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세상에는 무엇이든 무릇 안전빵이라는 게 존재했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소고기.
잘 도축한 소고기란 어지간하면 실패하기가 어려운 재료였다.
달군 프라이팬에 적당히 구워 소금 후추 정도만 곁들여도 맛있다. 여기에 올리브유 정도 발라 주면 금상첨화.
어지간히 문제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최소한은 깔고 가는 재료가 소고기였다.
방송계에도 이와 같은 컨텐츠가 존재했다.
[오디션]오디션이었다.
재능 넘치는 사람들이 성공을 꿈꾸며 저마다의 노래를 부른다는 상황 자체가 한 편의 드라마로 승화한다.
하물며 시청자들은 저들을 응원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그들의 팬이 되기 마련.
시청률이 잘 나올뿐더러, 화제성도 강렬하다.
방송이 끝난 이후 상업적으로 파생 상품을 내놓기도 좋다.
요컨대, 현대 방송에서 오디션이란 사실상 흥행을 보장한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포맷이었다.
‘하지만 이 포맷을 아무나 쓸 수 있는 건 아니지.’
이 포맷이 무조건 먹힌다는 걸 알면서도 그간 미뤘던 이유가 있었다.
“I’m just a lady~. He was just a kid.”
나는 오디션 참가자의 노래를 귀로 들으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어중간한 사람은 많아도 정말 잘하는 사람은 극소수네.’
오디션이 성공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게 있었다.
참가자.
그것도 재능이 흘러넘치는 참가자들.
오디션 방송이란 자고로 참가자들의 재능이 곧 방송의 승패로 이어지기 마련이었다.
“예,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앞서 노래를 부르던 참가자가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방을 빠져나갔다.
동시에 슬쩍 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식구들의 표정이 볼 만했다.
“……여름아, 어땠어?”
“으음.”
“사실대로 말해 봐.”
“그게, 조금. 음원은 진짜 괜찮았는데요.”
고희범의 질문에 한여름이 아쉽다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상하게 라이브로 들으니까 그 느낌이 아니네요. 그냥 플라스틱 같은 게.”
그렇다.
이게 문제였다.
시청자의 마음을 홀릴 만큼 실력 있는 참가자라는 게 절대 흔치 않다는 것.
그렇기에 우리 방송에 필요한 게 인지도였다.
진정으로 실력 있는 사람들조차, 이름에 혹해서 지원하게 만들 만큼의 인지도가.
‘그게 이제 갖춰졌지.’
이제 우리 방송도 어느 단계에 올라섰다.
차트 1위를 달성한 100만 미튜버.
그게 지금의 나라는 사람의 브랜드니까.
[싱어송라이터 김한영 배 오디션, 한영 아카데미에 도전해 보세요.우승자 및 선발된 사람에게는 김한영이 직접 작곡한 곡을 제공합니다.]
내 이름 세 글자에 재능 있는 참가자들이 충분히 몰릴 만큼, 브랜드가 쌓이기를 기다렸다.
이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하나.’
미끼마저 충실했다.
[또한, 본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우승자에게는 네온 엔터를 통해 정식으로 음원 제작의 기회가 주어집니다.]계약.
단순 상금이 아닌 그 이상으로 구미가 당길 상품, 그걸 바로 네온 엔터를 통해 충당했다.
기획 단계에서 네온 엔터는 이번 컨텐츠의 우승자와 계약하겠다며 우리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였다.
방송 진행에 필요한 투자금도 선뜻 부담하겠노라고 제시하기까지.
이렇게 해서 모든 준비를 갖추었다.
한영 아카데미.
[참가 제한 – 없음] [4분 미만의 노래 영상 및 음원을 제출하면 심사 후 개별 안내를 드립니다]콘텐츠를 진행하는 데 필요한 인원이 채워지기까지는, 보름이 채 걸리지 않았다.
