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24
224화
베벌리 힐스, 미라데로 로드 1125번
어느 거대한 저택.
이 저택은 결코 간단하게 지어지지 않았다.
[역사에 남을 집을 만들어 주세요. 할 수 있죠?]전설적인 건축가, 토니 아세베도가 유명 스타 다누시아에게 직접 의뢰를 받아 설계했다.
기존 저택도 충분히 비쌌다.
매매가 250억에 달하는 저택.
대부분이 땅값이라고는 하나, 그 땅값에 어울릴 만큼 충분히 가치 있는 건물이었을 터.
하지만 다누시아는 이 세상에 유일한 자기만의 보금자리를 짓기 위해 그 저택을 기꺼이 허물었다.
그 위에 기틀부터 새롭게 올렸다.
[세계 2차 대전에서 총알에 피탄된 비행기 날개로 만든 천장] [90년 월드컵 구장에서 옮겨심은 잔디] [시드니 오페라하우스의 음향 담당자를 모셔 동일한 수준의 음향설계를 적용한 시청각실] [이 집에 맞춰서 새롭게 고안한 자체 냉난방 시스템]스마트폰 한 대로 건물 전체를 조작하는 IOT 기술은 기본.
기본 틀에만 도합 150억을 쏟아서 지은 집이었다.
여기에 추가로 들인 인테리어 비용과 다누시아가 따로 모은 수집품들.
[공자가 직접 수집한 도자기] [고흐의 그림 세 점] [나폴레옹의 모자 두 개] [니콜라에 차우셰스쿠가 생전 애용했던 최고급 호랑이 가죽 소파] [콩피에뉴 휴전 협정에 쓰였던 거대 책상]가히 박물관이라 불러도 좋았다.
들어간 돈에 걸맞게, 경호원부터 정원사 그리고 요리사까지 전부 업계 최고 수준으로 고용했다.
또 다누시아라는 뮤지션이 이 집에서 살았기에 자란 가치를 포함하거든, 그의 저택 [다누시아 하우스]는 가히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후대에 유물이라고 불려도 좋겠지.
하지만.
그 호화로운 집의 거실에 앉은 장본인의 표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
오히려 불쾌하다고 봐도 좋았다.
똥을 씹은 듯 한껏 찌푸린 인상을 펼 줄을 몰랐다.
그런 그의 시선은 거실에 놓인 초대형 텔레비전의 한가운데로 향해 있었다.
참, 이것도 150인치로 세계적인 전자기기 업체에서 미래의 TV라며 자부한 물건이었다.
하지만 이 집구석에 놓인 기기 중에는 그나마 저렴한 편이었다.
고작 2억밖에 안 했으니.
아무튼, 그 화면에 시종일관 떠오르는 소식 탓에 다누시아의 표정은 곱지 못했다.
[김한영 – 아이플러스 다큐멘터리 열풍]김한영이라는 인간 탓이었다.
[Road to KHY, 런칭과 동시에 전 세계 20대의 마음을 점령, 극장 상영 요구도 빗발쳐]일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었다.
별거 아닌 대학생이 우연한 계기로 음악을 시작해, 어떻게 해서 지금의 위상으로 성장했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 영화.
아니, 영화라고 부르기도 힘들다.
그보다는 1시간 반짜리 라이브 영상이라고 보는 게 옳았다.
하지만 충분히 파괴적이었다.
[전 세계 아이플러스 1위 달성] [OTT 업계 3위 아이플러스, 일시적으로 누적 트래픽 기준 1위 넷플레이도 제쳐] [메가톤급 IP가 가진 힘]저러는 게 말이 되나.
다누시아는 어지러울 따름이었다.
‘너무 빠른데.’
그가 아는 김한영이 위협적인 경쟁자라고 칭할 수 있었던가.
다누시아는 고민하기를 잠시.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히려 만만했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러했다.
한국에서는 1위를 찍고 온 듯했으니 그것조차 압도적이지는 않았다.
