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38
38화
본격적으로 공연 준비가 시작되었다.
이번 무대는 모노와 약속한 콜라보 방송 중 2단계.
지난 방송이 어디까지나 유명세를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한 광고였다면, 이번 방송이야말로 본무대.
덕분에 모노 방송의 스태프들은 잠시도 쉴틈 없이 가게 안을 분주히 돌아다녔다.
“거기! 조명 좀 다시 체크해 줘요!”
“어…… 너무 옛날 거라서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언제 만든 거지? 80년대? 이런 게 어떻게 있지?”
유감이다.
이 가게 사장 취향이다.
라이브 카페 [플러그인]은 인테리어가 복고풍이다 못해 타임머신 그 자체였다.
어쩔 수 있나.
여기서 공연을 하려면 적응하는 수밖에.
‘나도 슬슬 연습이나 좀 해 볼까.’
적당히 무대 구석에 자리를 잡고 손이나 풀까 하는 순간이었다.
“저기요.”
어느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앞을 보니, 어느 한 사람과 떡하니 내 앞에 서 있었다.
노란색으로 물들인 장발 머리가 인상적인 남자.
그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김한영 씨 맞지?”
“네.”
“내가 딱 알아봤네. 난 오지라는 사람인데, 알아요?”
초면에 무례한 질문이지만, 아쉽게도 나는 이 사람을 알았다.
오지환.
방송에서는 [오지]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미튜버였다.
‘별명이 전투민족이었나?’
튀는 외모 탓일까.
시청자들에게 오지터 혹은 오비완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때가 잦았지.
그는 격투 게임을 주로 플레이하는데, 그 수준이 꽤 높았다.
[오지.] [구독자: 11.1만.] [방송 장르: 격투 게임 전반.]구독자가 무려 11만을 넘겼다.
격투 게임이 근래 하는 사람만 하는 장르라는 걸 생각해 보거든, 오지는 격투 게임 한정 스타라고 봐도 무방할 수준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없다나.
‘……라고 희범이가 말했지.’
전직 게임 미튜버 지망생답게 이 방향으로 빠삭하다.
아니나 다를까.
옆을 보자 그의 눈에서는 거의 침이 흐르고 있었다.
‘응, 행복해 보이네.’
하지만 이런 건 내게 딱히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에게 주목한 점은 달리 있었다.
그게 무엇인가 하면.
“노래를 원래 부르셨나 봐요?”
그런 그가 음악 방송에 출연했다는 것이었다.
“아.”
그는 내 말에 작게 웃더니 말했다.
“방송이잖아요. 콘텐츠. 노래는 옛날부터 했걸랑. 전에 모노 방송에도 한 번 나왔고.”
그랬었지.
봤던 기억을 어렴풋이 되새기는 사이 그가 건들거리며 말했다.
“뭐, 이래 봬도 개인적으로는 음악이 본업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 말에서 의아한 느낌을 받았다.
음악이 본업이라.
그 말인즉슨.
‘방송은 본업이 아니라는 건가?’
11만 미튜버가 할 말인가.
뒤에 뭔가 사정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존댓말과 반말을 은근히 섞는데, 이게 무례한 것 같으면서도 딱히 그리 느껴지지는 않았다.
사람 자체가 예의를 기대하기 어렵게 생겨서 그런가.
나는 그의 말갈기 같은 머리카락을 보며 고민하다가, 대뜸 물었다.
“방송은요?”
“잘하는 일이지.”
“그럼 음악은요?”
내 질문에 오지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졸라 잘하는 일이지.”
그렇구나.
머리카락이 딱 로커 느낌이었는데, 내면도 로커인 모양.
그는 치렁치렁하게 늘어뜨린 머리카락을 쓸어올리며 말했다.
“대학생이죠?”
“네.”
“나랑 같네.”
“그래요?”
뭐가 같다는 걸까.
의아한데 그가 입을 열었다.
“나도 대학생 때부터 시작했거든.”
“방송이요?”
“아니, 당연히 음악.”
아하.
그쪽이구나.
“방송이야 뭐, 하다 보니까 하게 된 거고.”
오지는 낄낄 웃기를 잠시, 피식 웃더니 어딘가 진지해진 목소리로 한 마디를 뱉었다.
“그쪽은 어때? 음악이랑 방송, 어느 쪽이 본업이야?”
음악이랑 방송.
어느 쪽이 본업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대답하기에 앞서 잠시 말을 멈췄다.
‘본업이라.’
다소 무게감이 있는 질문이다.
나라는 사람을 질문 하나로 떠보는 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내게는 고민의 여지 없을 정도로 쉬운 질문이기도 하였다.
“둘 다예요.”
둘 다.
그게 내가 생각하는 내 직업이었다.
내 말에 오지가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둘 다?”
“네.”
나는 그에게서 시선을 치우고, 기타 현을 퉁겼다.
감칠맛 나는 테일러 기타의 음색이 흘러나오기를 잠시.
나는 그 소리를 한 귀로 흘리며 입을 열었다.
