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51
51화
‘한 명으로 안 되면, 세 명이 나서면 그만이지.’
가장 간단한 해답이었다.
숫자의 폭력이 어쨌단 말인가.
그쪽 쪽수가 많으면, 우리도 많으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 내막을 살펴보자면, 사실 그렇게까지 쉽기만 한 해답도 아니었다.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 조건이 따르기 때문.
‘실력이 받쳐 줘야 하고, 무엇보다도 호흡이 맞아야 하지.’
여럿이 호흡을 맞춘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왜, 뮤지컬에서는 모든 준비를 갖춘 프로들끼리도 호흡만 최소 1달 이상 맞춘다고 하지 않나.
물론, 뮤지컬은 기본 상영시간도 1시간을 깔고 간다는 차이 정도야 있다.
‘서로의 리듬과 눈빛, 감성까지 모든 걸 파악해야 하지.’
머릿속으로 생각하고 맞춘다면 그때는 이미 늦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본능으로 알아야 했다.
그렇기에 호흡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호흡이 어느 정도 맞았다.
-“생각보다 할 만한데?”
-짧은 몇 시간의 연습 중 성민아가 놀라며 한 말이었다.
몇 시간밖에 안 되는데도 이상하리만치 손발이 맞아떨어졌기 때문.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동아리방에서 마주쳤던 시간도 시간일뿐더러, 그간 방송으로 보낸 시간과 이번 40시간의 합숙으로 서로의 호흡에 대한 이해도가 한층 깊어졌다.
그렇다.
우리 셋은 이미 서로의 호흡을 알았다.
남은 건 실력뿐.
성민아와 조은솔은 이미 충분했다.
타다다다닥.
마치 드럼 연주를 연상시키는 풍부한 타격음.
그것이 무대 위로 탄탄하게 터져 나왔다.
‘대단하네.’
이 소리를 만든 마술사의 정체는 성민아.
순수하게 기타를 타악기처럼 다뤄서 만든 소리였다.
바디의 측면과 상판, 현.
그리고 손가락과 손톱, 주먹을 전부 이용해서 갖은소리를 만들어냈다.
“대박.”
“기타를 저렇게도 다루네.”
그녀의 연주에 놀란 관객들의 목소리와 눈빛이 시종일관 쏟아졌다.
시선을 빼앗는 것.
이 퍼포먼스 또한 그녀의 역할이었다.
‘몇 시간 만에 트라이디엇처럼 구성을 짜 맞추는 건 불가능해. 그건 하루 이틀 해서 될 일이 아니니까. 하지만 적당히 얼개만 나눠 분담하는 정도라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역할을 셋으로 나눴다.
성민아는 그중 퍼커시브(기타를 통해 타격음을 내는 기법)를 전담했다.
‘분위기 환기하기에 이만한 것도 없지.’
괜히 라이브에서 꼭 드럼이 인스트루멘탈을 지배하는 게 아니다.
‘역시 잘해.’
그녀의 손에서는 딱 알맞은 수준의 타격음이 풍부하게 흘러나왔다.
다음으로 조은솔.
다단다단―
힘이 빠졌지만 듣기 편안한 음색이 그녀의 기타에서 흘러나왔다.
다소 반복되는 코드.
이 소리의 정체는, 리듬 기타였다.
‘조은솔이 백킹(뒷받침)을 잘해.’
그녀는 동아리에서 합주를 할 일이 있거든 언제나 리듬 기타를 담당하고는 했다.
하지만 그게 실력이 없어서였을까.
아니다.
가진 연주 실력에 비해 다소 과할 정도로 겸손한 그녀다.
관찰력과 배려심이 뛰어나, 언제나 다른 동아리 회원의 호흡을 맞춰 주려 했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따금 방송에 출연해 호흡을 맞춰 보았기에 가능한 연주이기도 했다.
그리고 내 역할은.
탁, 탕탕! 팅!
‘지금은 내가 주인공이다.’
리드 기타.
모든 연주를 통틀어 중심에 서는 자리.
저 두 사람이 깔아 준 악보 위에서 내가 자유로이 춤추는 것이었다.
타다다다닥, 탕! 다라란.
무대에서 가장 화려한 빛을 뽐내며 멜로디를 독차지한다.
그게 내 역할이자,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곡의 제목은 [노을].
“이유 모를 두근거림에 감싸여 저녁노을을 바라보았네.”
내가 방송에서 이미 한 차례 연주했던 곡이자, 조은솔과 함께 연주했던 곡이기도 하였다.
또한.
유독 반응이 좋았던 곡이기도 하였다.
‘인터넷 방송이 이게 좋아.’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 확인할 수 있다.
80년대에는 어떠하였는가.
곡을 만드는 데 몇 달, 무대를 준비하는 데 또 몇 달.
그렇게 한참의 시간을 거쳐야 곡을 내고 청자들의 반응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 방송에서라면 다르다.
‘하루 이틀이면 충분하다.’
시청자들의 반응을 즉각 파악할 수 있다.