미국에서는 [한영 아카데미]로 한 차례 화제가 됐다.
‘하지만 말이 화제를 끌었다는 거지, 일시적으로 인기를 끄는 사람이라면 발바닥에 채일 만큼 널렸어.’
1년에만 그 정도 화젯거리가 100개는 될 거다.
[도라 마그리트 쇼], [벡 딕슨 LA 투어].이런 것들조차도 그리 위협적이지는 않았다.
어지간한 중견 뮤지션이라면 그 정도야 당연한 거니까.
다누시아가 김한영에게 위협을 느낀 진짜 이유는 다른 순간에 있었다.
[KHY 챌린지] [올해의 밈 – KHY]김한영이 자기 이름으로 하나의 트렌드를 만들어 플랫폼을 장악했을 때였다.
‘노린 건가?’
트랜드는 확산을 만들어 낸다.
확산은 곧 대중의 마음속에 각인되고, 대세론으로 이어지기 마련.
이게 의도해서 될 일인가.
아니다.
오히려 하늘의 선택을 빌어야 하는 수준이었다.
어째서 다누시아, 그가 조금이라도 대중의 입방아에 오르려고 노력하는가.
이유는 간단했다.
트랜드라는 게 가진 힘을 뼈저리게 알고 있으니까.
트랜드야말로 현대 미디어의 권력이었다.
그런 그에게조차도 저런 건 의도적으로 하려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무서운 계산력이다.’
하나하나 따져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영리하기 그지없었다.
밈이든 챌린지든 전부 그의 노래가 깔려 있지 않았나.
따지고 보면 대중이 자발적으로 그의 전광판, 아니, 영업사원이 되어 준 셈이었다.
‘저 정도 파급력이면, 정말로 빌보드 1위를 노려볼 수도 있겠군.’
김한영에게 한 번이라도 관심을 준 사람 1명이 1번만 듣더라도 달성할 상황이다.
‘이대로면 아슬아슬하겠네.’
안 될 일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그가 몇 년을 기울여 온 정성의 결정체였다.
만에 하나라도 그가 김한영 같은 애송이에게 밀릴 일은 없겠지만, 십만의 하나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지워 버려야 했다.
‘마케팅의 빈도를 늘려야겠어. 우선 인터뷰부터 하나 더 잡아야겠다.’
모자라다.
만들어 둔 곡들의 힘은 충분하다 치고, 마케팅이 모자라다.
다누시아는 이번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쌓는다는 심정으로 마케팅 전반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결코 흔들리지 않을 1위를 위해서.
* * *
같은 시각.
김한영이 몰두하는 일이 있었다.
“……또?”
“응.”
김한영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재녹음하자.”
재녹음이었다.
별거 아니라는 듯 나온 말에 성민아는 다크서클이 진하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김한영을 노려보며 중얼거렸다.
“……그 마지막이라는 말, 지금 몇 번째 하고 있는지 알지?”
“열네 번째?”
“구체적이네. 그럼 하나만 더 고치면 되겠다고 말했던 건?”
“스물다섯 번 정도였나.”
그렇다.
김한영은 최근 말 그대로 미친 듯이 재녹음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었다.
앨범 공식 발매까지 그렇게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하지만 김한영은 그 시간을 쪼개고 쪼개, 게임 회사에서 발매 직전까지 크런치를 반복하듯 곡을 뜯어고치기 바빴다.
‘결국에는 곡으로 판가름이 나겠지.’
그의 심리 기저에는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상대방은 그 다누시아다.
예전에 그렇게까지 큰 자신감을 내비쳤던 걸 보면, 분명 어마어마한 작업물을 마련해 뒀을 터.
‘과연 그걸 내가 넘어설 수 있을까.’
김한영의 마음속 다누시아의 모습은 가히 역사적인 괴물에 필적했다.
마케팅은 할 수 있는 만큼 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남는 건 음악이다.
결국, 뮤지션에게는 음악이었다.
