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73
173화
화두를 던진 직후, 사무실이 쥐 죽은 듯 정적에 휩싸였다.
김 부장과 최 대리는 정신 공격을 당한 것처럼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강도수 사장은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는 듯 머쓱한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고희범은 해탈했는지 인자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기나긴 냉전조차 미사일 한 방에 깨졌듯, 그 어떠한 적막도 영원할 수는 없는 법.
“크흠.”
최 대리가 헛기침을 뱉더니 조심스레 말했다.
“……다큐멘터리라면, 막 그 뮤지션의 인생을 조명하고 그러는 거 맞죠?”
“정확하네요. 김한석이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음악을 했는지 세상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싶어서요.”
“…….”
그의 입이 다시금 침묵으로 돌아갔다.
“저기, 그러고 보면 한영 씨가 김한석을 많이 좋아하신다고.”
“빛이죠.”
“빛?”
“지금의 제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 준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건 그냥 제가 여쭙고 싶은 말입니다만.”
김 부장이 침착하려 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김한석 다큐멘터리를 찍을 거라면, 차라리 한영 씨 다큐멘터리를 찍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제 다큐멘터리요?”
“아무래도 제 예상에는 그쪽이 더 흥행성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당사자인 만큼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것도 같고.”
“흠.”
하지만 김한영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말했다.
“제가 김한석을 좋아해서요.”
“…….”
“팬심이라.”
“…….”
기껏 풀어 놨던 분위기가 조금 더 짙은 적막으로 돌아갔다.
김한영이 왜 이렇게 김한석 다큐멘터리에 집착하는가.
그 실상은 이러했다.
‘김진산 사장님 어디 갔어.’
신곡으로 성적을 어지간히 냈음에도, 마땅한 반응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반추는 명백한 히트곡이다.
차트 1위를 달성했고, 단순히 1위를 하는데 끝나지 않고 장기적으로 순위를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거리에 나가면 그의 음악이 자주 들린다.
하물며 노래방에서도 그의 노래는 차트 10위 안에 늘 머물렀다.
누가 봐도 명실상부한 히트곡.
‘그럼에도 반응이 없다면.’
뭘 하겠는가.
조금 더 일을 크게 벌이면 그만이다.
물론, 김진산 사장은 찾으면 좋고 못 찾아도 큰 상관은 없다.
아쉬울 뿐.
애초에 그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서 한 일이 아니다.
할 일 하는 김에 겸사겸사 찾는 거지.
김한영의 본질은 예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뿐이다.
이번에는 그게 다큐멘터리였다.
‘재밌었지.’
얼마 전, 극장에서 영화 하나를 상영하고 있었다.
유럽에서 전설적인 인기를 끌었던 밴드, [로지메이플]의 일대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였다.
꽤 볼 만했다.
그걸 그의 방식대로 재현해 보고 싶을 뿐.
김한영은 그런 마음을 담아서 말을 이어 갔다.
“엄청나게 고퀄리티가 아니어도 돼요. 엄청나게 길 필요도 없고. 하지만 아이플러스에서 제작해서 방영해 줬으면 해요. 이게 제 방송을 선독점으로 묶는 조건입니다.”
“…….”
“물론, 가능하기만 한다면 선독점 외에도 많은 협력을 약속할 수 있습니다.”
김 부장의 얼굴이 나뭇조각처럼 딱딱했다.
김한영의 조건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해서? 아니다.
그 반대였다.
‘이게 그럴듯하게 들리면 안 되는데.’
솔깃해서 그랬다.
‘김한영이 참여하는 다큐멘터리라. 이거 하나면 그의 팬들을 시청자로 확실하게 끌어들일 수 있겠지. 화제성은 무조건 따라오는 거고.’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아직 김한영의 브랜드가 이 수준에 미치는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이건 극복할 수 있는 문제였다.
고작 2년이 안 되는 시간에 여기까지 올라온 게 김한영이다.
‘이번 프로젝트를 끝내고, 본격적으로 다큐멘터리 영화를 준비할 시기가 되려면 시간이 한참 더 필요하겠지.’
그 시간 동안 앞으로 더 얼마나 뜰 수 있을까.
어쩌면 전 국민의 스타로 뜰 수도 있지 않을까.
다른 사람이라면 모르겠지만, 김한영이 지금까지 보여 온 능력이라면 마냥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해외에서도 슬슬 인지도가 쌓이고 있지 않나. 자막을 붙여다가 서비스하면 그럭저럭 반응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
‘문제는 나만 그렇게 생각하느냐인데.’
위에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을까.
고작 데뷔 2년 차를 향해가는 뮤지션 제안으로 영화 한 편 찍어 보겠다고 결재를 받아 낼 수 있을까.
‘메타버스, 뉴미디어, 빅데이터, 특이점, 아바타, OSMU, OTT, 큐레이팅, 블록체인, NTF…….’
