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결과적으로 말해서, 팅의 별명은 한영팸이 되었다.
가족이라는 단어를 대중이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아무래도 어감이 생소하다는 이유였다.
[가족 같은 분위기를 지향한다는 발상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아무래도 대중 입맛에는 안 맞을 수 있지.]전적으로 고희범의 조언에 따랐다.
[어차피 미튜버들 보면 다 자기네가 무슨무슨팸이라고 밀잖아. 수원팸, 안산팸, 뭐시기팸. 우리는 한영팸으로 밀자.] [김한영을 팸] [아 형, 좀.]그렇게 결정된 게 한영팸.
왜 내 이름이 앞에 붙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공식 선상에서는 한영팸이라는 별칭을 밀기로 정했다.
‘공식 명칭은 팅이지만 별칭은 한영팸인가.’
결정을 내린 직후 내게는, 막중한 과제가 한 가지 주어졌다.
초창기 멤버로 가입할 멤버를 가능한 한 끌어모으는 것.
솔직히 말하자면 쉬우리라고 생각지는 않았다.
이름을 빌려줘야 하는데 가입한다고 해서 특별한 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니까.
하지만.
[난 원래 팅 회원이었는데.]임선우가 손을 보탰다.
근래 들어 편의점에 가는 것까지 YTG 측이 붙어 일거수일투족 관리하고 있다기에 혹시 했는데, 의외로 선뜻 답이 나온 것.
괜찮겠냐는 말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데뷔보다 이쪽 가입을 먼저 했는데 무슨 상관이야.]당당해서 좋다.
이내 장서균도 합류했다.
[재밌을 것 같습니다.]세균맨이라는 별명을 밀어 볼까 잠시 생각했다가, 액면가 문제로 시청자들에게 욕을 먹을 것 같아 포기했다.
[저도요? 아, 싫다는 건 아니고! 특별히 한영 씨 부탁이니까 들어 주는 거예요.]유리도 이상하게 틱틱거리며 합류.
[저 아무한테나 말 들어 주는 거 아니거든요. 나중에 밥 한번 사세요.]그녀는 근래 계약을 갱신할 시기라며 휴식을 즐기고 있다는데, 그동안 할 소일거리를 찾는 모양이었다.
그 외에도 참여하겠다는 멤버가 줄줄이 이어졌다.
[왓! 영광입니다! 꼭 들어가야죠! 한영 씨가 불러 주실 줄은 몰랐네요! 절 잊어버리신 게 아닐까 요즘 긴가민가했는데! 아! 저 앨범 낼 준비하고 있습니다!]일본에서 만났던 인연, 윤국도가 참여했다.
[이름을 올리는 정도라면.]함재원도 참가.
[진짜 가지가지한다. 야, 사람 모아 놓으면 잡음 생기는 거 몰라?]한윤태도 참가.
[저 몸값 은근 비싼데. 그래도 한영 씨가 재밌는 일을 한다는데, 거기에 제가 빠질 수는 없죠.] [요즘 왜 연락 안 했냐?]모노와 오지도 참가.
계속해서 한영팸 창립 멤버가 붙고 또 붙었다.
연락하는 내가 더 의아할 만큼 모두가 당연하다는 듯 회답하는데, 오히려 이제야 연락을 줬다는 게 섭섭하다는 듯했다.
‘내가 생각보다 인간관계를 잘 꾸렸나.’
그래도 거절을 한 번쯤은 당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공식적으로 한영팸을 모집하면서 연락을 돌린 멤버, 전원이 단박에 수락했다.
“아무도 거절을 안 하네.”
새삼스러운 기분에 중얼거린 찰나였다.
“야.”
고희범이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지금 네 몸값이 얼만데. 거기 편승할 수 있으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저쪽이 이름을 빌려주는 게 아니라, 네가 네 이름값을 빌려준 거야.”
“그런가.”
쓸데없이 나무라는 고희범의 말에 턱을 긁적이려니, 그가 말을 덧붙였다.
“알겠지? 이제 네가 잘나간다는 걸 인정해라.”
“글쎄다.”
이게 잘나가는 건가.
아무래도 공감하기는 어려운 말이었다.
‘이제 기껏 해 봐야 차트 1위를 한번 찍은 참인데.’
내가 목표로 하는 지점과는 거리가 멀뿐더러, 옛날에 이뤄두었던 것과 비교해서도 조족지혈이다.
“아직은 하꼬라서.”
그런 마음으로 말한 순간이었다.
“……한영아.”
고희범이 정색하더니 말했다.
“컨셉질은 방송에서만 하자.”
