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김한영이 차트 1위를 달성하며 한국 음악 시장의 새로운 거물로 등극할 무렵.
분주한 시간이 흘러갔다.
여름이 되면 초목이 우거지고, 가을이 되면 배가 고프듯 모두가 각자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
[임선우 데뷔 싱글 발표와 동시에 4대 차트 1위 달성]임선우가 마침내 데뷔했다.
[왕자의 귀환] [왕위 계승, 성공적] [YTG의 가장 큰 비밀병기는 다름 아닌 YTG의 아들이었다]그의 데뷔곡은 놀랍게도 복고풍 사운드를 모토로 했다.
그런데 흔히 YTG라고 하면 세련되다 못해 힙한 음악을 한다는 인식이 있어서일까.
몇몇 전문가들은 임선우의 장르 선정에 걱정을 표하고는 했다.
하지만.
{떨어지네, 더 깊은 곳으로, 점점 더. 하염없이 몸을 휘저으며 부질없이 떨어지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전문가들의 우려는 모두 찰나의 거품에 불과하다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임선우는 그렇게 성공적인 데뷔를 거머쥐었다.
또한.
[김예담, 유럽의 수도 베를린에서 한국의 소리를 울리다]김예담은 학회 차 들린 독일에서 난데없이 현지 레코드의 눈에 띄더니, 좋은 무대에 설 기회를 얻었다.
[장서균 근 10년 만에 신보 발표 밝혀]거장, 장서균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앨범을 발표하겠노라고 발표하였다.
[장서균? 완전 옛날 가수 아님?] [현역임 ㅋㅋㅋㅋ] [전성기에 얼마나 잘나갔는데] [ㄹㅇ 한국 음악사 올타임 레전드자너] [근데 아무리 그래도 너무 옛날 사람 아닌가?] [티저 들어보니까 꽤 세련됐던데?] [폼은 죽을 수 있어도 클라스는 영원한 거 모름? ㅋㅋ]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 좁은 한국 음악계에 너무나도 많은 소식이 떨어졌다.
그중에는 모두를 경악하게 할 만한 소식 또한 있었다.
[단독) IT 공룡 네온, 숲 뮤직과 채널 테슬라를 인수 합병]네온이 두 기업을 흡수하여, 네온 엔터테인먼트라는 새로운 기업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내부에서 엄청난 조직 개편이 일어났는데, 잡음 또한 잇따랐다는 건 숨길 일도 아니었다.
그중 기억해 둘 만한 건 두 가지.
“손 과장님, 축하드려요. 오늘부터 파트장님이네요.”
가장 먼저, 손 과장이 사내에 새롭게 구성된 부서의 파트장으로 취임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고생한 보람이 있네요. 이제 사사건건 태클 걸릴 일도 없겠어요.”
유리의 축하 인사에 그가 머쓱하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째 승진했는데 승진한 기분이 안 든다. 그냥 명함만 새로 파 준 거 아닌가?”
“그럼 앞으로도 그냥 과장님이라고 불러도 되죠?”
“죽는다, 진짜.”
손 과장은 유리의 말에 입으로는 툴툴거리면서도 표정은 숨기지 못하는 눈치였다.
네온 측에서 신인 육성에 몰두한 그의 영향력을 높게 사, 독립적으로 활동할 권한을 안겨 준 것이었다.
하지만 좋은 일만 있을 수는 없는 법.
정작 손 과장의 가장 큰 무기라고 할 수 있을 아티스트, 유리가 휴가를 선언했다.
“야, 꼭 그래야만 하겠어?”
손 과장이 그답지 않게 아쉽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이 제일 중요한 시긴데.”
“과장님, 솔직히 전 할 만큼 했잖아요. 안 그래도 충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요즘 머리가 텅 비는 것 같아서.”
“알아, 그런데 이제 너 진짜 하고 싶은 대로 다 밀어줄 수 있단 말이야.”
“밀어줘요. 휴식할 수 있게끔.”
유리가 큭큭 웃더니 말했다.
곧 그녀의 마음을 돌리기는 어렵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낀 손 과장이 못내 아쉬움이 남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동안 많이 구르기는 했지?”
“네, 당분간은 남들처럼 쉬엄쉬엄 시간을 보내 보려고요. 남들처럼 실컷 게임도 하고, 살도 쪄 보고. 참, 그리고 연애도.”
“연애는 하지 말자.”
“농담이에요.”
“농담이길 바란다.”
“아 참, 김한영 방송에도 출연해 보려고요.”
“……너 설마 그쪽에 진짜로 관심.”
“저 연상 취향이거든요.”
손 과장의 불길한 목소리에 유리가 질색하듯 딱 끊더니 말했다.
“그냥 예전부터 한 번쯤 출연해 보고 싶었어요. 이제 당분간 프리니까 제 맘대로 하려고요.”
