지만 이들 또한 프로였다.
그것도 숲 뮤직과 계약해, 최소 앨범을 1장은 발매한 프로들.
며칠 전부터 불만을 계속 쏟아 낸 여자, 김수경 또한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들러리도 아니고.’
툭 튀는 입술이 인상적인 여자.
그녀는 이번 기획에 못마땅한 구석이 많았다.
“손 과장님도 너무하시지. 저를 너무 무시하신다니까요.”
그 말에 한 남자가 그녀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 채 손톱깎이를 연신 딱딱거리며 말했다.
“거만하게 굴지 마. 막상 그러다가 무대에서 지면 어쩌려고. 경연 프로그램에서 그런 일은 얼마든지 일어나는 거 몰라?”
“아니, 이제 오빠까지 절 무시하시네.”
“널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상대 쪽을 존중하는 거지.”
남자는 아예 손톱깎이로 발톱을 깎기 시작하며 말했다.
“잘 생각해 봐라. 네가 먼저 데뷔했다고는 해도, 그건 그냥 데뷔를 먼저 했을 뿐이지 저쪽보다 더 유명한 건 아니잖아.”
“……아니, 그건 그냥 이름만.”
“잘 생각해. 우리 같은 사람들한테는 인지도가 곧 끕 차이야.”
“후, 오빠한테 여자친구 없는 이유를 좀 알겠어요.”
“나도 너한테 친구 없는 이유를 알겠다.”
그 말에 김수경의 얼굴이 한층 더 불만으로 부풀었다.
반박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김한영의 인지도가 가파르게 오르기를 한참. 어지간한 프로 수준은 여유롭게 재친 것도 꽤 예전 일이다.
차트 10위 안쪽을 정복했으니 당연하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태반이 그것을 못 한 사람들이니.
하지만 이건 괜찮았다.
“차라리 김한영 본인 이야기라면 또 모르겠는데요.”
나머지 팅의 멤버들의 인지도마저도 그렇다는 게 문제일 뿐.
“수경아, 불만이 쓸데없이 많은데, 너 혹시 그쪽에 무슨 억하심정 있는 거 아니야?”
김수경의 연이어진 불만에 한 여성이 눈치를 줬다.
수수한 외모의 가벼운 카디건을 걸친 여인.
20대 후반에 데뷔해, 이곳에서 최연장자라고 할 수 있을 가수, 이화였다.
“언니! 언니는 제 편들어야죠.”
“왜, 나는 거기 애들 좋던데. 방송 재밌고 음악도 진지하게 하는 것 같고. 그리고 너도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제 캐릭터가 뭔데요.”
“혼자 꽁해 있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말을 해. 말 안 하면 몰라.”
반박하기 어렵다.
이화의 단호박 같은 말에 김수경이 불만이 가득한 듯 눈을 좁게 뜨기를 잠시.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거기 성민아라고 있잖아요.”
“있지, 그 예쁜 애. 노래도 잘 부르고.”
“아 좀.”
김수경은 얼굴을 한 번 찡그리더니 말했다.
“걔가 제 고등학교 동창이에요.”
“고등학교?”
“네, 저 예고 나왔잖아요. 그때 같은 실음과였어요.”
그렇다.
김수경은 성민아와 같은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으로서, 방송과는 상관없이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
그 말에 이화가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잘됐네. 아는 사람 있으면 잘 지내면 그만이지. 또 뭐가 불만이야?”
“그게 그렇지가 않다니까요. 성민아, 걔 나쁜 애예요.”
“나쁜 애? 왜.”
제각각 떨어져서 굴던 네 사람의 이목이 한순간 집중됐다.
김수경은 비로소 만족했다는 듯 말했다.
“자기 혼자 피페물 로맨스 소설 여주처럼 군다니까요. 불행한 척 다해요.”
그녀의 성민아가 몹시 마음에 안 든다는 눈치였다.
“뭐 어떻게 불행하길래?”
“자기만 음악 하느라 힘든 척 오지죠. 남들도 다 참고 악으로 깡으로 하는 건데. 안 그런 사람 어딨다고. 그러다가 접는 줄 알았는데 다시 하고 있잖아요.”