내가 한 학기 동안 올린 영상만 주 3회 페이스로 수십 곡.
[노을]은 그중에서도 유독 반응이 좋았던 곡이었다.“갈릴레이 갈릴레오는 지구가 빙글빙글 돈다는데 나도 한 걸음 뛰어오르면 저곳까지 훌쩍 날아오를 수 있을까. 노을이 적신 강물에 뛰어들면 네 마음에 닿을 수 있을까.”
연주는 즉석에서 개조했다.
두 사람의 호흡에 맞춰 새롭게 가다듬은 멜로디를 즉석에서 녹음했다.
-“…… 이게 어떻게 돼?”
“되네요.”
-여기에 조은솔이 살을 붙였다.
마지막으로 성민아의 타격음이 따라와 하나의 트리오가 완성되었다.
‘원래 안 하는 일이지만, 이런 것도 재밌네.’
기본적으로 나는 솔로다.
무대의 결과물을 전적으로 혼자 책임지는 게 좋았던 탓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인데, 셋도 나름 즐겁다.
“양 손가락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양손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쌓인 감정을 목놓아 불러 본다.”
3시간 만에 결성한 즉석 트리오는 그러했다.
아직 어설픈 면은 있지만, 그 어설픔조차도 매력이 될 정도의 흥이 존재했다.
‘재밌다.’
그렇게 어느덧 한 곡이 끝으로 달려갈 무렵.
나는 어느 고민 속에 빠져들었다.
연주는 그럭저럭 잘한 것 같고, 이제 뭐라고 멘트를 치면 될까.
‘뭔가 방송다운 멘트 없나.’
멘트였다.
마땅히 떠오르지 않아 연주가 끝나기 직전까지 고민하던 참인데.
‘아.’
문득 머릿속으로 한 문장이 떠올랐다.
고희범이 평소 습관적으로 뱉는 말 습관이 하나 있었지.
한 번 그걸로 해볼까.
나는 손가락을 번쩍 들어 올려 하늘을 가리키며 외쳤다.
“앗살라 말라이쿰!”
* * *
같은 시각.
“…….”
“…….”
세 명의 바보.
트라이디엇은 경악에 잠긴 눈빛으로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앗살라 말라이쿰!”
김한영이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외친 순간이었다.
“…… 쟤들 뭐냐?”
트라이디엇의 리더.
머리에 폭죽이라도 비빈 듯한 레게 머리를 한 남자, 황유창이 중얼거렸다.
“잘하는데?”
그러했다.
잘했다.
그냥 잘하는 게 아니었다.
“존나 잘하는데?”
속된 말로 몹시 잘했다.
황유창은 황당하다는 듯 눈을 껌뻑이며 말을 이었다.
“뭐야, 쟤들 왜 저래, 못 하는 거 아니었어?”
“아니, 분명 동영상으로 봤을 때는 그냥 그랬는데.”
그 말에 다른 멤버도 놀란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실물이 돌았네.”
“근데 왜 저래? 귀가 삐었냐?”
“왜 남 탓하고 지랄. 너도 같이 봤잖아.”
“네가 보여준 동영상에는 존나 별로였거든?”
어처구니가 없다.
분명 그들이 본 영상 속 김한영은 미숙했다.
연주가 한참 미숙한 데다가, 노래 실력마저도 어설펐다.
나이치고는 괜찮지.
하지만 그게 더 문제였다.
나이는 어린 주제에 방송빨로 떴다는 게 그들 눈에는 어딘가 고깝게 보였다.
하물며 이제 막 음악 한다는 놈이 보컬 학원 광고까지 붙이고 있지 않나.
고깝게 보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실물은 어떠한가.
‘방송빨을 못 받았나?’
방송이 우스워지리만큼 훌륭했다.
“아 씨, 우리 쟤들한테 말실수한 거 아니지?”
“했지, 멍청아.”
“어쩌지?”
“어쩌기는 뭘 어째. 무시하고 살든가 대가리 박아야지.”
“아오.”
당혹스럽다.
사실, 이들이 이런 오해를 하게 된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바로 김한영의 실력이 기형적으로 빠르게 늘었다는 것이었다.
[중경대학교 대학로 일반인 버스킹.] [조회 수 : 702,157.]그들이 본 건 다름 아닌 김한영이 처음으로 무대에 섰던 시절의 영상.
미숙한 게 당연한 시절이었다.
당시 애매한 실력으로 바로 방송에 달려들었고, 그게 또 떴다니까 내심 짜증 날 수밖에.
썩 괜찮은 외모도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
‘몇 달 사이에 실력이 바짝 는 건 아닐 테고, 그냥 방송빨을 못 받는 건가?’
불과 3개월 만에 저렇게 확 변했다는데 그걸 어떻게 믿겠는가.
사람의 선입견이라는 건 한 번 박히면 특별한 계기가 없는 이상 영원히 남기 마련이었다.
떴다면 마케팅빨로.
다른 영상 들어봐서 괜찮다면 믹싱빨로.
인터넷에서 실력으로 갑론을박이 있다면 음알못(음악을 알지도 못함)들의 헛소리로 치부하게 된다.
