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88
188화
시작부터 빌보드를 먹고 시작한 천재 신인 여가수, 레베카 로드리게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참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사랑해요, 연예X 중계.”
“…….”
외국 셀럽이 한국에 들어오면 필수로 밟는다는 그 멘트를 시전하는 것이었다.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가득하다.
마치 뭐라도 좋으니 반응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만 같은 그 눈웃음을 본 찰나, 나는 바로 눈치챘다.
알겠다.
이 사람은 아티스트가 맞다.
다른 이의 시선을 면밀히 따지기보다는, 자기 의견을 먼저 설파하고 그에 따른 파장을 즐기는 타입.
전형적인 아티스트의 성격이었다.
‘그런데 뭐.’
어쩌라고.
내가 휘말릴 거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경기도 오산이다.
여전히 얼굴에서 흥미가 가시질 않는 그녀를 향해.
나는 침착하게 말했다.
“티엔 밀밀. 워먼 뿌이양. 띠디, 꺼거, 지에지에. 니 더 그어 셩리. 워부샹카이비엔.”
“…….”
그 말에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큰 충격을 받은 듯 아찔한 표정을 지었다.
서로 말없이 눈치 싸움을 벌이기를 잠시.
그녀가 비로소 입을 열었다.
“차이니즈?”
“코리안.”
“휴.”
그녀는 자그맣게 안도했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내 이름은 레베카 로드리게즈고요. 한영 씨 만나러 캐나다에서 왔어요.”
정상인으로 돌아온 그녀의 모습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확신했다.
내가 이겼다.
“우선 들어가서 이야기 나누시죠.”
그렇게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되고 잠시 뒤.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잠시라도 안절부절못하겠다는 듯 어깨춤을 추며 말했다.
“한영 씨를 직접 두 눈으로 보고 싶어서 미국에서 바로 왔어요. 참, 관광을 겸사겸사 온 거기는 한데. 네온에서 보낸 메일 보고 하늘로 날아오를 뻔했다니까요?”
한국어로.
그러니까, 정말로 한국어로 말했다.
* * *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허공에 비행기의 궤적을 그리듯 팔을 뻗으며 말했다.
“슈웅!”
응, 의태어까지 자연스러운 걸 보니까 한국어 고수가 맞네.
다소 발음이 부정확한 부분은 있다.
하지만 이해하는 데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 한국어였다.
오히려 강도수 사장이 놀라서는 함께 데려온 통역가를 손으로 물릴 정도.
“한국어 잘하시네요?”
“5년 전부터 공부했거든요. 한국 노래 더 제대로 듣고 싶어서.”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여전히 능숙한 한국어 발음으로 말을 이었다.
“애초에 전 한국 음악을 듣고 음악을 시작한 거라서요.”
두둥.
이게 만화의 한 장면이었다면 효과음으로 이런 소리가 적혔겠지.
음악을 시작한 계기가 한국 음악이었다니.
빌보드 1위 가수의 충격적인 비화가 옆집 영희 말장난처럼 튀어나왔다.
“공부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단어도 그렇고 문법도 그렇고.”
내 추임새에 그녀는 자랑스럽다는 듯 가슴을 두드리더니 말했다.
“언어를 모르면 그 나라 음악도 깊게 이해할 수 없어요.”
“흠?”
“한국 가수들도 미국 시장에서는 영어로 노래를 내고 그러잖아요. 반대로 생각해 보면 어려울 게 없죠.”
그야 그렇기는 하지.
적어도 이 말 하나는 정확하게 공감하는 바였다.
언어를 아느냐 모르느냐에 따라서 같은 곡이라도 감상이 다를 수밖에 없다.
감정표현의 사소한 뉘앙스부터 완전히 다르게 와닿을 텐데, 그 둘이 어떻게 같겠는가.
“그렇죠?”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동의를 요구하듯 씨익 웃었다.
