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Musical Genius Who Lives Twice RAW novel - Chapter 57
57화
중경대 기타 동아리 [팅]의 과로로 물든 예선 지원이 끝났다.
그들이 축배를 들 때.
같은 시각.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심사진은 정반대로, 격무에 피폐해져 있었다.이번 대회의 예선 심사 권한을 가진 조직 중 하나, 진행팀의 팀장이 작게 중얼거렸다.
“후우. 이제 지원할 사람들은 다 한 것 같지?”
폭풍전야의 침묵이 흐르기를 잠시.
한 직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다 끝났어요.”
그 말과 동시에 모두가 일제히 한숨을 내쉬더니 기지개를 켰다.
“으아아! 드디어 끝났다!”
“으, 피곤해 죽겠네.”
모두가 홀가분한 표정으로 한 마디씩을 던졌다.
흡사 자유를 되찾은 노예와도 같은 표정.
“오늘만 몇 개 봤지?”
“대충 50개 정도요.”
“많이도 봤다. 귀가 울리네.”
지난 2주일.
이들은 전국 각지에서 날아온 예선 심사 동영상을 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당연하지만 이런 대회에 잘하는 사람만 지원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비율로 따지자면 듣기 괴롭거나 심심한 경우가 훨씬 더 많았다.
그걸 종일 들었으니 혼이 나갈 지경.
‘지쳐 죽는 줄 알았네.’
숨 돌릴 틈도 없이 매일 일만 했다.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
오늘로 마침 딱 마감이니, 내일부터는 여유롭게 일할 수 있다.
“그동안 고생 많았어.”
“내일 연차 내도 되죠?”
“이럴 때 내라고 있는 거지.”
삭막했던 사무실에 전우애가 흘렀다.
피곤하다.
얼른 돌아가서 쉬려는 순간이었다.
“어?”
컴퓨터를 점검하던 한 직원이 망연자실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지금 막 또 왔는데요?”
“또?!”
그 말에 팀장이 충혈된 눈을 부릅뜨더니 말했다.
“얼마나?”
“그게, 한 열 개가 한꺼번에 왔어요.”
“열 개나?!”
생각보다 숫자가 많다.
단박에 업무 시간이 30분 이상 늘어버리자, 팀장은 숨이 넘어가려는 듯 뒷머리를 잡고 외쳤다.
“아니! 왜 갑자기 퇴근하려는 참에 보내고 그런데?”
그렇다.
이들이 짜증이 난 이유는, 심사 마감이 곧 그들의 퇴근 시간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미뤄도 된다.
하지만 미루면 미루는 만큼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 자체가 뒤로 밀리고, 자연히 타 조직의 눈총을 사게 된다.
“무슨 우리한테 원한 있어? 기왕 보낼 거면 미리미리 좀 보내지. 이 사람들이 우리 고생을 알까?”
“모르겠죠.”
“나는 그동안 심사를, 심사를 했다…… 근데? 퇴근 못 해?”
스트레스가 오죽했으면 사소한 히스테리마저 터졌다.
하지만 백번 하소연을 해 봐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들의 예선 지원에 규정상 문제는 티끌 만큼도 없으니.
“마음만 같아서는 그냥 다 떨어뜨리고 싶다. 떨어뜨릴까? 응?”
팀장이 울적한 목소리로 중얼거리자, 다른 직원이 기겁한 눈치로 답했다.
“팀장님, 그거 누가 들으면 난리 나요.”
“그냥 해 본 말이야.”
“그래도요.”
하지만 직원들은 내심 팀장의 말에 공감하는 눈치.
업무 종료 직전에 갑자기 생겨난 업무량도 업무량이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어차피 들어봤자 별로일 것 같은데.’
신청자의 실력에 아무런 기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늦게 보낼수록 별로지.’
보통 이런 대회가 다 그러했다.
실력에 자신 있는 사람들은 미리 준비해 뒀다가 초반에 다 넣는다.
반면, 실력이 없는 사람들은 어떨까.
끝까지 질질 끌다가 마감 직전이 되어서야 심사를 넣을 때가 잦았다.
‘오늘 하루 동안 날아온 건 전부 예선 탈락이었지.’
하물며 심사 진행팀은 한껏 지친 상황.
뒤늦게 몰려온 일감을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후, 그래도 할 일은 해야죠.”
“그렇지. 어쩔 수 있나. 이게 다 정부에서 녹봉을 받고 하는 일인데, 하라면 해야지.”
“이것만 마치고 좀 쉬자.”
“나 고막에서 피 나는 것 같아.”
진행팀은 이내 그들의 음원을 재생하기 시작했다.
속으로는 그 어떠한 기대도 하지 않고.
‘조금만 별로면 바로 탈락이다.’
어떠한 억하심정까지 품으면서.
그런데 그게.
“어?”
예상과는.
“잘하는데요?”
달랐다.
* * *
“뭐지?”
잘했다.
마감 직전에 던진 사람들치고는, 실력이 상당했다.
“괜찮네.”
첫 영상은 평범하게 잘했다.
하지만 두 번째 영상은.
