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작곡가.
다른 이에게 곡을 제공하는 직업.
가수가 앞에 서는 반면, 작곡가는 뒤에서 그림자처럼 존재할 때가 많다.
그런데.
이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가장 큰 보람을 느낄 때가 언제일까.
정답은 이것이다.
‘드디어 부르는구나.’
자기 곡을 받은 사람이 무대 위에 오른 그 첫 순간이다.
내게도 그러했다.
나 또한 싱어송라이터를 자처하는 사람이니,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홍윤서가 내 곡을 부르기 위해 입을 열었다.
“홍윤서가 부릅니다. SSS급 헌터.”
“풉.”
그 순간 무대에 작게 웃음이 터져나갔다.
웃음을 참지 못했던 건 나 또한 마찬가지. 하지만 그를 비웃기 위함은 아니었다.
말 그대로, 이 상황의 즐거움에 취한 탓이었다.
‘오래도 기다렸지.’
내가 얼핏 우습게도 보이는 저 곡을 만든 이유는 뭐라고 해야 할까.
작곡 작업을 할 때의 버릇 문제였다.
‘역시, 곡에 사람을 맞추는 것보다 사람한테 곡을 맞추는 게 더 낫다니까.’
사람에게 맞춰서 곡을 만들었다.
그 사람이 평소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생각을 하는가.
어떤 음악을 즐기고, 무엇을 좋아하는가.
이러한 요소를 전부 면밀히 검토해 오더메이드 곡을 만들어 내는 것.
홍윤서라는 사람 또한 그러했다.
“내가 될 수만 있다면, 내가 할 수만 있다면. 나는 SSS급 헌터가 되고 싶네. SS급도 아니고, S급도 아니고, A급은 더더욱 아닌, SSS급 헌터가 되고 싶네.”
웃음을 도저히 참을 수가 없는 저 노래.
몸이 배배 꼬이는 저 노래.
SSS급 헌터야말로 홍윤서라는 사람의 본질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웹소설을 좋아했지.’
그는 언제나 웹소설을 손에 붙잡고 사는 사람이었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도 많이 본다. 하지만 가장 많이 보는 걸 꼽으라면 웹소설.
그는 자타공인 웹소설광이기에, 동아리 식구들에게 소설을 읽으라며 포교할 때도 잦았다.
요컨대, 그는 웹소설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이었다.
“SSS급 헌터가 된다면 좋겠네. 회귀자도 빙의자도 아닌 SSS급 헌터! 나는 무기를 짊어지고 서울역 게이트로 향하리. 쿨시크한 남자, 그게 나니까. 모름지기 헌터라면 그래야 하니까.”
“푸흐흣.”
“크흐흐흐흐.”
계속해서 관객석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는 사람까지.
“흐윽, 흑.”
괴이한 소리에 옆을 돌아보니, 조은솔은 아예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꺼억꺼억 흐느끼고 있었다.
“풉, 푸흐흡, 뿌흐…… 흐흑. 윤서…… 저걸 어떡해. 프흐흐흐흑.”
숨이 넘어가려고 하네.
저러다가 죽겠다.
‘많이 웃기셨구나.’
그만큼 효과가 좋다는 뜻이었다.
또한, 홍윤서라는 사람과 잘 맞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웃긴다는 게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이는 홍윤서의 가장 큰 재능이기도 하였다.
‘깔끔한 딕션과 자신감. 그리고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음색. 윤서 형은 스토리텔링에 필요한 모든 걸 갖췄어.’
저것들이 없으면 같은 말을 해도 웃기게 들리지 않는다.
들릴 수가 없다.
오히려 식은땀만 흐르리라.
요컨대, 저 곡은 홍윤서이기에 살릴 수 있는 곡인 셈이었다.
게다가 그는 사람을 웃기는 사람에게 중요한 자질.
뻔뻔함 또한 갖췄다.
“인벤토리에서 EX급 아티팩트를 꺼내 단칼에 목을 싸악― 단칼에 재앙급 마수를 처리하는 멋진 내 모습. 세상 사람들이 나를 두고 말하네. 인류의 구원자.”
보아라.
부끄러운 가사에 모두가 몸을 배배 꼬이게 주제에, 정작 본인만 당당하다.