“뭐, 앨범 수록곡의 몇 곡을 현지 언어로 채워야만 앨범을 유통해 주겠다는 곳도 꽤 많긴 했죠.”
이것 또한 내가 굳이 외국 진출을 서두르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어색한 언어로 노래를 불러 봐야, 제대로 된 실력은 발휘하지 못할 게 너무나도 뻔했으니까.
나는 속으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지난 몇십 년 사이에 한국 문화가 엄청나게 성장했구나.’
그때는 물 건너온 미국 문화를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입장이었는데, 이제 상황이 역전됐다 이거지.
외국인이 한국 노래 듣겠다고 한국어를 공부할 지경이 되었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는 생각만 든다.
‘세상.’
상념에 잠겨 있는 와중이었다.
“게다가요. 또, 이번에 치즈 닭갈비랑 곱창도.”
“레베카, 그만.”
들뜬 채 뭐라 말을 이으려는 레베카 로드리게즈를 누군가가 한 손으로 물렸다.
그녀의 옆자리에 앉은 남자, 올리버 맥튼이었다.
삭발에 가깝게 머리를 짧게 자른 남자.
그가 초록색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에 부른 게 아이플러스에 유통하고 있는 방송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분명 좋은 일거리가 있겠지요?”
이번에는 옆자리에 서 있는 통역가가 번역해 주었다,
즉, 잡담은 이만하고 업무 이야기로 넘어가자는 말이었다.
‘이 사람을 잊고 있었네.’
올리버 맥튼.
말괄량이를 연상시키는 레베카 로드리게즈와는 정반대로, 목소리부터 자동차 엔진음처럼 착 내리깐 게 차분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었다.
선글라스만 끼면 영국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킬러처럼 보일 것 같다고나 할까.
“프로듀서님이라고 하셨나요?”
“레베카의 앨범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공동작업자라고 하면 이해하기 편하겠군요.”
레베카와는 달리 딱딱하다.
그가 지극히 사무적인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번 협업이 아직 완전히 확정 난 사안은 아닙니다. 우선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겠습니다.”
확실한 제안이 아니면 거절하겠다는 것.
팬심빨로 날먹하긴 어려울 듯하다.
‘하지만 애초에 한 방에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지.’
협상은 협상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고희범을 향해 말했다.
“희범아, 그거 보여 줘.”
“응.”
그리고 그가 노트북을 꺼내서는 그 화면 회의실 화면으로 띄우며 해설하기를 잠시.
회의실 어딘가에서 작은 박수 소리가 흘러나왔다.
“와우.”
바로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그 범인이었다.
그녀는 잠시도 쉬지 않고 손뼉을 치더니 더없이 흡족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바로 이런 걸 하고 싶어서 한국에 왔죠.”
내가 기대했던 그 반응이었다.
반면, 올리버 맥튼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 * *
레베카 로드리게즈는 당분간 한국에서 쭈욱 머물겠다고 선언했다.
휴가 겸 음반 작업 겸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겠다나.
‘아무리 봐도 취미생활 즐기려고 머무르는 것 같지만.’
어제 회의가 끝날 무렵, 그녀는 내게서 서울의 맛집 리스트를 몇십 개나 받아 갔다.
그녀와는 반대로, 올리버 맥튼은 회의를 마친 저녁 날 비행기를 타고는 미국으로 돌아갔고.
필요할 때 다시 돌아올 생각인 모양.
아무튼, 이렇게 해서 우리들의 다음 할 일이 정해졌다.
“자, 여러분은 지금 강릉 초당 순두부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강릉으로 돌아온 것이었다.
정확히는 강릉 초당 두부 마을로.
‘슬슬 다음 촬영을 진행할 때가 됐다.’
어느덧 참가자가 여섯으로 줄어서일까.
참가자들의 표정에서는 전에 없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 이 중에서 누가 붙고 누가 떨어져도 이상하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겠지.
“이번 미션이 결승전이 될 겁니다.”
“벌써요?”