“누가 널 말리겠냐만. 쉬는 건 좋은데 가끔 연락은 하면서 쉬어라.”
“네, 네.”
그렇게 유리는 휴가에 들어갔다.
언론은 이를 두고 숲 뮤직이 테슬라와 합쳐지는 과정에서 내부 잡음이 일어났다며 불화설을 떠들기 바빴다.
그 외에도 수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시간을 보냈고.
마지막으로 김한영은.
‘……흠.’
조금 더 복잡한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가 빠진 고민.
그것은 바로.
‘나한테 레이블을 만들라니.’
명함이었다.
* * *
지난 사태가 있었던 뒤, 나는 참 많은 제안을 받았다.
하나하나 셀 수도 없다.
[드라마에 곡을 제공해 볼 생각 없습니까?] [스튜디오 PLT2입니다. 귀하의 곡 관련하여 문의…….] [일본 쪽에서 연락이 왔네요. 한번 자기네 예능에 출연해 줄 생각이 없냐면서.] [서울대도초등학교 3학년 2반 강준혁이라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울산예대입니다. 한영 씨에게 저희 학교 무대에 오를 기회를 제공하고자 연락을 드렸습니다.]참 많고도 많은 제안이 쏟아졌다.
자기네 방송에 나와 달라는 제안, 콜라보 한 번만 해 달라는 제안.
어떻게든 이름 세 글자만 빌려달라는 제안 등등.
온갖 매체에서 내 화제성을 보고 달려들었다.
그리고.
이에 나는 한 가지 방식으로 대응했다.
컨디션 난조로 못 나간다고 둘러대는 것이었다.
예로부터 가장 잘 먹히는 거절 방법이었다.
원래 이 업계라는 게 높으신 분들 콧대가 하늘 위 옥황상제까지 닿다 보니, 거절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억하심정을 품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래서 아프다고 둘러댔다.
몸이 아파서 못 부르겠다는데 어쩔 것인가. 아프다는 사람한테 계속 조르기라도 할 텐가.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제안을 거절할 수는 없었고.
귀가 솔깃한 제안도 하나 있기는 했다.
“팅이 레이블이 된다니. 믿기지 않네.”
조은솔이 단 술에 취한 사람처럼 헤실헤실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녀의 말대로다.
네온 엔터 내부에서 팅을 하나의 레이블로 묶자는 제안을 받았다.
[한영 씨, 지금의 김한영 방송, 나아가 팅은 하나의 브랜드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힙합 가수들도 조금만 뜨면 지인들을 모아다가 레이블을 설립하지요? 팅도 그런 개념으로 키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강도수 사장이 내게 한 말이었다.
“그냥 아는 사람들끼리 친목 모임인데, 레이블로 묶으나 안 묶으나 사실 똑같은 거 아닐까 싶은데.”
내심 그런 보여 주기식 모임을 꼭 해야만 하나 싶은 마음에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아니야!”
난데없이 홍윤서가 소리를 질렀다.
“깜짝이야. 형, 왜 그래요.”
“야, 넌 모임을 공식적으로 결성하고 안 결성하고의 차이가 얼마나 큰지 모르지?”
그가 목에 핏대까지 세우며 말했다.
“무협 소설을 봐라. 막 잘난 무림인들이 모이기만 하면 오룡이니 삼존이니 화산칠검이니 이름부터 붙이고 보는 이유가 뭐겠냐.”
“그냥요.”
“응, 아니야. 생각해 봐라. 그냥 잘난 놈들끼리 친하게 지내면, 그건 그냥 친하게 지내는 거야. 쌈박질 좀 잘한다는 거 외에는 술이나 마시는 한량들이랑 다를 바가 없지.”
“그렇죠?”
“하지만 거기에 공식적인 이름이 붙는다? 그럼 그건 선망의 대상이 된단 말이지!”
어째 너무 흥분했다 싶은데 그가 주먹을 불끈 쥐며 말을 이었다.
“어느 집단에 소속되어 있다는 거 하나로 무게가 실리는 거야. 소속만 되어 있어도 믿을 수 있고, 막 잘 나가는 것 같고, 부럽고. 그런 느낌 알아?”
“혼자 잘나면 그만이죠.”
“꼭 지 잘났다고 그러는 놈들 공통점이 하나 있지. 무림 공적이라고 불린다는 거.”
워낙 논리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하는 것 같아서 별로 공감은 안 된다.
하지만 홍윤서가 팅의 레이블화에 어떠한 환상을 품고 있는 건 확실해 보였다.
“누나 생각에는 어때요?”
“응, 한영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조은솔도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내심 바라는 것 같고.
‘민아는 원래 티를 안 내고.’
정의선이나 고희범도 은근히 신나 하는 티를 냈다.
‘레이블이라.’