[홍윤서 제발 그만해ㅐㅐ애애애애ㅐㅐ애] [우리가 도대체 뭘 잘못했다고오ㅗㅗ오오ㅗㅗ] [먹을 약을 안 먹은 거야? 아니면 먹어서는 안 될 약을 먹은 거야?] [저 사람 원래 저래요?] [아니야(궁서체)] [지금 부로 윤서단은 홍윤서의 적이 됨을 선언하며, 윤서단에 대한 공격은 홍윤서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왜지? 왜 우리가 공격을 당하고 있지?] [윤발럼아아아아아아아아아!!]평소 우리 방송의 애청자였던 윤서단조차 차마 못 버티고 손절을 선언할 정도.
듣는 사람이 다 부끄러워지는 노래다.
하지만 홍윤서 본인은 달랐다.
“아! SSS급 헌터! 그 멋진 울림! 나 혼자 SSS급 헌터! 아티팩트로 강해진 SSS급 헌터! EX급 성좌를 거느린 SSS급 헌터! 4대 길드조차 무릎 꿇는 SSS급 헌터!”
저 부끄러운 가사를 입꼬리에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이 태연하게 뱉는다.
너무나도 진지하게.
마치 자기가 진심으로 이 세상을 구원할 SSS급 헌터가 됐다는 것처럼 불렀다.
지금, 이 순간 홍윤서는 진정한 프로였다.
대체할 사람이 없는 진정한 프로.
농담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그러했다.
‘정작 본인은 자기 실력을 의심하는 것 같지만.’
노래 실력으로 남을 감탄시키기는 어렵지 않다.
어지간한 실용음악과 전공생 수준만 되어도, 이 정도는 쉽사리 가능했다.
하지만 즐겁게 만드는 건 별개의 영역.
내가 생각하기에 가수라면 타인을 즐겁게 만들 수 있어야 했다.
홍윤서는 이것이 됐다.
그는 타인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자기 체면을 희생할 줄 알았다.
진심으로 부를 수 있기에 관객들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었다.
자세와 재능.
여기에 지난 1년간의 레슨을 통한 기본기까지 갖추었다.
‘노력했겠지.’
사람이 워낙 털털해 겉으로 티를 안 낼 뿐이지, 그 또한 남 못지않은 노력파다.
기초 연습은 단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
비가 오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그는 투덜거리면서도 늘 연습하는 자리에 함께 있었다.
홍윤서는 그런 사람이었다.
동기에게 뒤처지지 않으려, 후배에게 부끄럽지 않으려 노력하는 그런 사람.
부끄러울지언정 우습지는 않은 사람.
그게 홍윤서였다.
……라고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누군가 내가 누구냐 묻는다면 나는 아아, SSS급 헌터. SS급도 아니고, S급도 아니고, A급은 더더욱 아닌, SSS급 헌터. 천마도 무림맹주도 단칼에 해치우는 SSS급 헌터.”
저건 좀 부끄럽네.
내가 만든 곡이지만, 내 귀로 들어도 부끄럽긴 하다.
당분간은 좀 멀리 떨어져서 걷고 싶다.
‘내가 부르는 곡이 아니라 다행이다.’
결정했다.
만에 하나 커버송을 부르지 말아야지.
딱히 부르기 싫어서는 아니고, 저건 윤서 형의 오리지널 곡이니까.
존중하자.
응.
나는 그렇게 결심하며 계속해서 그의 무대를 주시했다.
죽어 가는 영웅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듯.
‘성불하십시오.’
그러는 사이 홍윤서의 무대가 끝났다.
“홍윤서였습니다.”
그렇게 말하는 홍윤서의 얼굴에는 묘하게 붉은 기운이 맴돌았다.
감기 걸렸나 보다.
이내 우레 같은 박수가 쏟아지기를 잠시. 나는 그대로 마이크를 쥐고 말했다.
“두 명의 참가자가 멋진 무대를 보여 주었습니다. 자, 지금부터 1,000명의 심사위원의 평가가 있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버튼을 누르는 소리가 공연장 전체에 퍼져나갔다.
탁! 탁! 탁!
그렇게 잠시 뒤.
투표 결과는 예상했던 대로였다.
[박고든: 311표] [홍윤서: 589표]대중은 필사적으로 즐거움을 준 남자를 선택했다.
물론, 어리둥절한 사람도 존재했다.
“……저게 웃긴가?”
성민아였다.
분위기를 못 읽네.
