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233
233화
팅-
멜로디의 시작은 언제나 그러했듯, 가벼운 스트로크로 첫발을 뗐다.
툭, 투둑.
그 뒤로 가벼운 심벌 소리가 처마 위를 두드리는 빗소리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단- 다다단- 단- 타다닥- 탕.
기타 솔로.
시작부터 기타 솔로가 함께했다.
이번 곡의 시작은 가벼운 드럼과 기타 솔로로 이루어졌다.
‘요즘 이런 게 유행이지.’
드럼의 비중을 낮추고, 기타로 후크를 잡는 것.
최근 빌보드에서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아예 전 세계로 흥행하고 있는 전주(intro)였다.
얼핏 단출하게 보일 수도 있는 구성.
하지만 그 효과는 강렬했다.
“……!”
관객들의 시선이 한순간에 김한영에게 쏠린 것이었다.
순수한 기타의 맛.
보컬에 앞서 기타의 맛이 코스요리의 애피타이저처럼 방청객들의 입맛을 돋우었다.
차자작.
단순하지만 효과적이다.
차분하지만 경쾌하다.
여유롭지만 정확하다.
김한영의 기타 연주는 어느 선을 넘어 하나의 도(道)에 이르렀다고 봐도 좋을 지경이었다.
그 끝에.
“말라붙은 술병에 잡음으로 가득한 바이닐. 흔들리는 싸구려 전등이 경쟁에 지친 우리를 초대하는 마법의 공간.”
김한영의 보컬이 시작되었다.
“한 잔은 어제의 내게, 한 잔은 지친 오늘의 당신에게, 한 잔은 내일을 살아갈 우리에게.”
보컬 또한 어느 경지에 오른 건 마찬가지였다.
김한영의 보컬을 상징하는 말이 있었다.
위로.
그의 목소리에는 사람을 다독여 지친 발걸음을 내딛게 해 주는 힘이 있었다.
마법과도 같았다.
수험생들이 검은 글씨에 지쳐 김한영의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다음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게 될 때가 있지 않았나.
빡빡한 직장에 숨쉬기 괴로운 직장인들에게도 퇴근길 오아시스가 되어 주지 않았나.
“귀를 간질이는 소리는 비발디의 사계, 선반 위 하얗게 스며든 먼지마저 도넛 설탕 옷처럼 느껴지는 이 세상. 용감한 신세계.”
이번 곡은 그러한 곡이었다.
김한영은 가장 김한영다운 곡을 만들어 냈다.
그의 색깔을 있는 한껏 녹여 낸, 한껏 긍정적인 곡을 말이다.
원래부터 자기 인생을 세상 사람들 앞에서 일장 연설하겠다며 노래를 시작했던 그였다.
모자랄 것 없이 긍정적인 삶을 살았으니, 긍정적인 노래가 나오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잉-
무대 스크린에 푸른 빛과 함께 김한석의 모습이 희미하게 나타나.
그가 입을 열었을 때 들려왔던 가사에는.
[우리는 살아가야 한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는 살아가야 할 날이 더 많기에. 늪에 가라앉은 시체들이 제아무리 발목을 잡아끌더라도 울먹이며 서로의 손목을 잡아야 한다.]분명 같은 어조였거늘, 분명히 다른 색깔이 입혀져 있었다.
[죽은 호랑이의 가죽이 덧없듯, 죽은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에서는 낡은 악보 한 장이 남았다. 우리는 그 연주가 하염없이 아름다워 클래식이라고 불렀다.]목을 죄는 듯한 창법이었다.
굳이 말하자면, 시를 읊는 것과도 같았다.
어떻게든 자기 생각을 전달하고야 말겠다는 의지를 강렬하게 표출하듯, 그의 발음(딕션)은 또렷하기 짝이 없었다.
발성적으로 보면 옳지 않을 소리 또한 많았다.
하지만 전달력을 위해 희생했다.
