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7
187화
[한영 아카데미]의 당초 목표가 무엇이었을까.바로 국내 시장이었다.
기존에 해 왔던 대로 국내 시장에서 한층 더 성공하는 것. 여기에 더 바라는 게 있다면 김한영 방송의 플랫폼화(化) 정도였을까.
우리 방송이 그 자체로 신인 뮤지션을 발굴하고, 키울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막상 방영을 시작하자, 곧 뜻밖의 결과로 이어졌다.
미국에서 반응이었다.
[한영 아카데미, 아이플러스 탑3 진입] [뉴트로 붐 + 한류의 파괴적 시너지] [일주일 사이 한국 아이플러스 가입자 320% 증가, 가입 이유는? 그야 당연히 한영 아카데미 때문이죠.]한국 아이플러스에서는 물어볼 것도 없이 당연히 1위를 달성했고.
정식 음원 공개까지는 시간이 남았지만, 성적은 안 까 봐도 알 것만 같은 상황.
미튜브 채널에서는 공개한 첫날 조회 수 400만을 달성했다.
이 모든 결과가 증명하는 바는 하나였다.
[김한영 붐] [김한영 테마주 추천] [김한영은 어떻게 대세가 되었는가]내가 잘나간다는 사실이었다.
그 덕일까.
“후후.”
강도수 대표의 얼굴에서는 연신 웃음이 떠날 줄을 몰랐다.
원래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는데, 오늘은 더하다.
나는 커피를 쪼옥 빨며 물었다.
“요즘 많이 좋으신가 보네요. 얼굴이 활짝 피셨어요.”
“이야, 티 났나요?”
강도수 대표는 숨길 것도 없다는 듯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후후후, 그거 아십니까? 회사에서 아주 난리가 아닙니다. 네온은 미국에 진출하는 게 늘 꿈이었는데, 이걸 얼떨결에…… 는 아니고, 실력으로 해내 버리신 겁니다. 원래 네온에서는 숲 뮤직 측에 더 힘을 실어 줄 예정이었는데, 기대치도 않게 저희가 선수를 친 거죠.”
“대표님이 주도권을 쥐셨겠네요.”
“커흠, 제 입으로 말하기는 정말 부끄럽고 난처하지만, 객관적으로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한영 씨 덕분이죠.”
아주 자랑하고 싶어 온몸이 근질근질해 죽겠다는 듯했다.
그동안 어떻게 참았나.
강도수 대표는 짧게 부르르 떨더니, 기다란 숨을 토해 내며 말했다.
“사실 제가 그동안 서러운 게 많았습니다.”
“서러운 일이라면?”
“저희 사업의 전망 같은 거죠. 스타트업, 그것도 남들이 잘 안 건드리던 분야를 도전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따라오는 무시라고 해야 하나.”
그가 큭큭 웃더니 말을 이었다.
“미튜브를 주력으로 기존 엔터 회사들을 밀어내고 미디어 시장을 개척하겠다는 게 주위에서는 그리 좋은 말이 안 나왔거든요. 딱 봐도 무모하잖아요?”
“흠.”
“한영 씨처럼 선구안이 좋은 분이 계셔서 다행이었죠. 처음부터 이렇게 되리라고 예상하셨겠지요.”
“그야 뭐, 그렇죠.”
아니다.
나도 처음에는 이 일에 별다른 관심도 없었는데, 고희범이 하자고 밀어붙였던 거지.
하지만 이 자리에 고희범은 없다.
그렇기에 나는 강도수 대표의 말에 긍정으로 응수했다.
“이렇게 될 것 같았습니다.”
“역시, 아니나 다를까 요즘 저희 소속 방송인들에게 투자하고 싶다는 연락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하지만 아직입니다.”
그 순간.
강도수 사장의 분식집 앞 여고생처럼 들떴던 분위기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아시다시피, 아직 한 단계가 남았습니다.”
본론이었다.
앞으로 남은 우리의 과제.
그건 바로,
“기존 분량에 못지않게 더 재밌는 방송을 만드는 겁니다.”
지나치게 성공해 버린 [한영 아카데미] 3화까지가 단순히 운이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나도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맞아요. 저도 원 히트 원더는 사양이에요.”
나중에 물로켓 김한영이라고 두고두고 비웃음당할 일 있나.
기껏 미국 시장이 먼저 다가와 줬다.
이런 기회는 나로서도 흔치 않으니, 왔을 때 최대한 입지를 다져 두고 싶었다.
