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195
195화
레베카 로드리게즈.
그녀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무엇이 있을까.
바로, 데뷔하기도 전부터 이미 유명했다는 것이었다.
[그 유명한 천재께서 이런 좁은 방에서 살고 있었을 줄이야.]레베카를 발굴한 프로듀서, 올리버 맥튼이 했던 말이다.
유명세와는 달리, 집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창고에 쥐새끼처럼 숨어 생활하고 있었으니.
가족에게 학대를 당한 탓이었다.
같은 집에 살되 기생충 취급을 받으며 숨어 살기만 하였다.
[가족이 말이 가족이지, 경우에 따라서는 최악의 남이 될 수도 있지요.]하지만 그녀는 유명했다.
가족들도 모르는 사이 은밀하게 유명해졌고, 그 명성에 힘입어 단박에 탈출했다.
그 과정은 간단하다면 간단하고, 어렵다면 어려운 것이었다.
레베카는 특별한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남들도 다 하는 것. 곡을 만들어서는 인터넷에 올렸다.
그뿐이었다.
[rebecca1.mp3] [rebecca2.mp3] [rebecca3.mp3]이름도 단출하기 짝이 없었다.
딱히 유명해지고 싶어서 했던 것도 아니다. 할 줄 아는 게 곡을 만드는 것밖에 없었을 뿐이다.
가족들에게서 탈출구가 온라인 세상이었고, 소통 도구는 음악이었으니까.
그뿐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이 사람 누구야?]세상이 그녀에게 손을 내민 순간이었다.
[처음 들어 보는데 노래가 진짜 기발하다. 창의적이고, 조화로워.] [신곡은 또 언제 올라온대?] [어디 레이블에서 몰래 키우는 가수 아니야?]단 하나.
순수하게 곡의 힘 하나로 유명해졌다.
훌륭한 녹음 시설, 작곡 도구 같은 건 없다.
핸드폰 마이크.
싸구려 미디.
버벅거리는 컴퓨터가 전부.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SNS에서 그녀의 구독자 수는 데뷔 전에 이미 10만을 돌파했다.
그 10만 구독자를 수익으로 돌리는 법을 잘 몰랐기에 쥐새끼처럼 사는 건 같았지만, 어찌 됐든 그녀의 이름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그러던 중 레베카를 발굴한 게 올리버 맥튼이었다.
[내가 널 빌보드 스타로 만들어 주지.]그렇다.
레베카 로드리게즈라는 가수는 어떻게 보면 현대의 김한석이라고 볼 수 있었다.
김한석이 태어나자마자 고아가 되어 길바닥을 무대로 기타를 치며 자랐듯.
레베카는 가족 아닌 가족으로 태어나 창고에서 인터넷을 무대로 곡을 만들며 자라났다.
이 과정의 차이로 두 사람의 음악에도 차이가 생겨났다.
김한석은 자기 생각을 거리의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싶었기에 큰 목소리를 내고 싶어 했다. 더 짙은 감정을 뽑아내고 싶어 했다.
하지만 레베카는 다르다.
그녀는 창고에 숨어 살면서도 큰 목소리를 내면 가족들에게 매타작을 당하는 사람이었다.
목소리를 죽이기 위해 속삭이는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고, 그 창법이 나아가 그녀의 개성이 되었다.
악기 연주도 마찬가지.
김한석은 곧 때려 죽어도 생연주 녹음을 선호한다.
반면 레베카 로드리게즈의 모든 노래는 MIDI(전자음 악기)로 이루어졌다.
두 사람은 다르다.
김한석은 무뚝뚝한 한편, 레베카는 정신이 사나울 정도로 발랄하다.
그녀가 좋아했던 K-POP 뮤지션이 그런 성격이었기 때문.
어찌 됐든, 레베카 로드리게즈는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 그런 그녀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무대 위에서 남의 노래를 부르면서.
“I try to fight against the old theory. A individual can not be involved. Anyway, fuck off.”
* * *
그 광경을 보며 올리버 맥튼이 한 생각은 이러했다.
‘정말로 홀딱 빠졌나 보군.’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정말로 김한영의 음악에 반했다는 것이었다.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농담인 줄 알았더니마는.’
레베카 로드리게즈가 어떤 사람인가.
