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김한영.
이미 업계에서 하나의 보증 수표가 되어 가고 있는 이름.
김한영이 ‘방송인’으로서 가진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하면, 컨텐츠의 질이었다.
고정된 컨텐츠가 아니다.
자꾸 무언가 새로운 걸 벌이려고 한다는 것.
그것이 시청자들에게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이번 아이플러스와의 협업이 발표되고 난 뒤에는 더더욱 그러했고.
조호영.
그녀는 김한영 아카데미에 ‘떡상’을 노리고 온 사람이었다.
‘그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처음에는 실망스러운 점도 있었다.
설마 그 잘나간다는 김한영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할 줄이야.
갑작스럽게 보결 멤버를 추가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야 대학교 동아리와 별반 다를 것도 없겠는데.’
물론, 팅은 대학교 동아리가 맞다.
하지만 어찌 됐든 그녀는 팅이야 둘째 치고, 김소연이라는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한영이 따로 불러서 챙겨 주는 행색이 문제였다.
나이가 어리다는 게 그렇다.
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쌓고 들어갔다는 게 그렇다.
김한영이 사전에 픽하고 키우려 작정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였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아악! 악! 아악!”
저쪽 닫힌 방문에서 들려오는 괴성을 듣고 있으려면, 그녀가 조금쯤은 틀리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발성 훈련이 아니라 고문 같은데.’
더욱이 그 뒤로 쫓아오는 김한영의 말 또한 그러했다.
“소리를 곧게 뻗으라고 했지, 소리를 던지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물론 던지는 게 맞기는 해요. 하지만 던지는 것도 선을 지켜야죠. 야구 선수들을 보면 직구를 던지는 선수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던집니까? 아니죠. 노리는 속도가 머릿속에 담겨 있고, 거기까지 제어할 수 있도록 전신의 근육을 미세하게 컨트롤해서 던집니다. 무작정 세게 던지기만 하면 어깨만 박살 나요.”
잔소리가 많다.
더럽게 많다.
김소연이 소리를 한두 마디 낼 때마다, 김한영의 잔소리가 열 마디는 따라오는 듯했다.
노래를 부르는 김소연보다, 그걸 지적하는 김한영의 목 건강이 염려될 정도.
말 그대로, 듣고만 있어도 고문이었다.
‘방송에서는 말을 줄인 거였구나.’
정호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저거, 연습량은 어떻게 견딘다 쳐도 멘탈이 먼저 꺾일 것 같은데. 애 하나 잡겠네.’
그녀가 생각하기에 아티스트라는 건 태생적으로 남의 지적을 싫어하는 족속이었다.
자기 음악에 자신을 반영하니만큼, 음악에 대한 지적을 자기 자신에 대한 지적으로 받아들일 때가 잦았다.
그러니 김한영의 태도는 위험한 부분이 있었다.
예를 들어, 상대방이 그의 실력을 의심한다면 한마디 한마디가 불화의 씨앗으로 자랄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렇게 해 봐요.”
물론.
“사소한―― 마음이라고 비웃지 말아 줘요. 시작부터 커다란 마음은 풍선인걸요. 바늘 하나에도 터질 수 있어요.”
본인이 든 예시를 즉석에서 선보여 버리니 할 말이 없어졌다.
“봤죠? 지르는 소리라고 해서 흔들리면 안 돼요. 딱 필요한 만큼만 강조하고 유지해야죠. 이걸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해요. 집고, 풀고. 집고, 풀고. 안 되죠? 괜찮아요. 곧 될 거예요. 일단은 뻡부터 시작해 보죠.”
그놈의 뻡.
문제는 저 우스꽝스러운 발음에서 어지간한 프로 보컬들조차 시도도 못 할 기교가 터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압도적인 수준.
흔히 김한영이라고 하면 표현력은 좋아도 막상 발성에서는 조금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정호영은 그 모든 게 착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딱 그 정도로 보이게끔 유도했던 거네.’
아는 만큼 들린다.
김한영의 실력은 진짜다.
“잘하긴 잘해.”
그렇게 정호영이 방문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시선을 뺏겨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그래요?”
한 남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더니, 다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저 정도는 할 것 같은데?”
“…….”
아무도 안 물어본 말이었다.
정호영은 그에 대답하는 대신, 말을 뱉은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이름이 안병선이라고 했나.’
