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74
174화
모노가 내게 주었던 조언이 있었다.
[모든 시청자의 입맛에 맞출 수 있는 건 불가능해요.]현실을 직시하라는 말이었다.
[한영 씨가 좋아하는 음식을 예로 들어 볼까요. 음, 그래, 아무리 훌륭한 음식도 입맛에 안 맞는 사람이 있다고 하잖아요. 예를 들면 한영 씨가 좋아하는 가자미식해.] [가자미식해를 싫어하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는데요.] [아니, 이 사람 되게 뻔뻔하네. 아니지. 아무튼, 뭔가 있잖아요. 분명 재밌는데 맨날 취향 갈리는 것들.] [웹소설?] [네! 웹소설! 그게 방송도 똑같아요. 누군가한테는 우주적 꿀잼 방송이, 다른 누군가한테는 햄스터 똥 같을 수도 있어요.]모든 시청자의 입맛이 같을 수는 없다.
그렇기에 모든 시청자를 전부 만족시키려고 달려드는 건 오만한 행동이다.
모노는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맛에 안 맞는 시청자들을 시작부터 포기하라는 말 또한 아니었다.
[그럼 뭐 어떻게 해야 하죠?] [그게 지금부터 제가 한영 씨에게 드릴 비장의 꿀팁이죠.]그는 내게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솔루션도 함께 제공해 주었다.
‘어디 해 볼까.’
불만을 가진 사람이 나왔을 때 극복할 방법.
그건 바로.
[밀당이에요.]시청자들과 밀당을 하라는 것이었다.
그들이 뭘 가지고 싶은지 확실하게 파악해 둔 다음, 곧바로 주지 말고 여지를 남겨 두라는 것.
[10을 가지고 있으면 8을 준 다음 2는 남겨 두세요. 시청자들이 저희 방송을 보는 이유 중에는 그런 것도 있거든요. 진짜 보고 싶은 컨텐츠를 언제 줄까? 하면서 기대하는 거예요. 그 심리에 보상을 주면 빵 터지죠. 비행기 게임에 폭탄이랑 같아요.]언제나 최대한으로 달려들지 말고, 조금의 여력을 남겨 두라는 것.
그걸 가장 필요한 순간에 꺼내면 된다.
이게 모노의 조언이었다.
‘여력이라.’
방송인으로서 이번 컨텐츠의 여력을 꼽자면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아, 아, 안녕하세요.”
나는 방송을 켠 뒤 시청자들이 차오르는 광경을 두 눈에 담았다.
[오늘은 무슨 일?] [한영쿤이 갑자기 특별 방송이라니 깜짝 놀라 보렸지 모야?] [한-하(한영이 기만하지 마의 줄임말)] [엄마! 나 미튜브 나왔어!]시청자들이 순식간에 차올랐다.
잠깐 의식을 놓았다 싶으면 세 자릿수로 시청자들이 훅훅 불어난다.
집중하지 않으면 채팅창을 읽기조차도 버거울 정도.
이게 지금까지 내가 쌓은 숫자였다.
어지간한 소형 공연장의 관객 수가 100명 미만인데, 그러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모이고 있었다.
‘방송이 정답이었다.’
누구 하나 가만히 놔 줄 수는 없지.
나는 그 사실을 직감하며 슬쩍 입을 열었다.
“지난번 방송에서 시청자님들이 제게 주신 따끔한 말씀, 깊게 새겨들었습니다. 제 잘못이 맞습니다.”
시작부터 짚고 넘어간다.
잘못은 인정하지 않는 게 상책이라고 많이들 말하지만, 그건 그 사람들의 방식이지 내 방식이 아니다.
할 말이 있으면 확실하게 한다.
그래야 내 속이 시원하다.
[아 그 아이플러스 방송 뭐시기?]이내 화제가 넘어간 시청자들의 댓글이 채팅창을 가득 메웠다.