겉으로는 K-POP을 마냥 좋아하는 것 같고, 실제로도 좋아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협하지 않는 선이라는 게 있었다.
바로, 자기가 만든 자기 노래만 부른다는 것이었다.
프로듀서인 올리버 맥튼 그의 의견도 조언으로만 들을 뿐, 정작 그의 음악을 수용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 어떤 유명 작곡가의 곡을 주려 해도 거절했다.
망하더라도 자기 손으로 망한다.
레이블 입장에서는 지극히 다루기 어려운 인물이었다.
어떤 철학적인 이유도 아니다. 신뢰도의 이유도 아니다. 그저 고집의 문제였다.
세상의 그 누구도 깨지 못했던 바로 그 고집.
[그냥 싫어요.]지금.
그 고집이 지금 깨졌다.
“검게 타들어 가는 짚 더미 속에도 유종의 미가 있어, 나는 그걸 시련이라고 불렀네. 내 입맛을 물어봐 줘요. 내 이름은 뭔가요? 나는 무엇을 하고 싶나요.”
“How, how, how, exhausted. Why, why why, wired.”
김한영의 노래를 함께 부르고 있다.
그 레베카가 자기 노래가 아닌, 남의 노래를 부르고 있는 것이었다.
피처링조차도 아니고 공동 작곡이라는 형태로.
“……허!”
올리버 맥튼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설마 이게 정말로 이루어질 줄이야.’
김한영의 제안을 들었을 때만 해도 헛짓거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레베카가 남의 노래를 받을 사람이 아니다. 빌보드에서 활동하는 유수의 일류 작곡가들이 준다는 곡도 사사코 거절했는데, 김한영이 곡을 준다고 해서 받아들일 리가.
그런 생각이었다.
협상이 결렬되리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끝내 성사되지 않았나.
‘레베카를 잘못 판단했던 건 나였나.’
어쩌면 그녀는 여태껏 어떤 신념으로 남의 노래를 거절했던 게 아니라, 그냥 어떤 노래든 자기 귀에 안 찼던 것뿐인가.
그렇다면 저 아티스트의 노래가 그 작곡가들보다 아득히 위에 있다는 건가.
이 촌스러운 노래가?
곡 하나에 트랙을 50개 이상 쓰는 게 미덕인 세상인데, 트랙이라고는 그 절반도 안 쓸 것 같은 김한영이?
일류 프로듀서로서 속이 부글부글 끓는 심정이다.
‘별로 마음에 드는 곡은 아니지만, 내 눈으로 보고 있으니 안 믿을 수도 없고.’
정작 이 곡의 구조에서 조화라고는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도 그러했다.
“세상에 태어난 걸 축하해. 아이야, 숨만 쉬어도 세금이 붙을 거야.”
두 사람의 가사는 서로 완전히 달랐다.
그러니까 말 그대로, 주제가 겹칠 일도 없이 완벽한 평행선을 달렸다.
김한영의 가사가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자기 삶의 의미를 찾는 노래라면.
“This is my wallet and that is your sympathy. How long do refunds take.”
레베카 로드리게즈의 가사는 대체 뭐라고 해야 할까.
비관적이었다.
나는 혼자서도 잘 사니까 그 잘난 동정심은 집어치우고 내버려 두라는 그런 가사.
가사만 저러면 다행일까. 멜로디부터 자세히 들으면 달랐다.
서로 완벽하게 따로 놀았다.
곡의 제목조차도 불협화음(Disharmony).
말 그대로 두 사람이 각자 자기가 잘하는 일을 할 뿐이었다.
한 곡으로서 형태를 성립시키기 위한 최소한의 박자 정도를 구심점만 유지한 채로.
그야말로 비효율의 극단을 달리는 형태.
하지만.
그게 곧 하나의 음악이 되었다.
[진짜 잘하네.] [가사는 못 알아듣겠지만 멜로디가 예쁘다.] [김한영이 업혀 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주고받고가 되네?] [하모니가 장난 아니다] [ㅋㅋㅋㅋㅋ 나라가 뭔 상관임? 잘하는 사람이 잘하는 거지.] [저기 선생님, 쿨하게 보이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 누구도 나라 어쩌고 언급한 적 없습니다.]그렇게 올리버 맥튼이 한 발자국 떨어져 무대를 관조하기를 잠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변화가 찾아오겠군.’