“방송이 곧 음악을 위한 과정이죠.”
오지는 잠시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것만으로는 설명이 조금 부족한 감이 있었나 보다.
나는 헛기침을 뱉고는 말을 이었다.
“사실, 음악을 할 수만 있으면 뭐든 좋아요.”
“그런데 왜 굳이 방송을?”
“골똘히 생각해 봤거든요. 음악을 하는 건 하는 건데, 어떻게 해야 잘할 수 있을까.”
“오호라.”
오지는 어딘가 흥미롭다는 듯 말했다.
“계속 말해 봐요.”
“사실, 기획사 오디션에 나갈까 생각도 해 봤고, 요즘 한창 유행하는 TV 오디션 방송에 나가 볼까 생각도 했고 이것저것 많았어요.”
“그러니까 왜 하필 인터넷 방송이야?”
“사람들한테 음악을 들려주기에는 이쪽이 제일 좋아 보였거든요.”
“방송이?”
“장르의 구애 없이 가장 많은 사람한테 들려줄 수 있다고 해서요.”
그렇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지금은 이게 내가 인터넷 방송에 집중하는 이유였다.
“수익성이 마냥 좋다고는 못 할 텐데?”
“저도 알아요. 하지만 음악이라는 거 자체가 원래 수익성이 좋지는 않죠. 돈 벌 생각으로 하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건 맞아.”
“또, 제가 기획사에 가면 할 수 있는 음악에 제약이 생기겠죠? TV 오디션도 마찬가지고.”
“뭐, 그야 상품이니까.”
방송에는 많은 이해관계가 얽힌다.
방송국 눈치부터 협찬 업체의 눈치 그리고 기획사까지.
‘오죽하면 방송국이 자기를 억압한다면서 산속에 처박혀 버린 사람도 있었지.’
텔레비전에 완전한 표현의 자유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명목상의 자유만 존재할 뿐, 내가 뭔가를 하고 싶다고 해서 맘껏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르잖아요? 제가 올리고 싶은 음악을 올리고 싶은 만큼 올릴 수 있어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다.
당장 내 방송만 해도 그러했다.
녹화 켜 놓고 평소에 하던 연습을 그대로 하는데, 그게 다 방송이었다.
이 얼마나 사치스러운 일인가.
인터넷 방송이기에 가능한 콘텐츠였다.
“게다가 요즘은 저작권 시스템도 잘 꾸려져 있고.”
하물며 내가 저작권법으로 합의하느라 고생할 필요도 없다.
미튜브가 자체적으로 각국의 협회들과 저작권 협약을 맺어 두었기에, 저작권 수수료를 셰어하는 조건으로 맘껏 노래를 부르고 올릴 수 있다.
“지금은 인터넷 방송이 음악을 즐기기에 가장 좋은 매체라고 생각하고요. 그러니까 둘 다 잘하고 싶어요.”
“오.”
내 말에 오지는 큭큭 웃더니 말했다.
“척척박사네.”
“아뇨.”
나는 다시금 현을 뜯으면서 말했다.
“아직은 학사 과정이라서.”
“…….”
잠시 적막이 감쌌다.
오지는 어딘가 대화의 맥락을 잊어버린 듯 눈을 깜빡이더니 말했다.
“음, 그래, 똑똑하네. 왜 방송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목적의식도 뚜렷하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는 씨익 웃더니 말했다.
“실력도 있고.”
“그건 프로면 당연한 거라.”
“…….”
그 말에 오지는 아무런 말도 없더니 버럭 외쳤다.
“암! 프로라면 이 정도 자신감은 있어야지! 암! 나쁠 거 없어! 이봐, 한영 씨, 마음에 들었어.”
뭐가 마음에 든다는 걸까.
꺼림칙한 말에 앞을 바라보자, 그가 자기 머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요즘은 머릿속이 텅 비어서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고, 마냥 남들 한다니까 거기 따라서 방송에 대가리 깨지도록 박는 사람들 많거든.”
“그래요?”
“널렸지. 이 일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데 누구는 날로 먹는 줄 아나. 힘들어도 꾸역꾸역 머리 깨져 가면서 하는 거지.”
“부업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열심히 하는 건 프로면 당연한 거 아냐? 이것도 엔터테인먼트잖아. 우리 돈 주는 사람 재밌게 해 주려면 뭐든 해야지.”
나는 저 말에 누군가가 어렴풋이 떠올랐다.
고개를 돌려 보니 그 사람이 바로 옆에 멍청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음.’
이제는 프로라서 열심히 하는 건가.
대충 그런 감상을 느끼고 있으려니 오지가 마저 말을 이었다.
“말이 시원시원하네. 댁은 상남자야.”
상남자라.
더럽게 뜬금없다.
하지만 내가 그에게서 느끼는 첫인상도 비슷했다.
‘방송에서도 거침이 없었지.’
얼핏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내 눈에는 오지의 성격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다.
여유에서 기반한 당당함이라고 할까.
딱히 꺼림칙한 성격은 아니었다.