“무슨 컨셉질?”
“네가 지금 하는 거.”
반박하려다가, 카메라 앞이라서 참았다.
* * *
며칠 뒤.
[새로운 가족, 한영팸을 소개합니다.]김한영의 친목 모임, 한영팸 소개 영상이 공식적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었다.
아직은 누가 참여했는지 명단을 밝히는 정도.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없었다.
종래 다른 미튜버들이 그러했듯, 자기 친한 사람들을 한 자리에 묶어 놓은 수준에 불과한 집단.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평범하지 않았다.
[돌았] [김한영 무친넘…… 무친넘……]왜냐.
[기획사 하나 차려도 되겠네]그 개개인의 몸값이 남달랐기 때문이었다.
일개 미튜버 팸에 차트 1위를 기록한 아티스트만 다섯이 소속되어 있었다.
[진짜 제정신인가?] [아니 ㅋㅋㅋ 이걸 이렇게 모인다고?] [선우가 여기서 왜 나와?] [유리 휴식 기간 선언한 게 팅 활동하려고 그런 거였어?] [장서균이랑 함재원도 있네 ㄷㄷㄷㄷㄷ 기만영 인맥 수준 보소] [이게 데뷔 1년차 인맥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서균은 저기 왜 있음?] [김한영 스승이잖아] [ㄹㅇ?] [몰랐음? 김한영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수상자 출신인 거]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범상치 않다.
지금까지 시장에 이런 수준의 친목 모임이 존재했던가.
하물며 단순히 이름값만 좋은 게 아니라, 구성까지 충실했다.
[프로듀서에 클럽 사장까지 있네] [ㄹㅇ 본격적이자너]디마와 한윤태였다.
뮤지션에 전문 방송인, 프로듀서와 공연장 업주까지.
한영팸의 구성은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웃어넘길 수준이 아니었다.
어지간한 레이블, 아니, 기획사에 달하는 수준의 인재풀에 누군가는 조심스럽게 추측하기도 했다.
[이거 나중에 기획사로 확장하려는 떡밥 아님?]본격적으로 키울 생각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다.
외려 그런 제안을 받았다가 거절해서 이 형태가 된 거지.
진실과는 한참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대중에게 그런 사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ㄹㅇ 진짜 진짜 레이블 만들 것 같은데]상상은 자유니까.
[힙합 크루들도 다 친목 모임이라면서 회사 차리잖아 ㅋㅋㅋ 티셔츠도 팔고] [김한영 티셔츠 팖?]이 시장에는 친목 모임으로 시작해서, 사업으로 발전한 선례가 너무나도 많았다.
한영팸의 목적을 의심하는 시선 또한 지극히 타당했다.
[나 듣기로는 엄청 공격적으로 확장 준비했다더라] [아는 형도 제안받았다고 함] [외국 진출할 준비도 마쳤다는데? 저기 윤국도라는 사람 보셈. 저 사람이 일본에서 데려온 멤버임] [와 ㄷㄷㄷㄷㄷ 다국적이네 ㄷㄷㄷㄷ]화제가 된다.
김한영이라는 이름 아래 사람을 모은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고, 화제는 곧 기대감으로 자라났다.
이들이 무엇을 할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상상이 폭주한다.
[다 같이 컴필레이션 앨범도 한 장 내는 거 아님?] [연말에 협동 공연 같은 것도 할 듯 ㅋㅋ] [아 ㅋㅋㅋㅋㅋㅋ 네온 엔터 코노야로들 이런 걸 숨기고 있었냐고 ㅋㅋㅋㅋㅋ]압도적인 기대감.
이것이야말로 정확하게 네온 엔터가 김한영에게 기대했던 역할이기도 하였다.
어떤 방식이 되었든, 기대감을 자아내는 게 그들의 목적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영팸은 시작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 * *
“흠.”
신기하다.
신기하다 못해 당혹감마저 들었다.
최근 인터넷을 보면 볼수록 적응이 안 되었다.
‘반응이 이렇게까지 바로 오네.’
한영팸 발표 영상의 조회 수가 문제였다.
[제목: 새로운 가족, 한영팸을 소개합니다.] [조회 수: 3,119,953]그냥 모임 하나 만들었을 뿐이다.
평소와 달라진 것이라고는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설마 이렇게까지 대중이 열광할 줄이야. 하물며 이쯤 되자 굳이 대외적으로 홍보할 것도 없었다.
