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2
192화
옛말에 이런 게 있다.
[남을 저주할 때는 무덤을 두 개 파라.]누군가를 공격한다는 건, 자기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도 같다는 말이다.
얼핏 보기에는 미신과 다를 게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현실은 이와 같은 논리로 돌아갈 때가 많았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칼에는 칼.] [내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면, 상대에게는 피눈물을 흘리게 하라.] [오빠 함무라비 스타일.] [시 비스 바켐, 파라 벨룸(Si vis pacem, para bellum)]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 이 말 안 들어 봤어?]이런 것들.
어떻게든 돌아온다.
마침 최근 며칠, 김한영이 이 속담에 아주 모범적인 예시를 남겨 주었다.
[혹시 그쪽에서 정 무서워서 도저히 못 나오시겠다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설마 그러진 않으시겠죠?]한영 아카데미 생중계를 통해 그간 쏟아진 의혹에 반박했다.
숨길 것 없이 아주 깔끔하게, 실력으로 말이다.
조금 과할 정도로.
[진짜 12시간 연속으로 작곡 방송을 할 줄은 몰랐네] [중간부터는 좀 김이 빠지기는 했는데, 그래도 12시간 어케 채웠냐] [ㄹㅇ 저걸 채웠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저쯤 되면 실력이 맞다] [인정하지, 김한영, 너는 혼모노가 맞군]이미 대중은 돌아섰다.
하지만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데이비드의 앞선 공격들이 워낙 강렬했던 탓일까. 김한영에게 쐈던 총알들이 방아쇠를 당긴 본인에게 그대로 되돌아갔다.
[데이비드 쫄보새끼 지금 뭐 하냐?]바야흐로 역풍의 시작이었다.
[남 저격해 놓고 지는 방구석에서 편하게 아가리 여물고 있죠?] [ㅋㅋㅋㅋ 그 잘난 구독자 수로 지금 뭐 하냐고~] [뭐라고 한 마디라도 해 보셈] [하루에 구독자 4만씩 빠지는 거 실화?]다른 미튜버들의 밥그릇을 건드렸다면, 자기 밥그릇이 엎어질 각오도 해야 했다.
[맨날 남 저격하더니 꼴 좋네 ㅋㅋ] [팩트는 네 손으로 네 대가리 깬 게 팩트였구연] [TAIWAN No.1] [엄] [준] [여기가 맛집인가요?] [식] [오늘의 쇼핑목록: 양파 2개에 당근 4개, 소고기 300g이랑 생수 2병…….]저격 영상의 댓글은 이미 8만 개를 돌파했다.
이쯤 되면 단순한 사건을 넘어, 가히 범지구적인 축제라고 볼 수 있었다.
‘이렇게까지 하려는 건 아니었는데.’
김한영을 저격한 당사자, 데이비드가 이빨을 덜덜 떨며 키보드를 붙잡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뛴다.
너무 늦기 전에 뭐라도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걸 안다.
알고 있다.
하지만 딱딱하게 경직된 몸이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았다.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거지?”
데이비드가 의자에 앉아 몸을 거북이처럼 웅크린 채로 중얼거렸다.
그 또한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렇지 않았다.
정말로 사회 정의를 위해 활동했다. 정말로 나쁜 사람이 있다면 그를 욕해 줄 사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언론사들이 하는데 개인이 못할 건 무엇이 있겠는가.
까놓고 쉬웠다.
저격 유튜버는 많으니, 그사이에 전문성을 조금 함유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반향을 얻어 낼 수 있었다.
정치적인 수사를 구사하는 법도 익혔다.
그러다가 조금 기세에 올랐고.
‘김한영이라서 이렇게 된 건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며칠 사이 쏟아진 논란 탓에 그의 미튜브 계정은 출금이 중지되었다.
312만이라는 그의 거창한 구독자 수가 역풍이 되었다.
지난 행적들도.
읽고 싶지 않아도 채팅창에서는 그를 비판하는 의견이 빗발치듯 쏟아졌다.
[뭐라도 한마디 해 보라니까] [지금까지 남 저격할 때는 신났지? 역으로 당해 보니까 기분이 어때?] [어디서 뭐 하고 있냐?] [이미 고소당한 거 아님? ㅋㅋ] [데이비드 얘 캐나다에 살지 않음?] [ㅈㄹㄴ 미국임] [그게 그거 아니냐?] [너 이 새끼 토론토로 와라 정정당당하게 주먹으로 승부를 보자] [토론토? 역시 캐나다 놈이었군] [비버를 걸고 라크쉬르다] [듀얼!] [근데 요즘 비버 음악 좋지 않냐?]두서없는 말로, 영상과 관련 없는 말로 채워지는 채팅창.
미튜버의 끝을 알린다는 징조들이 화려한 폭죽들처럼 연발되었다.
글자 하나하나가 칼날처럼 박혔다.
데이비드가 평소 남들에게 그리 해 왔듯, 네티즌들은 그처럼 했다.