‘웃는 얼굴 뒤로 본심을 숨기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그가 날 바라보는 시선에는 썩 깔끔한 맛이 있었다.
오지가 웃으며 말했다.
“같은 상남자끼리 한번 잘해 보자고.”
이번에는 나도 기타에서 손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저도 기대할게요.”
“말 편하게 해도 되는데.”
“전 존댓말이 편해서요.”
“그래? 그럼 나는 말 편히 할게.”
“…….”
뭐지.
보통 이럴 때는 서로 존댓말 하는 게 맞지 않나.
“그럼 이따 보자. 나도 당신한테 안 지려면 열심히 해야겠어. 각오해.”
각오하기는 뭘 각오해.
우리 싸우나.
아무튼, 오지와의 대화는 이렇게 지나갔다.
그 외에도 오늘 함께 무대에 오를 사람이 몇몇 더 있었지만, 이들은 딱히 유명인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굳이 따지자면 일반인 아니면 하꼬.
큰 인지도라고는 기대하기 어려운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모노가 왜 굳이 이들을 선별했을까.
이유라면 알 것도 같았다.
[어느 콘텐츠든 조연이 필요해요.]모노가 우리에게 한 말이 있었다
[제 방송은 일반인도 많이 초대하는 컨셉이다 보니까, 무작정 유명한 사람만 채울 수는 없거든요. 그러니까 적당히 인지도 높은 사람 데려오고, 역으로 인지도 없는 사람도 좀 데려오고. 균형을 생각하는 거예요.]이번 방송은 그러했다.
오지와 모노 두 사람이 이번 방송에서 유입을 담당했다.
인지도가 높은 두 사람이기에 가능한 일.
그리고 나머지 둘은 일반인 방송이라는 컨셉을 지키기 위한 픽.
‘너무 유명인만 데려오면 시청자들이 괴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고 했나.’
그리고 남은 하나가 나였다.
[한영 씨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거죠.]그의 말에 따르면, 이번 방송의 주인공은 내가 될 예정.
더욱이 모노는 이번 방송에 꽤 기대가 큰 듯했다.
[첫 번째 영상 반응이 너무 좋았거든요. 저도 깜짝 놀랐어요. 그래서 이번 두 번째 영상에서 한번 빵 터뜨려 보려고 하는데, 같이 한번 잘해 보죠. 좋은 예감이 들어요.]그의 말만 듣자면 나를 대놓고 밀어주겠다는 티가 풀풀 풍겼다.
‘뭐, 이것도 진행하는 거 봐야 알겠지만.’
나는 남의 말을 무작정 믿지 않는다.
사람은 정말 별종이 아니고서야 대개 이득을 따라가는 법.
‘오지 그 사람, 어쨌든 사람 시선 끄는 뭔가가 있었지.’
그게 방송인에게 있어서 실력이리라.
어그로.
‘조회 수 뽑으려면 있는 수 없는 수를 다 써서 밀어주겠지.’
그렇기에 나는 역설적으로 모노를 믿었다.
그는 나를 밀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면.
나 또한 내 실력에 자신이 있으니까.
‘해 보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모노가 크게 외쳤다.
“자! 자! 주목! 곧 오픈입니다! 각자 마지막으로 최종 점검 한 번씩 다시 하세요!”
“네!”
대화를 나누는 사이 연습 시간이 증발했다.
‘아쉽네.’
나는 분주한 가게를 뒤로하고 가게 바깥을 보러 슬쩍 빠져나왔다.
그리고.
의외의 광경을 목격했다.
‘강렬하네.’
가게 앞.
그 앞으로 가히 백 명 가까이 될 법한 인파가 가득 줄을 서 있었다.
하물며 그들 모두가 설렘이 가득한 얼굴로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대단한데.’
모노가 가진 구독자 42만은 거품이 아니었다. 실제로 지금 이만큼의 사람을 동원하지 않았나.
그걸 바라보고 있으려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소속사라.’
본디, 80년대에는 가수가 공연을 유치하려면 소속사의 도움이 필수 불가결했다.
홍보의 문제였다.
가수 혼자서는 홍보를 열 수 없고, 얽힌 여러 법적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어떠한가.
‘개인이 이만큼의 인파를 끌어모았다는 거지.’
엄청나게 오래 공들여서 모은 것도 아니다.
그저 애청자를 초대했을 뿐.
그런데도 이 정도다.
그렇다면.
개인 미튜버가 이만큼의 힘을 행사할 수 있다면.
‘기획사는 딱히 없어도 되는 거 아닐까.’
세상이 바뀌었다.
그렇다면 접근 방식 또한 바뀌는 게 아닐까.
‘세상이 변했네.’
내가 평생 쌓아온 상식이 하루하루 무너지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나쁜 게 아니다.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는, 새로운 시대의 상식이 차곡차곡 들어설 뿐.
나는 다시금 가게 안으로 발을 들였다.
손님이 왔다.
그럼 정성을 다해서 놀아드려야지.
아, 그러고 보니 오지도 비슷한 말을 했던가.
‘그 사람이나 나나 프로가 맞네.’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