낡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단어를 몇 개고 머릿속에서 꺼내 보았다.
‘김한영은 뉴미디어의 주역이며, 빅데이터를 통해 그의 투자 가능성에 주목했다. 메타버스로 발전시킬 수 있다. 이는 현대 OTT 큐레이팅 산업의 특이점이라고 볼 수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NTF와의 접목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
낚이기 좋은 용어를 엮어서, 그럴듯한 설득을 한다.
실체가 없어도 좋다.
마냥 허무맹랑한 말이라도 좋다.
어차피 높으신 분들은 좋은 기획을 고르는 게 아니라, 듣기 좋은 기획을 고르는 거니까.
이거야말로 김 부장을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만들어 준 필살기라 불러도 좋을 기법이었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고민하기를 한참.
‘해 볼 만하다!’
김 부장이 시퍼런 안광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결론이 섰다.
기왕 부릴 억지라면, 화끈하게 부려 보자.
“까짓거 한번 해 보지요.”
“아.”
김한영도 비로소 환한 웃음을 지을 수 있었다.
‘다른 곳에서는 안 된다던데.’
수많은 거대 업체들이 다녀가고 OTT 업체와 통산 6번째 미팅, 드디어 바라던 걸 손에 거머쥐었다.
* * *
며칠 뒤.
인터넷에 한가지 속보가 올라왔다.
[아이플러스 X 김한영 X 숲 뮤직] [한영 아카데미] [아이플러스 단독 선공개]내 가장 최신 콘텐츠, 한영 아카데미를 앞으로 아이플러스에서 독점으로 공개한다는 이야기였다.
[아이플러스에서 봐야 하는 이유] [1. 일주일 더 빠른 공개 = 기다릴 필요가 없다!] [2. 더 많은 특별 영상 제공!(추후 공개)] [3. 아이플러스의 최정상급 스트리밍 기술로 QHD+급 화질 제공!] [4. 첫 이용자 한정 30일 + 30일 = 총 60일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만큼은 했다.
단순히 시청자들에게 이전하라고 설득하는 건 무리일 것 같아, 나름대로 얻을 수 있는 조건을 따냈다.
‘문제는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건데.’
한창 업로드하던 콘텐츠를 가지고 본진을 옮겼다가, 역풍을 맞은 미튜버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나 또한 여기에 휘둘리지 않으리라는 확신은 없었다.
“진짜 어쩌냐…….”
“…….”
“한영아, 이러다가 우리 손절당하는 거 아니겠지? 응?”
고희범 탓에 귀가 시끄럽다.
왜 저렇게 안절부절못하는지 모르겠네.
어찌 되었든, 영상을 업로드하고 1시간째 반응 체크를 못 하는 게 현실이었다.
‘그래도 언제까지고 미룰 수는 없지.’
반응은 확인해야 한다.
그래야 철회하든 밀고 나가든 뒷수습을 하든 말든 할 테니까.
“야, 희범아, 슬슬 확인하자.”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보면 안 될까?”
“벌써 20분 기다렸다.”
“10분만 더.”
“10분이 지나면 아프리카에서도 10분이 지난다.”
“넌 침착한 게 병이야.”
“응, 안 들려.”
그렇게 고희범의 말을 뒤로 흘리며.
이번만큼은 나조차도 살짝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시청자 게시판을 확인했을 때였다.
“후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시청자들의 반응이 마냥 좋다고는 볼 수 없었다.
[뜬금포 OTT?] [김한영 역시 미튜브 탈출각 세워 놨네]내가 기존 시청자들을 배신했다고 판단한 것.
아무래도 심사과정을 미튜브에서 라이브로 진행했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았다.
[흠…… 아무리 그래도 기존 시청자들이랑 간 보면서 미끼 뿌리는 건 조금] [살짝 배신감 들기는 함] [김한영도 결국 우리를 ㅠ 이용했던 거지 ㅠ] [초심 ㅇㄷ?]이런 반응이 있으리라고 짐작하긴 했지만, 속이 조금 쓰리다.
머릿속으로는 다 알면서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면 뒤늦게 배가 아픈 그거다.
안 될 고백을 했다면 이런 기분일까.
‘이런 기분을 알고 싶지 않았는데.’
김한영이 잘못했다.
나 말고 김한영이.
‘꺼야겠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곱지 않다는 건 알았다.
오늘은 나가서 밥이라도 비싼 거 먹으면서 속을 다스려야지. 그렇게 판단하며 창을 닫으려는 순간이었다.
“야, 잠깐만.”
고희범이 손을 뻗어 나를 저지했다.
“왜?”
“아니, 조금만 더 내려 봐. 이거 밑에 다른 댓글들 좀 많은 것 같은데.”
더 봐야 의미가 있을까.
하지만 스크롤 내리는 데 특별히 돈이 드는 것도 아니지.
그렇기에 속는 심정으로 고희범의 말마따나 스크롤을 조금 더 내렸을 때였다.