[개인 미튜버가 이렇게까지 한다고?] [아무리 봐도 기만영은 뭐가 있는 게 맞다] [예전에 BJ 융융도 말했잖음 ㅋㅋ 김한영은 네온에서 작정하고 기른 거라고] [하긴 그게 아니면 이렇게 공격적으로 나올 수가 없지] [기획사는 김한영의 성장을 두려워합니까?] [한영아 나 무서워……]유례없는 오디션 컨텐츠에 시청자들의 반응은 따로 살필 것도 없었다.
[제목: 한영 아카데미 1차 오디션] [현재 실시간 방송 중] [시청자 수: 23,953]그렇게 물밑 과정을 거쳐 지금의 방송에 다다랐다.
설명이 길어졌지만, 이게 지난 몇 주, 아니. 1년도 전부터 준비한 일이었다.
모노의 방송에 참여했을 때부터 말이다.
참, 여기에 하나 더.
[그리고 또 별로 의미는 없겠지만, 참가자에 한해 한영팸에 입단할 기회도 제공합니다.]고희범이 억지로 집어넣은 특별 조항까지.
‘저게 과연 보상다운 보상이 될지는 모르겠다만.’
어찌 되었든 시청자들은 기뻐하다 못해 불타올랐고, 이곳에 온 참가자들도 마찬가지니까 상관없나.
오디션 참가자들이 차례로 노래를 부를 때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실로 뜨거웠다.
[현재 시청자] [나 저 사람 마음에 듦] [좀 치는데?] [호흡 반 공기 반을 아는 참가자다] [그건 그냥 숨 쉬는 거 아님?]역시 오디션이다.
심사마저도 아주 훌륭한 컨텐츠가 되었다.
사람은 누구나 훈수를 두는 걸 좋아하는 법인데, 한 발 떨어져 맘 편히 훈수를 놓을 수 있으니 재미있을 수밖에.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였던가.
시청자들이라고 하여서 좋은 반응만 있는 건 아니었다.
[김한영 벌써 날먹하려 드네 ㅋㅋㅋㅋ]다소 부정적인 반응도 존재했다.
특히 나에 대해서 말이다.
[이 쉑 요즘은 연습방송도 안 하잖아 ㅋㅋㅋㅋ못 하는 건가 ㅋㅋㅋ] [원래 잘나가면 자기 회사 차리는 게 국룰이잖어 ㅋㅋㅋㅋㅋ] [지금이 고점인데 은퇴각 슬슬 잡는 게 좋지] [갈수록 방송보다는 연예계 진출각만 보는 거 아님?]근래 방송 분량이 소홀해졌다는 이유였다.
물론, 그간 업무가 워낙에 바빴기에 그랬던 부분이 있었다.
‘방송의 질을 올리려다 보니까, 영상 하나를 준비하는 데도 시간이 너무 들어간다.’
또한, 전보다 방송 분량이 줄었다고는 해도 여전히 다른 미튜버들에 비해서 절대적인 양 자체가 많았다.
하지만 뭐든 상대적인 법이다.
시청자들이 보기에 ‘지금의 김한영’이 ‘예전 김한영’보다 게으르게 보인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일.
원망하기보다는 객관적으로 받아들여야겠지.
[김한영 방송도 최근 좀 지지부진했지] [이번 프로젝트도 벼랑 끝에 몰려서 내놓은 걸 수도 있음.]그렇게 채팅창에 조금씩 흘러나오는 시청자들의 불안감을 흐린 눈으로 바라보는 와중이었다.
“내 마음의 절반은 네 보금자리, 네 마음의 절반은 내 보금자리.”
어느새 16번째 참가자가 열정을 다해 노래를 토해 냈다.
마치 일생일대의 기회에 도전하는 듯한 각오가 묻어 있는데, 그걸 듣는 나 자신도 조금은 감탄할 정도.
“감사합니다!”
감사 인사와 함께 한 곡을 마무리했다.
동시에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글거렸다.
자기를 안 뽑으면 3대를 저주하겠다는 듯 강렬한 눈빛에 나는.
