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7
167화
“네온 측에서 절 만나려고 한다고요?”
“예, 그쪽 이사의 연락입니다.”
강도수 사장이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만큼 한영 씨의 영향력이 강해졌다는 말입니다. 네온 입장에서도 의식할 수밖에 없겠지요.”
말은 태연하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말하는 강도수 사장의 손이 작게 떨리고 있었다.
나보다 더 놀란 것 같다.
“테슬라에는 제가 아니더라도 잘나가는 사람이 많을 텐데.”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한영 씨만큼 단기간에 성장한 사람은 없습니다.”
“맞아요. 저희 편집팀에서도 한영 씨 때문에 매일 깜짝깜짝 놀라는 거 있죠. 하하, 업무량이 너무 늘어서 죽을 것 같아요.”
편집팀장이 앓는 시늉을 했다.
“커흠.”
강도수는 헛기침을 뱉으며 그에게 눈길을 주더니 말했다.
“해서, 어차피 나온 이야기겠다. 가능하면 함께 자리를 가지면 좋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음.”
“부담스러우시다면 거절하셔도 괜찮습니다. 저희 측에서 적당히 둘러대겠습니다.”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네온과의 미팅이라.
거절할 이유라고는 전혀 없다.
오히려 한국 굴지의 사람들과 만날 기회니까, 찾아가서라도 만나야겠지.
그럼에도 뭐라고 해야 할까.
‘뭔가 찜찜한데.’
느낌이 안 좋았다.
본능적으로 그냥 그랬다.
옛날부터 높은 사람을 만날 때면, 마냥 달갑기보다는 본능적으로 구린 냄새가 풍길 때가 있었다.
마침 오래간만에 이번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굳이 나를 만나려고 한다는 건, 나를 확고하게 자기네 사람으로 만들고 싶다는 거겠지.’
그렇지 않고서야 굳이 부를 이유가 없다.
인연이라는 게 그러했다.
사소하게나마 눈도장을 찍어 두면 어떻게든 영향이 생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조심해야 했다.
어중간하게 엮일 바에는, 차라리 처음부터 안 엮이는 게 나을 때가 잦았다.
그게 인연이니까.
‘어찌한다.’
그렇게 고민에 빠지길 한참.
나는 어느 순간 이게 영 쓸모없는 고민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건 내가 고민할 일이 아니지.’
나는 대신 고개를 틀어 옆에 있는 사람에게 물었다.
“야, 희범아.”
고희범이었다.
자칭 내 매니저니까 이쪽의 감에 맡겨 볼 생각으로 나는 물었다.
“어떻게 생각하냐.”
“뭐가?”
“그 네온 측 사람 만난다는 거 말이야.”
“흠.
고희범은 잠시 팔짱을 끼고 평소 잘 쓰지도 않는 머리를 굴리는 척하더니, 쓸데없이 당당한 목소리로 말했다.
“개꿀이지.”
그렇다고 하신다.
매니저가 힘들게 결정을 내렸으니 그 판단에 운을 맡겨 보는 수밖에.
나는 한차례 가벼워진 마음으로 말했다.
“만날게요, 그 네온 사람.”
“알겠습니다.”
강도수 사장이 어딘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혹시나 거절할까 긴장 많이 하셨나 보다.
* * *
임대경.
한국의 연예계를 대표하는 3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중 하나, YTG의 대표.
그는 최근 들어 기분이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아드님의 티저 반응이 좋습니다.”
가장 먼저, 임선우의 성공 덕이었다.
임대경의 수행원이 기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티저를 발표하자마자 검색어 순위 및 SNS 실시간 트렌드 최상위권에 올랐습니다. 대표님의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았으니 당연한 일입니다.”
그의 말대로다.
임선우는 임대경의 아들이니만큼, 정식으로 데뷔를 하기 전부터 유명세를 자랑했다.
어려서는 학교 무대 영상.
자라서는 국단대학교 축제 영상으로 그 특출난 기량을 알렸다.