어제, 김소연에게 특혜가 가는 게 아니냐 지적했을 때 그녀의 편을 들어 준 남자였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이후로도 그녀의 옆에 쫄래쫄래 달라붙었다.
‘좀 거추장스러운데.’
실력은 평범하다.
아니, 평범보다는 한 수 위였다. 대우를 받기에 모자라지 않은 실력.
문제는 성격이었다.
어딜 가든 주목을 얻으려고 하고, 그에 맞춰 오버하는 것. 이곳에 온 뒤에도 방송 분량을 챙기겠다는 듯 계속해서 튀는 행동을 연발했다.
정호영은 그런 안병선이 거북했다.
‘너무 튀려고 하는데.’
튀는 사람은 좋다.
하지만 튀려는 사람은 튀는 사람과 명백히 달랐다.
중고등학생 때까지는 반에서 목소리 큰 학생이 인기도 쉽게 얻지. 하지만 나이를 먹었으면 나잇값이라는 게 필요하다.
정호영은 이렇게 안달이 난 사람이 맘에 들지 않았다.
“이건 우리끼리 있으니까 하는 말인데요.”
시선이 차가워지는 걸 읽지 못했던 걸까.
안병선은 그녀가 자기 말에 귀를 기울인다고 생각한 건지, 점점 더 들뜬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솔직히 우리가 당장 커리어가 부족한 거지, 실력이 부족한 건 아니잖아요. 안 그래요? 호영 씨?”
노골적이다.
그녀에게 동의까지 구했다.
정호영은 그 집요함에 작게나마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그래요? 전 모르겠는데요.”
“아, 이게 어떻게 된 거냐면요. 들어 봐요. 원래 발성이라는 게 목울대랑 흉곽이 연결되어 있어서. 복식호흡으로 호흡을 깊게 들이쉬면은요.”
계속해서 그의 잡담이 이어졌다.
정호영은 속으로 한숨만 푹푹 내쉬었다.
이 모든 광경이 카메라에 담기고 있다는 사실을, 안병선은 몰랐다.
“보세요. 가슴뼈가 밑으로 내려가는 거 보이시죠? 들숨 날숨에서 계속. 한번 만져 보실래요? 손 줘 봐요.”
“됐어요.”
* * *
본격적으로 촬영을 시작하고 어느덧 14시간이 흘렀다.
김소연은 집으로 돌려보냈다.
참가자들은 눈을 붙이는 사람도 있고, 아직 연습에 몰두한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휴식을 위해 잠시 편집팀으로 찾아왔다.
그런데 편집팀의 분위기가.
“인간 다섯 명이 모이면?”
“한 명은 반드시 빌런이 있다. 대현자 지로보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지.”
고희범과 홍윤서가 영상을 확인하며 서로 주거니 받거니 떠들었다.
“형님, 역시 훌륭하십니다. 이 모자란 후학, 배움의 깊이를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음, 정진하도록.”
못 알아들을 말이다.
이번 영상은 촬영과 편집을 동시에 진행할 예정인데, 그만큼 바쁘겠거니 했더니 오히려 여유가 넘치는 모양.
‘여행 와서 그런가.’
고희범은 흥이 올라서는 계속 중얼거렸다.
“컨텐츠가 흘러넘치네, 컨텐츠가 흘러넘쳐. 역시 사람들을 모아 놓으면 뭐라도 나온다니까.”
어딘가 들뜬 그의 목소리에 나는 슬쩍 물었다.
“뭐라도 건졌나 봐?”
“참, 이거 한영이 보여 주려고 했는데. 빌런 찾았다.”
“빌런?”
“저기 안병선이라는 사람인데.”
안병선이라.
나름대로 좋은 기억이 있는데, 뭔가 일이 있었나.
“아주 타고난 빌런의 자질이 있어.”
고희범이 들뜬 손놀림으로 마우스를 움직이더니, 한 장면을 골라내며 말했다.
“봐라, 한영아, 네 뒷담한다.”
곧 영상과 함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음악이라는 게 사실 대중에게 팔리는 게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보다는 우리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가. 그걸 세상에 말하는 과정인 거죠. 김한영이 성공했다고 해서 음악이 뭔지 알까요? 그건 모르는 거지. 오히려 주위에서 들은 음악을 무작정 모방했을 가능성도 크다고 봅니다. 이 시장은 그런 게 성공하는 시장인 거고.]더 들어 볼 것도 없었다.