[김한영이 사과를 해?] [제정신인가?] [한영이 오늘 약 안 먹었나?] [너 김한영 아니지 너 김한영 아니지 너 김한영 아니지] [미안하면 입금]호재라면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만은 않다.
여기서 나는 내 판단이 조금은 맞아떨어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불만을 가진 사람은 소수이며, 대다수의 일반 시청자들은 크게 문제를 못 느꼈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그냥 넘어갈 건 아니고.
“그래서 제가 뭘 하면 시청자님들에게 보답이 될지 깊게 고민을 해 봤는데요.”
나는 명경지수의 심득(心得)으로 마음을 한 차례 가다듬은 뒤, 손가락을 쭉 내밀며 입을 열었다.
“두 가지 보상안을 준비했습니다.”
모노는 시청자들을 붙잡을 수단으로 질과 양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질과 양을 굳이 따로 챙길 필요가 없었다.
‘그냥 같이 챙기면 되잖아.’
내 방송은 질에도 여지가 있었으며, 양에도 여지가 있었다.
그중 가장 와닿는 게 이것.
“먼저, 우리 방송의 특별 멤버, 임선우를 데려오겠습니다.”
질이다.
임선우라는 이름 세 글자가 마이크를 타고 시청자들에게 닿은 순간이었다.
[존버 성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말 그대로, 채팅창이 폭발하기 시작했다.
* * *
[선우를 여기서 꺼내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한영 그는 신인가? 김한영 그는 신인가? 김한영 그는 신인가? 김한영 그는 신인가? 김한영 그는 신인가?] [한영아 사랑해!!!!!!] [선우 기다렸다 선우 보고싶어 선우야 나 진짜 오래 기다렸다] [그동안 안 나온다 싶더니 지금?] [여태껏 방송에 안 데려오고 뭐 했냐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얼척이 없네 ㅋㅋㅋㅋㅋㅋㅋ] [아 ㅋㅋㅋㅋㅋ 한 번만 봐줄까~~~~?] [그럴까~~?] [한영아 ㅋㅋㅋㅋㅋㅋ 이번 한 번만 봐 주는 거다~~?] [지금 이 시간 부로 김한영과의 동맹 관계를 해제한다. 앞으로 김한영과 나와 한 몸이며, 나에 대한 공격은 김한영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김한영 무친놈아!!!!!!!! 존나 사랑한다!!!!]기대 이상이다.
효과가 끝내준다.
끝내주다 못해 죽인다.
조금 전까지 어딘가 쳐졌던 채팅창의 분위기가 어느새 폭발할 것만 같았다.
‘그동안 아껴 뒀던 보람이 있네.’
시청자들이 임선우의 등장을 기대한다는 건 언제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참았다.
그는 YTG에 계약 관계로 얽힌 몸이니, 함부로 합방을 요구하기에는 부담이 있었기 때문.
다르게 말하자면, 부담을 감수한다면 안 될 건 없다는 것이었다.
{출연할게.}
{부담스러우면 안 와도 괜.}
{안 부담스러워.}
따로 설득할 것도 없었다.
본인이 괜찮다는데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아무튼.
이게 내가 선택한 ‘질’의 여지였다.
[이런 걸 숨겨두고 있었다고?] [처음부터 말을 하라고!!!] [선우바라기들 출동~~~~~~] [진짜 오져 버렸다]시청자들은 이미 충분히 만족한 모양.
하지만 내가 준비한 건 아직 여기서 끝이 아니다.
질을 만족시켰다면, 그다음은 양으로 갈 차례다.
내가 예전에 재밌게 본 인터뷰가 있었다.
[저희는 무한리필만 가요] [무한리필만요? 좀 맛없지 않나?] [어딜 가든 무한으로 주문하면 무한리필이죠]양과 질은 공존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자면.
“유리도 출연합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다.
[돌았다.] [?????????????] [아니 유리도?] [걔 휴가 중 아니었어???] [이 샛기 대체 인맥 뭐지??]2차 폭발이 일어났다.