본인이 튀는 걸 좋아하지 않아 감췄다고는 하나, 가린들 가려질 리가 없다.
임선우라는 사람이 얼마나 거대한 원석인지, 이미 알 사람은 다 알았다.
‘잠깐 딴 길을 샜지만, 끝내 바른길로 왔다.’
팅이라고 했던가.
그쪽 사람들과 어울리는 사이 아껴 두었던 이미지를 소비하기는 했다.
하지만 역으로 그게 호재로 작용했다.
데뷔하기도 전부터 팅을 통해 대중 사이에서 인지도가 천천히 올라갔다.
임선우가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마음속 그림자도 조금씩 걷히는 듯했다.
‘마음에는 안 들지만, 나름대로 호재가 되었다.’
슬슬 타이밍이 왔다 싶어 데뷔를 준비시켰고, 요즘 그 성과가 드러나고 있었다.
[임선우,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과시] [그 아비에 그 자식] [Long live the YTG] [팬카페 가입 인원 3만 명 돌파]압도적인 반응.
임선우가 어렸을 때부터 차곡차곡 깔아 두었던 타일이 지금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초일류 트레이너.
초일류 연출가.
초일류 프로듀서.
임선우에게 필요한 모든 재원을 붙였다.
마케팅에서도 할 수 있는 최선을 전부 쏟아부었다.
“어디까지나 제 예상입니다만, 이대로만 간다면 다음 주 데뷔와 동시에 4대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수행원이 즐거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4대 차트 1위.
어지간한 가수라면 평생 한 번조차 성공하기 요원한 일.
하지만 YTG의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면 얼마든지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 임선우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려서부터 독보적이었지.’
재능을 보았다.
아니, 재능이라는 말로 치장하기에는 모자란 아우라를 발견했다.
임선우라는 아이는 처음부터 그것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데려온 것이다.
그라면 이 시장의 정상에 오를 수 있으리라고 확신했기에.
임대경은 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스스로 되새기며 말했다.
“1위는 당연한 일이지. 중요한 건 1위를 얼마나 오래 유지하는가일세.”
“그렇죠. 그런데 그것이 저.”
수행원이 말을 머뭇거렸다.
그 순간,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임대경은 본능적으로 이유를 깨닫고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여전한가?”
“…… 예.”
수행원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김한영이 1주일 넘게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지금 상황에 큰 변동이 없다면 2주 연속이 될 것 같습니다.”
임대경의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이유.
김한영이라는 이름 탓이었다.
최근에 낸 신곡 [반추]가 너무나도 대박을 터뜨린 것.
심지어 아직 떠오르는 시기였다.
수행원은 자기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이 괴롭다는 듯 말했다.
“팬클럽의 화력으로 일시적으로 이룬 것도 아닌 것이, 고정 팬층이 너무 단단합니다.”
김한영에게는 따로 팬클럽이라고 할 것이 없었다.
대신, 100만이 넘는 구독자가 있었다.
“차트에 변동이 없습니다. 오히려 계속해서 흥행이 커지는 추세인 것이…… 저희도 의아합니다.”
소수 정예가 아니다. 다수 정예다.
[윤서단] 같은 정신병자 집단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김한영의 든든한 백이라고 볼 수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의 우상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온갖 커뮤니티로 퍼뜨리며 계속해서 화제를 재생산했다.
[김한영 방송 봤냐] [통산 기만 437 스택 적립.] [오늘도 역겨웠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우웨엑] [우리가 느끼는 고통을 저들에게도 느끼게 하라] [김한석도 저세상에서 역겨워할 듯] [여초 커뮤니티에서 김한영 이번 신곡 반응.jpg]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노래 듣고 방송 봤더니 짜증 난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재확산된다.
메아리가 울리듯, 계속해서 울린다.
그 울림이 경쟁 집단을 모두 압살할 만큼이나 거대했다.
커다란 마케팅 없이 1위를 차지한 만큼, 본격적인 마케팅이 따라붙자 말 그대로 신드롬으로 이어진 것이었다.