음역대가 좁을 수도 있다.
전달력을 위해 희생했다.
목이 금방 상할 수도 있었다.
그것 또한 김한석에게는 처음부터 상정 밖이었다.
[내가 억지로 살아가야 하는 오늘은, 어제 죽은 이름 모를 이가 병실에 누워 그 무엇보다도 간절히 바랐던 것이었다.]오직, 사람의 마음속에 화살을 꽂아 넣듯 일직선으로 날아오는 목소리가 그의 것이었다.
‘……다르다.’
얼핏 같으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두 가수의 듀엣에 관객들이 입을 틀어막았다.
달랐다.
두 사람 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같다.
하지만 명백히 달랐다.
‘김한영이 김한석을 좋아한다는 건 알았지만, 원본은 확실히 다르네.’
‘어느 쪽이 더 나은 건지 모르겠다.’
‘둘 다 좋아.’
어찌해서 같으면서 다른가.
그것은 바로.
제작 단계에서 두 시대의 트렌드를 두 가지 방식으로 담았기 때문이었다.
‘저 사람도 제정신은 아니야.’
공요한이 쓴웃음을 지었다.
설마 곡 하나에 두 가지 방식으로 믹싱을 요구하다니.
김한영의 파트는 철저하게 2020년대의 트렌드를 밀어 넣었다. 김한석 파트는 20세기의 향취를 담았다.
한 곡 안에 두 시대를 밀어 넣은 셈이었다.
복고풍이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이건 그보다는 뭐라고 부르면 적당할까.
‘시도네.’
말 그대로 하나의 시도였다.
장르와 장르를 합치는 게 크로스오버라면, 김한영의 크로스오버는 같은 장르를 두고 두 시대를 합쳤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과거에 대한 존중?
아니면 감성팔이?
누군가는 이 음악을 두고 좋아하리라. 하지만 누군가는 싫어할 수도 있었다.
‘위험한 시도야.’
충분히 안정적으로 가도 좋을 시점이었다.
김한영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 되었으며, 기존의 성공 공식을 답보하더라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았으리라.
하지만 그렇게 정점에 오른 시점에서 이런 시도를 던지다니.
‘누가 주식에 잡코인에 전 재산 부었다고 남 말할 처지가 아니네.’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하지만.
당사자는 나름대로 진지했다.
“선 벗, 팔로마, 자라나, 멕시콜라, 블루 하와이, 선라이즈, 마이타이, 칸찬차라, 레인보우 파라다이스, 레이디보이에서 블랙 마티니.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것들.”
노래를 부르고 있는 김한영의 이야기였다.
‘다른 사람이 듣는 김한석은 저랬단 말이네.’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들은 순간 깨달았다.
저 김한석이라는 것은, 이미 그가 아는 김한석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것을.
그래, 굳이 말하자면 김한석이라는 하나의 ‘장르’가 태어난 셈이었다.
[시는 세상에 내놓은 순간 화자의 것이 아니게 된다.]어느 평론가가 한 말이었다.
김한석의 음악 또한 같았다.
이 세상 사람들이 김한석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김한영이 생각했던 것과는 달라도 크게 달랐다.
하늘과 땅만큼이나 달랐다.
‘내가 저 정도로 노래를 절규하면서 부르는 사람은 아니었는데.’
쓴웃음이 나올 지경.
하지만 저것 또한 김한석이라는 하나의 부모에서 갈라져 나온 결과물이리라.
그래.
김한석은 김한영이 이 세상에 던진 하나의 시도였다.
‘나도 시도를 했구나.’
얼마 전.
그가 조은솔에게 가벼운 마음으로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누나는 저랑 김한석 중에 누가 더 나은 것 같아요?]정말 가벼운 질문이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서 방황하던 참에, 타인에게나마 작게 기대를 걸어 보며 물었던 말.
이 질문에 조은솔이 한 대답이 생각보다 진심이었으며, 가관이었다.