종이 위에 찍은 점을 선으로 긋듯.
찰나의 사건을 역사로 만들 필요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한영 씨가 방송을 미리 안 만들어 둔 게 호재가 됐습니다. 처음부터 여기까지 계산해 두셨던 거군요.”
아니다.
그냥 스케줄이 꼬여서 그랬다.
하지만 나는 침묵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결과적으로 시청자의 반응을 충분히 확인하고 후속편을 만들 수 있게 되었으니 이득이 된 건 사실.
‘이제 앞으로 촬영할 방송 분량에서 정해진 건 딱 두 가지인데.’
우선 처음 참가자 열둘 중, 여섯이 탈락하고 나머지 여섯이 남았다는 것.
그리고 강릉에서 무대를 가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는 뭐든 자유였다.
기존 흐름을 이어 나가야 하니까 너무 큰 포맷 변화는 안 되겠지만, 방송을 띄울 수만 있다면 어떤 시도든 해 볼 법한 상황.
바야흐로 재정비의 시간이다.
오늘은 그 기획 회의를 위해 모인 참.
하지만 오늘 꺼낼 제안은 이미 준비해서 가지고 왔다.
“네온 엔터에서도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습니다.”
강도수 대표가 가슴팍을 탕탕 두드렸다.
“적어도 한국 음악계에서 한영 씨가 하고 싶은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겁니다. 아니, 안 되더라도 제가 책임지고 밀어붙이겠습니다.”
그렇다고 하신다.
기왕 해 주겠다니까 질러 봐야지.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되물어 보았다.
“정말이죠?”
“네! 제가 어떻게든 해내 보겠습니다! 돈이든, 사람이든, 장소든, 필요한 것만 말씀해 주십시오.”
강도수 사장이 호언장담을 뱉었다.
간이라도 쓸개라도 바란다면 내줄 것만 같은 목소리에 나는 되물었다.
“흠, 쉽지 않을 수도 있는데.”
“아이디어가 있으시군요?”
“아이디어는 있죠.”
“과연 어떤?”
떠본 말에 그가 오히려 솔깃하다는 듯 답했다.
나는 혹시나 해 한 번 더 물어보았다.
“일단 성공하기만 한다면 확실하게 세계적인 주목을 가져올 방법이기는 한데요. 이게 정말 어려워서요.”
“원래 성공하는 길은 어렵다고 했습니다! 뭐든 말씀 주십시오!”
“진짜죠?”
“예! 저만 믿어 주시면 됩니다!”
강도수 대표가 다시 한번 강조했다.
분명 ‘뭐든지’라고 말했겠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이 정도면 사실대로 말하는 게 예의다.
나는 강도수 대표라는 사람에 대한 신뢰감이 한층 깊어지는 걸 느끼며.
“그러면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빌보드 1위 가수를 데려오는 건 어떨까요?”
“아하! 빌보드 1위. 확실히 빌보드 1위를 찍어 본 가수라면 방송 흥행은 보장…….”
다음 순간이었다.
“예?”
강도수 사장의 말이 얼음조각상처럼 뚝 끊겼다.
그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빌보드 1위요?”
“네.”
“메론 차트 말씀하시는 거죠?”
“아뇨, 빌보드요.”
잘못 들었다는 것 같기에 나는 다시 한번 정정해 주기로 했다.
자세하게.
“아예 빌보드 1위를 찍어 본 가수를 한 명쯤 동원한다면, 홍보 효과는 톡톡히 챙길 수 있지 않을까요? 음악적인 퀄리티도.”
이게 내 계획이었다.
소 잡는 칼 있고, 닭 잡는 칼이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용을 잡는 칼은 어떨까.
명성이 부족할 때는 더 큰 명성을 가진 사람의 힘을 빌리면 된다고 하였다.
내가 옛날 옛적 신인 시절에 모노의 힘을 빌렸던 것처럼 말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게 있을까.
‘응, 없지.’
강도수 사장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 그, 차라리 국내 뮤지션 중에서는.”
“저도 많이 알아보고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요.”
나는 그의 말을 끊으며 답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는 지금 저보다 화제성이 큰 사람이 별로 없더라고요. 선우는 이미 출연했고.”
객관적인 사실이다.
당장 한국에서 활동하는 뮤지션 중에 나보다 화제성이 큰 사람은 없었다.
방송을 시작하고 불과 2년 만에 달성한 업적이었다.
한국 바깥을 보면 있기는 있지.
어떤 아이돌 그룹.