성민아라는 사람에 대한 평가였다.
음악을 좋아하고 잘하고 싶어 하되, 정작 프로 수준으로 하는 건 겁내는 성격.
끝의 끝에서 한 발을 뺀다.
김수경은 그런 그녀가 너무나도 마음에 안 들었다.
‘남들 다 바보 만드는 거잖아.’
음악으로 무언가를 해 보기 힘들다는 거 안다.
하지만 그걸 티 내는 건 좀 아니지 않나.
한 번 관뒀으면서.
나름대로 가져 볼 만한 반감이었다.
하지만.
“뭐래, 원래 음악은 연어들이 더 잘하거든요.”
이 자리에는 음악을 접었다가 돌아온 사람이 이미 한 명 더 있었다.
아까부터 손톱깎이를 가지고 놀던 남자.
박고든이었다.
그 또한 음악을 한 번 관두고 미국에서 프로그래머 생활을 하다가, 돌아온 전적이 있는 사람.
“스무 살은 인생의 파도에 휩쓸리는 나이야. 언제든 강물로 돌아올 수 있지.”
“뭐래.”
“네가 과민했다고. 더 공감해 줄까?”
“아, 진짜, 무슨 말 하나를 안 들어줘. 오빠는 누구랑 하기로 했죠.”
“나는 그 홍윤서였나 하는 애.”
박고든의 상대는 홍윤서로 정해졌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사람에게는 닮은 구석이 있었다.
음악을 너무 진지하게 대하기보다는, 살짝 건조하게 바라본다는 점.
그리고 또.
“맨날 반바지만 입는 애 있잖아.”
반바지와 슬리퍼에 미친 사람들이라는 게 그러했다.
김수경은 박고든을 위에서 아래로 훑어보기를 잠시, 못 볼 것을 봤다는 듯 인상을 격하게 찌푸리며 말했다.
“오빠도 반바지만 입잖아요.”
“걔는 안 꾸미는 거고, 나는 이 패션을 선택한 거고.”
그들만의 미학이 있는 건가.
이해받지 못할 미학이었다.
“아, 그래서 수경이가 그 애를 싫어하는 거였어? 나는 또 뭐라고.”
“적어도 언니는 제 편을 들어줘야죠.”
“말 들어주고 있잖아.”
그렇게 굴러가지 않는 바퀴가 억지로 굴러가는 와중이었다.
“제가 많이 늦었죠?”
비로소 주인공이 도착했다.
유리와 손 과장이었다.
두 사람의 등장에 숲 뮤직 멤버들의 분위기가 비로소 정돈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유리는 생긋생긋 웃는다.
나머지는 그렇지 않을 뿐.
손 과장은 이 분위기가 익숙하지 않은 듯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어떻게 하고 있나, 점검 한번 하자.”
* * *
모든 준비가 충분히 갖춰졌다.
‘연출은 완벽하고.’
예산 문제로 무대장치 그 자체보다는, 소품과 인력(人力)을 활용한 무대가 주류가 되었다.
하지만 흠잡을 수 없는 수준.
식구들의 실력도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물이 올랐다.
‘여름이가 생각보다 빠르게 늘었다.’
한예원 때는 시간 문제가 있었다지만, 그 이후로도 갈수록 가속도가 붙었다.
이번에는 또 모르겠지.
홍보 또한 마찬가지.
우리들의 홍보도 홍보지만, 숲 뮤직 측의 홍보가 꽤 거셌다.
현장 관람객 신청은 불과 10초 만에 신청이 끝나, 나머지는 추첨으로 돌렸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마친 오후.
나는 공연장에 가려 조은솔이 운전하는 차에 오르며 말했다.
“누나, 출발하죠.”
그런 나를 조은솔이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말했다.
“한영아, 슬슬 면허 좀 따면 안 될까?”
“제가 교통사고에 트라우마가 좀 있어서.”
“그래~ 그래. 어련하시겠어요.”
조은솔이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젓고는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진짠데.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