[시대에 따라 다르지.] [네? 시대요?] [응.]조은솔의 대답은 그러했다.
[지금 기준으로 보면 네가 더 성공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너도 결국에는 김한석 음악을 들으면서 자랐잖아. 김한석이 있어서 여기에 있을 수 있는 거지.] […….] [그런 의미에서 보면 김한석은 그 시대의 최고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김한석도 똑같아. 다른 누군가를 참고했겠지. 그 사람이 없었다면 김한석도 없었을 테고.] [그럼 더 늦게 태어난 사람이 무조건 불리한 거 아니에요?] [아니지.]조은솔은 웃으며 반박했다.
[반대로 한영이, 너도 먼 훗날 다른 누군가의 음악적 아버지가 될 수 있는 거야.]이 음악 시장이 하나의 거대한 토양이라면, 그는 씨앗이었다.
김한석이라는 씨앗을 낳아 세상을 풍요롭게 만들어, 자손을 번영하게 했다.
이제 그 자손은 30년간 영글어 김한영 본인조차도 못 알아볼 만큼 다른 형태로 자라났다.
그리고.
이게 김한영이 찾아낸 답이었다.
‘내가 할 일은 시도다.’
이 세상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는 것.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 [꼭 지금처럼만 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이거 들어 봐.] [아까 그것도 이렇게 만져 보면 조금 다르게 들려.] [어때, 재밌지?]김한영이 앞으로 해야 할 일.
그것은 바로 이 음악 시장이 또 다른 장르를 잉태할 수 있도록 수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었다.
‘김한석으로서의 내가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고, 김한석으로서의 내가 있었기에 저런 김한석도 있다.’
그만큼 성공에서 멀어지는 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 훗날.
누군가는 김한영에게서 갈래가 뻗어 나간 음악을 두고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나는 KHY가 더 다채로워서 좋던데.]혹시 또 아나.
그의 이니셜이 한 장르의 대명사로 쓰일지도.
작금의 김한영이 바라는 목표는 그런 것이 되었다.
‘클래식이 되길 바랄 이유가 뭐야. 그냥 나 자신이 하나의 장르가 되면 그만이지.’
그런 마음가짐이 무의식중에 배어 난 곡이 이것이었다.
[의미를 섞다]이 시점에 담아낼 수 있는 두 가지 장르를 섞어, 새로운 시도를 해 보고자 했다.
“내일 피어날 꽃에는 당신의 이름을 붙이겠습니다.”
틱-
마침 이때쯤에서 곡이 끝을 맞이했다.
쿵, 쿵, 쿵, 쿵.
김한영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대중 앞에서 신곡을 발표할 때면 늘 이러했다.
쿵.
과연 세상 사람들이 이 곡을 좋아해 줄까. 나는 올바른 선택을 한 걸까.
쿵.
그런 기대감이 몇 초 뒤에 밝혀지기에 긴장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쿵.
더욱이 이번에는 안 하던 일을 더 크게 했으니 더더욱.
하지만.
늘 그러했듯.
“와아아아아아아――!!”
그 끝에는 함성이 있었다.
“후우.”
김한영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실험작이라 좀 별로면 어쩌나 했는데, 그럭저럭 들을 만했죠?”
두 번 사는 음악천재
-完-
# 에필로그 1편
한국에 한 뮤지션이 있었다.
10주 연속 빌보드 1위라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고.
기존 메이저 기획사보다는 MCN에서 활동하며 자기 방송을 키웠던 사람.
이미 낡아빠진 장르로 취급받던 포크를 가져와서는 가요판에 두 번째 포크 전성기를 일으켰던 사람.
그럼에도 최근 들어서 급격하게 활동이 줄어든 사람.
그 사람의 이름은.
“김한영 요즘 뭐 하고 사냐.”
김한영이었다.
한 여학생이 중얼거린 말에, 옆을 걷던 남학생 한 명이 답했다.