[김한영 현상] [지금 대학로에는 포크 음악 붐] [전국 음악 동아리 가입자 수 대폭 증가] [김한석 음원 찾아 삼만리] [플러그인은 지난주부터 인산인해]이 현상이 임대경의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래서는 안 된다.’
임선우와 김한영의 음악이 겹쳤다.
포크다.
김한영은 얼핏 다양한 장르를 시도하는 듯했으나, 그 근본에서는 확고한 포크를 느낄 수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현대의 포크와는 또 다르다.
구시대의 포크를 너무나도 현대적으로 풀어 냈다고 해야 할까.
한차례 죽었던 60년대의 고전 소울 음악이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통해 부활해, 이윽고 아델로 이어져 그 꽃을 만개했듯.
이미 수십 년 전에 수명을 다했을 모던 포크가 김한영의 손에서 부활하려고 했다.
‘기이하다. 너무나도 기이하다.’
후천적으로 습득한 것도 아니다.
그저, 가지고 있었다.
김한영은 옛 거리에 울려 퍼졌던 소리를 그대로 가져와서는 현대의 문법만을 더했다.
하물며 증명했다.
이 땅에서 아직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승부를 보는 음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음악을 시작했다고는 고작 1년 남짓밖에 안 됐다는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 있냐는 말이다.
이러한 발전이 가능한가.
임대경은 관자놀이에 두통이 이는 것만 같은 기분을 느끼며 말했다.
“조사한 건 알아봤나?”
“김한영의 과거 말씀이시군요.”
“그래.”
“깔끔했습니다.”
혹여 다른 기획사의 줄이 닿았을까 해서 온갖 연줄을 통해 조사해 보았다.
하지만 김한영에게는 그러한 것조차도 없었다.
평범하게 성장했는데, 딱 스물이 된 순간 귀신같이 두각을 드러냈다.
통탄할 노릇이다.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하필, 임선우가 활약해야 할 시기에 이럴 수가 있냐는 말이다.
“…… 알았네.”
임대경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한숨을 내쉬는 것뿐이었다.
‘본격적으로 음악 시장에 진출할 생각은 없다고 했던 것 같은데.’
아니다.
김한영은 방송에 집중한다고 했지, 음악을 버린다고 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오히려 이쪽이 더 효율적이었다.
방송에 집중한 만큼 활동 시기를 앞당길 수 있었고, 대중에게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었다.
“…….”
고민에 잠긴 방 안.
임대경은 힘없이 침묵을 지켰다.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수행원은 생각했다.
‘대표님의 이런 모습이라니.’
수십 년 전부터 그의 곁에서 진심으로 함께했던 그다.
언제나 자신만만했던 임대경 대표에게 이런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그만큼 김한영의 존재가 위협적이라는 거겠지.
고민하기를 한참.
수행원은 은밀히 결심했다.
‘지켜봐야겠다.’
김한영이 만에 하나 임선우의 앞길에 위협이 될 인물일지, 아주 조금만 더 지켜보기를.
* * *
종로 인근 5성급 호텔.
그곳에 입점한 딱 보기에 여기 음식 비싸다고 과시하는 듯한 레스토랑.
“반세기 전부터 역사를 이어 온 곳입니다.”
강도수 사장이 의기양양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나는 생각했다.
‘약속 장소가 여기였네.’
한창 옛날에 한참 왔던 기억이 있다.
왔다고 하기도 그렇지.
여기 처음으로 가게 열었을 때 홍보 행사를 내가 했으니까.
‘그립네. 호텔 창업자가 내 팬이었는데.’
생각에 잠겨 있으려니 고희범은 입이 떡 벌어진 모양이다.
현란한 샹들리에와 대리석 바닥, 연미복을 빼입은 웨이터가 우아한 발걸음으로 돌아다니는데, 거기에 홀린 모양이었다.
“한영아, 여기 음식 개맛있겠다.”
“그러게.”
“말에 진심이 안 느껴진다.”