“현란한데?”
훨씬 압도적인 수준을 보여주었다.
“탄탄하다.”
그다음도 마찬가지.
슬슬 심상치 않은 무언가를 느낀 걸까.
지쳤던 팀원들의 입에 조금씩 생기가 깃들기 시작했다.
“와, 이 여학생은 진짜 잘하네. 이미 현역으로 활동하는 프로 아니야?”
“인적사항 보니까 다 같은 동아리인 것 같아요.”
“아하, 그래서 한꺼번에 보냈나?”
“오, 이 노래 우리 딸이 좋아하는데.”
좋은 곡에는 사람의 기분을 끌어 올려주는 힘이 있다.
언제 뒤늦은 일감에 이를 갈았냐는 듯, 이들은 이내 다시금 활기를 되찾았다.
그렇게 나름의 흥미를 품은 채로 심사를 이어나가던 와중이었다.
“어? 저 이 사람 알아요.”
한 여자 사원이 놀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얘, 김한영이잖아요.”
심사자 중 한 명을 알아본 것이었다.
“희원 씨, 누군지 알아?”
“네, 이름 보고 혹시나 했는데 맞네요. 중경대 다닌다더니 진짜였구나.”
그렇다.
김한영이었다.
최근 김한영은 점차 하꼬 티를 벗고 급격히 성장세를 타고 있는데, 이곳의 심사위원 중에서도 그를 아는 사람이 있었던 것.
“유명한 사람인가? 연예인 지망생이야?”
“아뇨, 그런 건 아니고 방송하는 애예요.”
“방송? 그럼 연예인 맞네.”
“아뇨, 방송이기는 방송인데 인터넷 방송이에요. 요즘 좀 핫해요.”
그냥 아는 정도가 아니었다.
일말의 팬심마저 품은 걸까, 그녀는 김한영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방송 보면 몇 시간씩 혼자서 계속 기타 연주하거든요. 그러다가 신청곡 받으면 즉석에서 연주해 주기도 하고. 그런데 실력이 진짜 좋아요.”
“그 정도야?”
“밤에 라디오처럼 틀어놓으면 되게 좋더라고요. 일할 때 듣기도 좋고, 잠도 잘 오고. 요즘 얘 방송 보는 낙으로 산다니까요.”
“흐음.”
이어진 극찬에 팀원들의 기대치가 한순간에 저 위까지 올라갔다.
“이야, 우리 희원 씨 귀 까다로운 건 유명한데, 나도 집에 가면 한번 찾아봐야겠네.”
“강추예요.”
그렇게 노래를 듣기도 전에 한껏 들떠버린 순간이었다.
“그래도 업무에 사적인 감정은 안 되지.”
팀장이 선을 그었다.
“아는 사람이라고 대충 통과시킬 생각 하지 말고, 딱 노래만 듣고 평가해. 알았어?”
사심을 개입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앞서 한껏 불만을 표출했던 것과는 달리, 나름의 프로 의식이 묻은 말.
“이것만 듣고 퇴근한다.”
그렇게 긴장감 속에서 마지막으로 김한영의 영상이 재생되고, 모두가 입을 닫은 채로 집중하기를 잠시.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허.”
짧은 숨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백 마디 칭찬을 뛰어넘었다.
“이 나이에 이렇게 해?”
“희원 씨가 극찬할 만하네.”
“손가락이 춤을 춘다. 야.”
“이 곡 장서균 곡 맞죠? 선곡도 괜찮네.”
감탄이 이어지기를 한참.
진행팀장은 드디어 마음을 굳힌 듯 작게 중얼거렸다.
“우승 후보가 늘었네.”
* * *
날씨가 덥다.
이제 여름 기색이 완연해서 바깥 공기는 숨만 쉬어도 폐가 뜨거울 지경인데.
그 탓일까.
“한영아, 온도 좀 낮춰도 되지?”
식구들은 한결같이 내 작업실에 몰려와서 시간을 보냈다.
“동아리방 있는데 왜 자꾸 여기서 그래요.”
그 말에 조은솔이 소파 위에 기타를 안은 채로 늘어져서 중얼거렸다.
“거기는 냉방이 별로잖아.”
“…….”
“쪄 죽는다. 진짜.”
그게 여기 오는 거랑 무슨 상관입니까.
휴먼.
전기세라도 분담하라고 말해야 하나.
큰 내적 갈등을 겪기를 잠시, 나는 고개를 흔들어 미혹을 떨쳐냈다.
‘됐어, 그래도 오는 게 낫다.’
단순히 호의로 내린 결론이 아니었다.
사실, 이들의 방문은 그 자체로 내 방송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었다.
그게 어떤 식이냐면.
[ㅋㅋㅋㅋㅋㅋ 동아리방 수준.] [이거 독재 아님?] [기립하시오.]불과 며칠 사이, 방송에서 이들의 존재 자체가 콘텐츠가 된 것이었다.
[중경대 총장은 각성하라! 각성하라!]친근하다.
그냥 친근한 게 아니다.
시청자들은 이미 팅의 회원들을 방송의 고정 멤버처럼 여기는 상황.