더 나은 곡을 짜낼 수 있을 때까지 한계까지 갈아 넣는 것 외에, 그가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저기, 야, 내가 이런 말까지는 안 하려고 했는데.”
그런 김한영의 모습에 성민아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말했다.
“너 이러다가 과로사로 죽어. 나도 피곤한데 넌 지금 거의 이틀째 안 자고 있잖아.”
그렇다.
이 자리에서 가장 무리하고 있는 게 김한영이었다.
하지만 그는 하품 한 번 하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잠은 죽어서 자도 돼.”
“……확실히 정상인은 아니야.”
성민아는 지친 표정으로 중얼거리면서도 다시 기타를 손에 쥐었다.
“그래, 이번만 고생하면 빌보드 1위 찍을 수 있다니까 해야지. 그럼 당당하게 학교 때려치우고 음악만 할 거야.”
“흠, 1위를 찍을 수 있을지 못 찍을지는 나도 몰라.”
“괜찮아.”
성민아가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1위 못 찍으면 내가 널 칼로 찍을 거거든.”
“그건 조금. 참, 아까 연주한 거 마지막에 스트로크가 좀 과하더라.”
“남이사.”
“내 연주는 완벽해.”
김한영도 입과는 별개로 자연스럽게 성민아와 합을 맞추기 시작했다.
팅-
곧 음악이 녹음실을 한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그녀 한 명뿐이 아니었다.
“야, 나 이제 치킨 먹으면 다음 날 설사하는 나이야.”
홍윤서도 똑같이 갈렸다.
“아니요. 아직은 괜찮아요.”
“네가 내 나이 돼 봐라.”
“그 나이에는 괜찮아요. 돼 봐서 알아요.”
“아오.”
고희범도.
“……한영아, 나까지 꼭 같이 작업해야만 할까? 나는 편집잔데?”
“네 목소리는 인트로에 잠깐 나오고 빠질 거니까 부담 갖지 말고.”
“선생님, 그런 것치고는 재녹음만 벌써 두 시간째이지 말입니다.”
조은솔도, 김예담도.
팅 식구라면 모두가 공평하게 갈려 나가는 와중이었다.
“작업하는 와중에 계속 수정 요구해서 미안하네요.”
“아뇨, 저도 비율 받으니까요. 또 어차피 저라도 수정 요구했을 테고. 흐아암, 빌보드 가려면 이 정도는 해야죠.”
그건 한 발 뒤에서 작업하는 공요한도 마찬가지였고.
김한영은 만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듯.
0.1%, 아니, 0.001%라도 더 나아질 구석이 있다면 타협하지 않겠다는 듯 끝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
하지만 아무리 고치더라도 그 끝까지 만족할 수 없었다.
‘고치면 고칠수록 나아지는데, 이걸 어떻게 안 고쳐.’
한 번 재녹음을 하면 나아진 게 안 느껴질 수도 있다.
두 번, 세 번도 마찬가지다.
어쩌면 열 번을 재녹음해도 그럴 수 있다.
하지만 그게 스무 번, 서른 번, 백 번이 된다면 어떨까.
‘어느 순간, 처음 녹음한 버전이 어설프게 느껴지기 시작하지.’
그때 비로소 느끼는 것이다.
아, 나는 올바른 길로 가고 있구나 하고 말이다.
‘아직 더 나아질 수 있다.’
김한영은 여전히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하며 더 나은 길을 모색하고 있었다.
끊임없는 향상심.
1초에 2번.
1분에 120번.
1시간에 7200번.
10시간에 72000번을 피킹하더라도, 더 나은 피킹을 할 수 있을까 72001번째 피킹을 고민하는 향상심이야말로 그의 진짜 무기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것 아는가.
무도인 중에는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같은 자세로 주먹을 내지르면서도, 여전히 주먹 쥐는 방법 하나를 고민하는 자들이 있다고 한다.