‘눈 안 아픈가.’
별로 신경 안 썼다.
자못 가수라면 노래에 신경을 써야지, 눈빛에 신경을 쓰면 쓰나.
나는 그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평가를 내리고는 말했다.
“힘이 너무 들어간 것 같네요. 노래를 부르실 때 조금 더 힘을 빼고 부르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예?”
그의 가뜩이나 사나운 눈매가 한층 더 꿈틀거렸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무대잖아요. 관객들도 참가자님이 편하게 부를 때 더 마음 편하게 몰입해서 즐길 수 있을 거예요. 잘하셨지만, 더 잘하실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래요?”
어딘가 억하심정을 품은 목소리였다.
이거 반응이 이상한데.
자칫하면 터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순간이었다.
“그러면요.”
16번 참가자가 내게 말했다.
“지금 저한테 말씀하신 거, 직접 들려주실 수 있어요?”
마침내 터졌다.
심사위원석에 앉아 가만히 입만 털지 말고, 직접 시범을 보여 보라는 말이었다.
자못 도발적인 발언.
예상치 못한 돌발 사태에 식구들의 표정마저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그리고 이에 나는 생각했다.
‘잘됐네.’
안 될 이유가 하나도 없지.
입으로만 설명하는 건 나도 번거롭다.
괜히 요구도 안 한 시범을 보이면 시청자들한테 과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자제하는 참이었다.
제 발로 기회를 준다니 환영이다.
“저, 저기.”
“됐어.”
나는 뭐라고 사태를 수습하려는 고희범을 저지하며 말했다.
“좋죠. 시범 보여 드리겠습니다. 어디 보자. 반주는…… 이거면 되겠고.”
음원을 틀까 하다가, 그냥 기타 즉석 연주로 대체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나는 이게 더 편하다.
디링.
그렇게 기타 줄을 몇 차례 뜯기를 잠시, 나는 입을 열었다.
“내 마음의 절반은 네 보금자리, 네 마음의 절반은 내 보금자리.”
이런 느낌이었나.
그렇게 불과 20초에 불과한 사비를 마쳤을 때였다.
“…….”
16번 참가자의 표정이 멍해졌다.
설마 이렇게 나올 줄은 몰랐다는 표정인데, 이는 식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심장이 약한가 보다.
나중에 심혈관에 좋은 뭐라도 사다가 먹여야지.
“수고하셨고요. 그럼 결과는 추후 개별 통지로 드리겠습니다.”
“아, 네.”
덜컹.
그렇게 16번 참가자마저 얼떨떨한 표정으로 나갈 무렵, 슬쩍 확인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썩 볼만했다.
[김한영 이 샛기 기만할 각만 재고 있었느냐]채팅창이 말 그대로 폭발하고 있었다.
[ㄹㅇ 신났네 저거] [기회 생겼다고 바로 기타부터 뽑는 거 봐] [아주 각만 재고 있죠? 뻔히 보이죠? 다 들켰죠?]뭐라는 거야.
나는 어질어질해지는 심정을 애써 눌러 감추며 시청자들에게 선언했다.
“그럼 잠시 휴식 시간 가지겠습니다.”
카메라가 꺼졌다.
팅 식구들은 지쳤다는 듯 깊게 숨을 내쉬더니, 그제야 편히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후우, 진짜 뭔 일 터지는 줄 알았네.”
조은솔이 특히 긴장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윤서야, 지금 나가신 분 눈빛 봤어? 진짜 장난 아니더라.”
“안 뽑으면 큰일 날 것 같은데. 뽑아도 큰일 나겠다.”
“지원서 확인했는데 실용음악과 출신이라더라. 그리고 졸업하고 무명 세월이…… 7년. 그사이에 낸 음원만 해도 20개.”
조은솔이 집게손가락으로 머리카락 끝을 꼬더니 말했다.