* * *
첫 라운드 2명의 승부가 끝났다.
그것도 아마추어가 프로를 꺾는 결과를 맞이하면서 말이다.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숲 뮤직 측 팀원들은 모두 충격에 사로잡혔다.
“아니, 이거 실화예요? 말이 돼? 오빠가 어떻게 저쪽 팬티쟁이한테 질 수가 있어.”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재차 분노를 표출하는 김수경의 모습에 고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수경아, 팬티가 아니라 반바지야.”
“이거나 그거나. 어찌 됐든 실력만 보면 고든 오빠가 훨씬 나았잖아요! 누구한테 물어보든 같은 말을 할걸요?”
객관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실력을 묻는다면, 멀리 볼 것 없이 고든의 우세가 맞았다.
하지만.
“실력만 보면…… 이라는 건.”
박고든이 허심탄회하게 중얼거렸다.
“실력을 제외한 부분에서 밀렸다는 거겠지.”
졌다.
변명의 여지가 없이 깔끔하게 패배.
그리고 그 원인은 다름 아닌 박고든 본인이 가장 잘 알았다.
‘저쪽은 필사적으로 즐기는 무대를 만들었다 이건가.’
마음가짐의 차이였다.
이쪽이 단순히 편안함과 여유를 추구할 때.
저쪽 학생은 필사적으로 즐거운 무대를 만들려 애썼다.
아마도 그게 관객들에게도 전달됐겠지.
단순히 발성이나 연주의 정교함을 따지자면 이쪽이 훨씬 더 위이리라.
‘관객들이 보는 건, 단순 기교 차이보다 더 멀리 있는 거란 거겠지.’
무대 자체의 재미.
이 무대에서 누구에게 더 깊게 몰입하였는가다.
가끔 관객들은 뮤지션 본인보다 더 직관적으로 무대를 느낄 때가 있었다.
그럴 때면, 기적이 일어나고는 했다.
지금처럼 말이다.
“고든 오빠도 잘했어.”
이화가 아쉬움을 삼키듯 말했다.
“하지만 저쪽은 잘했다기보다는, 그래, 재밌게 했지.”
“……재미라.”
“우리는 스포츠 선수가 아니라 쇼 엔터테이너잖아. 결국, 재미에서 밀렸다고밖에 말할 수 없어.”
홍윤서의 무대는 그러했다.
어딘가 엉성한 듯싶으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빨려 들어갔다.
게다가, 납득하긴 어렵지만 실력으로도 그리 뒤처지지 않았다.
이건 분명했다. 고든이 상대한 그 남자는 실력으로는 이미 프로라고 부르기에 모자란 구석이 없었다.
그저 방향성의 문제일 뿐.
“전 그래도 용납 못 해요.”
김수경은 분을 못 참고 자리에서 일어난 순간, 박고든이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말했다.
“야, 너 어디 가! 곧 이화 차롄데 응원 안 해 줘?”
“……잠깐만 바람 쐬고 올 거예요. 그리고 이화 언니 다음에는 제 차례예요.”
그녀가 활활 타오르는 눈으로 말했다.
“뭔가 보여 주고 올게요.”
* * *
같은 시각.
팅의 대기실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와, 운빨 오졌따리.”
홍윤서의 승리에 관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이겼냐? 뭐지? 내가 너무 잘나서 그런가? 드디어 이 세상이 이 몸의 가치를 알아본 건가? 아니면 김한영, 네가 돈으로 관객들 매수했지?”
어느새 콧대가 성층권을 뚫고 솟아오른 그가 망언을 일삼았다.
“제가 매수했더라면 형은 지게끔 했겠죠. 그게 더 자연스러우니까.”
“와, 진짜 말넘심.”
“홍가, 그래도 조금은 다시 봤다.”
“오, 조가의 여식, 땡큐 땡큐. 그럼 나 여소 좀.”
“……한 번 칭찬해 줬다고 기어오르지?”
예상치 못한 승리를 두고 왁자지껄 떠들기를 잠시.
끼릭.
나는 식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듯 의자를 다잡아 앉으며 말했다.
“아직 1승이에요. 확실하게 결판이 나려면 앞으로 2승이 더 필요해요. 그리고 실리적으로 따지자면 5판 전승을 해도 모자랄 테고.”
“이대로만 쭉 가면 할 만하겠는데?”
“아뇨.”