누가 항변하듯 물었다.
“이 정도가 딱 적당해서요.”
애초에 이번 [한영 아카데미]는 미튜브 컨텐츠로 기획하고 만들었다.
초장편으로 길게 끌고 나갈 예정은 처음부터 없었다.
길어야 6편에서 9편 정도일까.
아이플러스나 네온에서는 더 길게 만들어 주길 바랐겠지만, 나는 반대였다.
‘억지로 늘린다고 한들 더 재밌어질 가능성은 안 보여.’
그나마 강도수 사장이 내 의견을 적극 지지해 줬다.
위에서는 더 만들어 달라고 압박을 넣었지만, 무시해도 좋다고 말이다.
[한영 씨 하고 싶으신 대로 하면 됩니다! 바깥일은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한영 씨는 창작 활동에만 신경 쓰세요. 그게 회사가 할 일이잖아요?]나는 속으로 그에게 작게 감사하며 말을 이었다.
“강릉 초당 순두부를 드시며 천천히 들으시겠습니다.”
내 말에 젓가락 딸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김소연이었다.
다른 참가자들은 다 내 말에 집중하겠다는 듯 가만히 있는데, 그녀만이 곧바로 음식 위로 손을 뻗었다.
나는 그 눈치 없는 모습에 피식 웃고는 말했다.
“맛있죠?”
“네!”
대답도 흔쾌히 나온다.
“여기가 진짜 맛집이에요. 이 주변 식당들이 얼마 안 됐는데, 여긴 진짜로 40년을 훌쩍 넘겼거든요.”
“진짜로요? 안 적혀 있는데. 가게도 깨끗하고.”
그녀가 어리둥절한 듯 주위를 둘러보는데, 지나가던 사장님이 놀란 표정으로 답했다.
“총각이 잘 아네. 우리 부모님 때부터 쭉 장사했거든. 어떻게 알았어?”
“지인의 지인이 옛날에 여기 온 적 있거든요. 여기가 진짜 맛집이라고 해서요.”
여기서 지인은 한윤태고 한윤태의 지인은 나다.
내 말을 들은 사장님이 기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 누군지 맛을 좀 아는 사람이네.”
“잘생겼고, 성격도 좋은 사람이에요. 음악도 잘하고. 목소리도 좋고.”
“말만 들어도 그럴 것 같아. 아주 귀인이네. 다음에는 그 사람도 한번 데려와.”
“또 올게요.”
“아니, 학생 말고 그 사람을 데려와 봐.”
“또 올게요.”
“그려, 그려.”
아무튼,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군침이 돌았는지 참가자들도 점차 젓가락을 뻗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마치 타악기처럼 들리기를 잠시.
나는 입을 열었다.
“맛있으십니까?”
“네.”
“맛있을 겁니다. 맛집이니까요.”
이쯤 되자 참가자들의 눈빛에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냐는 듯한 의문의 빛이 감돌았다.
나는 그 흐린 눈빛을 기쁘게 받아들이며 입을 열었다.
“다음 미션 주제는 초당 순두부입니다.”
“푸훕!”
참가자들의 입에서 씹던 두부가 뿜어져 나왔다.
팅 식구들은 이럴 줄 알았다는 표정.
하지만 나는 이렇게 되길 바란 사람이기에 아메바의 싸늘한 왼쪽 다리 각질만큼도 개의치 않으며 말을 이었다.
“작곡 기술이 진보하며 순수하게 연주만 잘하는 연주자의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져 가고 있는 세상입니다. 이제 뮤지션으로 성공하고 싶거든, 곡을 연주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모자랍니다. 동시에 작곡까지도 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말이 나온 상황의 문제일 뿐 정론이었다.
음악 시장이 발달할 대로 발달해 버린 결과, 노래를 잘 부르고 악기를 잘 다루는 사람은 너무 흔해져 버렸다.