팅이라는 이름은 원래 대학교 동아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하지만 점차 김한영의 모임으로 알려졌고, 끝낸 레이블로 재단장하여 도약할 단계에 이르렀다는 건가.
‘팅 이름으로 앨범을 낼 테고.’
레이블이라면 귀찮은 일도 따르겠다만, 필요하다면 내부적인 운영은 강도수 사장이 맡아 주겠다고 하였다.
그렇다면 팅은 그저 대외적으로 알릴 이름일 뿐.
‘일단 레이블을 만든다고 치면, 끌어들일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 같기는 한데.’
하지만 뮤지션들이 마냥 자유로운 몸은 아니다.
사전에 묶여 있는 계약 관계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나야 워낙 자유로운 몸이고, 우리 식구들도 딱히 어딘가에 묶인 신세는 아니다.
하지만 임선우나 장서균, 유리 등등 말 좀 섞어 본 사람들이라면 하나같이 복잡한 이해관계에 엮여 있지 않은가.
‘기왕 모임을 만든다면, 좀 크게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그렇게 곰곰이 고민하기를 한참.
어느 순간이었을까.
나는 깨달았다.
‘내가 생각보다 이 일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네.’
그렇다.
정말 귀찮은 일이었다면, 대충 흘렸으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나도 모르게 팅이라는 이름 아래 영입할 사람을 어떻게 모을 것이며, 어떻게 운영할 것이며 하는 세세한 것까지 고민하고 있지 않나.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였다.
나 또한, 팅에 애착을 품다 못해 더 큰 의미를 주고 싶어 했다는 것.
‘재밌었지.’
여기까지 생각이 닿자, 이내 내가 무엇을 바라고 있는지도 더 솔직하게 알 수 있었다.
팅은.
팅은 언제까지고 친목 모임이면 된다.
하지만 브랜드화를 시켜야 한다면 꼭 레이블이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 또한 있다.
‘아, 조금 낯간지러운데. 그래도 이걸로 해 보자.’
나는 머릿속에서 구름처럼 뭉게뭉게 떠오른 그 방법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팅을 가족으로 만들죠.”
가족이었다.
나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 보았다.
“레이블은 너무 거창하고 번거로워요. 그렇다고 동아리는 너무 가볍죠. 그러니까 가족으로 만들어요.”
“…….”
“가족은 서로 떨어져 있을 수 있어요. 엮여 있되 간섭하지 않을 수도 있고, 간섭할 수도 있죠. 하지만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한들 본능적으로 알아요. 하나로 묶여 있다는 걸요.”
내가 옛날부터 생각했던 가족이란 그런 것이었다.
거리와 상관없다. 시간도 상관없다. 서로 얼마나 아끼는지도 상관없다.
가족은 그저 가족이었다.
내가 옛날부터 바라봤던, 가지고 싶었던 가족이라는 게 그런 것이었다.
“팅을 하나의 가족으로 만들 거예요.”
이 정도면 충분히 와닿았겠지.
그렇게 내 안의 모든 생각을 남김없이 털어놓았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한영아.”
홍윤서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서 그거, 원래 팅이랑 뭐가 다른 거야?”
“…….”
응.
안 와닿았나 보다.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했다.
“좀 더 공식적으로 밝히는 거죠. 팅이라는 모임 안에서 끈끈하게 묶여 있다는 걸 모두가 알게끔요. 내부에서 협업도 자주 할 거고, 함께 행사도 할 거예요. 연말 공연 여는 것도 좋겠네요. 어쨌든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이것저것 할 겁니다.”
일단 하겠다고 했으니 대외적으로 보이는 행사를 늘리기는 해야겠지.
하지만 그게 법적으로 묶인 관계는 아닐 것이다.
“흠.”
홍윤서는 잠시 고민하는 듯 턱을 벅벅 긁더니 말했다.
“뭔가를 더 하기는 한다는 거네. 일단은 두고 봐야겠고, 오케이. 그런데 만화를 좀 많이 본 것 같았다.”
만화는 무슨.
누구한테 할 말이래.
그런데 고희범까지도 소름 끼친다는 듯 양팔을 감싸며 말했다.
“가족이래, 저런 닭살 돋는 말을 안색 하나 안 바뀌고 말하네. 소름.”
“아 너는 또 왜.”
“아니, 솔직히 그렇잖아. 무슨 이탈리아 마피아도 아니고.”
“응? 가족이 왜?”
조은솔은 어리둥절해 보이고. 정의선도 뜨악한 표정이었다.
내가 무슨 이상한 말을 했나.
반응이 왜 이래.
입으로만 대표지, 꼭 이럴 때면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나는 어딘가 꼬여도 단단히 꼬인 느낌에 머리를 벅벅 긁다가 말했다.
“그래서 할 거예요. 말 거예요.”
“흠.”
잠시 뒤.
조은솔이 웃는 표정으로 말했다.
“한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