임선우보다는 못해도, 충분히 감탄하게 할 만큼의 폭발이.
물론, 유리는 휴가 중이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부른다면 언제든 올 용의가 가득했다.
‘대신 밥 한 끼 크게 사기로 했지만.’
가자미식해 먹여야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이었다.
“이 둘이 다음 방송에 특별 게스트로 깜짝 출연할 겁니다. 물론, 여러분을 위해 준비한 선물입니다.”
차트 1위를 기록한 두 사람이 출연한다.
여기에서 더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어지간한 지상파 방송보다 낫네] [ㄹㅇ 박희열의 파스텔북 긴장해라. 본방 시청율 날라간다;;;] [이 정도면 용서해 주는 게 예의 아닐까?] [김한영 의심했던 샛기들 다 일로 와서 대가리 박아] [한영아 내가 잘못했다 잠깐이라도 네가 돈미새가 됐다는 게 내 오판이었다]반응이 충분할 정도로 달아올랐으니 여기에서 굳이 한마디를 더하자면.
“솔직히 저도 시청자님들에게 어떤 식으로 양질의 컨텐츠를 제공해야 할지 매번 고민하는데, 아무래도 그게 있잖아요. 방송의 제작비가 늘어나고, 그만큼 부담도 커지는 거. 제가 욕심을 부렸습니다.”
[아니야!!] [욕심 더 부려도 돼] [내 욕심도 가져가] [한영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제발 다 해! 한영아! 부탁이니까 제발!!]반응이 좀 뜨거운데.
장난 한마디 던져 볼까.
“다음부터는 안 그러겠습니다.”
고개를 푹 익은 김치처럼 내린 순간이었다.
[아니야!!]시청자들이 기겁해서는 외쳤다.
[해! 하라고! 해! 제발 해!] [아 ㅋㅋㅋㅋ 남들 다 웃어넘기는 실수 한번 하고 임선우 출연이면, 그럼 진짜 큰 실수하면 뭐 할라나?] [임대경 출연하는 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능성 있다] [한영아, 눈 딱 감고 뒷광고 한 번만 받으면 안 될까?] [음주운전이나 탈세는 어때?] [ㄹㅇㅋㅋ 대통령 출연하는 거 아니냐]대통령을 출연시킨다니.
저건 너무 나간 것 같지만 말이다.
시청자들도 내 생각과 일치했는지 같은 말을 꺼냈다.
[대통령은 좀 뇌절이다] [ㄹㅇ] [부통령까지는 몰라도 대통령은 조금 ㅎ;]물론, 옛날에 해 보기는 했지만.
별로더라고.
리액션이 안 좋아서.
* * *
김 부장.
아이플러스 한국 지사의 영업 담당자이자, 최근 들어 큰 도박수를 던진 남자.
그는 최근 정신이 혼미하기 짝이 없었다.
“어떻게 임선우를 영입했대요?”
주위에서 그에게 보이는 태도가 완전히 뒤바뀐 탓이었다.
“요즘 몸값 제일 비싸잖아요. YTG에서 아끼고 돌아서 지상파에도 잘 안 내보낸다고 하던데, 설마 아이플러스에 등장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그를 둘러싼 직원들이 저마다 손에 아메리카노를 쥔 채로 조잘거렸다.
“역시 부장님!”
“하면은 확 하신다니까.”
“동경하게 돼 버려!”
하지만 아니다.
김 부장 본인이야말로 이번 일이 어리둥절하기 짝이 없었다.
‘이 사람들, 태세 전환하는 속도가 아주.’
김한영에게 허리를 잔뜩 숙여 가며 영입하겠다며 몰아붙였을 때, 주위에서 그를 두고 뭐라고 말했는지 그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퇴사 각 세우시나?] [이야, 대단해. 참 대단해. 어떻게 영화를 만들어 주겠다고 하지? 혹시 빠꾸가 없으신가?] [요즘 땅 알아보고 계신다던데.]그를 이해할 수 없다며 자근자근 씹는 사람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일리톨이 될 것만 같았다.