여기서 인터넷 방송의 문제가 발생했다.
한두 번 안 들으면 알고리즘이 알아서 안 들어도 되게끔 치워 주는 것.
듣기 싫으면 안 들어도 되다 보니까, 실력이 늘든 말든 계속 안 들었다.
김한영이라는 이름 세 글자만 보여도 믿고 걸렀다.
“아 씨.”
황유창은 폭탄처럼 부푼 머리를 긁적이다가 말했다.
“요즘 음악 좀 한다는 미튜버들은 죄다 라이브 개X신이었는데, 쟤들은 뭐야?”
트라이디엇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자란 머리 셋을 합쳐 고민하기를 잠시.
“야, 다물어 봐. 다음 곡 시작했다.”
그들은 다시 관중의 마음으로 돌아갔다.
우선은 듣고 보자.
* * *
‘생각보다 흐름이 좋네.’
공연이 성공적으로 풀렸다.
동아리에서 그나마 나은 셋이서 한 차례 기대감을 한껏 끌어올린 덕분일까.
“Europe, europe, europe.”
성민아의 무대에서 호응이 뜨거웠으며.
“더, 더더, 더, 덜떨어지, 지, 지지, 진, 말 더듬, 듬, 드듬. 듬성듬성 난 머리카, 카, 카, 카락. 락, 락, 락? 락 음악 듣고 돼지국밥, 밥, 바라밥밥. 뚜비두밥.”
홍윤서의 무대도 썩 반응이 나쁘지 않았다.
조은솔은 원래 별걱정을 안 했고.
모든 게 순조로워만 보이는 한편, 걱정했던 순간이 찾아왔다.
‘아, 저거 어쩌냐.’
정의선이 무대 위에 발을 올렸다.
원래는 반대할 생각이었지만, 본인의 의지가 워낙 굳건해서 어쩔 수 없었지.
그가 떨린 목소리로 호흡을 내쉬었다.
“안, 안녕하세요.”
목소리 떨리는 거 봐라.
저거 저러다가 문제 생기겠네.
‘어쩌지.’
가서 도와줄까.
즉석에서 뭔가 해줄 수 있는 거 없을까.
나 또한 그의 의지는 존중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이번 무대는 단순 동아리 행사라고 보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돈을 받고 연 무대 아닌가.
실수가 나온다면 그건 이미 프로로서 실격이기도 하였다.
‘여차하면 내가 가서 한 곡 더 해야겠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다란.
‘오?’
정의선의 연주가 흘러나왔다.
그게 참 뭐라고 해야 할까.
‘잘하네?’
완만했다.
특별하지는 않다.
힘겹게 실수만 하지 않을 뿐, 연주의 완성도를 논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정의선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실전에 강한 타입인가.’
작게 감탄하는 찰나.
여기서 두 번째 안배가 힘을 발휘했다.
정의선의 선곡, [Now and forever].
이 곡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애니메이션 영화 [여름숲]에 수록됐는데, 이게 한국에서도 굉장히 유명한 곡이었다.
천만 관객을 달성하다 못해 당시 노래방 순위 1위에 등극했을 정도.
어느덧 그 명곡의 1절의 코러스에 다다를 무렵.
바로 지금, 그 선곡이 힘을 발휘했다.
“When we stand together, we are not afraid of the dark.”
“We are not afraid of the dark.”
“We are not afraid of the dark.”
떼창의 시작이었다.
아아, 누가 한국인이 떼창의 민족이라고 하였던가.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말이 옳다는 게 증명되고 있었다.
‘모자란 연주를 선곡으로 때웠네.’
하지만 인생지사 새옹지마라고 하였던가.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는 법.
“아!”
대중의 반응에 깜짝 놀란 정의선이 그만 연주를 놓치고 말았다.
‘미친.’
계속 잘하다가 코러스에서 실수하다니.
하필 코러스에서!
나도 모르게 반응해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이었다.
‘어?’
전혀 예상치 못한 무대가 이어졌다.
“Dance like fire. Swim like a fish. Eat like a horse. Roar like a lion!”
떼창.
떼창이 끝나질 않았다.
“We are strong, we are brave, we are cute, we are free.”
분명 정의선의 연주가 가위에 잘린 실처럼 뚝 끊겼음에도, 관객들의 떼창이 반주 없이 쭉 이어졌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라더니.’
나쁜 일이 있으려니까 좋은 일도 있네.
장관이다.
정말 장관이야.
“후우.”
한숨을 길게 내쉬며 안도하는 한편, 나는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 기타를 챙겨 들고는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야.”
“어? 어.”
“다음에는 AS 없다.”
정의선이 연주했어야 할 곡을 함께 연주하기 시작했다.
곧 안정된 2절이 완만하게 이어졌다.
그렇게.
첫 연주는 갖은 고생 끝에 진정한 끝을 맞이했다.
* * *
하지만 방송은 끝나지 않았다.
[레전드 떼창/김한영 MT 중 방송사고 발생?!]–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