나는 홍윤서의 말에 고개를 젓고는 말했다.
“아마도 처음에는 방심했을 거예요.”
“방심?”
“질 일이 없으리라고 생각했겠죠. 음악 좀 깊게 팠다는 사람들은 아마추어를 깔보는 게 기본 스탠스니까.”
흔히 있는 일이었다.
또한, 내가 많이 겪어 본 일이기도 하였다.
‘저쪽이 진짜 실력을 내진 않았겠지.’
상대 쪽 참가자 진영을 분석하며 음원은 물론, 라이브 영상까지 볼 수 있는 건 전부 다 체크했다.
명백하게 힘이 빠진 한 판이었다.
‘아마 다음 판부터는 진심으로 나올 거야. 힘을 잔뜩 넣고.’
더욱이 이번에는 우리 쪽이 먼저 나가서 부를 차례 아닌가.
그렇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조은솔을 바라보며 물었다.
“은솔이 누나가 다음 차례죠?”
“응.”
“이름이 이화였나, 상대 쪽 사람도 만만해 보이지는 않던데, 괜찮겠어요?”
“뭘, 길고 짧은 건 대 봐야 알지.”
그녀가 긴장이라고는 없다는 듯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나도 열심히 했는걸. 게다가 네가 준 곡도 있잖아. 체면치레는 해야지.”
이 상황에서도 자기보다는 남을 더 배려하는 말이었다.
사실, 나도 그녀에 대한 걱정은 없다.
어떤 자리에서든 늘 일정한 컨디션을 보이는 그녀니까.
기복 없이 보여 줄 수 있는 최선의 결과물을 선보이리라.
‘누나가 저러는데, 내가 주접떨면 안 되지.’
나는 그녀에게 주먹을 내밀며 말했다.
“믿을게요.”
“맡겨 두십시오. 사장님.”
그녀가 내 주먹을 주먹으로 톡 쳤다.
나는 작게나마 안심을 느끼며 다음 문제로 신경을 기울였다.
‘문제는 은솔이 누나 다음이다.’
김수경이었다.
성민아의 상대인 그녀는 결코 만만한 가수가 아니었다.
흑인 특유의 소울이 담긴 알앤비를 다루는데, 그 깊이가 가히 본토 사람이라고 불러도 좋을 수준.
더욱이 알앤비는 순수하게 가창력으로 찍어 누르는 장르였다.
“민아가 은솔이 누나 다음이었지?”
“응.”
“그럼, 어디 보자.”
성민아의 단점은 하나다.
조은솔과는 반대로, 그날그날 감정에 따라 기복이 심하다는 것.
잘할 때는 정말 잘한다.
어지간한 음원보다도 더 낫다.
하지만 못할 때는 목각인형처럼 딱딱하지.
‘여기에서 조금이라도 승률을 끌어올릴 방법이 없을까.’
나는 마음속으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 뒤, 고개를 털어 전부 떨쳐 냈다.
‘역시, 그 방법밖에 없나.’
음악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런 게 있다. 순간적으로 짧게나마 실력을 펌핑할 방법이라고나 할까.
하지만 아무에게나 먹히는 방법은 아니다.
일부.
뮤지션으로서 어떠한 자질을 타고난 일부만 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
이게 성공할지 아닐지를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조은솔의 무대가 시작되고부터 그다음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남은 시간, 약 20분 사이에 이게 될까.
어렵겠지.
실패한다면 후폭풍이 좀 크리라.
그냥 큰 게 아니다.
초토화다. 폭우를 맞이한 해운대 앞바다처럼 상처가 남으리라.
하지만 성공한다면, 성민아가 김수경을 이길 가능성이 없지도 않았다.
‘밑져야 본전이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면 질 뿐이다.
다만, 이 방법을 쓰면 조금이나마 이길 가능성이 생긴다.
그렇기에 나는 성민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민아야, 내가 지금부터 너한테 어떤 말을 할 거야.”
“……화내지 말라는 거겠지?”
눈치도 빠르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내용 들어 보고.”
“후우.”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말고. 지금부터 내가 너한테 하는 말은 전부 진심이 아니야. 하지만 그냥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들어 줘.”
“……대체 무슨 말을 하려고 그러는데?”
얼핏 꺼림칙한 표정을 짓는 그녀를 향해.
나는 번개를 자르듯 말했다.
“너 음악 개 못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