그야, 옛날에는 별로 맛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앉아서 기다리기를 잠시.
곧 남자 한 명이 레스토랑 프라이빗룸 안으로 들어섰다.
그가 들어선 순간 강도수 사장이 자리에 일어서더니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앉으세요.”
딱 봐도 높은 사람이다.
얼핏 젊은 것 같으면서도 중년으로 넘어가는 기로에 선 남자, 권 이사였다.
그가 웃는 얼굴로 내게 먼저 인사했다.
“꼭 한번 뵙고 싶어 제가 사장님께 억지를 써 봤습니다. 권태선입니다. 반갑습니다.”
“안녕하세요. 김한영입니다.”
그렇게 가볍게 통성명을 나눈 순간.
권 이사가 입가에 가벼운 웃음기를 머금은 채 말했다.
“역시 가수라서 그런지 목소리부터 좋으시네요.”
그 말을 들은 순간 이 사람, 마음에 안 들기 시작했다.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다니.
나는 예로부터 이렇게 말이 가벼운 사람들이 싫었다.
“김한석 가수님도 목소리가 좋으셨다던데, 그분을 많이 닮으신 것 같습니다.”
취소.
마음에 든다.
“감사합니다. 이사님도 한 목소리 하시는 것 같습니다. 가수 하셔도 되겠네요.”
“하하, 저도 어렸을 때 가수가 되는 게 꿈이기는 했습니다. 김한석 씨 노래를 많이 들으며 기타를 쳤지요.”
어쩜 말을 해도 어떻게 이렇게 곱게 할까.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어쩌다 보니 다른 직업을 가지게 되었습니다만, 이렇게라도 업계에 힘을 보탤 수 있어서 기쁩니다. 참, 배고프실 텐데 주문 먼저 하겠습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다.
그렇게 식사 주문과 함께 대화를 나누기를 한참.
첫인상이 좋았던 만큼 권 이사와의 대화는 자연히 부드럽게 풀려 나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권 이사와 강도수 사장이 그러했다.
“한영 씨의 첫 무대를 봤을 때부터 생각했습니다. 한영 씨야말로 제가 생각한 그런 이상적인 가수라는 걸 말이지요. 방송이면 방송, 음악이면 음악, 기획이면 기획. 더 말해서 뭐 하겠습니까. 안 그런가요? 이사님.”
“예, 현대 미디어는 메타버스를 중심으로 다방면으로 활약하는 육각형 가수를 필요로 하는데, 한영 씨야말로 이에 정확히 부합하는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하하, 그렇습니다.”
“이렇게 자리를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바쁘신 와중에 제가 억지를 부린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고 보니 지난번 행사도 권 이사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망정이었지,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또한, 대화를 듣고 있자니 판도를 알 것도 같다.
비록 강도수 사장이 한 회사의 대표라고는 하나, 실질적인 힘은 권 이사가 조금 더 강한 모양.
‘비위를 맞추네.’
그렇게 대화를 나누기를 한참이었다.
어느 순간부터였을까.
어떠한 종류의 위화감을 감지했다.
한창 화기애애하게 이어지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는 그 느낌을 말이다.
권 이사의 나를 흘끔 바라보는 시선이 그러했다.
‘시작이군.’
비싼 분께서 평화롭게 담소나 떨자고 불렀을 리가 없지.
이제부터 본론을 꺼내려나 보다.
그것을 본능적으로 직감한 찰나, 권 이사가 기다렸다는 듯 양손을 깍지 끼며 말했다.
“한영 씨, 제가 하나만 묻겠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의미심장한 자신감이 느껴졌다.
“혹시 앞으로의 솔로 활동에 관심이 없으신지?”
“전 지금도 솔로로 활동 중인데요.”
“한영 씨 말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활동했던 것보다도 더.”
권 이사의 다음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직감했다.
“그보다 더 본격적으로, 네온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은 김한영 씨 개인으로서 말입니다.”
역시 이 사람, 마음에 안 든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