이 시대가 레베카 로드리게즈를 낳았다.
올리버 맥튼은 그런 그녀야말로 세상이 요구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기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어째서일까.
곧, 새로운 시대가 생겨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 * *
한영 아카데미.
그 마지막 에피소드를 겸해, 강릉 공연이 있고 나서 약 한 달의 시간이 흘렀다.
공연을 편집해 아이플러스에 독점 선공개로 올렸다. 이후 미튜브에도 무료로 풀었다.
늘 하던 일들과 크게 다를 게 없는 일련의 과정.
하지만.
촬영 과정이 더없이 험난했던 만큼 열매는 달았다.
[한영 페스티벌 오졌다]지난번 내 공연을 두고 시청자들이 한영 페스티벌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ㄹㅇ 오졌지] [드림팀 총출동했잖아]어디까지나 이번 방송은 한영 아카데미가 맞다.
내용부터가 그랬다. 페스티벌은 따지고 보면 외전이다.
팬서비스에 가깝지.
하지만 그게 너무 인상적으로 먹혀 버린 탓이었다.
[한영 아카데미 최종 에피소드 포함 전 세계 조회 수 통합 4억 돌파] [레베카 로드리게즈와 황금 콜라보 과시] [아이플러스의 ‘신의 한 수’]너무 대박을 터트려 버렸다.
그것도 대박 이상의 엄청난 초대박을.
[김한영 미국 황금시간대 저녁 쇼 출연 제안 거부] [레베카 로드리게즈는 빌보드를 향한 교두보?] [올리버 맥튼, 김한영을 차세대 한류 스타로 거론] [전 세계에서 러브콜 쇄도] [미국을 이어 방영한 유럽 지역 및 50여 개 국가에서도 순위권 진입] [출연 요구 전부 거절, 귀찮아서라고 이유 밝혀] [진실은 어디에? 한국을 떠나 미국에 가 있다는 가설이 ‘유력’]뜨는 게 참 한순간이다 싶다.
참가자들 띄우려고 만든 공연인데, 내가 제일 떠 버리다니.
물론, 참가자들이라고 해서 특별히 득을 못 봤다는 건 아니었다.
[진짜 인생 대박 난 거 아님? 동네 미튜버 방송 출연한 게 세계적으로 떴잖아 ㅋㅋ] [참가자들도 다 멋있었고 고생 많았음] [그동안 에피소드 내내 김한영에게 맞서 고생한 보람이 있더라] [나였으면 끝까지 못 버티고 탈주했다 ㅋㅋㅋㅋㅋ] [ㄹㅇ 근성 오짐] [안병선 걔는 도주했다던데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탈주 닌자 된 거 아님?] [데이비드인가 걔도 탈주했다던데] [아 ㅋㅋ 인생 탈출 넘버원이라고~]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이지.
하지만 정작 이 참가자 중 데뷔한 사람은 적었다.
먼저, 정호영은 자기 실력이 부족하다며 데뷔를 미루겠다고 했다.
[한영 씨를 보고 이번에 확실히 느꼈어요. 전 프로 뮤지션이 되기에는 한참 부족한 것 같아요.]내가 보기에는 프로 평균 정도는 하고도 남는 것 같은데 본인이 그렇겠다니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일약 스타덤에 오른 김소연도 한 발 뺐다.
[부모님이 싫어하셔서요. 저도 아직 부담스럽고.]우선 학교부터 졸업하고 다시 생각하겠다나.
다만, 그녀는 뒤에 한마디를 덧붙였다.
[강릉을 음악의 도시로 만들어 볼래요]꿈이 크다.
하지만 꿈은 커서 나쁠 게 없다.
전체적으로 시청자들의 평가는 좋았다.
[앞으로 이번 페스티벌을 점점 키울 생각이라고 하던데?] [누가 그럼?] [강릉시장이] [공연 볼 겸 강릉시 다녀왔는데 되게 좋았음. 커피도 맛있고 커피가 맛있고 커피까지 맛있고.] [김한영 이제 곧 월클 되는 거 아님?]굳이 앞으로 뭔가 한다면 레베카 로드리게즈와 함께 공식 음원을 발표하는 정도일까.