“으음, 이 정도면 어딜 가든 음원을 못 내진 않을 것 같은데. 그런데 남의 방송에서 저래도 되나?”
“왜요?”
고희범이 슬쩍 묻는데, 조은솔은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원래 문제 일으킨 사람은 안 뽑히는 게 오디션의 정석이잖아.”
의아해하는 듯한 그녀의 중얼거림에 내가 입을 열었다.
“사실, 아까 그 사람은 여기 오디션에 붙든 떨어지든 큰 상관이 없을 거예요.”
“왜?”
조은솔의 얼굴에 작게 호기심이 떠올랐다.
나는 조금 전 참가자가 떠난 문을 지그시 응시하다가 말했다.
“사실, 어느 기획사든 기본 실력만 충분하면 오디션 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니까요. 오히려 그런 것보다는…….”
나는 뜸을 들였다.
그러자 이내 조바심마저 떠오른 식구들의 표정에 나는 피식 웃고는 말했다.
“저희 방송에 나와서 인지도를 올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겠죠.”
“아.”
“그게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요. 가수한테는 무관심이 제일 나쁘다잖아요.”
내 말에 조은솔은 비로소 깨달았다는 듯 말했다.
“그럼 여기 오디션 방송에 출연해서 어떻게든 인상을 남겼다는 거 자체가 저 사람들한테는 성공이라는 거네.”
“바로 그거죠.”
그렇다.
네온 엔터는 구미 당기는 미끼가 맞지만, 계약은 어디까지나 계약이다.
그런 것보다는 인지도가 관건이리라.
100만 구독자가 넘는 우리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 더욱이 실력을 과시하며 시청자들에게 자기 PR을 할 수 있다는 것.
어지간히 구미가 당기는 조건일 테니까.
아까 그 참가자도 그럴 터.
“오디션에 붙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 이미지를 깎아내려서라도 자기 인지도를 높일 수 있다면 성공이라고 판단했을 거예요.”
물론, 실패했지만.
‘이래서 조심해야 된다니까.’
방심할 수 없는 세상이다.
하지만 나는 그에게 작게나마 감사했다.
뭐든 전화위복이라고 그가 반발해 준 덕에 방송 분량 챙겼으니까.
[ㅋㅋㅋㅋㅋ 화 많이 난 것 같던데]시청자들의 반응이 그 증거였다.
[김한영! 너 때문에 사람 한명 마음에 상처 입었잖아!!!] [아무튼 김한영이 잘못한 거 맞다] [맞다 김한영은 사과해라] [치킨도 뿌려라] [줄] [줄] [줄] [칭기 칭기들~ 기차 여행 출발~]이것도 나중에 방송 편집본에 그대로 실어야겠다.
[김한영 퇴물론자 나타나 주세요] [그분들 지금 퇴물 됐답니다] [숲속 친구들 모여라!] [하나 둘 셋! 야! 대가리!]이것도.
어찌 됐든 이번 방송은 화제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고작 1차 오디션에서 반응이 이 정도면, 이번 콘텐츠도 성공은 확실하겠네.’
예감이 들었다.
이번 방송을 통해 어떻게든 유명인이 1명은 탄생하리라는 강렬한 직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나만 아는 건 아니겠지.
‘내 예상이 맞다 치면.’
우리 방송의 값어치를 알아본 회사 중 어딘가는 접촉을 시도하리라.
계약이든 아니면 참가자 강탈이든.
무언가 하나쯤은 하려 들겠지.
그렇기에 나 또한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우선은 조급해할 것 없으니 천천히 가자.’
그런 마음을 담아, 슬슬 오디션을 다시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부우웅.
핸드폰이 울렸고.
그 안에 담겨 있는 연락은 정확하게 내가 기대했던 그것이었다.
[강도수 대표님 – 한영 씨! 한영 씨! 한영 씨! 한영 씨!] [강도수 대표님 – 지금 바쁘신가요!!!!] [강도수 대표님 – 중요한 일입니다!!!!!!]걸렸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