[ㅋㅋ 나였으면 자살했다]책임감이라고는 필요 없다.
그 또한 그러했으니까.
결국, 32살 먹은 300만 미튜버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하나밖에 없었다.
“우욱, 우우우…… 우욱…….”
울먹이면서 도와줄 사람들에게 전화를 거는 것이었다.
뚜루루.
그간 그의 방송으로 다진 끈끈한 인연들이 있지 않나. 이럴 때 함께 힘을 합쳐 대응을 궁리해 보거든, 어떻게든 살아날 길이 보일지도 모른다.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이미 궁지에 몰린 판이다. 실낱같은 희망에 걸 수밖에 없었다.
뚜루루, 뚝.
그렇게 전화가 걸렸을 때.
{어? 어? 데이비드?}
“어, 난데. 할 말이.”
{잠깐! 전화 끊지 마. 나 마침 방송 중이거든. 내가 시청자들을 대표해서 너한테 물어보려…….}
뚝.
데이비드는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뚜―― 뚜―― 뚜――.
권선징악이 이루어졌다.
무덤에 들어가는 사람은 김한영이 아닌 데이비드였다.
하지만.
김한영의 발표는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처음부터 여론이 뒤집히리라는 걸 짐작하고 있었던 걸까.
그는 한영 아카데미 발표가 끝날 무렵에 특별 선물 하나를 남겼다.
[안녕하세요. 내가 누구게요?]방송이 11시간 42분.
종료까지 단 18분을 남겼을 무렵, 특별 게스트 한 명이 현장에 난입했다.
[나야, 나! 레베카 로드리게즈!]빌보드 1위 가수, 레베카 로드리게즈였다. 그가 방송에 나와서는 선언했다.
무려 한국어로.
[새 앨범에 들어갈 신곡을 김한영 아카데미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공개하기로 했어요. 알죠? 나 자신 있는 거. 그리고 누가 한영이 사기꾼이래요? 한영은 천재예요. 나랑 뚜쉬뚜쉬 싸우고 싶으면 더 말해 봐요.]행사장에 몰려든 기자들이 뜻밖의 일감에 열광의 도가니로 물든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전화위복, 화가 있다면 복도 따라온다.
불과 일주일.
그사이 김한영은 그에게 쏟아지는 안티들을 종이 뒤집듯 멋지게 자신의 팬으로 만들어 버리는 데 성공했다.
* * *
스노우볼링이라는 말이 있다.
사소한 물줄기가 부풀고 계속 부풀어서 점차 대하처럼 커지는 것.
이번에도 그런 흐름이 느껴졌다.
회의차 방문한 아이플러스 사무실.
강남 논현역 인근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건물인데, 엘리베이터를 타고 들어설 때부터 사무실 분위기가 남달랐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아이플러스의 사장이 직접 나와서는 접대한다는 점이 그러했다.
“세계에서 실시간으로 제일 잘나가는 크리에이터 아니십니까?”
“…….”
“하하, 들어가서 편히 말씀 나누십시오. 편히, 예?”
사람이 좀 밝네.
얼굴 보니까 어지간히 깐깐할 것 같은데, 나를 대하는 태도만 보면 코미디언 못지않았다.
“강도수 사장님 말로는 분명 사람이 좀 딱딱하다고 했는데…….”
함께 방문한 고희범이 의심에 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같은 사람을 만나도 다 감상은 다른 법이잖아.”
“그런가?”
“당장 임선우만 봐도.”
“아, 바로 이해함.”
하지만 불과 몇 분 뒤.
허겁지겁 달려온 김 부장을 마주했을 때, 나는 사장이라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해맑았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아이플러스 한국 지부의 김 부장. 그가 사자를 마주한 초식동물처럼 몸을 바짝 곤두세워서는, 감히 떨림조차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논란이 생긴 뒤로 일주일 사이, 조회 수가 1억을 돌파했습니다.”
1억을 돌파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생각보다 큰 충격을 안 받으며 말했다.
왜냐.
“1억으로 놀랄 시기는 지나지 않았나요?”
이미 지난번에 기사를 봤기 때문이었다.
한영 아카데미의 조회 수 1억 기사가 워낙 널리 퍼졌지.
굳이 이걸 이야기하려고 부른 건가 싶은 찰나였다.
“참, 제가 말을 실수했군요. 워낙에 긴장해서. 커흠.”
김 부장이 헛기침을 뱉더니 말했다.
“일주일 동안 조회 수 1억이 추가로 늘어난 겁니다.”
“예?”
이번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그가 말을 이었다.
“6화짜리 에피소드로 총 2.3억입니다. 편당 4천만을 달성한 겁니다. 전체 조회 수로 따지면 거의 두 배가 늘었네요.”
누적 1억이 아니라, 추가로 1억이었다.
그중 1주일 사이에 붙은 조회 수가 1억 이상.
누적으로는 2억을 넘겼다.
이 엄청난 숫자 앞에서 비로소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어쩐지.’