그렇게 바쁜 시간을 보내왔고, 앞으로도 바쁜 시간을 보낼 예정.
최근 일이 지나치게 몰렸던 탓일까.
나는 그만.
‘아무것도 하기 싫다.’
번아웃에 빠지고야 말았다.
정말 깔끔하게, 아무것도 손대기 싫은 상태가 되었다.
이런 일이 좀처럼 없는데.
지금이라면 다 때려치고 한 가닥 고양이 털이 되어 세상을 부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작업실에 고양이나 하나 길러 볼까. 그럼 옷이나 악기에 털이 엄청나게 달라붙을 것 같은데. 돌돌이랑 다 처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건조기를 주문해 볼까. 아니야, 건조기는 시끄럽잖아.’
머릿속이 텅 비었다.
일이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그렇게 한참을 작업실 소파에 누워 가만히 미적거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한영아, 괜찮아?”
조은솔이 불안하다는 듯 물었다.
“괜찮아요.”
“안 괜찮은 것 같은데, 요즘 밥도 안 먹잖아. 기타도 안 치고.”
“가끔 이럴 때 있어요.”
“그 가끔이라는 걸 나는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못 봤거든?”
“엘프의 수명은 인간의 몇십 배라고 하잖아요. 그럼 몇 년 정도는 찰나의 시간 아닐까요?”
“……안 괜찮은 게 맞구나.”
조은솔이 질색하듯 물러섰다.
사람이 좀 쉬는 게 뭐 어떤가 싶은데, 고희범도 창백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진짜 너 요즘 좀 이상한 거 알아?”
“나는 언제나 정상이었어.”
“그렇게 말에서 핀트가 엇나가는 거. 그거 조현병 증상이래.”
“쉿, 말조심해.”
“뭘?”
“요즘은 그런 발언도 조심해야 하는 거 몰라? 암 걸린다는 표현도 암 환자들한테 안 좋다면서 방송에서 조심하라고 하잖아.”
“그걸 아는 놈이 그동안 방송에서 온갖 망언을 떠오르는 대로 뱉었냐. 근데 진짜 머리가 어디 아픈가 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작업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됐어, 그동안 과로했으니까 가끔 아무것도 안 하고 쉴 때도 있어야지. 나는 밀린 일감 처리나 할 테니까 어디 휴가라도 다녀오던가.”
“거절한다.”
“네, 네. 사장님 맘대로 하십시오. 월드 스타도 되셨으니까 당분간은 사장님이 이 세계 주인공입니다.”
참 하잘것없는 대화를 나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어쩐지 즐겁다.
앞으로도 쭉 이렇게 살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 늘어지고 싶다. 지금도 늘어졌지만, 앞으로는 더.’
그러다가 음악을 하고 싶어지면 다시 하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거고.
그렇게 모처럼 조용해진 세상을 만끽하며 데굴데굴 굴러다니는 와중이었다.
위잉―― 위잉――
핸드폰이 울렸다.
‘또 무슨 전화지.’
요즘은 이런 연락이 귀찮다.
핸드폰을 따로 팠는데도 이상한 스팸 연락이 많이 날아오기 때문.
어디서 자꾸 연락처를 훔치는 건지.
그래도 중요한 연락이 있을 수 있으니,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핸드폰을 붙잡은 순간이었다.
“……!”
그곳에 온 연락은, 한껏 풀린 내 긴장감을 다시금 바짝 조이게 만드는 그런 부류의 연락이었다.
[강도수 대표님 – 요즘 이상한 연락이 자꾸 오네요 ㅠㅠ] [강도수 대표님 – 누가 자꾸 문의 사이트에서] [강도수 대표님 – 가수님 곡이] [강도수 대표님 – 남의 곡 표절이라고 해요] [강도수 대표님 – 무시했는데도 계속 전화를 걸어서 ㅠㅠ]그 밑에 적힌 이름이 세 글자가 있었다.
[강도수 대표님 – 반추가 김한석 미발표곡 표절한 거라고 ㅠㅠ]반추.
반추가 김한석의 미발표곡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세상에 단 세 명뿐이었다.
나.
한윤태.
그리고 또 한 명.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