“아.”
그곳에는.
[어차피 무료 컨텐츠잖아]앞서 본 것과는 완전히 다른 여론이 펼쳐져 있었다.
[유마온 때도 라이브 방송하고 편집본은 방송으로 보냈는데, 그때랑 다를 게 뭐임?] [ㅋㅋㅋ 선택적 이중잣대 오졌고] [솔직히 김한영이 미튜브에만 묶여 있기를 바라는 게 더 문제라고 봄] [꼴랑 일주일 기다리기도 싫으면 꼬접해야지] [어차피 저기서 봐도 두 달은 공짜로 볼 수 있다는데] [이 정도면 할 만큼은 했다고 본다]드르륵, 드르륵.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보인다.
이번 선택을 두고 내 편을 드는 사람들이 수면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김한영이 돈 좀 벌자는데 벌게 해 주자고 아 ㅋㅋㅋㅋㅋ]보답할 기회가 왔다는 것이었다.
[가서 6개월 치 결제하고 왔다] [3명까지 이용 가능하다는데 같이 계약할 윤서단 구함] [아 ㅋㅋㅋ 컨텐츠가 없네 ㅋㅋㅋ] [ㄹㅇㅋㅋ 아이플러스 일하라고 ㅋㅋㅋ] [다이아방 어딨음?] [김한영!!!! 지갑 벌려!!!!!!!]여기에 기꺼이 목소리를 낸 사람까지.
[오지: 한영아 성공해도 나 잊지 말자] [└ 형이 왜 여기 댓글 달아?] [└ 형은 또 왜 여기 있어?] [└ 형들 뭐야? 여기 왜 형들밖에 없어?] [└ 난 누난데] [└ 로마에 오면 로마 성별을 따라야지] [└ 아 ㅋㅋㅋ 됐고 오늘부터 형 하라고 ㅋㅋㅋㅋ]그렇게 시청자들이 주는 선물, 그러니까 응원을 확인하기를 한참.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 내 얼굴에 웃음이 떠올라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시, 팬들의 응원만큼 좋은 게 없다니까.’
나라는 사람은 태생이 관종이다.
하지만 관종이 관종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는 관심을 줄 사람이 필요하다.
즉, 팬이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는 법이었다.
이들의 믿음과 응원이야말로 내게는 가장 큰 보답이었다.
[야 느거들 지난번에 BJ수라거북이 파프리카로 이적했을 때는 졸라 욕했을 거면서 ㅋㅋㅋ 왜 김한영한테만 이중잣대임?]가끔 있는 비판이 의미가 없다.
[다 이런 데서 평소 행실 드러나는 거지 ㅋㅋㅋㅋ]뒤를 밀어주는 사람들이 더, 훨씬 더 많았기 때문이었다.
[김한영만큼 방송에 진심인 사람이 또 어딨냐. 일주일에 한 편만 꾸준히 올려도 감사해줘야 할 판인데, 자체 컨텐츠로 계속 올려주는 사람이 또 있음?] [심지어 김한영은 방송에 광고도 거의 안 달잖아] [뒷광고를 안 받다 못해 광고 자체를 안 받음 ㄹㅇ] [김한영은 진짜 조회수 수입으로만 먹고사는 듯]그래, 이거다.
나를 믿어 주는 사람들이 있다.
……라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그건 우리 꼴받으라고 그러는 거 아닐까?] [ㄹㅇ 하루에 한 번씩 사람 기분을 잡치게 만들어야 지가 살 맛이 나겠다는 거지.] [어떻게 보면 제일 나쁜 샛기 아니냐?] [사이코패스쉑]나 쉴드치는 거 맞나.
아무리 봐도 쉴드로 치는 것 같은데.
“후우우, 살았다.”
고희범은 그제야 안도했다는 듯 길게 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위에는 추천이 많은 순으로 댓글이 보이니까, 주로 화내는 댓글들이 올라왔던 것 같다. 보통 그런 데 추천이 많이 찍히니까.”
미튜브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었다.
방송을 1,000명이 보고 그중 900명이 호의적이라도, 보통 좋게 보는 사람들은 조용할 때가 잦았다.
반면 불만을 가진 시청자들은 유독 목소리가 큰 법.
더군다나 추천도 후하게 찍는다.
그렇기에 저런 반응이 댓글 상위에 노출된 것.
저게 모든 시청자의 반응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필요는 없고.’
나는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야, 밥 먹으면서 식구들이랑 다 같이 회의 좀 하자.”
“회의? 무슨 회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그에게 나는 목을 뚜둑 꺾으며 말했다.
“받았으니까 보답해야지.”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만 내 시청자가 아니다.
게시판에서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들도 엄연히 내 시청자다.
여론을 뒤집을 순간이 왔다.
그래, 예를 들자면.
‘슬슬 어벤져스 어셈블이나 해 볼까.’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