[제목: 김한영이 최근에 벌인 일들의 이유는?] [조회 수: 120,554]-[제목: 한영팸의 충격적인 진실] [조회 수: 48,815]
-[제목: 네온 엔터와 김한영 사이 숨겨진 거래에 대해 파헤친다] [조회 수: 651,377]
내가 뭘 하려 하는가를 두고 추측 영상이 몇 개든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딸깍.
나는 홀린 듯 그중 하나를 클릭해 보았다.
[김한영의 결단에 YTG가 무릎을 꿇고 네온이 비명을 지른 이유]. [조회 수: 174,965]다소 자극적인 제목의 영상.
이내 영상이 시작되며 이내 내 얼굴 사진과 함께 웅장한 BGM이 깔렸다.
그리고 점잖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실은 단 하나다. 김한영의 정체는 한국의 미디어 재벌들이 손을 잡고 프로젝트로 기른 인재다.]딸깍.
시작부터 나온 헛소리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꺼 버렸다.
‘미디어 재벌들이 손을 잡아? 뭘.’
음모론에 너무 심취한 거 아닌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근거도 없지. 사실상 결론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는 수준일 터.
하지만 댓글 창에는 저 말을 믿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어쩐지 ㅎㄷㄷㄷㄷㄷㄷㄷ] [이거 보니까 다 설명이 됨 ㄷㄷ] [ㅋㅋㅋㅋ 그럼 진짜로 김한영이 남들처럼 평범하게 뜬 줄 알았음? 다 뒤에서 작전을 짜 뒀던 거지] [오늘도,, 잘 보고,, 갑니다]머리가 아프다.
세상에 이렇게 코난들이 많다니.
정작 당사자인 내가 아무런 말도 안 했음에도, 내가 하지 않은 말들이 오피셜처럼 떠돌았다.
‘화제를 제시하면, 재생산은 알아서 하는 건가.’
두렵다.
멀티미디어 사회.
정말 아무런 생각도 없이 한 일이었는데, 그게 이렇게까지 확대해석이 되다니.
소비자 개개인이 미디어 생산자가 되는 사회라서 그런 걸까.
정보가 생산되는 속도도, 퍼지는 속도도 옛날과는 차원이 달랐다.
‘옛날과는 시장이 많이 달라졌다. 더 넓게 보고 행동해야겠어.’
이제부터는 내 행동 하나하나의 파급력이 내 통제를 벗어날 수 있을 터.
새삼 주의를 되새기고 있는 와중이었다.
“어, 너 저런 거 보고 있냐.”
어느새 작업실로 들어온 고희범이 어슬렁거리며 말했다.
“누가 보면 네가 랩틸리언이라도 되는 줄 알겠다.”
“랩틸리언?”
“파충류 인간인데, 세계를 뒤에서 비밀리에 조종하고 있어. 세계 2차 대전도 걔들이 저지른 거야. 미국도 최근 들어서 그 존재를 인정했지.”
그 말을 들은 순간 나는 생각했다.
‘세상에 그런 조직이 있었다니.’
랩틸리언이라.
불과 몇십 년 사이에 그런 것까지 알려진 건가.
교과서에서는 본 기억이 없는데.
이 세상은 정말 모를 일들이 너무나도 많구나.
충격적인 진실에 나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고 심각해진 순간이었다.
“야, 야, 김한영.”
오히려 고희범이 당황해서는 말했다.
“진짜로 믿냐?”
“음?”
“……와, 그걸 진짜로 믿어? 넌 사기 안 당하게 조심해야겠다.”
거짓말이었구나.
세상에 믿을 사람이라고는 하나도 없네.
“속는 사람이 나쁜 게 아니라, 속인 사람이 나쁜 거지.”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됐고, 슬슬 준비 다 됐지?”
“아, 잠시만.”
고희범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지금 이 앞에서 지금 다 대기하고 있다는데. 들어오라고 할까?”
“응.”
“쉬고 있어. 부를게.”
오늘은 할 일이 있다.
한영팸의 창설을 선포한 이래, 처음으로 공개할 컨텐츠를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어떤 컨텐츠를 만들지는 몇 달 전부터 구상을 마쳐 두었다.
‘오래도 걸렸네.’
다만, 참가자를 고르는 데까지 공을 들이다 보니 시기가 미뤄졌을 뿐.
“들어오세요.”
곧 얼굴에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어느 여자 한 명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단발머리 여성.
그녀는 긴장이 가시지 않는다는 듯 깊게 숨을 내쉬더니 또박또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참가 번호 1번, 이석영입니다.”
우리의 다음 컨텐츠.
그건 바로.
‘심사위원 역할도 꽤 재밌지.’
오디션이었다.
그것도 우리가 참가하는 게 아니라, 저쪽에서 지원하는 오디션.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