그럼에도 시장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 사람은 존재하는 법이지만, 대체로 그러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작곡가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사실 돈도 이쪽이 훨씬 더 많이 벌고.’
하지만 돈이라는 건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나는 겸허히 말을 이었다.
“통상적으로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곡 하나가 재생될 때 작곡가의 수입이 약 10%에 달하는 한편, 실연자의 수입은 5%를 조금 넘는 정도밖에 안 됩니다. 순수하게 연주만 해서야, 차트 10위 안에 들어간 상위권 가수도 생계유지가 어려운 게 현실이죠. 제가 인터넷 방송에 집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 말에 몇몇 사람은 침묵을 지키는 한편, 깜짝 놀랐다는 듯 뜨악한 표정을 지은 사람이 있었다.
이번에도 김소연이었다.
“그럼 가수는 뭐 먹고 살아요?”
“즉석밥에다 라면이요. 가끔 사정 나아지면 통닭 한 마리 포장해서.”
“아니, 밥이 아니라 그 수입이 궁금한데.”
“보통은 행사 뛰어서 먹고삽니다.”
“그러면요. 작곡을 할 줄 몰라도 행사를 열심히 뛰면 되지 않을까요?”
“소연 참가자님,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박수 한 번씩 쳐 주세요.”
주위에서 작은 박수 소리가 멎기를 기다리기를 잠시.
나는 준비해 두었던 말을 즉시 뱉었다.
“행사도 한물가면 안 불러 줍니다.”
“…….”
“357의 법칙이라는 게 있죠. 숫자 357로 운 띄워 주세요.”
“3.”
“3주일 간다.”
“5.”
“5개월이면 잊혀진다.”
“7.”
“7년이면 사라진다.”
“……어디서요?”
“세상에서요.”
말을 이어 나갈수록 김소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언젠가는 해야 할 말이기에 나는 단호하게 말을 이었다.
“곡이 대박을 터뜨리면 몇 년 반짝은 좋겠죠. 하지만 뮤지션의 삶은 몇십 년을 가니까요. 노년에 깡소주만 마시면서 아프리카의 잡초처럼 말라가기 싫거든, 저작권 수입을 붙잡고 악으로 깡으로 버텨라!”
나는 말꼬리를 흐리며 말했다.
“라고 제가 존경하는 음반사 사장님께서 말씀하셔서, 실천하고 있습니다.”
난 어디까지나 겉보기에는 데뷔 2년 차다.
그러니 흠집 잡힐 구석은 피하는 게 좋겠지.
물론, 저 말이 거짓말은 아니다.
김진산 사장이 내게 한 말이기도 했다.
노래 잘하는 사람은 널렸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테니까 작곡에 더 신경을 쓰라고.
“말이 길어졌습니다만, 제가 작곡 한번 안 해 본 사람에게 떠넘길 만큼 매몰차기만 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럼요?”
“이번 미션의 주제는 송 캠프입니다. 앞으로 이틀간 저와 함께 강릉에 머무르며 곡의 뼈대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공연을 한다.
그때 유리, 레베카 로드리게즈와 손을 잡고 제대로 터뜨린다.
이어서 미국 시장까지 터뜨린다.
우주까지 터뜨린다.
나는 마음속으로 계획을 되새기며 말했다.
“두부 식겠네요. 얼른 먹죠. 참, 후식으로는 순두부 아이스크림을 먹겠습니다.”
“…….”
“…….”
참가자들은 잠시 나를 쏘아보다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것처럼 다시 두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 집이 역시 두부를 잘하네.
옛날보다 나은 것 같은데, 두부 제조 기술도 발전했나 보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김소연이 물었다.
“그런데 그 송 캠프로 곡 만들면 저작권은 어떻게 되나요.”
“제가 반 먹습니다.”
“아하, 꼼꼼하시네요.”
“자못 사람은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하니까요.”
나는 그 말을 마지막으로 다시 숟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우.”
분명 작은 야유 소리까지 들린 것 같은데.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