내일 당장이라도 숲속에 들어가 불을 지르며 휘바휘바 시스뿜바를 외치고 싶었다.
그것이 임선우 섭외와 함께 뒤집혔다.
불과 며칠 사이, 그가 아이플러스의 영웅으로 등극한 것이었다.
“방송 타자마자 하루 가입자 수가 2,100% 증가했대요!”
“이 정도면 가성비 갑 아닌가?”
“김한영이 괜히 김한영이 아니네.”
“크으, 미튜버 무시할 게 못 되네. 부장님, 혹시 또 잘나가는 미튜버 없대요?”
지지부진하다 못해 내일이라도 망할 것만 같았던 회사를 살린 영웅.
그게 지금의 김 부장이었다.
‘하하, 하, 하하.’
웃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왜냐.
임선우 섭외고 유리 섭외고 뭐고, 그가 한 일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으니까.
그렇게 모든 세상 풍파를 웃어넘기는 와중이었다.
“오, 김 부장.”
복도로 한 중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모두가 한순간 움찔했다.
지금 등장한 사람이야말로 아이플러스의 모든 걸 결정하고 책임지는 남자, 한국 지사의 대표이기 때문이었다.
“예, 예! 대표님.”
김 부장은 자기도 모르게 솜털이 곤두서는 걸 느끼며 허리를 빳빳하게 세웠다.
이건 판단을 넘어 본능의 영역이었다.
대표야말로 평소 아이플러스의 저조한 실적을 두고 한숨을 푹푹 내쉬던 사람이기 때문.
특히나, 최근 김한영 영입 관련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사람이 거의 시체가 됐었지.’
아이플러스가 OTT 서비스 시장에 뛰어든 이래, 그가 웃는 얼굴을 거의 못 봤다.
그렇기에 이번에는 또 어떤 하소연이 나올까 긴장한 순간이었다.
대표가 인자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튜디오는 잘 알아보고 있지?”
“네? 스튜디오요? 스튜디오라고 하시면…….”
그런 업무가 있었나.
김 부장의 좌뇌와 우뇌를 합쳐 120가량의 IQ가 숨 가쁘게 돌아갔다.
‘뭐지? 기억이 안 난다. 큰일 났다.’
맡겼는데 까맣게 잊고 있었던 건가.
이건 실수다.
만에 하나 꾸중을 들을 그 순간을 각오하며 입술을 질끈 문 순간이었다.
“아이, 이 사람 좀 보게.”
대표가 산타클로스처럼 포근한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김한영 영화 찍을 스튜디오 말이야! 김 부장이 알아보겠다고 했잖아!”
“…….”
네, 그거 하지 말라고 하셨던 게 본인이십니다만.
김 부장의 머릿속에서 혼이 잠시 빠져나갔다.
대표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회사의 사운이 걸린 일인데, 알지? 김 부장, 늘 믿고 있어. 300%만큼.”
“…….”
“그러고 보니까 김 부장, 조만간 차를 새로 뽑아야 할 것 같은데, 무슨 말인지 알지? 오늘도 파이팅하자고. 아자! 으하하!”
그렇게 그가 웃으며 지나간 복도.
사원들은 그 뒤를 노심초사한 눈길로 바라보기를 한참, 발소리가 완전히 끊기고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
“와, 대표님 태세 전환하는 것 좀 봐요.”
“대표님도 웃을 줄 아시네.”
“크, 역시 김 부장님!”
그 말을 들으며 김 부장은 생각했다.
‘……이러다가 망하면 어쩌지?’
어깨 위에 기대감이 너무 실린 것 같은데.
뭘 해야 하지.
방송 켜서 후원이라도 쏴야 하나.
– 다음 화에 계속 –
당연하지만 사전에 협의한 프로모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