내 음악을 깔보기 바쁜 행색에, 나는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어딜 가나 꼭 이런 사람들이 있다니까.’
옛날부터 잦았다.
음악 하시느라 수고가 많으신 뮤지션들의 병이라고 해야 하나.
자기가 하는 음악만 예술이며, 남의 음악은 상업주의에 찌든 무언가라고 치부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나도 이런 말 많이 들었고.’
장서균처럼 자기 음악이 세상에 인정받을 때까지 묵묵히 버티는 고행자 스타일이 있는가 하면.
자기 음악을 몰라주는 세상을 원망하며 남을 깔아뭉개는 타입이 존재했다.
아무래도 이 사람은 후자인 듯했다.
‘안병선, 실력은 꽤 괜찮았는데.’
사전 오디션에서는 철저하게 실력으로 뽑았다.
안병선은 11명 중 7~8번째 정도 오는 수준일까. 어중간하게 좋은 실력이라 우매함의 봉우리에서 못 빠져나왔나 보다.
[팔리는 음악이 꼭 좋은 게 아니지. 그런 건 시대가 흐르면 그냥 고물이 된다니까요. 대중에게 오래 사랑받는 음악은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음악이지. 우리는 이걸 명심해야 해요.]얼마 없는 연습 시간에 연습은 안 하고 잡담에 푹 빠진 것도 그렇고.
“흠…….”
나는 그 영상을 천천히 들으면서 생각했다.
‘이거, 공개하면 무조건 터지겠지.’
당장은 생방송이 아니라는 게 그나마 그에게는 다행이리라.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구석구석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다는 걸 까먹은 모양이다.
‘이거 분명 촬영 시작하기 전에 계약서로 동의까지 받았는데, 제대로 안 읽고 넘겼나.’
계약서가 이래서 중요하다.
방송을 시작하고 불과 14시간.
한 사람의 생사여탈권이 오롯이 내 손에 쥐어졌다.
이걸 다 편집해서 공개하면 그대로 박살 나겠지. 기회를 준 사람을 깔보면서 선동한 혐성 참가자라는 명목으로 말이다.
“어떻게 할래? 이거, 깔려면 제대로 깔 수 있는데.”
고희범이 악동 같은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빌런이 필요하기도 했고. 방송이 뜨려면 그런 사람도 있어야 하거든.”
“필요악이지. 레퀴엠 한 방 가자.”
홍윤서도 그의 말에 거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쁜 아이디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애초에 뜨고 싶어서 내 방송에 제 발로 출연했다는 사람이 내 음악을 깐다는 게 괘씸하기도 하고.
자본주의와 타협한 건가 뭔가.
하지만 트집 한 방에 바로 터뜨리는 건 아쉬운 구석이 있었다.
불쌍하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아쉬웠다.
‘기왕 굴러들어 온 떡밥이다. 이걸 제대로 활용할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활용 방안이 문제였다.
그냥 뒷담화 하나 공개하고 끝내는 건 어설프다.
뜬금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시청자들의 반응도 그리 곱지는 못할 터.
기왕 들어온 화젯거리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고민하기 한창이었다.
덜컹.
편집팀 방문을 열고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뭐 해?”
성민아였다.
그녀가 눈을 비비면서 나타나서는 말했다.
“나 앞에 편의점 좀 다녀오게 같이 가자.”
“혼자 못 가?”
“어두워서.”
그러고 보니까 이 주변은 온통 논밭이지.
어디 가까운 편의점이라도 가려면 기본 걸어서 10분 20분이었던가.
모처럼 나도 잠이나 깰 겸, 성민아와 산책이나 다녀오려고 일어선 순간이었다.
‘아.’
머릿속으로 번뜩이는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저 하늘에서 번갯불이 일직선으로 내려꽂히듯 떠올랐다.
‘그렇네, 이게 있었네.’
급하게 떠오른 아이디어에 나는 속으로 작게 웃으며 고희범에게 말했다.
“야식 미션 하나 해 볼까.”
“야식 미션? 갑자기?”
그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우리 그런 거 계획에 없었잖아.”
“뭐 어때, 밤이잖아. 출출할 때고. 합숙 방송이니까 버라이어티도 하나 챙겨야지.”
나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기왕이면 음악 방송답게.”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