[오늘은 선우는 안 왔나?]“이따 저녁에 온대요.”
[선 우 조 아.] [선우 짱 귀여움.]“아뇨, 제가 더 귀여운데요.”
[만원 후원!] [그건 아니지(정색).] [하지만 뻔뻔해서 더 좋아.]이 변화가 실로 어마어마했다.
무려, 토크가 개선됐다.
전에는 토크가 부족해서 기타 연주에 크게 의존했는데, 이제 모자람이 없어졌다.
아마 식구들 덕분이겠지.
이야깃거리가 늘어나니 말을 꺼내기가 수월해진 것.
‘이게 양방향 소통이지.’
전혀 의도치 않은 방향으로 내 방송의 약점을 극복한 셈이었다.
또한, 전용 작업실의 장점도 여기서 나타났다.
즉석에서 게스트가 계속 보충된다는 것.
‘이거지.’
좋다.
방송이 점점 성장하고 있다.
좋은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나는 이 흐름을 느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슬슬 한 곡 더 갈게요.”
[연주도 좋은데 희범쿤은 도꼬?]“…….”
연주보다 토크에 집중하는 사람이 나타나는 건 역효과고.
나는 어쩐지 김이 식어서 말했다.
“영종도에 귀양 보냈어요.”
[에엑따.]그렇게 이래저래 시간을 보내는 와중이었다.
“야!”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면서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게 누구인가 하니.
“야! 야! 이거 봐라! 얼른! 야!”
고희범이었다.
그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결과 나왔다!”
“결과? 무슨 결과.”
“음악경연대회! 지금 막 발표 떴대!”
“오.”
그러고 보니까 슬슬 나올 때가 되기는 했지.
나는 확인하기에 앞서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들! 지금부터 저희 팅의 경연대회 예선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함께 응원해 주세요.”
그렇다.
이것도 다 콘텐츠다.
그냥 무난하게 넘길 수는 없지.
[오오오오오오오.] [드디어.] [붙겠지? 붙겠지? 붙었겠지?] [가즈아아아아아아!]어쩐지 우리보다는 시청자들이 더 기뻐하는 것만 같은데.
나는 그게 웃기기도 해서 천천히 뜸을 들이며 결과 조회 사이트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 뜬 게.
-김한영(님)
2021년도 장서균 음악경연대회 본선 진출을 축하드립니다.
하기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본선 대회 안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합격이었다.
“합격이라네요.”
예상했던 바다.
하지만 기쁜 건 기쁜 것.
당연하면서도 묘한 쾌감에 피식 웃으려니 시청자들이 함께 기뻐하기 시작했다.
[2만 원 후원!] [캬!] [5천 원 후원!] [오이오이! 믿고 있었다고 한영쿤 젠장!] [1만 원 후원!] [‘천재’ 김한영이 밉다 ‘천재’ 김한영이 밉다 ‘천재’ 김한영이 밉다 ‘천재’ 김한영이 밉다.] [5천 원 후원!] [김한영, 너는 합보다 격이 어울려.]성능 확실하다.
하지만 이것조차도 아직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직 한참 남았어요.”
심사를 나 혼자만 넣었던가.
아니다.
열 명이나 되는 사람이 전원 넣지 않았나.
내가 붙는 건 당연한 거고, 그보다는 남이 붙는 게 더 중요했다.
이 컨텐츠는 모두와 함께하는 거니까.
“차례대로 조회해 보죠”
수확을 시작하려는 순간이었다.
[천 원 후원!] [세 명 합격했으면 10만 원 쏜다.]“오.”
누군가가 딜을 걸었다.
먹으나 안 먹으나 손해볼 게 없는 딜.
단순 농담으로 넘겨도 무방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저 말에 채팅창이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천 원 후원!] [아무리 그래도 세 명은 어렵지.]어느 사람이 그의 말에 반박했기 때문이었다.
[저 대회가 그냥 대회가 아님. 거의 프로 되려는 사람들이 가는 곳임.] [한영이만 붙었을 듯.] [ㄹㅇㅋㅋ 실용음악과 전공생들도 후두둑 떨어진다는데.] [전에 그 국단대 실음과랑 공연했던 썰 풀지 않았나?] [그건 친선전이잖아. 봐 준 거지.]뜬금없다.
자기들끼리 싸우기 시작한다.
나는 가만히 있는데, 시청자들끼리 말다툼이 뜨거웠다.
그야말로 돌발 사태.
‘무엇.’
이 상황에 내가 뭐라고 하면 될까.
어떻게 행동하면 시청자들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을까.
고민하기를 잠시.
‘아, 이런 건 적성이 아닌데.’
어렵다.
내 머리로는 이 상황을 재밌게 끌어나갈 방법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마땅히 답이 없어 시청자 창만 보면서 고민하는 순간이었다.
‘고희범이라면 어떻게 할까.’
고민의 방향을 바꿔 보았다.
그러자, 답이 보였다.
그래, 해 보자.
나는 고희범의 평소 습관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럼 내기할래요?”
– 다음 화에 계속 –