“그 사람 요즘 잠수 탔잖아.”
“잠수?”
“거품좌 소리 들을까 봐 어지간히 겁먹었나 보던데? 한곡갑, 물로켓, 그것이 바로 김한영이다.”
남학생이 낄낄 웃었다.
그는 마치 김한영이라는 사람을 두고 한철장사하고 떠난 장사치 취급하는 듯했다.
흔한 일이었다.
리스너 중에는 자기가 듣는 음악만이 위대한 장르이며, 나머지는 듣다 만 음악 취급하는 사람도 많았으니까.
여학생은 그 말투가 못내 분하다는 듯 말했다.
“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해. 김한영보다 잘하던 사람이 얼마나 있었다고. 김한영 팬들이 들으면 상처받겠다.”
그 말에 남학생이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
“상처받으라면 받으라고 해. 남들이 좋아한다고 나까지 좋아해 줘야 하냐.”
“그럼 너는 얼마나 잘난 음악 듣는다고.”
“나? 당연히 잘난 음악 듣지.”
남학생이 낄낄 웃더니 핸드폰을 두드려 한 방송을 켰다.
그 안에서는, 한 2D 캐릭터가 신명나게 기타를 두드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2D 캐릭터였다.
요즘 흔히 말하는 버튜버인가 하는 것.
“캐릭터가 이상하게 생겼어.”
여학생이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머리 색이 왜 이래? 파란색이잖아.”
“야, 파란색이 뭐 어때서. 너도 현무살법 맛 좀 볼래?”
“현무살법이 뭔데 씹덕아.”
“이거 음악 듣는 법을 모르네. 잘 들어 봐. 생긴 게 이래서 그렇지, 음악성이 오진다니까?”
“으음.”
그 말에 여학생이 조금이나마 버튜버의 음악에 집중해 보았다.
하지만.
“……모르겠다.”
여전히 잘 못 알아들을 음악이었다.
“목소리는 좋은데, 음악이 취향에 영.”
“이거 음알못이네.”
남학생은 그게 한심하다는 듯했고.
“야, 얘가 요즘 버튜버 시장에서 제일 잘나간다는 카이! 걔야!”
“카이?”
“버튜버 카이, 카이를 몰라? 네온 엔터에서 대놓고 밀어주는 신인. 최근에 데뷔 한 달 만에 구독자 100만 찍었잖아.”
어지간히 잘나가나 보다.
하지만 여학생은 그 말을 들었음에도 여전히 모르겠다는 듯, 이내 포기하고는 말했다.
“몰라, 너나 많이 들어. 나는 김한영 곡이나 더 들을래.”
“어허, 이거 음알못이네.”
두 사람은 다시금 말다툼을 벌이며 가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갔다.
* * *
그리고.
어느 화려한 작업실.
“캬, 오늘 방송도 쩔었다.”
한 검은 머리 남자가 모니터 앞에서 일어났다.
이 사람 또한 썩 유명한 사람이었다.
“윤서 형, 방송 중에 그 이상한 소리 좀 안 넣으면 안 돼요? 뿌슝빠슝하는 그거.”
홍윤서였다.
김한영의 식구이자, 온갖 기행과 다리털로 유명해진 남자.
그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말했다.
“그게 우리 방송 트레이드마크인데 그걸 왜 포기해.”
“슬슬 좀 포기했으면 좋겠는데.”
“지금까지 내가 하자는 대로 해 왔으니까 잘 팔렸던 거잖아. 덕분에 네 구독자도 순식간에 100만 찍었고.”
“전 100만 옛적에 찍었는데.”
“아이고, 이거 정신 못 차리네.”
홍윤서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러더니 손가락을 쭉 내밀어, 벽에 걸린 파란 머리 캐릭터 판넬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영이, 네 부캐 말이야.”
그 판넬 위에는 세 글자가 당당하게 적혀 있었다.
[KHY]-> 에필로그 2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