굳이 얼굴 맞대고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기에, 뭔가 비밀 친구라도 맺을 생각인가 했더니마는.
그게 2억이라면 이해를 하고도 남음이었다.
옆을 돌아봤을 때 고희범의 얼굴은 뭉크의 절규하는 남자처럼 변해 있었다.
이번에는 작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있는데
“폭발적인 인기입니다. 그러니까, 지금 한영 씨는 그야말로 정말 아주 대세라고밖에 말을 못 하겠습니다!”
그만큼 내 방송의 구독자 수도 순식간에 차오르더니 하루에도 10만 단위로 붙는 추세. 마침 어제 200만을 돌파했다.
김 부장은 여전히 가슴속에 뭐가 막혀 있다는 듯 두드리더니 말을 이었다.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한번 순위가 떨어졌던 게 역주행해서 지금 1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아시겠나요? 지금, 한영 씨가 아이플러스에 하나의 기적을 만들고 계신 겁니다. 세계적인 스타답게!”
그가 턱살이 흔들릴 정도로 고개를 흔들더니 말했다.
“놀랍지 않습니까? 이게 다 한 달도 안 된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는 게.”
“음.”
내가 잠시 고민하기를 잠시.
뭐라고 말을 하면 적절할까 결정하고 입을 연 순간이었다.
“일어날 수는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
김 부장이 턱살을 꿈틀거리더니 말했다.
“그거참, 핫, 아니,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 한영 씨의 그 캐릭터 좋습니다. 하하, 그렇죠! 월드 스타라면 이 정도의 포부가 딱 좋습니다!”
억지로 아부를 떠는 것만 같은 목소리에 고희범이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저기, 부장님, 걱정하지 마세요. 얘 아픈 게 아니라, 원래 이래요.”
“예? 저는 그런 게 아니라.”
“한영이가 이러는 걸 하루 이틀 본 게 아니었거든요.”
고희범이 내 등을 두드리며 말했다.
“버릇이에요. 버릇, 요즘 좀 자제하는가 싶었더니 갑자기 무슨 심경의 변화가 찾아왔는지 숨기지도 않아서.”
뭐라나.
하지만 실제로 나는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놀란 건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너무 놀랄 상황이기에 역으로 담담하다고 말하는 게 맞겠지.
‘음악이라는 게 원래 이럴 때가 있지.’
아무것도 아닌 신인조차 우연히 유출된 음원 하나로 정상에 오를 수 있는 게 이 시장 아니었던가.
반대로,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시류가 안 따라 주면 묻히기도 하고.
그런 일이 비일비재한 시장이었다.
‘세계적으로 뜬 건 신기하지만, 역으로 이래 버리니까 별다른 감상이 안 드네. 그냥 게임 아이템 하나 먹은 기분이기도 하고.’
분명 뜬 건 좋은 일이다.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이제부터가 진짜겠네.’
지금의 화제성이란 건 내 음악을 들어 줄 사람이 많아졌다는 걸 의미한다.
그 사람들이 정말로 내 음악을 사랑하고 또 들어 줄 사람일까.
아니면 단지 ‘한영 아카데미’를 한때 좋아했던 애청자로 남을까.
이건 앞으로 내가 증명하기에 달려 있겠지.
마침내 선택의 기로다.
생각에 빠져 있으려니 김 부장이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서 다음 에피소드는 잘 준비가 되고 있으신지. 핫, 물론 재촉하거나 그러는 건 아닙니다. 단지 제가 이걸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 예, 회사 생활이 다 그렇지 않습니까.”
오히려 나보다 이쪽이 더 들뜬 것 같군.
회사에서 뭔가 큰 오퍼를 제시하기라도 했나.
그러고 보니 아까 이상할 정도로 호의적이었던 대표인지 이사인지 했던 사람들도 그랬고.
‘모르겠다.’
기대감은 최대한 끌어모았으니 이다음부터가 내가 할 일이겠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그거다.
내가 준비한 무대가 앞선 방송들에 비해 결코 초라하지 않다는 거.
터뜨릴 때가 왔지.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강릉에서 무대를 준비하고 있어요. 이번에 무대에 올라갈 사람들도 제대로 모아 뒀고. 최근에 더 보강도 했고요.”
“오호, 혹시 작게나마 힌트라도.”
김 부장의 얼굴이 거의 밀착할 만큼 가까워졌다.
나는 그만큼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말했다.
“드론이에요.”
“드론?”
김 부장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하늘을 나는 그거 말씀이십니까?”
“네, 그리고 한복?”
“……드론에다가 한복?”
그가 아리송한 표정으로 눈을 데굴데굴 굴리는 사이, 나는 말을 덧붙였다.
“그런 거 잘하는 연출가를 하나 알고 있거든요. 감각도 있고 기계를 좀 잘 만져서.”
강릉.
드론.
레베카 로드리게즈.
유리.
네온 엔터.
팅.
그리고 나까지.
이 모든 걸 세상에 보여 줄 순간이 왔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