김한영의 광기는 그런 무도인과 맞닿아 있었다.
‘끝의 끝까지 매진한다.’
그 끝이 없다면, 그 끝에 최대한 가까운 시점까지 갈고닦는다.
틈날 때마다 꾸준히, 열심히.
최선.
최선.
최선.
‘최선을 다한다.’
한평생 김한영의 팔을 움직여 왔던 그 철학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친 몸에 무한한 활력을 선사하고 있었다.
‘앞으로 한 걸음이다.’
그 한 걸음 뒤에 천문학적인 걸음이 추가로 놓여 있다고 해도.
김한영은 다시 한번 한 걸음을 내디뎠다.
* * *
어느 가을날이었다.
당초 김한영과 다누시아의 신보 발매일은 정확하게 같은 날로 정해져 있었다.
[Preorder: Danusia 5th album] [Assemble]하지만 발매 보름 전, 다누시아의 레이블은 발매일을 약 일주일가량 앞당기기로 발표했다.
우선 화제를 선점하면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던 걸까. 아니면 유통 과정에서 일어난 변덕이었을까.
[다누시아 “최선을 다했다.”] [“기왕 오픈했으니, 즐겨 주길 바라.”] [“인생의 역작이 될 것. 나에게도, 내 곡을 들어 줄 사람들에게도.”그의 곡은 조금 더 빠르게 대중에게 팔려나갔다.
[곡이 좋네] [다누시아다운 신보] [확실히 팔리는 음악이 뭔지 알아]대중의 반응이 좋기는 좋았다.
온갖 초일류 가수들이 피처링으로 참가했으며, 수록곡 하나하나에만 최소 열 명의 전문가들이 달라붙었다.
전곡 뮤직비디오 공개는 당연한 일.
하지만 뭐라고 해야 할까.
[조금 자가복제 느낌 나지 않음?]전반적으로 기시감이 남았다.
[피쳐링이 화려하기는 한데] [딱 다누시아 앨범이다 정도?]하지만 원래 5집쯤 내면 다 그렇게 되기 마련이었다.
옛말에 아티스트의 색채와 자가복제는 듣는 사람 차이라고 하지 않나.
이미 곡의 퀄리티가 충분한 와중에, 어지간히 귀가 민감하지 않고서야 이 정도의 자가복제를 문제 삼는 사람은 드물었고.
당장 평론지들만 봐도 그러했다.
[Timez] [★★★★☆] [다누시아의 음악, 데뷔 초기의 기민함은 잃어버렸지만, 대신 알맞게 익었다.] [Thepreadn] [★★★★★] [음악의 유니버스화. 음악의 미래를 이 앨범 한 장에서 엿보다] [KSNAV] [★★★★★] [왕이 돌아왔다. 아니, 이제 캡틴이라고 부르겠다.]유니버스라는 게 어떤 것인지 구상을 선보이기도 했고.
이런 초호화 피처링에 뮤비라니.
스토리텔링이 곡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었다.
가히 어마어마한 완성도.
그 덕에 앨범이 취향에 맞든 안 맞든 누구나 찬성하는 의견이 있었다.
[일단 빌보드 1위는 찍겠네]빌보드 1위는 달성하리라는 것이었다.
아마 올해 최고의 앨범이 될 수도 있으리라는 말도 있었고, 실제로 발매 첫날부터 판매고 70만 장을 넘기며 샴페인을 터뜨린 게 사실이기도 하니.
마케팅의 힘이 있었다고는 하나, 곡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
[김한영은 일단 졌다]누구나 같은 의견을 보였다.
그렇게 다누시아의 [Assemble]이 전 세계에서 초동 140만을 달성하며 앨범 이름다운 성과를 기록한 직후.
[Billboard 200 #1] [Assemble – Danusia]그는 당연하다는 듯 빌보드 1위에 자기 이름을 올려놓았고.
다음 날.
[오, 김한영도 떴다]김한영의 2집.
[KHY]가 한 걸음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