하지만 그 그룹은 이미 미국에 진출해서 빌보드 1위 찍고 자기 활동하느라 바빴다.
‘그쪽을 끌어들이느니 차라리 빌보드 1위가 더 쉽지.’
나는 생각을 되새기며 말을 이었다.
“이야, 그래도 다행이네요. 저도 구상만 했지 설마 실현할 수 있을까 많이 망설였는데. 대표님께서 선뜻 도와주시겠다니 덕분에 살았습니다.”
“…….”
강도수 대표는 비로소 현실을 인식했다는 듯 돌처럼 굳기를 잠시.
그의 입에서 가까스로 나온 말은 이러했다.
“고희범 편집자님과 상의는 해 보셨나요?”
“네.”
“편집자님께서는 뭐라고 하셨나요?”
“어메이징 스펙타클.”
“어메이징…… 뭐요?”
“어메이징 스펙타클. 좋은 계획이라는 말이죠. 제 계획에 완전히 찬성한다는 말.”
그렇게 몇 초가 흐를 무렵이었다.
강도수 대표는 자포자기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몇억, 아니, 자칫하면 몇십억 들겠군요.”
“안 될까요?”
“위에 제안은 해 보겠습니다만…… 그래도 큰 기대는 하지 않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또, 방송 텀을 생각하면 빠르게 진행해야겠습니다.”
이 순간까지만 해도, 나는 빌보드 1위라는 게 반쯤은 그냥 던져 본 말이었다.
그날 저녁.
강도수 대표에게서 다급한 전화가 걸려 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 * *
부산의 어느 병원.
그곳에서는 한 노인이 재활에 힘을 쓰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힘겨운 발걸음을 옮길 때마다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후들거린다.
검버섯이 핀 이마에서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
하지만 노인은 힘겹게 다리를 움직였다.
“후욱, 훅!”
그 모습을 보며 노인을 담당한 간호사는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재활을 포기한 사람마저 움직이게 할 정도라니.’
한 차례 주저앉아 병상에서 죽어 가던 노인이 이토록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이유가 무엇일까.
멀리 찾을 필요도 없었다.
당장 저 스피커에서 들려오고 있으니.
[그 거룩한 몸을 기꺼이 바쳐 한 움큼 거름이 되어 주었던 당신, 헌 옷을 자랑스럽게 걸쳤던 당신, 그 위에 피어난 나는 아직도 그런 당신의 이름 석 자를 입에 담기가 낯섭니다.]반추, 김한영이 부르며 최근 차트 1위를 정복한 곡이었다.
곡이 좋은 건 둘째 치고, 노인은 저 노래를 들을 때면 특별한 감상에 빠진 듯했다.
그리움인가.
아니다, 그보다는 오히려 화가 난 듯하다고나 할까.
‘어찌 됐든 환자가 의지를 불태우는 건 좋은 일이지.’
너무 과하지만 않으면 말이다.
간호사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노인에게로 걸어갔다.
“할아버지, 잠깐만 쉬었다가 하셔요.”
“안 쉬어.”
“그러다가 넘어지면 다치셔요. 오래오래 사셔야죠.”
간호사가 부축하겠다는 듯 손길을 뻗었다.
하지만 노인은 간호사의 배려를 매몰차게 거절하며 말했다.
“편하게 오래 사느니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나아.”
* * *
고희범이 중얼거렸다.
“진짜로 오는 거 맞지? 행동력 장난 아니다. 하루 만에 비행기를 타고 넘어오네.”
“새 앨범 낸다고 쉬는 시기라서 어떻게 타이밍이 맞아떨어진 것 같은데.”
이번만큼은 나도 조금은 놀랍다.
하지만 굳이 티를 내서 좋을 건 없으니 침착하게 정면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류 좋아한다는 게 진짜였나 보네.”
네온 엔터 사무실 입구.
그곳에서 선글라스를 낀 한 붉은 머리 여성이 걸어들어왔다.
레베카 로드리게즈.
미국 음악계에서도 손에 꼽는 한류 광이자, 내 방송을 SNS로 홍보한 당사자.
그리고 데뷔와 동시에 빌보드 1위를 먹은 천재 신인 뮤지션의 등장이었다.
‘한국어는 할 줄 모를 테고, 영어로 말해야겠지.’
예의상 먼저 인사를 건네려는 찰나였다.
그녀는 입꼬리가 귀에 걸릴 만큼 씨익 웃더니 대뜸 말했다.
“사랑해요. 연예X 중계.”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